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하나를 보고자 길을 나섰다. 높은 산에 피기에 보려면 높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함박꽃나무다.


느린 걸음이지만 눈은 쉴사이 없이 두리번 거린다. 꽃 피었다는 소식에 때론 안절부절 못하고 기어이 보고야말겠다는 욕심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중이다. 인연이 닿아 볼 수 있는 것은 보고 지나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오늘 나선 길에서도 제법 여러가지를 보긴 했지만 아직 이름 모르거나 알고도 잊은 것도 있고,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물을 첫 대면하는 인연도 있다. 매화노루발이 그것이다.


일년전 같은 시기에 같은 길을 걸었다. 걸리는 시간도 비슷하고 본 식물 역시 비슷하지만 봄 가뭄이 심하고 일찍 시작된 더위 때문인지 꽃 상태가 지난해 보다 못하다.


노각나무 꽃은 뒷산에서 꽃무덤으로 만나야겠다.


함박꽃나무

다래

사람주나무

때죽나무

박쥐나무

산골무꽃

백당나무

미나리아재비

고광나무

산딸나무

매미꽃

매화노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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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산(575m)에 올랐다. 사람을 밀어내지 않은 고만고만한 산들 사이에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분주한 일상을 산다. 발 아래 펼쳐진 풍경이 시원하다. 높은 산이 부럽지 않은 풍경이다.

백아산에서 모후산, 만연산, 무등산을 지나 병풍산, 용구산, 추월산에 이르는 하늘이 옅은 구름 속에서 햇살을 품었다.

이제 숲은 여름이다. 우거진 풀은 길을 막고 하늘을 가린 나뭇잎은 겨우 햇살이 스미는 틈만 벌렸다. 숲에서 부는 바람에 찬기운이 서려 있는 것이 숲의 향기와 어우려져 심호흡하기에 적당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맑은 숲 향기를 담는다. 산에 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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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박이 쓸고간 자리다. 어제 저녁 잠깐 사이에 쏟아진 우박으로 옥수수, 고추, 깨, 상추, 가지, 호박을 비롯한 거의 모든 밭작물은 쑥대밭이 되었으며, 자두, 매실, 복숭아, 사과, 포도 등 열매가 열린 모든 과일나무의 열매는 다 떨어졌고, 잎 달린 식물은 잎을 찟기고 떨구었다.


하느님이 하신 일이니 어쩌겠냐는 앞집 할머니의 얼굴엔 망연자실 딱 그것이다. 가물어 비를 기다렸던 농부들의 가슴에 깊은 골이 패였다. 성한 것 하나 없는 밭을 보는 마음이 애리다.


또가원 역시 마찬가지다. 텃밭은 뭉개졌고 열매는 떨어졌으며 그 화사했던 꽃은 처참하게 뭉개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회복될까. 골목길 대문 앞에는 아직도 우박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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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0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박이 매우 많이 쏟아져 내리더군요.. 많은 피해가 있는듯해서 안타깝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

조창훈 대금정악연주회

2017. 5. 30 오후 7시
국가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


*프로그램
-대금제주 '도드리'
-생 소병주 '수륭음'
-합주 '하현,염불도드리,타령,군악'
-대금독주 '상령산'
-여창가곡 '우락, 편수대엽'
-대금중주 '경풍년'
-대금제주 '함녕지곡'


*아담한 공간에서 정제된 음악이 가득하다. 적막을 불러오는 리듬이 가슴을 뚫어 연주자와 객석을 하나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오직 연주자만의 준비된 시간으로 채워져가는 무대는 그래서 더욱 귀한 공감을 불러온다.


굳이 들어주는 이 없어도 연주자의 마음가짐은 오롯이 소리에 담긴 음으로 전해지기에 정악만이 가지는 맛이 더욱 깊다.


정악,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귀한 시간 함께한 마음에 넉넉함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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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 여름으로
녹음이 짙어진 숲에 이미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숲 향기가 가득하고 걷는 발걸음도 그리 느긋해서 좋다.


5월 끝자락의 숲엔 아찔한 향기를 전하는 때죽나무 향기로 가득하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라 봄꽃은 이미지고 없고 여름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드문드문 보이는 꽃들로 꽃에 대한 열망을 채우기에는 부족한 때가 지금이다. 그래도 어디냐. 볼 수 있고 이름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더 무엇이 필요할까.


함박꽃, 노각나무 꽃 피는 6월을 기다린다. 그때는 무등산이다.


백아산 하늘다리

때죽나무

꿀풀

쥐오줌풀

매발톱

노루발풀

삿갓나물

백당나무

고광나무

매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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