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털이슬
초록이 대세인 숲에서 작디작은 꽃을 피운다. 일부러 찾아봐야 보일만큼 작지만 한번 눈에 들면 금방 눈에 띈다. 녹색과 흰색의 대비가 주는 선명성으로 인해 숲에서 살아가는 지혜로 보인다.

털이슬은 이슬처럼 매달린 열매에 털이 잔뜩 난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쥐털이슬은 그 털이슬 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털이슬, 쥐털이슬, 말털이슬, 쇠털이슬 등이 있는데 다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눈에 안보일듯 작은 꽃이 피지만 자세히 보면 모양도 색깔도 매력적인 꽃이다. "자세히 보야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아주 잘 어울리는 꽃이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나리
여름을 대표하는 꽃은 당연코 나리꽃들이다. 내리쬐는 태양을 닮아 강렬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소 직관적으로 붙여진 이름으로 구분되는 나리꽃들이다.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로 잎의 나는 모양에 따라 말나리 등으로 다시 이를 서로 조합하여 부른다. 이 나리꽃들 중에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 중나리나 하늘나리 등이다.
하늘나리는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넓은 줄 모양이다. 꽃은 6~7월에 붉은색으로 피며 줄기 끝부분에서 위를 향해 핀다.

꽃보러 먼길 나선 길에 강원도 함백산 만항재를 찾았다. 지난해 보았던 자리에서 반가운 하늘나리를 다시 만났다. 붉게 핀 꽃이 풀밭 속에서 여기저기 솟아 찾는 이와 숨바꼭질 하고 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반짝이며 눈맞춤 한다.

노고단에서도 보았던 꽃을 다른 곳에서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변치않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처럼 주목받기에 충분한 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왕과
은근한 노랑색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길가에 무더기로 피어 있지만 주목하는 이가 드물다. 독특한 매력에 한번 보고 단번에 빠저들고 말았다.

왕과는 중부이남 지역의 빈터와 돌담장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북한에서는 '쥐참외'라고 한다는데 열매와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열매를 확인하지 못해 특정할 수 없다.

잡풀 취급 받아 뽑히거나 배어내기 일쑤여서 지금은 쉽사리 볼 수 없는 식물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약재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니 수난 당하기는 매한가지였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구상난풀
먼길 나섰으니 볼 수 있는 것은 다 보고자하는 마음이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르니 간 곳에서 최대한 눈을 밝게 뜨고 무엇이든 새롭게 보이는 것은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알아 본 것들이 제법 많다. 이 구상난풀도 그중에 하나다.

구상난풀은 우리나라 전역 산지에서 자라는 다년생 부생식물이다. 구상나무 숲에서 자란다고 구상난풀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생육환경은 빛이 잘 들지 않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숙인 고개를 좀처럼 들지 않으니 얼굴보기가 만만치않다. 색 또한 밋밋한 황갈색이라 다른 것에 비해 튀지도 않기에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렵다.

한번 눈에 익으면 이곳 저곳에서 보인다. 쉽사리 보지 못하는 것이라 눈여겨 봐두고 했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손톱 끝에 물든 사랑, 봉선화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봉선화(鳳仙花), 속어로 봉사꽃은 비록 1년생의 풀이지만 여름에 피는 꽃 중에 흔하면서도 가장 운치 있는 꽃이다. 어느 집을 가든지 울밑 뜰 안이나 우물가에 봉사꽃이 곱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어여쁜 아가씨들이 이 꽃을 따서 하얀 손톱에 빨갛게 물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얼마나 운치 있는 일인가?”

“봉사꽃은 인도가 원산지다. 그것이 진작에 중국으로 건너왔고, 또 조선에도 왔었다. 그리하여 조선에서 다시 일본으로 간 것은 아시카가(足利)시대다. 손톱을 물들이는 풍속 역시 봉사꽃의 전래를 따라 중국, 우리나라, 일본으로 차차 퍼져나간 듯하다.”

“《군방보(群芳譜)》에는 봉사꽃이 명칭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유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줄기 사이에서 꽃이 핀다. 머리와 날개, 꼬리와 발이 모두 오똑하니 들린 것이 봉황새의 형상과 같은 까닭에 봉선화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다.”

내가 사는 이곳 시골마을엔 여전히 울 밑에 봉산화가 피고 진다.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마을이지만 꽃을 심고 가꾸며 핀 꽃을 보며 미소 짓는다. 그 얼굴에 스치는 미소는 알 듯 모를 때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떠올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 여전히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살려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에서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