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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
문현선 외 지음 / 이미지박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대금공부를 시작한지 이제 1년6개월이 지났다. 요즘은 소리 나는 재미에 빠져 지낸다. 연령, 직업, 성별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 다르지만 차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좋다. 하루는 40대 후반의 한 남자가 5년 전에만 시작했어도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 중 이미 60이 훌쩍 넘긴 사람이 무엇을 시작하기에 지금 이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빠를 때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소망하는 것을 미루다 보면 훌쩍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그러면서 늘 후회를 하게 된다.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의 저자 홍황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리 평범한 삶은 아니다. 중국의 저명한 민주인사 장스자오(張士釗)의 외손녀이자 유명한 외교가이면서 작가인 장한즈(章含之)의 딸, 저명한 외교관 차오관화(喬冠華)의 양녀이며 유명한 영화감독 천카이거(陳凱歌)의 전처 등, 홍황은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의 후광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배경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홍황이 살아온 삶에서 그녀만이 가지는 자유스러운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
목적 없는 삶의 유쾌하고 통렬한 즐거움!
목적없는 삶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저자의 삶에서 보여주는 자유분방한 사고와 거침없는 표현력, 남다른 시각과 솔직함 등은 저자 홍황의 살아온 삶이 곧 이 책의 제목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 둬]라는 말로 표현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주제인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 그대는 나의 도시남, 불건전한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정신, 나한테 물어봐 등 제목 자체가 다분히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표현들이다. 중국인 또는 현대 여성이라는 시각에 머물지 않고 그 속에서 보편 타당성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저 꾸밈없이 인생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살아가라고 주장한다.
저자 홍황이 말하는 목적없는 삶이란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의해 무시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라 볼 수 있다. 목적을 위해 간과되어온 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유행에 뒤처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면서도 미니멀리즘을 죄악이라고까지 말한다든지, 마음대로 옷을 벗어던지고 설거지도 미루는 진짜 편안한 생활을 즐기라고 외친다. 남자를 제대로 붙들어놓을 수 있고 원하는 남자를 얻을 확률이 높은 여자는 알파걸이 아니라 천상여자라고 말하는가 하면, 예쁘지만 성질이 더러운 여자들이 늘 남자들에게 대접받으며, 착하다는 것은 여자에게 큰 단점이고, 착하면 결국 불행해지는 시대라고 조소한다.
S라인 몸매가 최고의 미덕인 양 몸매 가꾸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 여성들에게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며 한마디를 남긴다.
Get a Life, 인생을 좀 즐겨봐
홍황이 누려왔던 많은 것들은 명문가의 불량 딸이기에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건보다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조건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지려는 마음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았을 때 비로써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겠다.
나를 아는 지인들은 말한다. 음주가무에 능하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는 내 생활을 보면서 [심심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난 심심할 틈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고 그것들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있다. 다분히 성과지상주의적인 이야기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있다. 목표를 이워가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많은 일들 그 속에 자아를 실현할 순간이 있다고 본다면 비록 좋지 못할 결과였더라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그 삶은 풍요로울 것이다. 인생을 좀 즐겨봐! 그러한 삶은 누구나 소망하는 삶이 아닌가 한다. 무엇을 하기위해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에서 가장 빠른 시간이라는 말이 뇌리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