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란
불갑사 대웅전 옆 우물가에서 정갈한 모습으로 처음 만났었다. 스님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곱게도 피어있었다. 그후로 공원의 화단이나 남의 뜰에서만 만나다 내 뜰에도 들였다.

지난해 바다를 건너는 다리를 지나 바닷바람 맞으며 홍자색의 꽃을 피운 자란을 보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라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고흥 반도의 끝자락과 천사대교를 건너서 만났다.

조직배양을 통해 원예종을 재배되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식물이다. 고운 색감을 전해주며 멋드러진 자태까지 겸비했으니 많은 이들의 눈도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 뜰에 들어온 두가지 색의 자란도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풍성하고 고운모습으로 꽃을 피워 아침 저녁으로 눈맞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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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방울새란
서남쪽 바닷가로 나섰다. 긴 다리를 건너야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기억을 더듬어 찾거나 새로운 곳에 첫발걸음으로 하나 둘씩 눈맞춤하는 과정이 즐겁다.

특이한 이름이다. 방울새는 새의 울음소리가 방울소리처럼 들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홍자색으로 피는 꽃 모양이 이 방울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큰방울새란은 꽃이 닮았는데 크기가 방울새란에 비해서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섬의 수풀 우거진 습지에 하늘보며 꽃잎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서 충분히 짐작되는 이름이다.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긴 다리를 눈앞에 두고서 먼길 달려온 귀한 벗과 함께 귀하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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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난초
여름으로 급하게 가는 숲에는 연이어 내린 비의 흔적이 남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습기가 가득하다. 홀딱벗었다고 소리치는 새의 울음소리 처럼 신비한 생명들이 때를 기다렸다 올커니하고 나타나는 때이기도 하다.

한적한 숲에 홀로 우뚝 서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연한 자줏빛이 도는 갈색으로 피는 꽃이 꽃봉우리를 만들어 아래를 향해 서 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 새들이 먹이를 찾듯 자잘한 꽃이 얼굴을 내밀고 아우성이다.

약난초라는 이름은 옛날부터 한방에서 위염, 장염, 종기, 부스럼 등의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탐스럽고 진달래꽃과 같은 색으로 고운 꽃을 많이 피우기 때문에 두견란杜鵑蘭이라고도 부른다.

꽃을 찾아 다니다보면 무엇이든 시간과 장소가 적절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인연'이라는 꽃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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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무꽃
할 말이 많은듯 하지만 그 말이 시끄럽거나 원망섞인 아우성은 아니다. 봄날 살랑거리는 햇볕마냥 경쾌한 감탄사 정도로 탄성을 내뱉는다.

자주색의 꽃이 꽃대에 모여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색감이 주는 강렬함에 이끌려 눈맞춤하지만 특이한 모양도 은은한 향기도 매력적이다.

골무꽃, 독특한 이름이다. 골무는 옛날 여인들이 바느질을 할 때 손가락에 끼고 바늘을 꾹꾹 누르던 것을 말한다. 이 꽃의 열매를 감싸고 있는 꽃받침통의 모양이 그 골무를 닮았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골무꽃, 광릉골무꽃, 산골무꽃, 그늘골무꽃, 좀골무꽃, 구슬골무꽃, 흰골무꽃ᆢ등등 복잡한 집안의 꽃이라 고만고만한 차이로 구분이 쉽지 않다.

머리를 우뚝 치켜세운채로 고고한 자태가 돋보이는 모습에 어울리는 '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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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실익을 두루 갖춘 양귀비楊貴妃꽃

馬頭初見米囊花 마두초견미낭화

말머리서 처음으로 미낭화를 보았네

독특한 모양에 화려한 색이다. “일년생 풀꽃 중에 가장 요염한 것이 양귀비꽃이다. 식물학에서는 이것을 앵속화(罌粟花)라고 부른다. 무릇 십여 종이 되며, 그 빛깔도 녹색과 황색, 홍색과 남색 외에 연분홍 등 별별 잡색이 다 있다.” 양귀비의 다른 이름으로 미낭화(米囊花)가 있다.

양귀비꽃의 “한 종류로 꽃과 잎의 자태가 모두 아름다운 이른 바 우미인초(虞美人草)란 별명을 가진 것이 있다. 일찍이 송나라의 문인 남풍(南豊) 증공(曾鞏)이 장편의 시를 노래한 것이 있다. 양귀비꽃이 우리나라로 수입된 지도 오래일 텐데, 오늘날까지 시 한 수 노래 한 마디 전해오지 않는 것을 보면 완상용으로 널리 재배하게 된 것은 이 근래의 일인 듯 하다.”

“양귀비는 꽃으로 감상할 뿐 아니라, 잎사귀도 어렸을 때는 따서 채소로 먹을 수 있다. 열매는 과자와 기타 요리에도 쓸 수 있으며, 씨앗의 껍질은 약재로 쓰여, 꽃과 잎과 열매와 씨와 씨의 껍데기까지도 하나 버리는 것이 없다. 참으로 재미와 실익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꽃이라 하겠다.”

“다만 사람을 마취시키는 마약인 아편이 양귀비 열매에서 나온 액체임을 생각하면 그 해독 또한 매우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양귀비의 잘못이겠는가, 아니면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이겠는가?”

오늘날에는 양귀비의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 화려하고 요염한 모양과 색에 주목한다. 꽃양귀비나 개양귀비라는 원예종이 보급되고 많은 곳에서 가꾸어 큰 꽃밭을 만들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진은 내 뜰에 핀 개양귀비꽃들이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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