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묻혀 사는 동안'
단풍이 들고 지는지도 몰랐다. 자연과 늘 함께한다고 여기며 살았는데, 눈 녹지 않은 이른 봄부터 다시 그 눈이 내리는 때 까지도ᆢ. 시시때때로 찾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고 소리치며 혼자 잘 놀았다.

꽃 찾아다니고 꽃 속에서 놀다 그 꽃의 색과 향기에 취해 자신을 잃어버린 것일까? 무엇이든 익숙해진다는 것이 이렇게 허망한 것임을 알면서도 또 마음에게 당했다.

그사이 환영받지 못하는 장마에 더디가는 가을을 탓하며 버거워했고,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찬바람부는 겨울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른 첫눈과 함께 허망하게 와버린 겨울은 제 색을 잃고 봄인양 아양떨고 있다.

오늘도 봄볕마냥 햇살은 눈부시고 그 햇살에 취해 난, 또 이렇게 허망하게 겨울 한철을 보내버릴 것인가.

내일은 길을 나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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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고 싶은 볕이 가득한 시간이다. 몸이 원하는 온기와는 달리 코끝이 찡하는 차가움을 기다리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마음의 반응이리라.

천년의 시간을 품은 느티나무 잎이 마지막 볕을 품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가 세상에 나와 시나브로 품었을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마지막 의식이다.

볕 좋은날, 절기를 외면하려는듯 햇볕이 가득하다. 조금은 거리를 두었던 사이가 가까워져야 할 때임을 아는지라 귀한 볕을 한조각 덜어내어 품에 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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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가볍기가 솜털 같고

마음은 무겁기가 태산 같고


산을 넘고자 하나

발이 붙잡힌 이는

고개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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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냉기를 품은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풀어진 웃깃을 여미면서도 그리 싫지는 않다. 그저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당부가 같아서 찬바람이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꽃에 앉아 계절을 건너온 이야기를 전하는 벌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바람 끝에 도착한 안부에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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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나무
때를 놓치고 보지 못한 꽃이 한둘이 아니다. 시나브로 꽃놀이를 다니지만 볼 수 있는 꽃은 한정되기에 늘 놓치게 된다. 이렇게 놓친 꽃에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열매로 집중되는 식물이 제법 많다. 이 나무도 그 중 하나다.

여름에 피는 꽃을 놓친 이유 중에 하나는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 조그마한 꽃이 잎 속에 묻히는 것도 있다. 마주나는 잎 겨드랑이에서 피기에 유심히 봐야 보이는 꽃이다.

작살나무의 가지는 정확하게 서로 마주나기로 달리고 중심 가지와의 벌어진 정도가 약간 넓은 고기잡이용 작살과 모양이 닮았다. 작살나무라는 다소 거친 이름이 붙은 이유라고 한다. 비슷한 나무로 좀작살나무가 있는데 꽃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지만 열매를 보면 금방알 수 있다.

단풍 들어 산도 그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요란한 때를 지나고 나서야 주목을 받는다. 그 틈에서 보이는 열매들이 초겨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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