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초가을 2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가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으니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초가을2'다. 하늘은 높아가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점점 더 커진다. 그 차이를 메꾸느라 노을이 더 붉어지는 것은 아닐까. 자꾸만 고개들어 하늘을 보고 저물녘 놓치지 않고 서쪽을 향한다. 그렇게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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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가라는 가란도일까.
다리를 건너 가을로 간다.


신안군 압해도 바로 옆의 섬이다. 사람 오가는 정도의 나무 다리가 놓이고 섬을 일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길이 '가란도 모실길'이다.


다리를 점령하고 먼저 반기는 낚시꾼들을 뒤로 하고 섬으로 들어간다. 뒷동산 처럼 친근한 산을 중심으로 동네 마실가듯 걸을 수 있다. 바다를 끼고 해변을 걷는 맛도 바다에 언덕을 쌓아 물을 가두고 고기를 잡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돌캐노두길도 독특하다.


물이 빠진 바다는 섬과 섬을 이어주고 그 안에 뭇생명들을 품고 있다. 발이 빠지지 않은 모래 바다를 건너가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듯 가까이에 섬들이 있다. 섬과 섬 사이에 또다른 섬이 있다.


구멍가게도 음수대도 없고 사람 발길이 많지 않아 날것의 섬 그대로를 걸을 수 있다. 때묻지 않아 좋지만 정비해야할 곳도 많아 보인다. 넉넉히 걸어도 2시간 30분이면 충분해 보인다.


금오도 비렁길 이후 모처럼 딸과 동행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득 고개를 돌리면 함께 걷는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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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다. 쏟아낸다 싶으면 어느새 뜨거운 햇볕이 모른척 등장하고 또다시 퍼붓더니 간혹 쏟아지는 중에도 볕이 나길 반복한다. 앞과 뒤는 화창한데 이곳만 쏟아내더니 눈 앞에 쌍무지개로 환호하게 만들고 있다. 희롱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가을로 가는 길목을 붙잡는 여름의 장난이라 여기며 느닷없이 나타난 무지개로 미소지어 본다. 무엇하나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주목한 즐거움이다.

쌍무지개를 건너 가을 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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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릭'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겨우 흔적만 알 수 있을 정도의 비만오고 살랑이는 바람결이 마치 태풍이 지나간 후 그 마알개진 공기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서둘렀으리라. 유독 일찍 시작한 모내기라 뜨거운 햇볕에 무럭무럭 자라서 추석이 한달도 더 남았는데 벼베기를 마쳤다. 다 여물어 묵직한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익은 벼다. 태풍이 온다니 얼마나 급했을까.

처서處暑다.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는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고 한다는데 걱정이다.

태풍을 앞에둔 농부의 마음처럼 조심스러운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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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 시인의 시 '꽃의 선언'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모든 행동은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하여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왔듯이 결과는 언제나 뒤집힐 수 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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