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짓다
염두에 두지않았음에도 마음이 앞서며 발을 이끈다. 어디로 어느만큼 가야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다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추는 곳에 반가운 만남이 있다. 오랜시간을 두고 준비해온 마음이 비로소 만남을 이뤄낸 것이다.

숲과 들에서 특별히 마음에 담아두었던 꽃을 만나는 과정이 이와같다. 무엇을 보자고 작정하고 나선 길에서 만나는 것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이끌림의 과정에서의 만남이 깊은 인연을 맺어준다.

수많은 들꽃 중에서도 마음에 쏙 들어오는 꽃과의 만남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것과 같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대를 만나는 것도 오랜시간 마음이 준비한 뜻이다.

돌아보면 당신과의 만남도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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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어리연
불 밝힌다. 내 서 있는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다. 나침판이 방향을 알려주듯 밝힌 불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렇게 밝힌 불은 투명하리만치 밝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길 위에 설 수 있는 힘이 된다.

가까이 꽃을 두고 싶고 틈만나면 꽃을 보는 이유가 어쩌면 이렇게 스스로 투명해지는 순간을 만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노랑어리연'은 수생식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연못, 늪, 도랑에서 자란다.

꽃은 6~9월에 황색으로 잎겨드랑이에서 하나씩 피며, 일출 이후 오전에 피기 시작해 오후 해지기 전에 시든다. '어리연꽃'에 비해 꽃은 황색으로 대형이고 가장자리에 긴 기둥모양의 돌기가 줄지어 난다. 관상용으로 심는다.

'노랑어리연'이라는 이름은 고인 물터에 사는 연꽃 종류를 닮았고, 잎이 작으며, 꽃이 노란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햇살에 비친 노랑어리연꽃을 보고 있으면 '수면의 요정'이라는 꽃말이 아주 잘 어울려 보고 또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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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 시인의 '꽃의 선언'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모든 행동은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하여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변치않아야 하는 것은 있는 것이다.

79주년 광복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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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24-08-2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서러운 광복일이였지요
사진이
물의 질감이 서러움으로쇳물처럼 보입니다
각자 버티는 일이 힘든 염하지천에 건강하세오
 

 으름난초

무더운 여름날 제주도 숲에서 처음 봤다.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은 날이라서 제 색깔을 온전히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꽃 피었다는 소식에 첫만남의 기억을 가지고 길을 나섰다. 처음 가는 길이라지만 쉽게 찾을거란 믿음은 늘 함께 한다.

으름난초는 "우거진 숲 속의 부엽질이 풍부하고 부엽 아래에는 썩은 낙엽수목이 있으며, 낙엽수나 조릿대 군락 속의 습도가 풍부하고 반그늘 혹은 햇살이 오후에 많이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꽃은 황갈색이고 꽃받침조각은 긴 타원형으로 뒷면에 갈색 털이 있으며 꽃잎은 다소 짧다. 입술모양꽃부리는 넓은 달걀 모양으로 황색이고 안쪽에는 돌기가 있는 줄이 있다."

숲 속에 군데군데 무리지어 핀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무엇보다 풍성한 모습이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는 처지라보니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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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개연
첫인상의 강렬함 보다 곁에 오래 머물게 하는 친근함이 있다. 간직하고 픈 느낌이 있고 그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거리를 둬야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곁에 머무는 것은 아는 이가 누리는 호사다.

노랑색에 붉은 꽃술의 어울림 만으로도 충분한데 물위에 떠 있으니 환상적인 분위기다. 멀리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5장의 노랑색의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라고 한다. 주걱모양의 꽃잎은 숫자가 많고 노란색이다. 수술 역시 노란색이다. 붉은색은 암술머리다. 이 붉은 암술머리가 남개연의 특징이다.

실잠자리를 만나 그들의 사랑놀음을 짧은 시간 함께 했다. 지난해 보다 조금은 부실한듯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긴 여름을 지나 가을 초입까지도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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