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배반


봄이 와 있다
잔디밭에 봄이 와 있다.
어, 어, 저것봐!
저 햇빛 좀 봐!
매화가지 끝에 꽃망울이 터지 잖아?
내가 나를 배반한 것 같은
봄이


나는 무섭다.


*김용택의 시 '배반'이다. 긴 겨울 끝에 봄을 맞이하고픈 간절함을 이토록 역설적으로 그려놓은 시가 또 있을까. 무심히 온듯 싶은 봄이지만 모든 생명이 수고로움으로 애쓴 결과다. 봄을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도 이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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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볕 좋은날 느긋한 주말을 봄마중 나갔다. 궁금한 몇가지 꽃들의 만나기 위해 비워둔 시간이라 급할 것도 없이 나선 길이다. 이제 시작되는 나무와 풀의 몸풀이가 궁금하다.


변산바람꽃 앞엔 꽃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쓸고 닦고 치우고 말끔해진 자리에 돗자리까지 펼치고 심지어 물까지 뿌려대며 대포를 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틈에 겨우 눈맞춤 한다. 싹이 나고 꽃봉우리 맺고 활짝피고 이제는 시든 모습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그것으로 위안 삼는다.


잘 찍은 사진 속 야생화는 분명하게 좋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써서 식물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다. 인위적으로 꾸민 사진인지 아닌지 말이다. 잘 찍힌 사진 속 야생화보다 우선되는 것은 야생화들의 삶이고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다시 보고 싶으면 그 터전을 보호해야 한다. 내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기를ᆢ.


남도는 이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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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 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롭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든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오규원의 시 '봄'이다. 기다림이 간절히질수록 대상은 더디오는 것이더라구요. 겨울의 끝자락 2월 마지막 날에 봄을 기다라는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또가원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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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의 시 '풀꽃2'다. 계절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봄은 언제나 더디온다. 긴 겨울을 건너온 탓도 있지만 봄을 맞이하는 마음 속에 '알아가는'이 있기 때문이다. 봄은 무엇을 알기 위한 시간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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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福壽草'
겨울 끝자락에 잦은 눈이 싫지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먼데서 들려오는 꽃 피었다는 소식에 자꾸 먼데로 가는 마음을 눈이 내려 애써 다독인 까닭이었다.


꽃 보니 욕심이 저절로 생긴다. '설련화', '얼음새꽃'이라는 이름에 맞게 눈 속에 핀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마침 눈도 내렸기에 설렘 가득담은 발걸음에 귀한 모습과 눈맞춤 했다.


"꽃철 질러온 게
죄라면 죄이리"


*홍성란의 시 '복수초'의 일부다. 서둘러 향기를 피웠으니 눈을 뒤집어 쓴다고 대수랴.


봄이 오는 속도보다 자꾸만 서두르게 되는 마음의 속도를 탓하지도 못한다. 간혹 들리는 꽃소식에 이미 봄맞이로 벙그러진 얼굴에 향기 넘치는 미소가 머문다. 꽃 보러 길 나서는 마음으로 현재를 살면 일년 삼백예순날 내내 꽃으로 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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