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리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늘어나고 줄어듬이 시시때때로 변하니 늘 가늠하기가 어럽다는 것이다. 손을 맞잡은 듯 더없이 가까운가 싶기도 하다가도 어느 사이 저 먼 산너머로까지 아득히 멀어 보인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꿈틀대는 관계의 상호작용이다.

흠뻑젖은 두 가우라의 등을 기댄 다른 얼굴은 서로를 향해 쌓아온 시간의 겹이 있어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밑을 바쳐주는 든든함으로 마음의 거리를 좁혀온 결과이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이 내가 감당해야하는 마음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이 아님도 안다. 그 무게를 안고서도 능히 갈 수 있다는 굳건한 의지의 표현이며 할 수 있길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다.

마음의 거리가 변화무쌍한 것처럼 감당해야하는 마음의 무게 역시 들쑥날쑥하기 마련이다. 이 마음의 거리나 무게는 상대를 향하는 내 마음의 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속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상호작용이 꿈틀대는 사이에서 늘 존재하는 관계가 살아 있음의 증거다.

지극히 가까운 마음의 거리, 지금의 이 순간을 든든하게 지켜가는 것,

다ᆢ당신의 넉넉한 마음자리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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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난풀
여름의 끝자락 쯤에서 찾은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 많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대로 틈을 즐기면 될 일이기에 마음은 느긋함을 누린다.

그와중에도 볼 것이 생기면 길을 나서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라 몸보다 마음이 앞서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한라산 어디쯤 숲에 들었다. 처음으로 보았다.

꽃이 수정처럼 보여 수정난풀이라고 한다. 수정난풀은 햇볕을 직접 받으면 말라 죽는다.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다른 식물에 의지해야 살 수 있는데, 낙엽 속에서 사는 품종이다.

가까운 식물들로는 나도수정초가 있는데 더워지는 5월의 숲에서 볼 수 있다. 모습이 많이 닮았으나 피는 시기가 다르기에 구분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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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물꼬리풀
말로만 듣고 사진은 나중에 확인했다. 존재를 알았으니 언젠가는 볼 날이 있을거라 믿었다.

꽃시즌이 애매할 때 찾은 제주도에서 반가운 만남을 했다. 그것도 자생지는 아니라 비슷한 환경에 맞춰 복원시킨 곳이라고 했다.

그렇게 만난 꽃이 이 전주물꼬리풀이다. "물꼬리풀은 물가에 자라는 꼬리풀이라는 뜻이다. 꽃이 마치 동물의 꼬리처럼 보인다. 보통 꼬리풀은 끝이 비스듬히 기울지만 전주물꼬리풀은 끝이 곧게 선 것이 특이하다. 줄기는 밑부분이 옆으로 뻗으며 지하경이 발달하고, 곧게 자라며 마디에만 털이 있다."

전주물꼬리풀은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습지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로 물이 얕게 고여 있는 곳, 햇볕이 많이 드는 곳에서 자란다.

한국에서는 1912년 일본 식물학자가 전라북도 전주에서 발견했다. 1969년 전주의 지명을 따 ‘전주물꼬리풀’로 명명되었다. 이후 전주 지역에서는 자생지가 확인되지 않았고, 제주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2013년 국립생물자원관과 협의해 인공증식을 한 뒤 이식해서 분포지를 형성했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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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담아둔 속내가 겹으로 쌓여 깊고 깊은 것이리라. 피고지고 다시 피고지고를 반복하며 여름날의 뜨거운 볕으로 간절함을 달구고 있다.

'백일홍'은 멕시코 원산의 귀화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한다. 따뜻한 곳에서 자라던 식물이므로 추운 것은 싫어하나 무더위에는 잘 견딘다.

꽃은 6월~10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가장자리에 혀모양꽃이 달리고, 가운데에 관모양꽃이 달린다. 꽃색이 다양할 뿐 아니라 초여름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므로 관상용 원예식물로 알맞다.

백일초라고도 부르는 백일홍은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이다. 흰색으로 피는 꽃말은 '순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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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꽃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김탁환의 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의 실물이 궁금했다. 투구꽃에 각시가 붙었으니 투구꽃보다는 작다라는 의미다. 여전히 각시투구꽃은 보지 못하고 대신 투구꽃을 만났다.

꼬깔인듯 투구인듯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것이 감추고 싶은 무엇이 있나보다. 자주색 꽃이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아래에서 위로 어긋나게 올라가며 핀다. 병정들의 사열식을 보는듯 하다. 여물어 가는 가을 숲에서 보라색이 주는 신비로움까지 갖췄으니 더 돋보인다.

꽃이 투구를 닮아 투구꽃이라고 한다. 맹독성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인디언들은 이 투구꽃의 즙으로 독화살을 만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각시투구꽃도 이 독성을 주목하여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집안도 형태적 변이가 심하여 복잡하다. 투구꽃, 세뿔투구꽃, 바꽃, 지리바꽃, 놋젓가락나물, 한라돌쩌귀 등이 있다. 겨우 두 세 종류만 보았고 또 비슷비슷 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 예쁘지만 강한 독을 지닌 투구꽃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독특한 모양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뭔가 감추고 싶어 단단한 투구를 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밤의 열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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