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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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케니스 슬라웬스키의 <샐린저 평전>을 읽기 위하여 미리 읽어보았습니다. 1952년 발표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자전적 장편소설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16살 된 소년 홀든 콜필드입니다. 대기업의 고문변호사를 아버지로 둔 부유한 집안의 둘째 아들인데, 중학교에 다니는 여동생 피비와 헐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D.B라는 형이 있습니다. 백혈병으로 일찍 죽은, 감수성이 예민한 남동생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착한 형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지난 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을 가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형 D.B.에게 털어놓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세 번이나 퇴학을 당하고 펜실베니타, 에거스 타운에 있는 명문 펜시 고등학교에 편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겉돌다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시 퇴학을 당하게 되는 시점으로부터 2박 3일 동안 겪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콜필드를 둘러싼 사람들은 피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도움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펜시에서 퇴학을 당하게 된 사유는 성적불량입니다. 다섯 과목 가운데 영어 한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제를 한 것입니다.

 

콜필드가 평소 학생들을 아끼는 역사교사 스펜서선생님을 찾아가 퇴학사실을 알리는 장면에서 보면 수업을 밥먹듯이 빠지는 문제학생은 아닌 듯한데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 배운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시험지를 채우지 못한 것이 가장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교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퇴학을 통보받던 날도 펜싱시합에 나갔다가 지하철에 장비를 모두 두고 내리는 바람에 시합도 못해본 것인데, 그 책임이 모두 콜필드에게 쏟아지게 된 모양입니다. 그의 룸메이트 스트라드레이터나 이웃방을 쓰는 에클리와도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데면데면한 모양입니다.

 

콜필드는 학교를 떠나 뉴욕으로 향하지만 집에 일찍 돌아가면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나마 며칠이라도 마음 편하게 지내기 위하여 호텔에 방을 잡고서 클럽에 찾아가지만 예전에 형하고 사귀었던 릴리안과 만나는 바람에 클럽에서 나와 호텔로 돌아오게 됩니다. 일이 꼬이려다 보니 포주에게 엮여서 충동적으로 매춘부를 부르게 되지만 관계를 기피하게 되는데, 결국은 돈을 더 빼앗기고 얻어맞는 사고를 당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집에 숨어들어가 피비를 만나 사정을 설명하는 순간 파티에 갔던 부모가 돌아오는 바람에 다시 숨죽여 집을 나선 콜필드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엔톨리니 선생님 집을 찾아가서 하루 신세를 지려하지만 그의 동성애적인 접근에 놀라 뛰쳐나와 역에서 노숙을 하고 맙니다. 어디에 마음을 붙일 만한 곳을 찾지 못한 그는 결국 서부로 떠나려 작정을 하고 마지막으로 피비를 만나려 학교를 찾아가지만 피비가 따라나서는 바람에 결국은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데서 이야기가 끝나고 있습니다. 정신과의사를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신과치료를 받게 되었던 모양입니다만, 이야기의 전체를 통해서 그에게 정신과적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의 아버지의 시각에서 정신과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았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당연히 정신과진료의 이력이 콜필드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난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놓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229~230쪽)”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젊은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지 정말 헷갈립니다.

 

2박 3일 동안의 기록을 두고 성장소설이라고 하기는 그렇구요. 감수성이 예민한 콜필드가 어른의 사회를 위선으로 규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라고 단정짓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선적이라고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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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에서 보물찾기 - 유럽 문화 수도 페치에서의 일 년 두 번째 티켓 2
김병선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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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덕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에 부다페스트의 분위기는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1869004). 그런 까닭에 김병선교수님의 <헝가리에서 보물찾기>와의 만남에서 기쁨 이상의 무엇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부다페스트의 속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적은 것처럼 헝가리 남쪽의 국경도시 페치에서 생활한 1년여의 경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페치는 2010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도시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곳에 있는 국립 페치대학교에서, 아직 한국학 전공은 없으나 한국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게 되었다고 하는데, 직접적인 원인은 두 아들이 페치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큰 아들이 치과대학을 작은 아들이 의과대학을 다닌다고 합니다.

 

저자의 아들들이 처음 헝가리에 도착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라고 적었습니다. 다운타운이 뉴욕의 할렘가 같다거나, 사람들로부터도 환대는 고사하고 호의적인 표정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도착하면서 서울에서 부친 짐이 저와 같이 도착하지 않아 다음날 따로 왔다거나 하는 등의 이벤트가 있었기도 합니다만, 제가 처음 헝가리에 도착해서 받은 느낌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1854038).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헝가리 사람들의 의외로 속 깉고 정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헝가리에 대한 인상을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헝가리에 도착한 첫날 밤에 ‘유럽을 만끽해보고, 예술과 문화에 대한 감각도 확장해보자’라는 각오를 다진 것처럼 헝가리의 역사, 문화, 예술, 그리고 특히 헝가리사람들의 삶에 대한 저자의 느낌을 수많은 사진들과 함께 상세하게 적고 있어, 혹여 헝가리에서 장기간 체류해야 할 분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집얻기, 인터넷 개통, ID만들기, 버스 정기권 끊기, 차사기, 등등 이런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일 것 같습니다. 특히 헝가리 특유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대로 된 헝가리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전공이나 하고 있는 일 때문인지, 헝가리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길지 않은 기록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헝가리의 의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이라고는 한다. 다만, 첨단 의료기기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병원 진료는 무료이고, 약국 비용은 절반만 내니, 병원의 시설 확충은 자연히 국가의 몫이 된다. 다만 의사들의 진료 수준이 괜찮아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치료비를 필요로 하는 서구 사람들이 헝가리 병원을 많이 찾고 있는 상태다. 오스트리아 접경의 소프론이라는 도시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과병원이라 할 정도로 의료관광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그 수입에 신경을 적잖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의과대학도 그러한 평판에 힘입어 외국 학생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247쪽)”

 

헝가리에는 모두 4개의 국립의과대학이 있고, 모두 영어 과정이 있어, 외국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헝가리 학생들은 대부분 국비로 공부를 하지만 일부 헝가리학생들이나 외국학생들은 모두 자비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유학대행업체가 예비과정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송출하기도 하는데, 영어가 웬만큼 되고 학업 능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입학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본과 공부는 만만치 않아서 중도에서 탈락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입학하고 2~3년이 지나면 90%가 자의 혹은 타의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졸업을 한 다음일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헝가리 의사자격증을 받게 되는데, 환자를 대한다는 것은 그 환자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타국의 의사면허를 인정하는데 일정한 제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에서 면허를 딴 한국인들에게도 의사면허시험을 볼 자격을 주는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의사국가시험에는 필기시험 이외에도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다루는 실기시험를 치러 각각 합격해야만 합니다.

 

저자는 “가장 인도적인 행위인 의료행위를 제한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언어만 잘 통한다면 의사야말로 국경에 제한 없이 진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309쪽)”라고 적고 있습니다만,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있는 만큼 환자진료에 필수적인 의학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데, 나라마다 의학교육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 수준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입니다.

 

제목에도 담았습니다만, 저자가 페치에서 1년을 보내면서 발견한 가장 큰 보물은 헝가리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정(情)”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언젠가는 헝가리에서 다시 살아보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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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선 2015-03-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이 책의 저자입니다.

처음처럼 2015-03-04 21: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제분들이 좋은 의사로 성장해가기를 기원합니다
 
파리의 노트르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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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니 퀸과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주연한 영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리고 뮤지컬로 잘 알려진 <노트르담의 꼽추>의 원작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었습니다. 고백하건대 영화는 물론 뮤지컬도 아직 보지 못하였지만, 노트르담 성당까지는 가본 기억 밖에 없어 오히려 원작을 먼저 읽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정기수교수님은 작품해설에서 영화 등은 ‘작품의 참다운 모습을 왜곡시킬 염려가 있다’는 우려를 적고 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의 핵심 줄거리는 노트르담성당 앞 광장을 무대로 춤을 추는 보헤미아 아가씨 라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부주교, 시인, 헌병장교, 성당 종지기 등의 복잡한 사랑놀이를 축으로 하는 기구한 운명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노트르담 성당이고, 성당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모습이라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작품해설의 말미에 붙인 문학사가 랑송의 말 그대로입니다. “이 책의 참다운 재미는 가지가지의 삽화와 광경 묘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 (…) 그보다 더 생생한 것은 도시 자체요 …… 15세기의 파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생생한 것은 그 그림자가 도시를 덮고 있는 성당이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은 이 소설 속에서 진정한 넋을 가진 유일한 개인이다.(501쪽)”

 

이미 <레미제라블>에서 파리에 대한 위고의 지극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4부에서 테나르디에가 탈옥하는 과정에서 파리 성곽의 모습을 시시콜콜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5부에서 장발장이 시가전에서 부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근왕군의 포위를 뚫고 구하기 위하여 파리의 하수도로 숨어드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파리 하수도의 구조와 역사를 구구절절이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도 파리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관심을 읽을 수 있는데, 제3부 1장 ‘노트르담’에서는 노트르담 성당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고, 2장 ‘파리의 조감’에서는 15세기 무렵부터 파리시가 발전해온 모습을 요약하고 있고, 제5부 2장 ‘이것이 저것을 죽이리라’에서 중세 건축술이 차지하는 위상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건축술은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을 보완하기 위하여 발전해왔는데, 15세기 이후 인쇄술이 발명에 따라 ‘책이 건물을 죽이려 한다.(1권 345쪽)’고 규정하기도 합니다.

 

‘15세기까지만 해도 파리는 제각기 다른 모습과 특수성, 풍속, 습관, 특권, 그리고 역사를 지닌 서로 판이하게 구별되는 세 개의 도시, 즉 시테와 대학과 장안으로 나뉘어있었다(1권 224쪽)’고 합니다. 불과 이틀 동안 파리에 머물렀던 저로서는 로랑 도이치의 <파리 역사기행; http://blog.joins.com/yang412/13189707>을 읽은 것이 조금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위고가 묘사하고 있는 파리의 모습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고가 이 작품을 통하여 고대의 건축물을 미화 보존한다는 핑계로 사실은 그것을 훼손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옛건축물을 보존하자는 운동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는 공평하지 않았으며, 건축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무너뜨리고자 하였다. 르네상스에 장소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고딕 건축의 파리는 일순간밖에는 완전하지 못했다. 생 자크 라 부슈리를 완성하지마자 낡은 루브르궁을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2권 253쪽)” 빅토르 위고(1802~1885)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1819~1900) 역시 약관 30세에 저술한 <건축의 일곱 등불; http://blog.joins.com/yang412/13284036>의 서문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축물이 파괴되거나 무시되고, 내가 사랑할 수 없는 건축물이 세워지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존 러스킨 지음, 건축의 일곱 등불, 7쪽)”라고 토로하면서 옛건축물을 제대로 보존할 것을 주장한 것을 보면 당시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옛것들의 보존에 대한 지성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려웠던 또 하나는 다양한 어휘의 홍수였습니다. 정기수교수님의 말씀처럼 중세의 라틴어를 비롯한 온갖 나라의 말이며 중세 프랑스어와 사투리, 곁말로부터 중세의 갖가지 제도와 풍습, 습관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시인 그랭구아르가 보헤미아 패에 붙들렸을 때 건네는 구절입니다. “et omnia in philosophia, omnes in philosopho coninentur(그리고 철학은 모든 사물을 포함하고, 철학자는 모든 인간을 포함합니다.(1권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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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블루스
맹지나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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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을 지내고나니 입춘이 목전입니다. 아직은 한겨울이라서인지 더욱 봄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봄에는 어디론가 색다른 구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판에 맹지나작가님의 <그리스 블루스>를 읽게 되었습니다. 파란 표지가 금새라도 그리스로 떠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김진영님의 <그리스 미학기행; http://blog.joins.com/yang412/13018098>도 파란색 표지였던 것 같은데, 그리스 여행기는 왜 파랑 일색일까요? 지중해의 파란색에 더하여 그리스의 하늘도 파랑 일색일까요? 맹작가님의 그리스 여행기는 독특하게도 6개의 대표적인 그리스의 섬을 찾아가는 여행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가 이번 여행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적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 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 왔다. 어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올려 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가보고 싶은 역사적 명소나 휴양지도 넘쳐나는데, 그리고 그리스에 가면 볼 것도 많은데 왜 섬이었을까요?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리스 섬 여행이란 (…) 푸른 돔을 쓴 흰 건물 외에 산토리니에 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무정보의 백지상태로 떠나 몸과 마음을 더 깨끗이 비워 오는 여행을 강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혹시 그렇다면 여섯 개나 되는 그리스의 섬을 돌아보는 강행군을 할 일은 아니고 그 가운데 하나를 정해서 느긋하게 머물면서 시간과 공간을 즐기는 편이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연구실에 있던 교수 한 분은 여름이면 북쪽 호수가에 가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별만 바라보다 온다고 했는데, 어쩌면 몸을 쉬면서 마음을 비우기 위한, 진정한 휴가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면, 케팔로니아, 미코노스, 산토리니, 크레테, 스키아토스 그리고 스코펠로스로 이어지는 섬여행을 하게 됩니다. 크레테는 이미 김진영님을 따라 다녀온 적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특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http://blog.joins.com/yang412/12775771>를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 그려보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산토리니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익숙한 이름이기도 합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작가 역시 그리시 사람들의 친절함을 강조하고 있어 그리스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가시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그리스를 주저 없이 꼽는 이유가 바로 그리스인들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배려심 때문이다.(33쪽)”

 

저자가 직접 묵은 숙소와 주인들의 친절함, 그리고 그 섬에서 보고 겪은 것들을 시시콜콜하게 적고 있는 저자의 배려는 같이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좋은 여행은 좋은 숙소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교통편, 음식 그리고 구경거리라고 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작가는 읽는 이를 위하여 넘치는 배려를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넉넉하게 담고 있는 현장감이 넘치는 사진들에 설명이 없어 본문과 쉽게 연결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작가와 함께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정리하고 있는 돌아본 섬들에 대한 생각은, ‘그저 하루키의 북소리에 끌려 나섰던 여행이라서 충분한 정보를 사전에 가지고 있지 못했던 탓에 그림과 사진을 통하여 상상했던 그리스 섬의 모습이 매일 무너져 내리고, 대신 용감한 여행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감동이 넘치는 여행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섬들의 대부분이 아직은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어 있지 않은 탓에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읽고 난 느낌을 한 줄로 정리하면, “그 섬에 가고 싶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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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20시간의 법칙 - 무엇이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완벽하게 배운다
조시 카우프만 지음, 방영호 외 옮김 / 알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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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젊어서는 무엇이든 일단 벌이고 나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무대뽀 정신으로 무한도전을 불사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러 차례의 실패를 겪으면서 보다 신중해진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계신다면 독학전문가 조시 카우프만의 <처음 20시간의 법칙>을 읽으시면 도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시간과 기술을 꼽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가지고 있으면서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내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결정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기술의 문제인데, 어떤 일이든지 어느 정도의 기술수준이 되어야 재미가 증폭되는 단계에 접어들 수 있게 됩니다. 즉 ‘좌절의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좌절의 장벽을 넘어서기까지 투자가 필요한 것인데, 저자는 그 기간은 20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20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적절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처음 20시간의 법칙>에서 첫 3장을 할애하여 법칙을 설명하고, 다음 4개의 장을 통하여 각각, 요가, 우쿠렐레, 윈드서핑 그리고 바둑을 배우게 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이건 세계 정상급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고도의 집중된 노력으로 1만 시간을 연습에 투자하면 가능하다는 법칙입니다. 세계정상급의 수준이라는 것은 대부분 먹고사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고, 먹고사는 일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 1만 시간씩 투자해서 세계 정상급 수준에 이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20시의 법칙’을 읽다가 생각이 난 것인데, 20대 후반 무렵 우연한 기회에 사교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정규 교육코스도 있고 관심이 있는 분들끼리 모여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때만 해도 비밀교습소라는데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부르스, 지루박, 탱고, 트롯토, 월츠까지 모두 다섯 종류의 사교춤을 하루 한 시간씩 열흘에 완성시켜주고, 실전에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몸치이지만 그래도 눈치껏 열심히 배운 탓인지 기본 스텝에 더해서 난이도가 조금 높은 스텝까지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던 기술의 수준을 감안하여 ‘20시간 안에 새로운 기술을 마스터하기’의 원리는 일종의 목표수준 정하기에 해당하는, ‘기술을 최소 하위단계로 나누는 분리단계’, ‘하위단계의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목표에 이르는 한습단계’, ‘연습에 방해되는 물리적․정신적․감정적 요인을 없애는 제거단계’, ‘최소 20시간 동안 핵심적인 하위기술을 실습하는 연습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20시간의 법칙’을 적용하여 새로운 무엇을 배우는 열 가지 원칙이 중요합니다. “1.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선택한다, 2. 한 번에 기술 하나씩에만 에너지를 쓴다, 3. 목표성과 수준을 설정한다, 4. 목표 기술을 하위기술로 세분화한다, 5. 핵심도구를 입수한다, 6. 연습에 방해되는 요인을 제거한다, 7. 몰입할 수 있는 연습 시간을 확보한다, 8. 재빠른 피드백 고리를 만든다, 9. 스톱워치를 이용하여 잠깐씩 연습한다, 10. 연습량과 속도에 중점을 둔다.(37~38쪽)”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요가, 우쿠렐레, 윈드서핑 그리고 바둑을 실전연습의 예로 들고 있습니다만, 개인적 선호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이 꼭 이것을 따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둑은 어렸을 적에 어깨넘어로 배웠기 때문에 초급수준은 넘어섰다는 생각입니다만, 저자가 윈드서핑을 배우는 과정을 읽다보니 어렸을 적에 요트를 배우는 과정이 정말 무대뽀였구나 싶습니다. 강사로부터 간단하게 턴하는 기술을 배우고는 바로 끌고 나갔는데, 구명조끼는 챙겨 입었다고는 하지만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저로서는 참았어야 하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혼자서 독학으로)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데 얼마나 도전적인가 하는 점 뿐만 아니라,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주도면밀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도전정신이 충만한 젊은 독자들은 사전준비의 중요성을, 새로운 것 배우기를 주저하는 분들은 도전 가능성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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