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여인의 손톱에 깃든 봉황
詠金城鳳翔花 영금성봉상화
五色雲問紫鳳翎 오색운문자봉령
隨風何日落寒庭 수풍하일락한정
高飛不復翔天仞 고비불복상천인
留作西風一種馨 유작서풍일종형
금성의 봉상화를 읊다
오색구름 사이 날던 자줏빛 봉황 깃털
어느 바람 타고 찬 뜰에 떨어졌는가?
다시는 천 길 위로 높이 날지 못하고
가을바람에 한 송이 꽃향기로 남았네.
-성현, 허백당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여섯 번째로 등장하는 성현(成俔, 1439~1504)의 시 "詠金城鳳翔花 영금성봉상화"다.
봉선화는 꽃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아 봉선화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봉숭아라고도 한다. 꽃잎으로 손톱에 물들인다고 해서 '染指甲花 염지갑화', 규중 여인들의 벗이라고 하여 '閨中花 규중화'라고도 한다.
이름이 붙여진 것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히 들어와 오랫동안 사랑받던 꽃이다.
조선사람 이옥은 '흰봉선화에 대한 부白鳳仙賦'에서 흰봉선화는 그림의 안료나 술과 음식의 재료, 종기의 치료약 등 다양하게 쓰이는 쓸모가 많은 꽃이라고 했다.
아직도 시골마을을 가더라도 골목길 담장 밑에는 무리지어 핀 봉선화를 볼 수 있다. 손가락에 물들이진 않더라도 여전히 사랑받는 꽃이다.
여름동안 뜰 한구석에 봉선화가 피고 지기를 반복했다. 이미 열매를 달고 익으면 씨앗을 멀리 보낼 준비가 끝난 것도 있다. 내년에도 그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