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벌린걸까? 뜰의 잔디가 경계를 넘어 화단으로 세력을 확장한다. 부분 부분 잠식해 들어가는 힘이 대단하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화단의 식물들이 터전을 잃을 판이어서 더 늦기전에 골를 파고 기왓장으로 경계를 두텁게 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나 한시름 놓는다.


구름 한점 없는 파아란 하늘이 높아만 간다. 곧 가을이 뜰까지 내려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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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것도 아니고 안오는 것도 아닌 비와 동행하며 느즈막히 일어나 동네 산책을 했다. 걷기에 참 좋은 날이다.


동네를 골목길을 돌아 대나무밭을 통과하고 언덕에 올라 마을이 내려다보다 저수지 옆길에서 산으로난 길을 걸었다. 비 탓인지 논과 밭엔 아무도 없고 간밤에 내린 비는 스스로에게 딱 필요한 만큼씩만 가져갈 것같은 식물들에게도 좋고 시원한 기온이 걷기 나서는 내게도 좋다.


뜰 사잇길에 난 풀까지 뽑고 나니 남은 휴일이 여유롭다.


박주가리

흰망태버섯

애기나팔꽃

녹두


좀고추나물

계요등

사위질빵

며느리밑씻개

아까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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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여름꽃
지리산 노고단 인근의 여름꽃은 익숙한 기다림으로 만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난 꽃과의 만남이 주는 순간의 눈맞춤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원추리, 병조희풀, 송이풀, 둥근이질풀, 흰이질풀, 꽃며느리밥풀, 산오이풀, 오이풀, 긴산꼬리풀, 짚신나물, 도라지모시대, 층층잔대, 동자꽃, 돌양지, 곰취, 참취, 바디나물, 뻐꾹나리, 술패랭이, 톱풀, 기린초, 마타리, 좀고추나물, 여로, 지리산터리풀, 함박꽃, 물봉선, 노랑물봉선, 미처 이름 불러주지 못한 꽃까지ᆢ.


마음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 꽃을 보고싶은 욕심이 과해지면 억지를 부리게 되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탐탁치않아서 서두르지 않기로 한 까닭이다. 마음에 조급함이 있어 꽃을 보고자 했던 첫마음에서 멀어져간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한다.


꽃과 숲, 그 사이를 거닐며 오롯이 자신과 함께한 시간이 좋다.


병조희풀

도라지모시대

층층잔대

둥근이질풀

돌양지꽃

곰취

산오이풀

산긴꼬리풀

지리터리풀

송이풀


흰이질풀

술패랭이

톱풀

함박꽃나무

뻐꾹나리

노랑물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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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17-08-12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이름의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 자체는 꽃처럼 이쁘네요!

무진無盡 2017-08-13 21:29   좋아요 0 | URL
꽃이름 같지 않은 엉뚱한 이를들도 많더라구요~
 

남덕유산(1507m)을 올랐다. 25년 전 즈음 향적봉을 처음으로 오르고 간혹 무주 구천동 계곡이나 휴양림, 스키장을 갔지만 정상을 올라볼 생각은 안했으니 기억 저편에 묻혔다고 해도 좋을 덕유산이다. 그 덕유산을 꽃 볼겸 해서 다시 오른 것이다.


이른아침 출발 낯선길을 나섰다. 출발지점에 도착하니 벌써 주차된 차들이 제법있다. 도착 하자마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이슬비가 내리고 마침 같이 출발하는 팀이 있어 다행이다. 입구에 도착하고 먼저 출발했다. 다소 험한 길을 더위를 식혀주는 이슬비와 함께 느긋한 걸음으로 오르고 또 오른다. 간혹 내려오는 이들과 인사 나누는 것으로 지친 몸을 쉬어가기도 했다. 결국 정상까지 혼자다.


산을 오르자 비는 멈추고 안개세상이다. 발 아래 아무것도 없다. 바로 앞 봉우리도 안보인다. 길을 따라 걷고 보이는 꽃과 눈맞춤 한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서봉에 이르는 능선이 꽃들의 세상이다. 더딘 걸음을 자꾸 멈추게하는 꽃과의 만남은 서봉에 올라서니 절정이다.


만개한 원추리부터 긴산꼬리풀, 바위채송화, 돌양지꽃, 도라지모싯대, 단풍취, 동자꽃, 참바위취, 난장이바위솔, 구름체, 흰여로, 물봉선, 좀꿩의다리, 산수국, 곰취, 흰송이풀, 노루오줌, 일월비비추, 산오이풀, 가는장구채, 말나리, 중나리 그리고 솔나리까지 이름을 알지 못해 미안한 꽃까지 안개 속 천상의 꽃밭이다.


먼 곳에서 고향사람 만났다고 걱정해주는 사람에 울굿불굿 꽃처럼 이쁜 사람들 속에서 8시간을 걸었지만 적당히 피곤한 몸이 오히려 기분 전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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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濯足'
더위를 피하는 이 만한 방법이 또 있을까. 궁여지책으로 집에서 대야에 물을 떠놓고 발을 담그는 것은 세족洗足을 한다하더라도 그늘진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쫓는 탁족의 그 맛과 멋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는다"

굴원(屈原)의 이 고사에서 유래한 이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신을 벗고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씻어본 사람들은 다 공감할 수 있는 감흥일 것이다.

옅은 안개로 덮힌 하늘아래 바람도 잠들어 무더위에 갇혀버린 초복에 탁족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지사가 아닐런지. 상상만으로도 충분한 탁족의 세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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