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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약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어느날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된 꽃앓이가 해가 지날수록 잠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져만 갔다. 꽃이 필 때가 되면 수시로 검색하며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리다 마음졸이며 몇 해가 지났다.

그러는 사이 한 해에는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꽃봉우리 맺힌 것을 보았고 이듬 해에는 같은 길 다른 곳에서 꽃이 진 후의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숨바꼭질 만 하다 정작 꽃은 보지 못하고 말았다.

지난해에 문득 꽃친구가 몇 년 전에 올렸던 꽃사진을 찾았고 바로 전화를 걸어 꽃소식과 함께 보러가자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에서 수줍게 핀 꽃을 처음으로 만났다.

재배하는 작약과는 다른 종류다. 깊은 산에서 자라며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잎의 뒷면에 털이 난 것을 털백작약, 잎의 뒷면에 털이 나고 암술대가 길게 자라서 뒤로 말리며 꽃이 붉은색인 것을 산작약, 산작약 중에서 잎의 뒷면에 털이 없는 것을 민산작약이라고 한다."

곱고 우와하고 단정하다. 달리 무슨 말을 더할 필요가 없다.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넋이 나갈 정도로 매력적이다. 갈증은 해소했으나 그리움이 커졌다. 꽃 필 무렵이면 산 넘고 물 건너 올 꽃소식에 목이 길어질 것이다.

귀한 마음 덕분에 올해는 편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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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초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땅에 풀들이 나서 파릇해질 무렵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보라색 꽃들이 여기저기 뭉쳐있다. 초록색의 풀들 사이에 있으니 더 빛난다. 어느덧 제 자리를 잡아가는 나무 사이사이 빈 공간에 민들레, 제비꽃, 광대나물들 틈 사이에 자리잡았다. 유독 작은 키지만 금방 눈에 띈다.

서리가 이슬로 바뀐 봄날 아침 털어내지 못한 이슬을 쓰고 피었다. 이슬방울과 어울어져 더 짙은 색으로 싱그럽게 다가온다. 무리지어 있기에 더 주목하게 된다. 하나하나 뜯어봐도 개성이 살아있지만 모여 그 특별함을 돋보이게 한다. 나약하고 여린 생명들이 사는 방법이다.

가지조개나물, 금란초, 섬자란초라고도 부르는 금창초金瘡草는 쇠붙이로 된 창, 화살, 칼 등으로 입은 상처가 난 곳에 이 풀을 뜯어 발라 치료 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때가되면 피고진다. 지금 내 뜰에 지천으로 깔렸다. 땅과 붙어서 자라는 쓰임새가 다양한 금창초는 '참사랑', '희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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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나물
볕 좋은 곳에서 잎도 없이 꽃대만 불쑥 올렸다. 국화 닮은 꽃을 무슨 할 말이 많아서 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는 것일까. 그 타박이 쑥스러웠는지 가을엔 폐쇄화로 핀다.

솜나물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봄과 가을 전혀 다른 모습이다.

4~5월에 피는 봄꽃은 긴 꽃자루 끝에 백색에 가까운 연한 자색을 띠며, 꽃잎 뒷면도 자색을 띤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어린순은 식용으로 쓰인다.

솜나물은 식물체 전체에 거미줄 같은 털이 솜처럼 붙어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발랄'이라는 꽃말은 봄 가을 전혀 다른 모습의 생태에서 연유된 것은 이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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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
연분홍 진달래가 지고 산철쭉이 피기 시작하면 꽃을 찾는 눈길은 땅에서 높이를 점차 높여간다. 그럴때 아직은 아니라는듯 키는 작지만 특이한 모양과 강렬한 색으로 눈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삼각형 모양의 보라색 길다란 꽃잎에 선명한 무늬를 새기고 하늘을 향해 마음껏 펼쳤다. 꽃줄기 하나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린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양지바른 곳에 주로 자라며 큰 군락을 이루는 곳은 별로 없고 대부분 군데군데 모여 핀다.

붓꽃 종류 중 가장 먼저 피고 키가 가장 작기 때문에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귀엽고 이쁘다고 '각시붓꽃'이라 한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봄이 가기 전 꽃과 잎이 땅에서 모두 없어지고 만다. 옮겨 심는 것을 싫어하는 품종이어서 가급적 자생지에서 피어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다. 같은 시기에 노랑색으로 피는 금붓꽃과 함께 숲으로 마음을 이끄는 꽃이다.

비슷한 꽃으로 넓은잎각시붓꽃이 있다. 현장에서 두 종류를 비교하면서 보고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서로 닮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이름이다.

피는 모습에서 연유한 듯 '기별', '존경', '신비한 사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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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나물
가던길 다시가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러다 문득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바로 앞에 있다. 꽃을 보는 일만 그러한 것이 아님을 알아간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일도 마찬가지로 예쁘고 선한 마음으로 문득 그렇게 내 앞에 있다.

좌우대칭으로 조화를 이룬다. 짝수의 어울림도 홀수의 어긋남도 자연 속 그대로의 모습은 다 조화롭다. 거기에 빛의 어울림이 반영되어 빛남과 깊이까지 함께 한다. 이 만남이 이뤄내는 모습에서 인간이 창작한 그 모든 것의 원형은 자연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삿갓나물이라는 이름은 잎이 돋아난 모양이 꼭 삿갓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늦봄에 피는 꽃은 녹색이나 한가운데는 노란색이며, 잎 중앙에서 꽃대가 길게 나와 1개의 꽃이 하늘을 향해 핀다. 잎이 7개 정도 되고 꽃줄기가 하나 올라온 것으로부터 '칠엽일지화'라고도 부른다.

독성을 지닌 것이 나물이라는 이름을 얻어 걱정스런 마음일까? '근심'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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