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그 강에 가고 싶다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은 때로 나를 따라와 머물다가
멀리 간다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의 시 '그 강에 가고 싶다'다. 계절이 익어가느라 연일 안개 세상이다. 아침 출근길 차를 몰아 강으로 간다. 잠시라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자는 것이다. 산을 품은 물이 숨을 쉬는 모습이 물안개로 피어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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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51년 개천절開天節 '하늘이 열린 날'이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의 시 '광야曠野'의 일부다. 하늘이 스스로를 열어 인간과 나누었던 빛은 여전히 푸르다. 열린 하늘아래 인간이 터를 잡고 살아온 시간이 겹에 겹으로 쌓이는 동안 광야는 인간의 욕심에 갇히고 말았다.

단기 4351년, 어쩌면 의미를 상실한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겹으로 쌓인 시간동안 내 피속에 녹아 흐르는 혼의 물결이야 잊힐리가 있을까. 알든 모르든 시간이 쌓이는 것과 다르지 않게 숨쉬는 매 순간의 결과가 오늘 이 시간일 것이다.

초인은 멀리 있지 않고 손 닿을 그곳 내 벗이 초인이며, 천고의 시간도 먼 미래가 아닌 오늘 이 순간과 다름 아니다. 갇힌 광야의 빗장을 풀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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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있잖아

우리집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해도 산에서 떠서
산으로 지고
달도 산에서 떠서
산으로 진다.
하늘도 꼬옥 산으로 둘려쳐진만큼이다.
재채기를 하면 재채기도
산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앞산 뒷산으로
끼웃끼웃 돌아다닌다.
에 에 취
에 취




아, 심심해
염소나 한마리 키우면 좋겠다.

*섬진강 도깨비마을 촌장, 동화작가 김성범의 동시 '있잖아'다. 산골마을의 정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앞산 뒷산으로 일없이 돌아다니며 문득 올려다 봤을 손바닥만한 하늘은 세상을 향한 통로였으리라. 멀리 염소 울음소리가 들린듯 어린시절이 떠오르게 만드는 시 속에 잠시 머문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핸드드립커피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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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날이다. 

푸른 하늘에 황금 들판을 내려다는 자리에 섰다.


개운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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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白露'
이날 이후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점으로 삼는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 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안개가 가득한 아침이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에 쑥부쟁이가 피었다. 연보라 꽃에 맺힌 이슬로 가을로 가는 시간을 인증해도 좋을 징표로 삼는다.


속담에 "봄에는 여자가 그리움이 많고, 가을에는 선비가 슬픔이 많다"라고 한다. 백로를 지나면 본격적인 가을이다. 혹, 반백의 머리로 안개 자욱한 숲길을 넋놓고 걷는 한 남자를 보거든 다 가을 탓인가 여겨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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