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_읽는_하루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

창문은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음과 집들은 함께 모여 있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뻗어 다른 나무를 껴안는다
사람은 마음을 뻗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생이라는 새 이파리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이기철의 시 '생은 과일처럼 익는다'다. 물들었던 낙엽이 발끝에 채이는 계절도 깊어간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러 가는 이들의 마음 속 아득한 그리움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함께 걷는 길이지만 그리움은 천만갈래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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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디고운 마음이 먼길을 왔습니다. 올 초여름 제주 바닷가에서 꽃을 보고 반해서 묘목을 구해다 뜰에 심었는데 잘 자라고 있습니다. 겨울을 잘 건너가야 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그 염려를 알았다는듯 깊어가는 가을 꽃 만큼이나 곱게 물든 묘목이 화분에 담겨 뜰에 들어왔습니다. 이 나무의 단풍이 또 이리 고운줄 미처 몰랐습니다.

화분에 나무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식물마다 특유의 식생이 있기에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이곳에 맞게 분으로 키워보고자 합니다. 매화분梅花盆을 키우는 마음으로 정성을 들여 키워봐야겠습니다. 곱디고운 노오란 꽃이 활짝 필 그날을 기약합니다.

황근黃槿, 그 묘목에 가을 온기가 한가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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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벗이 왔다.
아픈 이를 위로 한다고 가을볕 닮은 마음 의지해 나들이 삼아 길을 나섰다.
남쪽은 이마까지 나려온 가을이 주춤거리고 있다. 키큰 나무 아래로 사람들의 발길이 만들어 낸 오래된 길을 걷는다.

가을을 품는 가슴에 온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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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읽는_하루

오래된 엽서

오래된 어제 나는 섬으로 걸어 들어간 적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엽서를 썼다. 걸어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뭍으로 걸어나간 우체부를 생각했다.

바다가 보이는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
술에 취해 걸어오는 청춘의 파도를 수없이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단 한 번 헤어진 그 사람처럼 아프지 않았다.

섬 둘레로 저녁노을이 불을 놓으면
담배를 피우며 돌아오는 통통배의 만선깃발, 문득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이 걸어간 곳의 날씨를 걱정했다.

아주 오래된 그 때 나는 섬 한 바퀴 걸었다. 바다로
걸어가는 것과 걸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다 잠든 아침
또 한 척의 배가 떠나는 길을 따라 그곳을 걸어나왔다.

아주 오래된 오늘
오래된 책 속에서
그 때 뭍으로 걸어갔던 그 엽서를 다시 만났다.
울고 있다. 오래된 어제 그 섬에서 눈물도 함께 보냈던가.

기억 저 편 묻혀 있던 섬이 떠오른다. 아직 혼자다.
나를 불러, 혼자 있어도 외로워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던 그 섬
다시 나를 부르고 있다. 아직도 어깨를 겯고 싶어하는 사랑도 함께.

*안상학의 시 '오래된 엽서'다. 무르익어가는 가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느라 나날이 차가워진다. 그 사이에 엽서 한장 건네도 좋을 틈은 있기에 가을 볕을 놓치지 않아야 하듯 마음을 전하는 일도 놓치지 말자.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수놓는_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나무물고기 #우리통밀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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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가을이다. 

지난해는 때를 놓쳐 하지 못했던 거사(?)를 감행했다. 손이 부자연스러운 나는 거들 뿐이지만 대슈인가. 지금부터 한겨울 눈이 내릴 때까지 눈요기며 최고의 군것질 거리다.

146개의 우주가 볕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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