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물결


그랬구나! 가슴의 통증이 가시고 눈앞이 환해진다.
어리석고 아둔한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의 굽은 어깨와 허리가
매화 등걸처럼 휘영청 내걸리고 가슴마다 꽃이 핀다.
내 눈의 들보와 남의 눈의 티끌마저 모두 꽃핀다.


가장 아프고, 가장 못난 곳에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이 걸려 있다니,
가슴에 박힌 대못은 상처인가 훈장인가?
언제나 벗어던지고, 달아나고 싶은 통증과 치욕 하나쯤 없는 이 어디 있으며,
가슴 속 잉걸불에 묻어둔 뜨거운 열망 하나쯤 없는 이 어디 있을 것인가?


봄날 새순은 제 가슴을 찢고 나와 피며,
손가락 잘린 솔가지는 관솔이 되고,
샘물은 바위의 상처로부터 흘러나온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여,
내 근심이 키우는 것이 진주였구나,
네 통증이 피우는 것이 꽃잎이었구나.


*반칠환의 시 '물결'이다. 가슴 속 울림을 외면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보자. 그것이 무엇이든?.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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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다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선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이다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반칠환의 시 '두근거려보니 알겠다'다. 대상과의 공감이 일으키는 기적이다. 공감은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 속 울림으로 나를 깨운다. 두근거려보니 알겠더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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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하는
힘으로 다시 걷는다

*반칠환의 시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다. 나는 무엇에 집중하여 세상을 볼까. 꽃, 새, 할머니, 어머니?. 내 가슴에 품은 온도와 색깔로 바라보는 세상이 늘 온화하고 따뜻하길 바란다면 내 삶이 그것과 다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살피는 하루를 살아보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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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갈 수 없는 그곳

그렇지요,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상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다는 그곳은 도대체 얼마나 험준한 것이겠습니까. 새벽이 되기 전 모두 여장을 꾸립니다. 탈것이 발달된 지금 혹은 자가용으로, 전세 버스로, 더러는 자가 헬기로, 여유치 못한 사람들 도보로 나섭니다. 우는 아이 볼기 때리며 병든 부모 손수레에 싣고 길 떠나는 사람들, 오기도 많이 왔지만 아직 그 곳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러는 도복을 입은 도사들 그곳에 가까이 왔다는 소문을 팔아 돈을 벌기도 합니다. 낙타가 바늘귀 빠져나가기 보다 더 어렵다는 그곳, 그러나 바늘귀도 오랜 세월 삭아 부러지고 굳이 더이상 통과할 바늘귀도 없이 자가용을 가진 많은 사람들, 벌써 그곳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건너가야할 육교나 지하도도 없는 곳, 도보자들이 몰려 있는 횡단보도에 연이은 차량, 그들에게 그곳으로 가는 신호등은 언제나 빨간불입니다. 오랜 기간 지친 사람들, 무단 횡단을 하다가 즉심에 넘어가거나 허리를 치어 넘어지곤 합니다. 갈 수 없는 그곳, 그러나 모두 떠나면 누가 이곳에 남아 씨 뿌리고 곡식을 거둡니까. 아름다운 사람들, 하나 둘 돌아옵니다. 모두 떠나고 나니 내가 살던 이곳이야말로 그리도 가고 싶어하던 그곳인 줄을 아아 당신도 아시나요.

*반칠환의 시 '갈 수 없는 그곳'이다. 현실과 이상, 오늘과 내일. 모두가 앞으로만 달려가며 지금, 오늘, 이곳을 떠나려고만 한다. "모두 떠나고 나니 내가 살던 이곳이야말로 그리도 가고 싶어하던 그곳인 줄을 아아 당신도 아시나요." 나는 어떤가.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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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의 시 '새해 첫 기적'이다. 시간은 각기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온갖 생명들에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두 평등하다. 날고, 뛰고, 걷고, 기고, 구르는 것들은 저마다 가진 재주로 새해 첫날에 도착한다. 이같은 기적은 사람에게도 다르지 않다. 나는 내 몫을 할 뿐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리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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