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꽃과 술과 차와 함께하는 가을
詠菊二首 영국이수
靑帝司花剪刻多 청제사화전각다
如何白帝又司花 여하백제우사화
金風日日吹蕭瑟 금풍일일취소슬
借底陽和放豔葩 차저양화방염파
不憑春力仗秋光 불빙춘력장추광
故作寒芳勿怕霜 고작한방물파상
有酒何人辜負汝 유주하인고부여
莫言陶令獨憐香 막언도령독련향
국화를 읊다 두 수
봄의 신이 꽃 일을 맡아 교묘하게 새겼거늘
어찌하여 가을의 신이 또 꽃 일을 맡았는가?
가을바람 날마다 불어오는데
어디서 따뜻한 기운 빌려다 꽃 피울까.
봄 힘 빌리지 않고 가을빛에 피었기에
차가운 꽃이 서리 겁내지 않네.
술 가진 이 누가 너를 저버리겠는가?
도연명만이 그 향기를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시 "詠菊二首 영국이수"다.
국화는 가을에 무리지어 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품종에 따라 노란색·흰색·주황색 등 다양하다. 2,000여 종이 넘는 품종들이 알려져 있는데, 크기에 따라서 대국·중국·소국으로 구분한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었다.
특히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모든 꽃이 시들어버리는 가을에 핀 모습에 주목하여 은일과 절조를 상징하는 존재로 의미부여를 하며 특별한 관심을 갖었다.
또한 "국화는 차와 술 떡 약 심지어 베개까지 만들어 사용하는 등 그 쓰임이 매우 큰 꽃이다.
내게 국화는 남도민요 흥타령과 함께 한다. ‘창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희야 거문고 청 쳐라/ 밤새도록 놀아 보리라’로 시작되는 흥타령에 등장하는 국화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상으로 자리잡았다.
꽃이 있고 술이 있고 달이 뜨고 거문고 소리 울리며 여기에 벗까지 있으니 무엇을 더하랴. 옛사람들이 국화에 감정이입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꽃도 음악도 지금이 딱 좋은 때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