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사 - 대한민국 의료 상업화 보고서
김기태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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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두고 불거진 철도민영화 논란은 KORAIL의 운영현황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수습국면에 접어든 모양새입니다. 사측이나 노측이나 확전을 원하지 않은 듯하지만, 그동안 드러난 정황만으로 보면 KORAIL의 민영화만이 방만한 경영으로 인하여 폭증하고 있는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철도민영화가 수습되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이슈가 의료민영화입니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건강보험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공영의료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이 시점에서 민영화가 거론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도 대한의사협회가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나서서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보려는 생각에서 읽은 <병원장사>입니다. 제목으로 보아서는 병원을 사고파는 사업에 관한 이야기 같은 착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만, ‘대한민국 의료상업화 보고서’라는 부제를 보면 병의원에서 환자를 상업적으로 치료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신 기자입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요약하고 있는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잉시술과 과잉진료, 불법시술의 정황을 환자로 가장하여 확인한 내용을 시작으로, 사무장병원의 폐해, 고사상태에 빠지고 있는 동네의원 문제, 대형병원들의 무한경쟁, 건강검진의 문제점, 공공의료기관의 행태를 짚고, 이어서 돈이 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가 되어버린,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의 현주소, 수익의 극대화에 대한 부작용으로 드러나는 의료사고, 전공의 문제, 의학교육제도의 문제점, 그리고 의산복합체라는 생소한 개념 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현장의 문제를 생생하게 짚고 있습니다.

 

저자도 고백했습니다만, 의료상업화의 현장을 보이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추구하는 작업이 미흡했고, 나아가 대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달라는 부탁이 전제되었습니다. 머리말의 말미에 적은 “우리나라의 의료는 지금 공공에서 시장으로 난폭하게 떠밀리고 있다. 한국의 의료가 건전한 중심을 잡는 데 이 책이 작은 힘이라도 보탰으면 좋겠다.(11쪽)”는 말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땅에 현대의학이 들어와 자리를 잡기 이전에 전통의학에서도 의료는 공공의료와 상업의료의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방된 이후 사회적 여건이 의학교육에서부터 의료전반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가운에 우리나라의 의학은 민간부문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해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의료를 공공의료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문제가 의료민영화라는 수사적 표현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자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2004년 1월, 노무현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의료 같은 지식산업도 집중 육성하겠다.(47쪽)”라는 말로 의료가 다음 세대에 우리국민을 먹여 살릴 화수분이 될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무렵 고위공무원 연수교육에서 제가 발표한 아이디어와 흡사한 내용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최상위 그룹이 의과대학으로 진학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무렵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 전에는 공대 화공-기계-조선-전자-재료 등으로 변해왔는데, 그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구어내는 힘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과대학에 진학한 대한민국 수재들에게 다음 세대의 국민들을 먹여살리는 역할을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정책을 다루는 쪽에 제안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수재들이 개업해서 저 먹고 사는데 목을 매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의료는 그야말로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고용창출효과가 큰 영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연계된 산업분야가 많아서 파급효과가 큰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환자를 진료하는 분야에 국한해서는 의료산업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만을 대상으로 진료를 한다면 굳이 산업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만, ‘의료상업화’라는 화두가 제시되게 된 원인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바탕에 깔려 있는 근본적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책 말미에 붙어 있는 추천사에서 대한의사협회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추악하고 불편한 진실의 원인은 (…) ‘잘못된 의료제도’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경제가 어려운 시절, 병의원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선택했던 ‘저수가 제도’입니다.(300쪽)” 저수가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낮은 보장성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정리하면, ‘저부담-저수가-저보장’입니다. 세월이 흘러 형편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담을 늘리려는 정부의 시도는 번번이 벽에 부딪혔습니다. 의료서비스는 선진국 수준으로 받기를 원하면서 비용은 낼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의료현장의 문제점을 짚어내는데는 충실했지만, 의료현장의 전반적인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점이 있지는 않나 싶습니다. 역시 원인분석과 대안제시가 미흡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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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디아나
조르주 상드 지음, 염승섭 옮김 / 시와진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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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디아나>는 죠르주 상드가 G. Sand라는 필명으로 1832년에 발표한 첫 소설입니다. 이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역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때문입니다. 마르셀의 할머니께서 주인공의 생일선물로 뮈세의 시집과 루소의 작품 한 권과 함께 고른 책이었는데, 할머니께서 이 책들을 고른 이유는 “좋지 않은 책을 읽는 것은 사탕이나 과자처럼 건강에 해롭지만, 천재의 위대한 숨결이 담긴 책은 어린아이의 정신에 대기나 바닷바람이 몸에 끼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지도 않고 아이의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마르셀 푸르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스완네 집 쪽으로 1, 70쪽, 민음사, 2012년)”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책 이름을 듣고는 할머니를 거의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는 바람에 조르주 상드의 전원 소설 네 권으로 바꿔 오신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각주에 보면, <앵디아나>가 조르주 상드의 다른 전원 소설과는 달리 정념과 간통과 자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1952년에 쓴 소개의 글을 통하여 “이는 나의 첫 소설로, 이것을 어떤 계획이나 또는 어떤 예술 내지는 철학의 이론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집필했다.(7쪽)”라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32년판 서문에서 “등장인물들이 사회적 폐단으로 인해 겪는 고통의 울부짖음을 표현하게 되었다면, 만약 그가 더 나은 삶을 향한 그들의 갈망들을 기록함에 주저하지 않았다면, 사회가 그 불평등에 대해, 운명이 그 변덕에 대해,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11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이 책의 집필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 짐작할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앵디아나>는 부도덕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도 어린 마르셀이 읽기에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앵디아나>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파리 동쪽의 시골 마을 브리를 무대로 세 명의 남자와 여자 주인공 앵디아나(Indiana) 사이에 펼쳐지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작가가 제목에서 암시한 것처럼 열 아홉 살인 앵디아나는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부르봉섬에서 성장해서 퇴역한 델마르 대령과 결혼해서 브리로 이주해 온 것입니다. 델마르 대령은 이웃에와서 살고 있는 앵디아나의 사촌오빠 랄프와의 관계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젊은 아내를 둔 늙은 남편의 안타까운 몸부림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랄프는 그야말로 앵디아나의 후견인으로서의 역할에서 더도 덜도 아닌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고통스럽게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앵디아나는 남편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불행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앵디아나에게 전혀 새로운 성향을 가진 레이몽과 조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레이몽이라는 인물을 눈앞에 이익을 뒤쫓는 단순한 성격입니다. 즉흥적이면서도 집요하기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마음이 바뀌는 요즈음 말로 하면 B형남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이몽은 앵디아나를 따라온 부르봉출신 하녀 누운과 밀회를 즐기기 위하여 담을 넘다가 델마르 대령의 총격에 놀라 부상을 입은 것이 계기가 되어 앵디아나에 빠져들면서 누운을 버리게 되는데, 결국은 누운은 강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게 됩니다.

 

델마르씨가 출타한 틈을 타서 앵디아나의 방까지 잠입할 정도의 대담성을 보이는 레이몽은 임신한 누운의 죽음에 대하여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못하는 철면피한 일면도 있습니다. 결국은 앵디아나의 마음을 거의 움켜쥐기에 이르렀다가 랄프의 경고를 받기도 합니다. 사단은 델마르 대령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프랑스에서의 살림을 정리해서 부르봉섬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앵디아나는 대령을 버리고 레이몽과의 결합까지 고려하는 결단을 내리지만, 비겁한 레이몽이 앵디아나를 거절하면서 앵디아나는 부르봉섬으로 돌아갑니다. 마음 한 켠에 남은 미련이 늘 문제가 되는 것처럼, 레이몽이 보낸 마지막 편지가 앵디아나를 부추겨 섬을 탈출하여 프랑스로 향하지만 잠시 앵디아나 쪽으로 움직였던 레이몽은 그 사이 새로 등장한 드 낭지 양과 결혼하고 맙니다. 상심한 끝에 죽음을 생각하는 앵디아나 앞에 영원한 수호신 랄프가 나타나 델마르 대령의 죽음을 알리면서 부르봉섬의 폭포에서 같이 생을 마감하기를 권합니다. 두 사람이 죽음을 결심하는 배경이 분명하게 와 닿지 않는 느낌이 있었는데, 결국은 두 사람은 죽음 대신에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앵디아나가 레이몽과의 관계를 두고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그녀가 불과 열아홉 살 밖에 되지 않는 점을 보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사랑에 빠진 그녀가 레이몽과 깊은 관계를 맺지 말라는 랄프의 충고를 외면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작가의 말처럼 문제가 있는 결혼생활을 정리하려는 앵디아나의 선택을 두고 사회적으로 부도덕하다고 비난했다는 당시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혼인의 관계 이외의 정부(情夫)-정부(情婦)의 관계를 드러내기도 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어서입니다. 요즈음 같으면 남편으로부터 학대받는 앵디아나에게 많은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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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 세트 - 전3권 - 옛글을 읽으며 새로이 태어난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심경호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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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甲午)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에게는 육십갑자(六十甲子)가 일주하여 본디의 띠를 다시 맞는 의미가 큰 해이기도 합니다. 수명이 많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천운을 타고 태어나지 않고서야 본디의 띠를 두 번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언제였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만, 산날이 살날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느끼면서부터 앞날을 내다보는 시간보다는 지나온 날을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예과 때 학보사에 다니는 친구를 둔 덕분에 여름방학에 대한 단상(斷想)을 학보에 싣는 행운을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주제를 수구초심(首丘初心)으로 잡아 글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적절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동양철학에 마음이 쏠리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한문교육의 틈새를 묘하게 빠져나온 세대인지라 한문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귀동냥으로 배웠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양 고전은 ‘그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아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해왔습니다. 언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기회가 되지 않던 터에 심경호교수님의 <논어(論語)>를 읽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경호교수님께서 “우리는 왜 『논어』를 읽는가?”라는 질문을 내고, “나를 세우고 남을 열어 주며 세상을 밝힌다”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논어는 학이(學而)편으로 시작하여 모두 20개의 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학이편을 가장 앞에 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의 생각과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공부는 학생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해야 한다는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익히 알고 있는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라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배우고 때때로 익힌다면 기쁘지 아니한가!’ 그렇습니다. 배운다는 것을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말고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먼저 일러두기를 챙겨 읽어봅니다. 심경호교수님은 <논어> 20편 498장 가운데 현대에도 특별히 의미가 있는 장을 선별하여 3권에 나누어 담았다고 합니다. 1권은 ‘옛글을 읽으며 새로이 태어난다’라는 부제로 <논어>의 학이(學而), 위정(爲政), 팔일(八佾), 이인(理仁), 공야장(公冶長), 옹야(雍也), 술이(述而), 태백(泰伯편)을 수록하였고, 2권에는 ‘사랑한다면 깨우쳐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부제로 자한(子罕), 향당(鄕黨), 선진(先進), 안연(顔淵), 자로(子路), 헌문(憲問)편을 수록하였으며, 3권에는 ‘물살처럼 도도히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라는 부제로, 위령공(衛靈公), 계씨(季氏), 양화(陽貨), 미자(微子), 자장(子張), 요왈(堯曰)편을 수록하였습니다. 각 글은 ‘번역 및 해설’ 그리고 ‘원문 및 주석’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번역 및 주석과 해설은 주희의 신주(新注), 즉 <논어집주>와 한나라․당나라 때 이루어진 주소(注疏), 즉 <논어주소> 그리고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와 현대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하였다고 합니다.

 

앞서 예를 들었던 학이(學而)편의 한 구절처럼 살아오면서 흔히 듣고 뜻을 익히고 있는 구절을 만나면 반갑다는 느낌이 들어 쉽게 넘어갑니다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는 구절들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뜻을 새기다보면 책읽는 호흡이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과 연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면, 2008년에 제2차 광우병파동을 겪으면서 일부 전문가들이 보여준 이상한 행태와 연관시켜 이해한 앎에 관한 구절들입니다. 먼저 위정편의 17장입니다. “由(유)아 誨女知之乎(회여지지호)인저 知之爲知之(지지위지지)오 不知爲不知(부지위부지)이 是知也(시지야)니라”라고 적고, “유야! 너에게 앎에 대해 가르쳐 주겠노라.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다.(1권, 80쪽)”라고 해석합니다. 그리고 술이편의 27장입니다. “多聞(다문)하여 擇其善者而從之(택기선자이종지)하며 多見而識之(다견이지지)가 知之次也(지지차야)니라”인데, “많이 듣고서 그 가운데 좋은 것을 가려서 따르고, 많이 보고서 기억해 둔다면 완전한 지식의 버금은 될 것이다.(1권, 254쪽)”라고 해석합니다. 전자에 대하여 저자는 주희의 풀이를 인용하였습니다. “안다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한다면, 비록 앎이 완전하지는 않다 해도 스스로를 기만하는 폐단은 없을 것이므로 앎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모르는 것에 대한 자각으로 앎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알아 나갈 방도가 생길 것이다.(1권, 80쪽)” 후자를 설명하면서 저자는 “조선 인조 때 장유(張維)는 당시의 옹졸한 지식인들이 자기 소견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일체를 거짓으로 여기며 무시한다고 비판했다.”고 소개하면서 “다문다견을 통해 학문의 고착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두 개의 구절을 연관지어보면, 다양한 주장들을 서로 비교 검토함으로써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아예 검토대상에서 빼버린다면 그 앎은 완전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심경호교수님의 동양고전강의 시리즈 제2권에는 자한(子罕), 향당(鄕黨), 선진(先進), 안연(顔淵), 자로(子路), 헌문(憲問)편을 다루었습니다. ‘사랑한다면 깨우쳐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부제의 의미는 공자님께서 제자들과 주고받은 말씀을 주로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한(子罕)편 제7장을 보면, “有鄙夫(유비부)가 問於我(문어아)하되 空孔如也(공공여야)라도 我叩其兩端而竭焉(아고기양단이갈언)하노라”라고 하셨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내게 물어오면 그가 아무리 무지할지라도 나는 시종과 본말을 다 말해준다.(28쪽)’라고 하였습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물어오더라도 정성을 다하여 가르침을 베푸셨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제자들에게야 오죽했겠습니까? 그야말로 스승의 표상으로 받들만하다고 하겠습니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누구나의 꿈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이상국가의 건설을 꿈꾸었던 공자님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의 생각을 담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자기관리와 인간관계에 관한 주제가 많이 다루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어느 시대에도 잘 어울리는 교훈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즈음의 우리나라의 사회현상과 비교해서 읽는 예로, 안연(顔淵) 제11장을 들 수 있습니다. “齊景公(제경공)이 問政於孔子(문정어공자)한대 孔子對曰(공자대왈) 君君臣臣夫夫子子(군군, 신신, 부부, 자자니)이다”라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은 “제나라 경공이 정치에 대해 공자에게 묻자, 공자께서는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합니다.’라고 대답하셨다.(2권, 140쪽)”라고 풀어 쓰신 것처럼 각자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한다면 그 사회는 조화로운 사회라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설화를 자초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안연(顔淵)편의 제21장을 꼭 새겨봄이 좋을 것 같습니다. “一朝之忿(일조지분)으로 忘其身(망기신)하여 以及其親(이급기친)이 非惑與(비혹여)”라는 말씀입니다. “하루아침의 분노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그 재앙이 부모에게까지 미친다면 미혹이 아니겠는가?(2권, 162쪽)”라고 해(解)하고 있습니다. 한때의 분노가 정당한 것이었는가를 떠나서,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분명 재앙일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일 듯합니다.

 

심경호교수님의 동양고전강의 시리즈 <논어>의 3권에는 위령공(衛靈公), 계씨(季氏), 양화(陽貨), 미자(微子), 자장(子張), 요왈(堯曰)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물살처럼 도도히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라는 부제는 격동기를 살아내는 군자로서 지켜야할 덕목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지혜에 관한 담론을 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군자라고 하면 요즈음의 시각으로 보면 고답적이고 고루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만, 세상사는 이치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면 품격 있는 신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위령공(衛靈公)편의 제18장을 보면, “君子(군자)는 病無能焉(병무능언)이오 不病人之不己知也(불병인지불기지야)니라”라고 했습니다. 해(解)를 보면, “군자는 자신의 무능함을 병으로 여기지,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병으로 여기기 않는다.(3권, 58쪽)”라고 했고, 역시 위령공(衛靈公)편의 제20장을 보면, “君子(군자)는 求諸己(구제기)오 小人(소인)은 求諸人(구제인)이니라”라고 해서, “군자는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3권, 62쪽)”라고 하는 대목이나, 제22장에 나오는 “君子(군자)는 不以言擧人(불이언거인)하며 不以人廢言(불이인폐언)이니라”라고 해서, “군자는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등용하지 않고 사람이 나쁘다고 해서 그의 좋은 말을 버리지 않는다.(3권, 66쪽)”라는 대목은 요즈음 신사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요즈음으로 치면 위정자 혹은 지도자를 이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화(陽貨)편의 제6장에서 “恭則不侮(공즉불모)하고 寬則得衆(관즉득중)하고 信則人任焉(신즉인임언)하고 敏則有功(민즉유공)하고 惠則足以使人(혜즉족이사인)이니라”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공손하면 모욕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을 얻게 되고, 신실하면 남이 나를 의지하고, 민첩하면 공적을 세우고, 은혜로우면 충분히 사람을 부릴 수 있다.(160쪽)”라고 해설하셨습니다. 따로 토를 달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공자께서는 자한(子罕) 12장의 한 구절처럼 “나는 제값 주고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2권, 37쪽)”라고 하신 대목이나, 양화(陽貨)편 제5장에서 “子曰(자)왈 夫召我者(부소아자)는 而豈徒哉(이기도재)리오 如有用我者(여유용아자)인댄 吾其爲東周乎(오기위동주호)인저”라고 해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부르는 것이 어찌 공연히 하는 일이겠느냐? 나를 써 주는 자가 있으면 나는 동쪽의 주나라를 만들 것이다.’(158쪽)”라고 말씀하셨답니다. 가슴에 품은 포부는 큰데 불러서 써주는 곳을 찾지 못해 답답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꽤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예를 바탕으로 하고 실무를 중시하는 조직관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 말입니다.

 

마침 양화(陽貨)편의 제4장의 대목이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子之武城(자지무성)하사 聞弦歌之聲(문현가지성)하시다 夫子莞爾而笑曰(부자완이이소왈) 割鷄(할계)에 焉用牛刀(언용우도)리오”라는 대목으로, “공자께서 무성에 가시어 현악에 맞춰 노래 부르는 소리를 들으셨다. 공자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3권, 154쪽)”라는 대목입니다. 공자께서 제자들과 함께 자유가 맡아 다스리는 무성에 갔는데, 큰 정치의 도구라고 할 예악으로 작은 고을 무성을 다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농담을 하신 것입니다. 조직을 다스리는 원리는 조직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 없을 것입니다. 예악은 어느 조직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 <논어>의 본래 맥락을 음미할 수도 있고, 내키는 대로 책을 펼쳐 해당 강의의 주제를 자신의 처지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전자의 경우 이 책은 공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입문서가 될 것이며, 후자의 경우 바쁜 현대의 삶 속에서 이 책은 일종의 멘토가 되어 고전의 가르침을 일상적으로 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일단 차례로 읽어 전체를 개관하고, 일상에 잘 부합하는 대목을 다시 새겨보는 방식으로 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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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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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미국의 보스턴을 무대로 하여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뒤쫓는 스토리를 다룬 매튜 펄의 <단테 클럽; http://blog.joins.com/yang412/12943712, http://blog.joins.com/yang412/12944602>을 읽으면서 단테의 <신곡>을 먼저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단테가 <신곡, 지옥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죄목에 따른 콘트라파소(contrapasso), 즉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단테클럽>에 등장하는 희생자들 역시 롱펠로우의 번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에 따라 지옥편에서 보여준 방식으로 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 알리기에리는 인문주의 학문을 익혀 문학가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렌체의 정의와 번영을 위해 목소리를 내다가 추방을 당한 그는 평생 명예롭게 귀향을 요청받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신곡>은 피렌체에서 쫓겨나 유랑을 하면서 구상되고 쓰인 책입니다. 단테가 신곡을 쓰게 된 배경은 서곡이라 할 수 있는 지옥편 1곡의 서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기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벌써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7~8쪽)” 그런데 가파른 길이 막 시작되는 곳에서 사납게 생긴 표범과 사자와 암늑대가 한 마리씩 나타나는 바람에 낙망하고 만 그 앞에 길잡이가 나타납니다. 여기 등장하는 표범, 사자 그리고 암늑대는 음란, 오만, 탐욕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 길잡이는 단테가 경외해오던 베르길리우스입니다. 그는 “네가 날 따르는 것이 너의 최선이라고 생각되어 판단하노니, 내 너의 길잡이 노릇을 하여 여기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이끌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너는 좌절의 울부짖음을 들을 것이고, 두 번째 죽음을 부르짖는 고통 받는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언젠가는 축복받은 사람들과 함께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불 고문을 참고 견디는 영혼들 또한 보게 될 것이다. 네가 그 축복받은 영혼들에게 오르고 싶다면, 나는 나보다 더 가치 있는 영혼에게 널 맡기고 떠날 것이다.(14쪽)”라고 예언하면서 같이 여행할 것을 권하여,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돌아보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단테는 그 여행을 1300년 3월 25일 성금요일에 시작하여 지옥을 3일, 연옥을 3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당을 하루해서 4월 1일에 여행을 마치는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지옥은 형벌의 영원성을 상징하듯 깔때기 모양으로 땅속에 내리꽂힌 모양이고, 연옥은 바다 위로 솟아오른 하나의 산의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옥은 모두 아홉 개의 고리로 이루어져있어 죄가 무거울수록 더 깊은 고리에 내쳐지고 무거운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고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은 사람들이 거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시인들의 왕 호메로스를 선두로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그리고 루카누스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베르길리우스에 이어 단테를 초청하여 여섯 번째가 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단테는 그리스-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부터 그가 살던 시절에 죽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죄의 경중에 따라서 지옥의 아홉 개의 고리를 여행하면서 만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창세기」를 처음부터 잘 되새겨 보면 인간은 자연과 기술로 삶을 영위하고 번영시키여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114쪽)”라듣가 “하느님의 의지와 섭리없이 내가 여기에 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느냐?(209쪽)” 등등 곳곳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곡>은 신학적으로 접근해야 이해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옮긴이는 신학보다는 아무래도 인간학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32곡에서는 다음과 같은 형벌을 받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꿈속에서 개구리가 물 위로 코만 내밀고 개굴거리는 것처럼, 호수의 얼음 속에 갇힌 영혼들이 부끄러움이 먼저 드러나는 얼굴까지 추위로 납빛이 되어 황새의 입놀림처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327쪽)” <단테클럽>의 크라이막스에서 보는 범행현장의 모습이 바로 이렇습니다.

 

지옥편에서 새긴 대목입니다. “잘 듣는 사람이 마음에 새기는 법이다.(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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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디자인 북 - 잘나가는 인생 : 남부럽지 않은 인생 : 개념 있는 인생
박정효 지음 / 알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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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출범한 새 정부는 “공공정보의 적극적인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을 통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여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를 뒷받침 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으로 정부 3.0을 제시하였습니다. 정부 3.0에서 내걸고 있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무슨 뜻인지도 분명하지 않는 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던 ‘힐링’이라는 말보다 ‘행복’이라는 쉽게 와닿는 말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힐링에서 행복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파랑새를 찾아서>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1908년 9월 30일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수많은 영화와 소설로 제작되어 온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6막 10장의 희곡 <파랑새; L'Oiseau bleu>의 요점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원작 파랑새의 줄거리는 틸틸(Tyltyl)과 미틸(Mytyl) 남매가 꿈속에서 요정과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추억의 나라와 미래의 나라 등으로 여행을 하지만 파랑새를 찾지 못했는데, 정작 파랑새는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즉 행복은 손이 미치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고 설득한 상징적인 몽상극(夢想劇)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행복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행복활동을 연구하는 헤고스랩에서 인큐베이팅한 행복 교육 컨설팅회사, 블룸컴퍼니의 박정효대표님이 쓴 <인생 디자인 북>입니다.

 

‘행복은 선택이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읽은 다음 구절은 아주 공감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이 단어는 거리의 간판부터 시작해 수많은 광고에까지 너무 흔히 사용되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게 되고 때로는 진부한 느끼는 것 같다. 무엇보다 먼 미래의 화려한 행복을 꿈꾸며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한 의지와 작은 노력은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6쪽)” 이에 저자는 긍정심리학을 바탕으로 하여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개발해왔고, 그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이론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읽어가다 보면 문제가 나오고 그에 답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행복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행복의 밑그림을 그리고, 행복한 인생을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행복도 과학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 ‘행복나무 프로젝트’에서는 내 마음에 행복나무를 심는 방법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단계, 토양다지기, 두 번째 단계는 씨앗 나누기, 세 번째 단계는 씨앗 모으기, 네 번째 단계는 나무 세우기, 그리고 다섯 번째 단계는 나무 키우기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는 개인 수준에서의 행복나무 심기를 주변으로 확산시켜나가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3장 ‘하하 프로젝트’에서는 행복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행복나무를 키우는 블룸코드는 긍정, 건강, 유대 그리고 영성입니다. 그리고 행복나무 열매 맺기의 코드는 강점, 가치, 음미, 몰입, 대처, 감사, 친절 그리고 용서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코드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4장은 행복 꽃 피우기입니다. 행복나무를 심어서 열매를 맺기까지 가꾸어나가다 보면 행복이 절로 넘쳐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최근에 기획하고 있는 작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팁을 이 책에서 발견했습니다. 바로 ‘행복한 조직’ 만들기입니다. 행복한 조직이란 ‘조직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조직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자주 하게 되면 개인의 행복감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조직원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촉진된다고 합니다. 또한 행복한 직원들은 조직 만족도가 커지므로,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부서장으로 일할 때 부서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 적이 있습니다. 늘 활기에 찬 부서를 만들어, 아침에 눈을 뜨면 어서 출근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보려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옛날의 기억과 함께 활용하면 좋은 조직관리 노하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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