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밀란 쿤데라 전집 14
밀란 쿤데라 지음, 한용택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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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전작 읽기의 마지막 작품은 에세이집입니다. <만남>을 번역하신 한영택교수님은 “몽테뉴 이래로 에세이라는 장르는 무엇보다도 자유로움과 가소성을 특징으로 한다. 다양한 재료를 버무려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에세이에서 영원히 발기 중인 우산과 제복을 만드는 제봉틀이 한 해부대 위에서 조우한다 한들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박성창외, 밀란 쿤데라 읽기, 174쪽)”고 적었습니다. 쿤데라가 “내 성찰가의, 내 추억과의, (실존적이고 미학적인) 내 오랜 주제와의, 내 오랜 사랑(라블레, 야나체크, 펠리니, 말라파르테…)과의 만남…”이라고 헌사에 적었듯이 <만남>은 주로 소설론을 중심으로 한 전작 에세이집 <소설의 기술>, <배신당한 유언들>, <커튼>들과는 달리 음악, 미술, 소설, 시, 영화, 오페라, 역사와 개인, 추방과 망명, 향수, 아이러니, 망각, 공포, 사랑, 키치, 참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화가의 난폭한 몸짓에서 작가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와의 만남을 다루고 있습니다. “베이컨의 초상화는 ’자아‘의 한계에 대한 질문이다.(19쪽)”라고 정의한 작가는, 베이컨이 “회화에서는 언제나 관습적인 것들을 지나치게 많이 남기고 결코 충분히 제거하지 않지만, 베케트의 작품에서는 너무 많은 것들을 제거하려고 한 나머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인상, 그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음이 공허한 울림을 일으킨다는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20~21쪽)”라고 분명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컨이 베케트와 가깝다고 본다고 합니다.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며, 그 점이 예술가의 판단이 흥미로운 이유다.(21쪽)”라는 것입니다.

 

쿤데라는 사람들이 베이컨의 그림에서 ‘공포’라는 단어를 떠올린다고 하지만, 자신은 두렵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베이컨의 어떤 그림에서도 아름다움이 결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들뢰즈 역시 “외양은 구상에만 해당될 따름이다. 벌써 형상은 죽지 않고 아직 살아남아 있는 구상의 관점에서만 괴물처럼 보인다. 우리가 이것을 ‘형상적으로’ 보자마자 괴물적이 되기를 멈춘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형상들은 그들이 채우고 있는 일상적인 업무에 따라,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순간적인 힘의 기능에 따라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질 들뢰즈 지음, 감각의 논리, 173쪽; http://blog.joins.com/yang412/13157096)”라고 베이컨의 그림을 이해하고 있어 쿤데라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독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을 시작하지만, 이어서 도스토엡스키의 <백치>,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성(城)에서 성(城)으로>, 필립 로스의 <욕망의 교수>, 구드베르구르 베르스송의 <백조의 날개>, 마레크 비엔치크의 <트보르키>, 후안 고이티솔로의 <그리고 막이 내릴 때>,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등에서 뽑아낸 나름대로의 독특한 주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백치>에서는 ‘희극성의 희극적 부재’가 꼬투리가 되는 웃음인데, 이 유머없는 웃음의 세계는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살아야만 하는 세계라는 것입니다. <트보르키>에서는 한쪽에서 일상성에서 재발견되고 가치가 회복되고 노래로 변한 순정적인 사랑을 발견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목을 맨 아가씨가 있는 이중성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만남>의 표지 그림에 관한 생각입니다. 민음사판 밀란 쿤데라 전집은 르네 마르리트의 작품을 표지그림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만남>의 표지는「아르곤의 전투」(The Battle of Argonne)를 쓰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에세이 ‘복합적인 만남처럼 아름다운’에서는 마침 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브를뢰르의 모든 그림에서 달은 초승달이고, 수평으로 놓였으며, 뾰족한 두 끝은 위를 향한다. 마치 밤의 물결 위에 떠 있는 곤돌라 같다. 화가의 상상력이 아니라, 마르티니크의 달이 실제 그렇다. 유럽에서는 초승달이 서 있다. 호전적이며 웅크리고 앉아 튀어 오를 준비가 된 사나운 작은 동물 같거나 아니면 완벽하게 날이 선 낫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의 달, 그것은 전쟁의 달이다. 마르티니크에서는 달이 평화적이다.(149쪽)” 그런데 마그리트의 「아르곤의 전투」에 그려진 달은 그믐달입니다.

 

쿤데라가 에세이에서 다룬 작품들 대부분이 아직 읽지 못한 것들이라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들 작품을 읽은 다음에 다시 읽어보면 느낌이 다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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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력서 - 오만불손한 지배자들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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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을 졸업하고 군경력까지 계산한다고 하면,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 아홉 번째 직장인 셈이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이력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아홉 번인데, 그 사이에 적지 않은 곳에 응모하느라 제출한 이력서가 적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력서를 보완하여 새롭게 작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력은 물론, 학회에서 발표한 초록목록, 논문 그리고 저서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추가할 일들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공식적인 기록은 초등학교 입학부터 정리하기 시작하기도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의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생물종 가운데 인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이력서에 담는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가능하기는 할까요? 일단은 출생부터 적어야 하겠지요? 그래도 문자를 만들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고부터는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는 있겠다 싶지만, 그 이전의 시기는 아무래도 고고학에 의존하여 추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대단한 일에 도전한 분이 독일언론인 볼프 슈나이더입니다. 그는 200만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이력을 <인간이력서>라는 한권의 책으로 요약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저자는 지구에 남긴 최초의 가족사진이라 할 수 있는 세렝게티 변두리의 발자국 화석에서부터 불의 발견, 농업의 발명, 세계 최초의 도시 건설과 제국주의 시대, 산업혁명과 세계 대전을 거쳐 오늘날의 소비문화 확대에 이르기까지의 200만 년의 여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전쟁, 평화, 문명, 진화, 인권, 홀로코스트, 환경오염 등등 우리 ‘인간’에 대한 거의 모든 주제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인간에 의해 쓰인 ‘인간 역사에 대한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요약하였습니다. 저자가 인간의 이력을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배경은 “혹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할 때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진단은 대부분 우울하다. 게다가 인간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성취하려 한다는 말은 결정타로 들린다.(12쪽)”라는 부분에서 읽히는데, 우울하게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한 인류가 유럽대륙으로 진출하여 자리를 잡게 되고, 산업혁명을 거쳐서 유럽의 제국주의가 신대륙으로 아시아로 그 세력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나 철도, 비행기, 우주선 등 새로운 문명을 일구어나가는 과정을 유럽의 시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문명에 영향을 미친 아시아문명은 그저 근대에 유럽의 침략을 받아 무너지는 모습만 보았다면 진정한 인류의 이력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저자는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알려지지 않은 지구를 돌아다니게 한 추동력은 무엇인가? 500년에 걸친 유럽의 세계지배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164쪽)’ 라는 의문을 던지고 ‘그것은 골드러시로 요약되는 원자재와 시장의 확보에다가 선교 강요 및 인종 우월주의’였다고 정리하고 있지만 그것을 비판하는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력서는 냉정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5장까지는 인류의 출현에서부터 지금까지 발전해온 과정을 다루고 있다면, 6장과 7장은 과거를 비추어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량과 수자원 그리고 에너지 자원을 지금처럼 물쓰듯 쓰다가는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석유자원의 미래와 관련하여 저자는 “지구자원은 남김없이 고갈될 것이다. 전쟁이 임박했고, 우리는 후손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바보들의 배에 함께 타고 있다.(317쪽)”고 적고 있습니다. 저자는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의 종말을 예방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우주적 재앙이나, 이성을 잃은 지도자에 의한 핵의 위험, 그리고 바이러스와 같은 생물학적 재앙을 막을 힘은 없다고 단정짓고 있습니다. 저자처럼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한쪽의 견해에 몰입하다 보면 자칫 중심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 http://blog.joins.com/yang412/11893963>를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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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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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어르신께서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하나도 아니고 폐암과 위암이 같이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폐암은 전이까지 되는 바람에 수술도 받지 못하고 항암치료만 받고 있습니다. 항암치료 초반에는 암이 줄어드는 듯 하더니 치료에 더 반응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진단 받았을 때는 1년을 넘기실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만, 벌써 진단을 받으신 지가 1년하고도 4개월 정도 되었는데 여전히 건강하신 편입니다. 암들과 평화로운 동거가 이어지거나 시나브로 나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곤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리처드 C 프랜시스 박사의 <쉽게 쓴 후성유전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위키백과사전을 보면,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 epigenetics) 또는 후생유전학(後生遺傳學)은 DNA의 염기서열이 변화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발현의 조절인 후생유전적 유전자 발현 조절을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 학문이다. 이를 매개하는 분자적 수준의 이해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CpG 염기서열 가운데 시토신 염기에 특이적으로 일어나는 DNA 메틸화와 히스톤의 변형에 의해 조절되는 크로마틴 구조의 변화에 두 가지의 기전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분자수준에서 일어나는 유전현상을 연구하는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문용어도 그렇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프랜시스박사는 제목 그대로 독자들이 ‘후성유전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토니브룩 대학에서 신경생물학과 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UC 버클리와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를 한 저자는 신경과학, 진화, 과학철학을 다루는 논문들을 발표해왔다고 하는데, 읽다보면 탄탄한 인문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암과 관련하여, 후성유전학이 암치료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서문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암세포에서는 많은 유전자가 정상적인 메틸 부착물을 잃어버린다. 달리 말해, 탈메틸화(demethylation)된다. 탈메틸화는 갖가지 비정상적인 유전자 활동을 일으키는데, 그중 하나는 세포의 마구잡이 증식이다. 어느 하나의 특정한 돌연변이가 아닐라 이런 전체적인 탈메틸화야말로 암의 고유한 특징이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다. 돌연변이와는 달리 후성유전적 변화는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8~9쪽)”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의 유전자들은 메틸화 감소를 포함하여 메틸화 패턴이 독특하게 바뀌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로 정상상태에서 억제되던 유전자들이 활성화되는데, 종양억제 유전자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은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 세포에 후성유전적으로 개입하여 정상 백혈구처럼 행동하도록 한 연구로 뒷받침되는데, 주목할 점은 백혈병세포가 정상화된 다음에도 염색체 재배열 상태는 되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후성염색체의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발암물질들을 염색체의 이상을 일으키는 발암물질과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재분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후성유전적 변화는 가역적이기 때문입니다.

 

암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론은 암의 미세환경에 주목한 ‘조직기반 암이론’입니다. 이 이론에서는 암은 정상적인 세포간 상호작용이 망가진 결과, 즉 소통의 실패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소통은 거시(巨視)사회나 미시(微視)사회 모두에서 참으로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이 이론으로 탈메틸화처럼 암의 시작단계에서 발생하는 최초의 후성유전학적 변형이 일어나는 기전을 설명할 수 있으며, 암의 진행단계에서 발생하는 유전적, 후성유전학적 변형도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후성유전학적 개입을 통하여 악성 흑생종이나 유방암 세포들을 정상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어 암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후성유전학의 효과를 두고 저자는 성인(聖人) 다미앵신부의 기적을 재평가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벨기에 출신의 다미앵신부(1840-1889)는 하와이 몰로카이 섬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위하여 생을 바친 선교사로, 가반 도우즈의 <문둥이 성자 다미안; http://blog.joins.com/yang412/7569694>을 통해서 그의 삶을 읽고 감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다미앵신부가 성인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감동적인 선교활동에 더하여 전이암을 앓던 오드리 토구치라는 하와이 여성이 그의 무덤에 가서 암을 치료해달라고 기도했더니 암이 싹 나았다는 기적 같은 일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로 이 점에 대하여 저자는 암의 후성유전학적 관점, 특히 미세환경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다미앵신부를 성인으로 인정할 근거가 약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환자의 면역체계가 알맞은 순간에 환자의 구조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인데, 그렇다면 환자의 지극한 소망을 담은 기도가 그녀의 암세포를 둘러싼 미세환경을 바꾸어놓은 계기가 되었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모든 암환자의 기도가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 터이니 말입니다.

 

요즘도 우리 주변에서 보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암치료법을 비싼 값으로 파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에서는 암이 완치되었다고 주장하는 환자의 경험담을 입증자료로 내놓고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완치된 환자의 경험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몇 건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치료효과를 나타냈는지 몰라도, 누구에게나 치료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치료법을 파는 것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완치된 사례는 후성유전학적 관점에서 오비이락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는 유전법칙을 발견한 멘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슈뢰딩거의 고양이; http://blog.joins.com/yang412/13275612>에서 오늘날 멘델이 유전학의 시조로 알려지게 된 것은 전적으로 자연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의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베이트슨이 멘델의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멘델이 독일어로 애매하게 표현된 내용을 모두 명료한 언어로 바꾸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이 분명하지는 않습니다만, 멘델이 교배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통계값을 일부 조정했다는 의혹을 읽은 기억도 있습니다. 프랜시스 박사는 과학실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극단값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문제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꽤나 다른 변이는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살짝 다른 변이는 오차범위 안이라고 간주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라이트는 설명되지 않는 변이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유전자와 유전자 작용에 관한 그의 견해는 고전 유전학의 주류로부터 상당히 멀어졌다.(131쪽)” 슈얼 라이트박사는 유전자의 효과와 발생과정에서 무작위적 사건들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 것인데, 그의 독특한 발상이 후성유전학의 기틀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비만에 관한 이야기를 마지막 화제로 올려보겠습니다. 요즈음은 다소 뚱뚱한 편인 저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만 해도 말라깽이였습니다. 아무래도 먹는 것보다는 활동량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살이 찌게 된 것을 환경 탓으로 돌리면서도, 두 아이들은 저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말랐던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설명하는 연구가 바로 네덜란드의 기근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환경이 유전자에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가 하는 문제를 논하기 위하여 저자가 인용한 사례는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독일군의 통제작전으로 식량공급이 끊겨 2만 2천 명이 사망한 네덜란드 서부의 끔찍한 기아사태입니다. 네덜란드의 기근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시작된 날짜와 끝난 날짜가 정확하게 밝혀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 기간 동안 모든 시민들의 건강기록을 꼼꼼하게 작성하여 보관해두었다는 점에서 비만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이 비극적 기근이 산모의 영양이 태아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근 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기근 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몸무게가 상당히 덜 나갔는데, 놀랍게도 임신 중기와 후기에 기근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기근 전이나 후에 태어난 사람들에 비해 청년기에 비만율이 무려 2배에 달했고,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동장애의 발병률도 더 높았다고 합니다. 바로 외부 환경이 우리의 유전자 활동을 조정함으로써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유전자활동을 조사해본다면 영양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의 활성에 변화가 생긴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비만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덜란드 기근의 ‘할머니 효과’가 후성 유전적 유전 여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닌가 봅니다만, 저와 제 아이들의 경우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임스 바커가 주장한 절약 표현형 가설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절약 표현형 가설이란 태아가 태반을 통해서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태내에서 절약 표현형을 갖도록 프로그램밍된다는 것인데 출생 후가 출생 전에 비하여 식량이 풍족하게 되면 절약표현형이 비만을 유발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그에 따른 여파를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도 유명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외부환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우선 뇌의 시상하부에서 시작하는 호르몬분비의 연쇄가 이어지면서 우리 몸은 회피할 것인지 싸울 것인지를 준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은 개인적인 편차가 크다고 합니다. 저자는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적 편차를 설명하기 위하여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디어헌터>의 줄거리를 비교적 상세하게 요약하고, 등장인물 세 명의 반응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두어 해가 지난 다음에 개념이 정리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roder; PTSD)는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의미하는데, 영화 <디어헌터>에서처럼 베트남 전쟁 참전군인의 30%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PTSD는 비만처럼 어머니의 경험이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여성이나 세계무역센터 붕괴를 직접 경험한 여성들의 자녀에서 특히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이런 사건을 겪은 여성들 가운데 많은 수가 PTSD를 경험했는데, 당시 임신한 상태였던 여성들이 낳은 아이들은 고양된 스트레스 반응과 과다 반응성 스트레스축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어머니가 PTSD를 겪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앞으로 불안증, 우울증, 심지어는 PTSD에 더 취약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선 독자들에게 후성유전학이라는 새롭고 흥분되는 과학분야를 쉽게 소개하기 위하여 우선 중요한 포인트를 중심으로 요약하였다고 하는데, 첫째, 후성유전적 과정의 속성에 관한 것, 둘째, 우리 환경이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우리 유전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셋째, 후성유전적 과정에도 무작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후성유적 유전자 행동 변화 중에는 개체의 수명을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다섯째는 앞선 네 가지 주제를 통합하는 메타주제로서 단백질 합성에서 세포 분화, 암까지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들을 설명함에 있어서 유전자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 등입니다.

 

유전학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학문을 소개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용어나 개념에서 다소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다양한 소재를 인용하여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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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 1 - 옛글을 읽으며 새로이 태어난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1
심경호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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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위주로 짜여 지는 요즈음의 교육과는 다소 차이가 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공부할 기회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게다가 이과반을 거쳐서 입학한 대학의 교양과정에서 철학과 종교철학 과목을 어떻게 받았던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철학의 윤곽도 잡아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한문교육의 틈새를 묘하게 빠져나온 세대인지라 한문도 귀동냥으로 배웠기 때문에 동양 고전을 읽을 기회는 전혀 없었습니다. 언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기회가 되지 않던 터에 심경호교수님의 <논어>를 읽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왜 『논어』를 읽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나를 세우고 남을 열어 주며 세상을 밝힌다”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먼저 일러두기를 챙겨 읽어봅니다. 심경호교수님의 <논어>는 20편 498장 가운데 현대에도 특별히 의미가 있는 장을 선별하여 3권으로 나누었다고 합니다. 1권은 ‘옛글을 읽으며 새로이 태어난다’라는 부제로 <논어>의 학이(學而), 위정(爲政), 팔일(八佾), 이인(理仁), 공야장(公冶長), 옹야(雍也), 술이(述而), 태백(泰伯편)을 수록하였고, 2권에는 ‘사랑한다면 깨우쳐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부제로 자한(子罕), 향당(鄕黨), 선진(先進), 안연(顔淵), 자로(子路), 헌문(憲問)편을 수록하였으며, 3권에는 ‘물살처럼 도도히 흘러가는 세상속에서’라는 부제로, 위령공(衛靈公), 계씨(季氏), 양화(陽貨), 미자(微子), 자장(子張), 요왈(堯曰)편을 수록하였습니다. 각 글은 ‘번역 및 해설’과 ‘원문 및 주석’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번역 및 주석과 해설은 주희의 신주(新注), 즉 <논어집주>와 한나라․당나라 때 이루어진 주소(注疏), 즉 <논어주소> 그리고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와 현대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제1강은 ‘배우고 때때로 익힌다면 기쁘지 아니한가!’로 해(解)하는 학이편의 제1장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아)입니다. 이 구절은 학교에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익히 알고 있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논어의 주요 구절은 일상에서 흔히 들어서 뜻을 익히고 있어 읽어가면서 반갑다는 느낌이 들곤합니다만, 역시 익숙하지 않는 구절들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뜻을 새기다보면 책읽는 호흡이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과 연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2008년에 제2차 광우병파동을 겪으면서 일부 전문가들이 보여준 이상한 행태와 연관시켜 이해한 앎에 관한 구절들입니다. 먼저 위정편의 17장입니다.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회여지지호인저,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시지야니라)이며, “유야! 너에게 앎에 대해 가르쳐 주겠노라.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다.(80쪽)”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술이편의 27장입니다. 多聞 擇其善者而從之 多見而識之 知之次也(다문하여 택기선자이종지하며 다견이지지지지차야니라)이며, “많이 듣고서 그 가운데 좋은 것을 가려서 따르고 많이 보고서 기억해 둔다면 완전한 지식의 버금은 될 것이다.(254쪽)”라고 해석합니다. 전자에 대하여 저자는 주희의 풀이를 인용하였습니다. “안다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면, 비록 앎이 완전하지는 않다 해도 스스로를 기만하는 폐단은 없을 것이므로 앎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모르는 것에 대한 자각으로 앎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알아 나갈 방도가 생길 것이다.(80쪽)” 후자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조선 인조 때 장유(張維)는 당시의 옹졸한 지식인들이 자기 소견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체를 거짓으로 여기며 무시한다고 비판했다.”고 소개하면서 “다문다견을 통해 학문의 고착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두 개의 구절을 연관지어보면, 다양한 주장들을 서로 비교 검토함으로써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아예 검토대상에서 빼버린다면 그 앎은 완전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그밖에도 요즈음의 저 자신을 생각해본다면 자한 12장에서 “나는 제값 주고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39쪽)”라고 하신 공자님 말씀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겠습니다. 저자는 해제를 통하여 공자는 이상주의자였지만, 당시 세상이 몹시 어지러워 이상을 펼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였다고 하였는데, 요즈음 세상 역시 몹시 어지러운 지경이고 보면 <논어>의 사상을 오늘에 맞게 해석하여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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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 갤리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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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교수님은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富而可求也雖執鞭之士吾亦爲之如不可求從吾所好(부이가구야인댄 수집편지사라도 오역위지어니와 여불가구인댄 종오소호하리라)는 말씀을 “부라는 것이 구해서 얻을 수 것이라면 비록 채찍 휘둘러 앞길 트는 마부의 미천한 일이라 해도 나는 할 것이다. 만약 구해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겠다.(심경호 지음, 논어1, 238쪽, 민음사)”고 해(解)하고 부유해지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지만 부를 추구하는 것이 제일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설명하였습니다.

 

공자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지만 부를 얻는 옳은 길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독일 포르츠하임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하노 벡교수는 주식투자에서 크게 실패한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돈을 벌고 싶다면 새로운 시각으로 자본 시장을 봐야 한다.(13쪽)”고 최근에 쓴 <부자들의 생각법>에서 조언하였습니다. 사실 남들이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해볼걸’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결국은 큰돈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하길 잘했네’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안내하는 실용서적을 읽을 때는 금방 무언가 이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책을 덮을 무렵이면 여전히 2%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제가 새가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하노 벡 교수는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언제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무엇보다 결정적 순간마다 발목을 잡는 인간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13쪽)”라고 하면서, 자본시장의 진실과 인간의 심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부자들의 생각법>을 통해서 ‘당신이 얼마를 벌든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돈을 버는 방법과 번 돈을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읽는다고 하루아침에 떼돈을 벌거나 매년 높은 수익을 해는 훌륭한 투자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이없는 판단 착오로 큰 손해를 보거나 그럴듯한 말에 혹해서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사실일까요? 하지만 ‘부자들은 1%의 행운도 바라지 않는다’,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사람들의 비밀’, ‘돈이 저절로 모이는 부자들의 생각법’이라는 제목들을 보면 부자들은 확실히 다른 무엇을 가지고 있구나 싶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를 낭비로 이끄는 생각의 오류들’. ‘금융 회사는 당신의 심리를 이렇게 이용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제목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읽어가다 보면 마치 제 경우처럼 느껴지는 구절도 많습니다. 결정이론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는데 왜 내 집 장만은 여전히 어려운 걸까?’라는 글에서는 집을 팔았을 때 꼭 손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남는 경우가 많지만, 심리적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집을 살 때 가격과 집을 팔 때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꼭 한 번 집을 팔아본 적이 있는데, 처음 집을 내놓았을 때는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는 시기였기 때문에 목표금액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표금액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급락하기 시작해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 집을 팔지 못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에서 다시 내놓았을 때는 목표금액보다는 팔아야 되는 시기를 미리 정하고 팔았고, 집을 판 다음에도 집값이 꾸준하게 올랐지만, 집을 산 분도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위로하기로 했던 적이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당신의 심리를 이용하는 법‘에서도 제 경험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종합보험과 운전자 보험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어느 해 걸려온 전화에서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상담원의 말에 홀려 운전자 보험을 가입했지만, 일상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운전은 특별한 경우에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필요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계약이 만료되었을 때는 연장을 하지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지막 편은 책내용을 종합하여 ‘재산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18가지 투자 원칙’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구절을 몇 개 들어보면, ‘본전 생각을 버려라’, ‘푼돈의 무서움을 기억하라’, ‘늘 처음을 생각하라’, ‘돈을 벌었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다’, ‘금융위기는 생각보다 자주 온다’ 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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