[전자책] 축구 이야기
JOON 지음 / 산호와진주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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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축구와 공통점이 있다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나이를 짐작할 때가 있다. 인생의 깊이를 담아내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묵직한 느낌이 드는 글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의 글이며 봄 햇살처럼 생기가 넘치는 파릇파릇함이 느껴지는 글은 청춘의 시기를 한창 겪고 있는 사람의 글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여 모든 글은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준다.

 

‘축구이야기’는 젊다. 세상풍파 속에서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아 나선 여행자의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젊음은 도전이고 갈등이며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어설픔도 함께한다. 축구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젊은이가 자신의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가 올바른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과정이 잘 담겨 있다.

 

군대에서 재대하고 복학하기 전 해외여행을 떠난 주인공 전은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 눈을 사로잡는 비를 만난다. 낫선 곳으로 떠나왔다는 심리적 외로움에서 벗어나 혼자 먹는 저녁이 싫은 마음이 겹쳐 서로는 한 숙소에 잠자리를 정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마음에 드는 여자와 함께 하는 저녁이라는 설렘이 한없이 느껴지는 준의 마음에 어떻게 하면 비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지 고민인 상황에서 골목길에 폭행당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무리를 만나고 정의감에 이를 돕는다.

 

비를 만난 후 이들이 되는 날 둘은 함께 축구경기장 구경을 가서 전날 밤 폭행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구해준 그 사람들이 일행이었으며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임을 알게 되고 뜻하지 않은 일에 휩쓸리게 된다. 주인공 전은 축구를 모른다. 군대시절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축구를 해본 것 이외는 축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얼떨결에 축구 밖에 모르는 사람들과 장난삼아 놀고 있는 모습이 축구 코치와 스카우트 눈에 들어 유명구단에 입단하게 된다.

 

축구 선수가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전에게 축구는 무엇일까? 자신에게 잠재해 있는 힘을 발견하지 못한 일상에서 우여곡절 끝에 접한 축구는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이며 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 힘의 발견이 아니었을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어떤 일을 우연히 접하고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는 것은 성장해 가는 시기에 다가오는 소리 없는 삶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런 기회를 붙잡고 삶을 꾸려가기 보다는 놓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준은 축구를 선택했다. 축구선수로의 삶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아직 젊기에 무모하게 보이지만 도전한다. 스물셋, 그에게 사랑과 인생 그리고 앞을 펼쳐질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롭다. 장편소설의 첫머리, 그리고 삶의 출발점 이 둘 사이 묘한 동질감이 있어 보인다. 평범한 청년이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삶의 무게를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되는 이야기다.

 

저자는 스포츠를 인생의 한 장면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경기장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룰도 모르지만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스포츠에는 있다. 사람들의 삶도 스스로 열광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가는 여행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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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 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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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서 출발하여 마음을 굳건히

감성이 살아 있어 세상을 보는 사람은 아프다. 수시로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아등바등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내가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감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극히 조심스럽다. 물질적 가치가 중심에 서는 사회, 옆 사람이라도 밟고 올라가야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나보다 더 앞서가는 듯 보이며 이것으로부터 상처받고 힘을 잃어버리는 자존, 이 모든 것들에서 감성은 그 빛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감성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별종으로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감성으로부터 출발하는 마음자리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금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연약한 마음으로 말이다. 수많은 사상가나 철학자들은 그 연약하게 보이는 사람의 마음에 주목한다. 세월을 살았던 대다수 사람들 역시 마음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상의 흔들림에서도 굳건한 마음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대에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살아있는 전파를 쏟아 내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이외수다.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저자 이외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아름다움의 추구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힘’이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세상살이에도 이권다툼의 아수라장처럼 보이는 정치권에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직언을 쏟아낸다. 나라에 어른이 부재하여 누구를 따라 삶의 방향을 세워가야 할지 모르는 사회에 어른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외수가 전하는 외침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절대강자’에는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며 혼탁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성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마음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외수의 짧은 글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정태련의 유물그림이 조화를 이룬다. 현대의 일상적인 삶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저자가 왜? 얼핏 생각하면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지난 역사의 흔적인 유물과 관계를 맺어 이 책을 만들었을까? 수없는 세월을 말없이 이겨낸 유물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가진 아름다움의 근본자리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그 자리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대는 절대강자다”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이 힘을 얻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수없는 세월을 이겨내고 오늘에 존재해야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유물이 되듯 지금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 아름다움을 간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여, 이 둘은 묘하게 어울린다.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유물이 세월을 이겨낸 것처럼 세상풍파 속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외수의 글 역시 호불호가 함께한다. 이외수의 짧은 글들 속에는 늘 사람과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촌철살인, 해학, 우스게 소리까지 포함하는 글 속에는 세상풍파에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사람으로써의 자존과 다가올 미래가 희망이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다. 어른이 부재한 사회는 길을 잃어버린 혼란함이 있다. 이외수가 굳건히 버티며 이 시대의 어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자 하는 독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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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광대 - 김명곤 자전
김명곤 지음 / 유리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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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운명을 살아가는 사람

20여 년 전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영화관 한쪽의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그를 보았다. 연예인이나 배우에 대해 특별관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이 감명 깊게 본 영화 속 그 배우를 바로 눈앞에서 만난다는 생소한 체험을 한 것이다. 영화 CD를 구입하고 감독과 배우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받으면서도 어색함은 여전했다. 그 후 다양한 문화 활동 공간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그 배우를 만나게 된다. 조금씩 우리 것, 우리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김명곤이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데도 관심이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그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공감하는 무엇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다시 그가 직접 쓴 글을 통해 만난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스스로 쓴 기록이기에 속내를 담았을 것이라는 흥미로움이 있다. 스크린이나 무대 또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접하는 것으로는 피상적인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기록한 글을 통해 그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의 반전이 될 수도 있고 보다 깊은 이해를 통해 이미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 된다.

 

김명곤은 독일어 교사, 뿌리깊은 나무 기자, 소리꾼, 희곡 작가, 연극연출가, 연극배우,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국립극장장, 문화부장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을지 따라가 본다. 이 책 ‘꿈꾸는 광대’는 자신의 삶을 테마별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다. 순서는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시간적 배열이 아니다. 그를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부분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린 시절과 성장기 그리고 연극과 판소리 그리고 생활인으로 삶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서편제를 시작으로 임권택 감독, 이청준 작가와의 만남이나 영화배우로 이장호 감독 그리고 이윤기, 노무현 대통령, 김제동, 김대중 등 자신과 관련된 굵직한 일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펼치며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 자신을 성장시켜온 배경을 바탕으로 속칭 성공한 사람으로 비칠 수 있었던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못다 한 아쉬움이 배어나 숙연해 지기도 한다. 어린시절이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성장과정의 이야기에서는 문학가, 연극과의 만남, 판소리를 통해 박초월 명창과의 인연,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독일어 교사 시절과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시절 이후 극단과 예술현장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 그리고 국립극장장과 문화부장관 재임과 같은 공직생활에서 얻은 삶의 귀중한 경험을 담고 있다.

 

‘김명곤의 삶을 만나면, 우리가 산 삶은 지우개로 북북 지우고 싶어진다. 그가 살아온 험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들으면 문득 그를 닮고 싶어진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났던 이윤기(소설가, 번역가)가 김명곤을 평가한 말이다. 한 결 같이 광대의 길을 걸었던 그는 광대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역사 속에서 부당한 사회시스템에 저항하는 ‘공길’ 같은 광대의 삶에서 살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또한 그는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명곤 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꾸는 꿈속에 혼자만의 삶은 아닐 것이라는 점은 확실할 것이기에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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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 독살사건 - 조선 여 검객 이진의 숨 막히는 진실 게임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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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져야 할 의문의 죽음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역사를 가정하게 한다. 그렇다면 왜 지나간 과거에 가정을 하는 것일까? 가정을 세움으로써 아쉬움을 달래며 다가올 미래를 희망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그 출발이지 않을까 싶다. 근래 들어 이러한 역사에 대한 가정을 자주 하는 것이 문학이 아닌가 싶다. 정통 학문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못 다한 아쉬움을 담아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 아닌가도 싶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나 ‘정도전’ 등 다수의 역사소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익숙한 저자 이수광의 신작 ‘소현세자 독살사건’으로 다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역사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만나게 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역사를 보는 또 다른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중심은 소현세자(1612~1645)다. 중국의 새로운 강호 청나라가 조선을 침범한 병자호란에서 청나라에 굴복한 비운의 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인조시대의 이야기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8여년을 살다가 조선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이 소현세자의 죽음이 바로 이 작품의 중심이다. 이 죽음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버지인 인조와 소현세자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점과 소현세자가 볼모로 있었을 때 행적, 인조의 권력욕구, 사체에서 나타나는 증후 등을 들어 정상적인 병사로 볼 수 없는 정황 등이 그것이다.

 

이 소현세자의 죽음이 왕인 인조의 개입으로 벌어졌다는 점을 저자는 주목하면서 여기에 무인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중심인물은 여인인 이진과 이요환 모두 무술의 달인들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궁궐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투쟁과정에 서로 상대편에 선 것 또한 이야기의 흥미를 끌어가는 요소로 작용한다.

 

소현세자가 학질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세자빈 민회빈 강씨는 불안하다. 조정이 돌아가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강씨는 정적인 조소용과 더불어 궐내 힘의 역학관계에서 절대적 약세에 있다. 이것이 남편인 소현세자를 비롯하여 자신과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다. 이 작품은 소현세자가 죽고 나서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세력들 간의 움직임을 그려나간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내용전개가 빠르고 여 검객이 등장하는 등 한 편의 무협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독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맛이 좋다. 하지만, 역사소설이 자칫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발견하게 되는 흠이 있다. 여 검객 이진이 검술을 설명하는 대목에 시대적 배경이 되는 인조보다 훨씬 후대인 정조 때 쓰인 ‘무예도보통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소현세자가 청나라에 볼모로 있던 기간이 9년과 8년으로 달리 표현되고 있다. 또한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노출된다. 정명수에 대한 이야기다. 이진의 부탁으로 이요환에 의해 죽음을 당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 후로도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문학의 생명력은 작가의 상상력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소설에서는 그 상상력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 묘사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물론 소설이다라고 하면 면죄부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역사적 사실에 앞설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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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돌베개 왕실문화총서 3
심재우 외 지음 / 돌베개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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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회를 바라보는 한 통로, 왕

인간에게 권력 욕구는 무한한 것일까?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목숨이지만 권력은 때론 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접한다. 그만큼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권력의 최고 정점은 민주제에서는 대통령이며 왕조 국가에서 왕이다. 무수한 사람들이 그 정점을 향해 뛰어들었지만 성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권력은 다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조선을 사대부의 나라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서 사대부의 나라였다는 점은 왕조 국가에서 왕고 더불어 권력의 한 축을 사대부들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 권력의 한 축이었던 사대부들에 관한 연구는 많은 책들을 통해 접했지만 다른 한 축이었던 왕에 대한 접근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었기에 그만큼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았을 것이고 ‘왕’이라고 하는 단어가 주는 카리스마에 의해 지래짐작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나마 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대부분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공적인 측면에 치우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왕을 이해하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함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진들이 모여 연구한 결과를 엮은 책이다. 한마디로 왕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살피고 간추려 권력의 최고 정점에서의 왕으로부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망라한 연구 결과의 총화라고도 볼 수 있다. 왕은 곧 국가라고 보았던 측면에서 왕의 존재와 존재방식 그리고 그들이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 구중궁궐 속 왕의 진면목을 살피기에 아주 적절한 텍스트로 여겨진다.

 

‘조선의 왕실과 궁중문화는 유교 통치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핵심이며, 조선시대 역사와 문화의 중심축이었다.’고 평가는 왕과 궁중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조선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절름발이 식으로 조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말로 들린다. 이 점이 왕을 주목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왕에 대해 살피는 것에는 ‘왕의 권위와 역할’, ‘국왕의 하루 엿보기’, ‘왕의 사생활’, ‘한시漢詩로 보는 국왕의 문학’, ‘국왕의 건강관리’ 등으로 구분하여 접근하고 있다. 이는 조선의 공식적인 기록물인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를 바탕으로 왕이 남긴 여타의 기록물을 통해 조선 왕의 일상생활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유교를 국시로 하는 조선사회에서 왕은 온전히 권력을 향유하는 존재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순간부터 왕은 수많은 의무를 다해야 하는 존재다. 유교의 가르침에 의해 올바른 군주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했으며 관료의 임명에서도 절차에 따라야 하고 천재지변에도 책임을 져야 함과 동시에 백성을 위해서 끊임없이 민정을 살펴야 했다. 또한, 대부분의 왕들은 은밀한 사생활까지 정해진 법규에 따라 간섭을 받아야 했다.

 

국가의 상징, 최고의 권력자로써의 왕에 대한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유교국가에서 왕의 존재근거와 방식 그리고 삶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묘호가 정해지는 과정, 관료 임명에 거쳐야 하는 수순, 경연을 통한 공부, 먹고 입는 문제에서 잠자리 등의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설명에서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설명해 주는 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단순한 부분을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사람들은 가끔 왕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하지만 왕은 그리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왕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삶인지를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권력에는 책임과 의무가 반드시 수반됨을 왕도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 권력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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