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속도 

속도를 늦추었다
세상이 넓어졌다

속도를 더 늦추었다
세상이 더 넓어졌다

아예 서 버렸다
세상이 환해졌다

*유자효의 시 '속도'다.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사람들이 움츠러들고 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어쩌면 이런 기회에 스스로와 사람 관계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거리 두기만큼 속도 또한 늦춰지는 때다. 그만큼 세상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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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에 봄눈春雪이 왔다.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개구리야 진즉 나왔으니 잘 적응했을 테고 새로 나온 싹들이 놀라 움츠려들겠다.

봄이 봄 같지 않은 것은 계절 탓이 아니다. 움츠러든 마음이 미처 봄을 안지 못하기에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두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 넓어진 거리만큼 자연을 들이면 어떨까 싶다. 춘설春雪로 위로를 건네는 자연의 너그러움이 고맙다.

'봄눈 녹듯하다'는 말처럼 지금 온나라를 휩쓸고 있는 근심 걱정이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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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비가 와도 젖은 자는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비가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오규원의 시 '비가 와도 젖은 자는'이다. 궂은 날이라지만 그 비로 인해 다음을 희망으로 만난다. 무엇에든 온전히 젖은 이는 더이상 젖지 않고 다음으로 건너갈 수 있다.
오규원(1941~2007) 시인을 2월 한달 네편의 시로 만났다. 처음 만나 오랫동안 기억될 시인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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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하늘과 두께

투명한 햇살 창창 떨어지는 봄날
새 한 마리 햇살에 찔리며 붉나무에 앉아 있더니
허공을 힘차게 위로 위로 솟구치더니
하늘을 열고 들어가
뚫고 들어가
그곳에서
파랗게 하늘이 되었습니다
오늘 생긴
하늘의 또다른 두께가 되었습니다

*오규원의 시 '하늘과 두께'다. 반가운 춘설春雪이 포근하게 내린 다음날 햇살은 더 없이 좋고 하늘은 깊고 푸른 기운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그 파아란 하늘에 독수리 한마리 유유히 날며 파랗게 하늘이 되었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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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겨울 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오규원의 시 '겨울 숲을 바라보며'다. 입춘의 봄, 아직은 겨울을 다 벗어난 것이 아니니 겨울 그 숲에 들어 민낯의 나무들이 속내를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같은 모습으로 품어줄 겨울 숲에 들어가 스스로를 다독이며 봄을 맞이하는 경건한 의식을 치루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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