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라는 가란도일까.
다리를 건너 가을로 간다.
신안군 압해도 바로 옆의 섬이다. 사람 오가는 정도의 나무 다리가 놓이고 섬을 일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길이 '가란도 모실길'이다.
다리를 점령하고 먼저 반기는 낚시꾼들을 뒤로 하고 섬으로 들어간다. 뒷동산 처럼 친근한 산을 중심으로 동네 마실가듯 걸을 수 있다. 바다를 끼고 해변을 걷는 맛도 바다에 언덕을 쌓아 물을 가두고 고기를 잡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돌캐노두길도 독특하다.
물이 빠진 바다는 섬과 섬을 이어주고 그 안에 뭇생명들을 품고 있다. 발이 빠지지 않은 모래 바다를 건너가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듯 가까이에 섬들이 있다. 섬과 섬 사이에 또다른 섬이 있다.
구멍가게도 음수대도 없고 사람 발길이 많지 않아 날것의 섬 그대로를 걸을 수 있다. 때묻지 않아 좋지만 정비해야할 곳도 많아 보인다. 넉넉히 걸어도 2시간 30분이면 충분해 보인다.
금오도 비렁길 이후 모처럼 딸과 동행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득 고개를 돌리면 함께 걷는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