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말나리
붉은 속내를 드러내고서도 당당하게 하늘을 본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부끄러워 더 붉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늘 그렇게 얼굴 붉어지는 것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 부끄러움 알기에 깊게 갈라진 붉은 꽃잎에 살포시 점하나 찍어두었다.

한여름에 피는 꽃은 황적색으로 원줄기 끝과 바로 그 옆의 곁가지 끝에서 1~3송이씩 하늘을 향해 달려 핀다. '말나리'와 다르게 꽃은 하늘을 향하고 꽃잎에 자주색 반점이 있다. 크게 돌려나는 잎과 어긋나는 잎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의 식물도감에 의하면 '나리'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 중에서 '하늘'이 붙은 것은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고, '땅'은 꽃이 땅을 향해 핀다는 뜻이다. 그리고 '말나리'가 붙은 것은 동그랗게 돌려나는 잎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하늘을 향해 꽃이 피는 돌려나는 잎을 가진 나리가 '하늘말나리'다. '순진', '순결', '변함없는 귀여움'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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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양지꽃
여름날 높은 산에 오르면 바위틈에서 만나는 꽃들이 있다. 그중 노랑색으로 빛나는 꽃을 만난다. 돌과 바위 틈에서 위태롭게 살아가지만 활짝 피어 반가운 미소로 산에 오르는 이들을 맞이해 준다.

이른봄 노랑색으로 봄의 온기를전해주는 꽃으로 양지꽃이 있다. 양지바른 곳에 핀다고 양지꽃이다. 그 양지꽃 닮은 것이 돌 위에서 핀다고 돌양지꽃이다. 한여름 주로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매년 빼놓치 않고 오르는 노고단과 가야산에서 만난 모습들이다. 안개와 습기가 많은 곳이라 어우러지는 멋진 풍경을 보며 산에 오르는 고단함을 달래기에 좋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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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꿩의다리
키 큰 풀이나 나무들로 가려진 여름 숲의 반그늘 또는 햇볕이 잘 드는 풀숲에서 자란다. 이른바 꿩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여름숲에서 만나는 특별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가느다란 꽃잎이 작은 꽃받침 위로 우산처럼 펼쳐지며 핀다. 하얀색이 기본이라지만 환경에 따라 붉은빛을 띄기도 한다. 다른 꿩의다리에 비해 비교적 일찍 피는 녀석이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꿩의다리라는 이름을 가진 것으로는 은꿩의다리, 큰잎산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참꿩의다리, 꿩의다리, 연잎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등 많은 종류가 있다. 꽃의 색이나 꽃술의 모양, 잎의 모양으로 구분한다지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식물을 대하다 보면 작은 차이를 크게 보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좁혀 보고 깊게 봐야 알 수 있는 세계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꽃을 보며 사람사는 모습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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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나라 아가씨의 사랑, 연꽃

상주(尙州) 함창(咸昌)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큰 애기.
연밥 줄밥 내 따줄게
요 내 품에 잠들어라.
잠들기는 늦잖아도
연밥 따기 한철일세.

“오늘날까지 남부 지방에 유행하는 민요 채련곡(採蓮曲)이다. 연꽃이 드문 조선에서는 모를 낼 때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종의 운치라면 운치인 셈이다.”

“연꽃은 본래 인도에서 나는 것으로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 땅에 들어와서는 불교를 떠나 아주 현세화하여 중국 남방의 오나라나 월나라 아가씨들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리하여 연꽃이라 하면 벌써 연밥 따는 아가씨를 생각하게 하는 동시에 채련곡을 떠올리게 된다.”

“서울에도 옛날에는 남대문과 서대문 밖에 연지(蓮池)가 있었고, 동대문 안쪽에도 연지가 있었다. 또 각 성읍에도 반드시 이러한 연지가 있어 뜻하지 않은 재변을 방비하는 한편 풍치의 미관을 도우려고 했던 것이니 이른바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그중에서도 앞서 말한 상주 공갈못의 연꽃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였다. 경기지방에는 수원의 방축 연(蓮)과 황해도 지방에는 해주 부용당(芙蓉堂)의 연이 유명하였다.”

贈折蓮花片 증절연화편
初來灼灼紅 초래작작홍
辭枝今幾日 사지금기일
憔悴與人同 초췌여인동

연꽃 한 송이를 꺾어 주시니
처음엔 불타는 듯 붉었더이다.
가지를 떠난 지 며칠 못 되어
초췌함이 사람과 다름 없어요.

“고려 충선왕이 사랑하던 원나라의 미녀에게 연꽃 한 송이를 꺾어주며 석별의 정을 표시했던 일화는, 그녀가 충선왕에게 올린 사랑의 노래와 더불어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미녀가 노래한 시다.

*무안 화산 백련지나 전주 덕진 공원의 풍성한 연꽃도 좋지만 한적한 시골 어느 조그마한 웅덩이에 핀 한 두 송이 연꽃에 마음에 더 간다. 특별한 까닭이 있다기보다는 연꽃이 주는 이미지가 그것과 어울린다는 생각에서다. 올해는 그 정취를 느끼지도 못하고 제 철을 넘기고 말았지만 홀연히 늦게 핀 한 송이 연꽃이라도 만나는 호사를 누릴 기회를 아직은 놓지 못하고 있다.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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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란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보았던 꽃을 북쪽으로 올라가서 만났고 올해는 지리산 자락에서 보았다. 귀한 녀석들이 주변에서 발견 된다는 것이 다행이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의 꽃이 황홀하다. 작지만 여리지 않고 당당하게 섰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리보고 저리보고 위 아래 다 구석구석 훒는다. 이런 오묘한 색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잎이 없고 "자기 힘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생물을 분해하여 얻은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여 생활하는 식물"인 부생식물이라고 한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대흥란이라는 이름은 최초 발견지인 전남 대둔산의 대흥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봤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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