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계절 변함없이 푸른 치자梔子

梔子非名品 치자비명품
猶能傲嚴寒 유능오엄한
枝枝森宿翠 지지삼숙취
顆顆粲神丹 과과찬신단

치자는 명품은 아니지만은
엄동설한 오히려 견딜 수 있네.
가지마다 푸른 빛 가득하더니
주렁주렁 신단(神丹)이 찬연하여라.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의 시다. 치자가 꽃도 꽃이지만 겨울까지 잎 지지 않고 늘 푸른 것을 찬미하였다.

“치자는 꽃으로는 그리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향기는 아주 강열하여 여러 꽃 가운데 특별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꽃은 인도나 중국과 일본에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꽃 기르는 사람이 재배하여 관상용으로 내놓을 뿐이다.”

“강희안은 《양화소록》에서 치자에게는 네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했다. 꽃 빛이 흰 것이 그 한가지이고, 향기가 맑은 것이 한가지이며, 겨울철에 잎이 지지 않는 것이 한가지이고, 또 열매를 노란색 물감으로 쓰는 것이 그 한가지이니, 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라고 했다.”

어딘가에서 좋은 향기가 달려든다. 주변을 살펴 하얀색의 꽃이 제법 크게 피어있는 것을 찾았다. 하얀색의 꽃 색도 좋고 주황색의 열매 색깔도 좋다지만 무엇보다 그 은근한 향기가 매혹적이다. 열매를 통한 치자 물을 식용 물감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열매를 이용해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결국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내 뜰에도 들였다. 언제쯤이면 꽃을 볼 수 있을까?

*문일평의 '화하만필'을 정민 선생이 번역하고 발간한 책, '꽃밭 속의 생각'에 나오는 꽃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꽃 피는 시기에 맞춰 내가 만난 꽃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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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조희풀
그곳에 가면 어김없이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안다. 대상이 무엇이든 마음에 깃든 믿음이 전해주는 그 무엇.

산에 오르기 전 가야할 길의 꽃지도가 머리속에 펼쳐진다. 구석구석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만 늘 새로운 모습을 찾는 것도 멈출 수 없다. 볼 수 있기를 바라고 보았을 때 반갑고 다음에 다시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렇게 걷는 길에서 만나는 꽃 중에 하나가 이 병조희풀이다. 닫힌듯 열린 짙은 하늘색 꽃이 피었다. 깊은 속내를 다 보여줄 수 없다는 다짐을 하듯 단호함 마져 보인다.

나무지만 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렇게 부른 이유를 아직 알 수 없다. 가까운 식물로는 자주조희풀이 있지만 실물을 보지는 못했다. 언젠가 불쑥 볼 날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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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나섰다.

나란히 가는 길이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지도 않으니

그저 제 속도로 가면 된다.

일정한 거리를 두었으니

더하고 덜할 일도 없다.

잠시 쉬어도 하고

등지거나 마주봐도 좋고

은근히 지켜봐주면 되며

때론 한눈 팔기도 한다.

지나온 흔적이

앞길을 방해하지 않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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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나물
갈망이다. 중심을 세우고 그 둘레를 매워 하늘향한 간절함을 담았다. 제 몸을 불살라 그 빛으로 주위를 환하게 물들이는 수고로움도 기꺼이 받아들린다.

눈맞춤하는 동안 주변을 서성이며 이리도 보고 저리보며 생김새를 살피는 까닭은 내 안에 꿈틀대는 그 무엇을 이 꽃에서 찾은듯 싶었기 때문이다.

'물레나물'은 전국의 산과 들의 햇볕이 잘 드는 곳, 반그늘이나 그늘에서도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6-8월에 줄기와 가지 끝의 모여 피며, 노란색이다. 노란색의 꽃잎이 화려하며 많은 수의 수술이 다섯 묶음으로 난 특징을 지닌다.

'물레나물'이라는 이름은 꽃잎이 물레처럼 비틀어져 있어 물레나물이라고 한다. 물레나물 꽃은 햇빛이 직접 닿아야만 피는 습성이 있어 유독 나비와 벌이 많이 찾는 꽃이라고 한다.

어린시절 냇가에서 풀잎으로 물레방아 놀이를 하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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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겹으로 쌓였다.
바람이 지나가는 틈으로 빗물도 스며들었으리라. 그 품에 들고났던 새들의 노랫소리 또한 끊이지 않았고 드문드문 사람의 발자국 소리도 들었으리라. 칠흑같은 어둠, 새벽의 고요, 해뜨는 시간의 설렘, 별이 총총한 밤하늘, 뜨거운 햇볕과 차가운 눈보라ᆢ.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나무의 안과 밖에 흔적을 남겼으리라.

거부할 수 없었던 시간의 무게가 자신을 키위온 힘이었다. 내어준 만큼만 받아들었고 버겁지 않을 만큼의 틈을 내었다. 시간이 전하는 말에 귀기울었고 내면의 울림을 흘려보내지 않았다.

돌아보니 모든 순간이 다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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