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조팝나무
선자령이라고 했던가 차를 세우고 길 아래로 내려간다. 첫눈맟춤 하는 제비동자꽃, 익숙한 애기앉은부채와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길로 오르는 눈길과 딱 마추쳤다.

옳지 너지? 역시 사진으로 익혀두고 언제보나 싶었던 꼬리조팝나무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준다. 분홍색의 꽃봉우리가 바람이 흔들리며 나 여기있다고 신호를 보낸다. 번지는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코밑까지 가서 찐한 눈맞춤을 한다.

무슨 동물의 꼬리를 닮아서일까? 다른 조팝나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꽃모양과 꽃 색깔이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한다지만 남쪽에서는 보지 못했다.

바쁜 일정에 뒤돌아오면서도 자꾸 멈칫거리는 이유는 첫눈맞춤한 꽃들과 작별이 쉽지 않아서 일 것이다. 여긴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발걸음을 붙잡는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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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
꽃을 볼 때마다 정채봉의 오세암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스님과 동자 그리고 암자라는 소재가 주는 동일성이 결말이 다른 이야기와 겹쳐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황색 꽃이 줄기 끝과 잎 사이에서 핀다. 다섯장의 꽃잎이 가운데가 갈라져 심장 모양으로 보인다. 어린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상해 본다.

동자꽃이라는 이름은 먹을 것을 구하러간 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를 묻은 곳에서 피어났다는 전설로 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종류로는 동자꽃, 털동자꽃, 제비동자꽃, 가는동자꽃 등 4종이 있고 한다.

'동자꽃'
배고파 기다리는 것이나
그리워서 기다리는 것이나
모두 빈 항아리겠지요
그런 항아리로
마을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올라앉아보는구려
바위 위에는 노을이라도 머물러야 빈 곳이 넘칠 수 있나니
나도 바위 곁에 홍안의 아이나 데리고 앉아 있으면
내 그리움도 채워질 수 있을까요
목탁 소리 목탁 소리 목탁 소리
어디선가 빈 곳을 깨웠다 재웠다 하는
무덤 토닥이며 그윽해지는 소리
*김영남 시인의 동자꽃이란 시다. 동자꽃에 어린 애틋한 마음이 구구절절 담겼다.

전설을 통해서라도 담아두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기다림', '나의 진정을 받아 주세요'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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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풀
이때 쯤 그곳에 가면 무엇이 있음을 아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무턱대고 찾아가 헤매다 결국 보지 못하던 때를 지나고 이젠 내 나름의 꽃지도를 만들었으니 헛탕치는 일은 많지 않다. 여전히 미 완성된 꽃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촘촘해져 간다.

여러 '그곳' 중에 하나인 곳에 가면 볼 수 있다. 그곳의 주 대상은 노랑물봉선이지만 그보다 앞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대상이다.

연노랑의 꽃이 다닥다닥 붙어서 피었다. 다섯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바짝 붙었지만 아랑곳 않고 핀다. 줄기 끝에 모여 피어 스스로를 드러내는데 유리한 모습이다. 이런 꽃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좁쌀풀은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좁쌀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좁쌀에 비교하지만 그것보다는 크다.

올해는 강원도 어느 길을 가다 지나친 꽃을 보고자 차를 세웠다. 길가에 무리지어 핀 꽃이 부지기수다. '잠든 별', '동심'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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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진달래
꽃을 보기 위해 간혹 북쪽으로 먼길을 나서기도 한다. 내가 사는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꽃들을 보기 위함이다.

그중 하나가 이 꼬리진달래였는데 볼 기회를 만나지 못하다가 드디어 올해 어느 계곡 물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흰꽃이 줄기 끝에 둥그렇게 뭉쳐서 핀 모양이 몇몇 동물의 꼬리를 닮긴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꼬리진달래는 "경상북도·충청도·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양지바른 산지나 반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나 생장속도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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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털이슬
초록이 대세인 숲에서 작디작은 꽃을 피운다. 일부러 찾아봐야 보일만큼 작지만 한번 눈에 들면 금방 눈에 띈다. 녹색과 흰색의 대비가 주는 선명성으로 인해 숲에서 살아가는 지혜로 보인다.

털이슬은 이슬처럼 매달린 열매에 털이 잔뜩 난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쥐털이슬은 그 털이슬 보다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털이슬, 쥐털이슬, 말털이슬, 쇠털이슬 등이 있는데 다 비슷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다.

눈에 안보일듯 작은 꽃이 피지만 자세히 보면 모양도 색깔도 매력적인 꽃이다. "자세히 보야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와 아주 잘 어울리는 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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