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도 이 책을 살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그만큼 그 제목이 인상적인 걸지도.

그래서 몇 권 골랐다. 제목이 좋은 책들- 그리고 이어진 것은 해당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저의 잡문입니다. 그래도 제목이 참 좋아서, 옆에 어떤책의 제목을 붙인, 황당한 잡문을 써봅니다.

 

 

나는 조금 느릴 뿐이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는 고민한다. 남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잘 안되는 걸까. 다른 사람은 나보다 얼마나 더 많이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걸까. 난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하는 걸까.

지난 몇 년간, 가끔 그렇게 힘들어 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자주 힘들다. 아니, 말하기 부끄럽지만 털어놓자면, 한 순간도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고 산 적이 없다.

그럴 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다행인 건 이거였다. 그래도 나보다 성공했을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만약 그랬다면 나는 더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아서 그렇다.

조금 때가 늦게 오는 사람도 있는 법이야.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지만, 위로는 위로일 뿐. 속도는 늦춰서는 안된다. 지난 몇 년동안 배운 거라면 그런 거였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된다면

 

만약에,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이 결국 오해일 수도 있고, 또는 불신일 수도 있을 것같다. 이 말을 누군가 들어주고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솔직한 말을 할 수 없을 거다. 듣는 사람을 배려해서 말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만큼의 작은 신뢰가 없다면,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아질 것 같다. 그런 날들이 가끔 있다. 말 하고 싶지 않아지는 날들이.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누군가로부터 상처입고, 그리고 상처주고. 악순환은 반복된다. 사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 그러나 이미 상처입은 후였다. 상처가 아무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단 한순간에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그 순간에 없었던 일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게 넘어가고 싶을 뿐이지. 더이상 꺼내지 않고, 아물도록 싸매둘 뿐.

 

 

 

 

어제는 버리고 가라

 

어제를 버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제는 어제로, 오늘은 오늘로, 그리고 내일은 내일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러나, 옛 친구를 만나면, 요즘 뭐 하니? 하고 묻곤 거의 대부분 전에 있었던 있들을 이야기한다. 우리 전에 그러지 않았냐, 하면서. 실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그렇게 물어보면, 그런가? 싶으면서도 그래, 그랬었지, 하면서 말을 맞춰준다. 난 오늘 이야기가 하고 싶지만, 언제나 누군가는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어제는 그만 잊고 싶다. 오늘을 살기에도 삶은 퍽퍽하다. 그런데도, 가끔은 내일 일어나고 모레 일어날 일들을 생각한다. 그래도 잘 되는 날이 오겠지, 하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잘 되는 날이 온다는 그것으로 살아간다는 건 오늘을 생략하고 살아가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바뀐 것같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어느 날 부터 이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겠어! 하고 이전에 없던 사람이 될 것처럼 말을 했지만. 그리고 나서 조용해진다. 도대체 내가 원하는 게 뭐지? 그걸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이거였는지 저거였는지.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건, 그 다음 단계, 좋아하는 게 어떤 거지? 도대체 뭘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지? 당황스럽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기로 약속한 순간부터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그렇게도 해 본다. 하지만, 어느 시기부터는 그것도 피곤하고 지친다. 좋아하기로 한 것일뿐, 그게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그것과 비슷하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있기는 한 건지, 도대체 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길래,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는 걸까. 고민스러워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어느 순간 고민해보는 시간이 오고 나면,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거고, 그러나 그런 것조차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막막해지면, 그냥 하던 걸 그냥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놀 수는 없는 거니까. 참 답답한 일이다, 그렇게 살았다는 게.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지금은 준비중인 나날. 지금은 연습중인 나날. 지금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시 해봐야 하는 나날. 그 날의 저 편엔 언젠가 준비를 끝내고 맞을 날들을 기대한다. 그 날들은 선명한 빛을 내면서 우리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힘들고, 고단하고 그래서 더이상 이 날들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에도, 그 빛나는 미래가 내 앞에 서 있다는 생각에 고단함도 잊고, 피곤함도 참으며, 목으로 꿀꺽 삼키곤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일거라고. 나의 생을 두고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다면, 오지 않는 날들을 아직 읽기전인 나는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면서 다음 장을 한장 두장 읽어갈테지만, 이 생의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면서 어떻게 좋은 끝으로 이어갈 것인지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아직 오지 않는 날들에게, 많은 희망과 소원과 그리고 기대를 하면서, 그것들로 오늘의 진통제 삼아 살아가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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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요즘 그리스와 로마의 책들이 나오고 있는 걸까? 나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것도 그리스 로마신화를 그동안 번역해왔다거나, 아니면 연구해와서 그 성과를 말한다고 하기에는, 저자들이 다른 쪽에서 이미 유명한 사람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열심히 그리스를 다녀왔다거나, 어느 분야에서 다년간 축적되었을 성과를 통해서 책을 내셨겠지만. 그래도 전에 알려진 쪽이 아니라면, 이름은 들어본 이름인데도 어쩐지 동명이인처럼 낯선 기분이 든다.

 

 또 한 편에서는 로마시대의 책이 나오고 있다. 우연히 찾은 건 세네카에서 부터 시작되었지만, 어쩌면 올해 유명한 다른 책들도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다.  어차피 책을 내는 건 요즘 사람이고,이 시대 이야기가 호평받는다면,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신간'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이 저자들이 최신작을 써줄 입장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책들이 고전이 된 이상 이미 예전에 써놓은 책들은 있을 것이 틀림없다.)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그리스인이야기>의 저자 구본형 이라는 분은 이전에도 여러 권의 저서가 나온 잘 알려진 분으로 알고 있다. 경영 관련의 전문분야일 것으로 생각해서 찾아보니, 이분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변화경영전문가. 변화와 혁신, 경영에 대한 전문가가 그리스 신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메세지가 궁금해졌다. 한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들도 많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이번과는 그 경우는 약간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저자가 오래 전 그리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우리에게 전할 변화의 메시지가 궁금해졌다. 책에 수록된 컬러 도판이 상당히 많다고 들었는데, 요즘 알라딘에서 다이어리 함께 주고 있다는 점도 약간 더 관심이 생기게 한다만. (언제나 지갑이 고민이다, 지갑이.)

 

  알라딘에서 이 책을 찾으면서 저자를 검색해보니, 이 책 이전에도 그리스에 관한 책이 한 권 더 있었다. 이 책도 작년에 나온 책이라서 신간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온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저자는 자기경영, 변화, 가능성 등을 요즘 우리 시대에 맞게 이야기한다. 소제목을 보니 그리스 신화가 다수 인것 같으나, 위의 <그리스인 이야기>와는 내용상 약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등 잘 알려진 책을 이미 여러 권 써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그리스로 떠났다. 그리스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함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금 상태는 예약판매라서 자세한 정보는 없는 것같다. 한 주 정도 지나면 이 책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한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을테니, 조금 더 기다려야할 듯 하다.

 근데, 이 책은 위의 제목을 보다보니, 약간 낯선데? 설마, <시골의사의~>라는 앞부분이 없어서 그런건가? 그건 아니겠지?

 

 

 

<최근 나온 로마시대 사람들의 책들>

 이번엔 진짜 그 시절의 책들이 나왔다. 그 시절의 책이라 해서, 고서 발굴된 뉴스는 당연히 아니고, 옆의 책들이 최근 나온 것을 말하고 싶은 것.

 알라딘의 페이퍼를 쓰다가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게 되는데, 전에는 <화에 대하여>가 나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저자가 로마시대의 세네카였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별 생각 없이 키케로를 찾아보니, 키케로도 저서가 최근에 나왔다. 키케로 저서는 그 분야에서 유명한 분의 번역이라고 하고, <화에 대하여>는 읽어본 사람들이 많은 듯 한 데다, 둘 다 고전이니 읽어보는 것도 고민해본다.

 

<어. 책이 이게 얼마? 다른 나라 다른 신화보다가, 진짜 궁금한 일이 생겼다.>

 책을 사볼까, 하여 고민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 이 책들 가격이 그래도 상당하다? 먼저 한 권은 다이어리 준다고 하고, 또 한 권은 아직 예약판매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책이 두꺼운 편이기는 하지만, 책이 새해 들어서 다시 또 상승하는 건지? 이것저것 생각하다, 다른 건 다 잊어먹고, 책의 정가와 판매가가 기억에 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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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3-01-1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본형 저서 <그리스인 이야기>는 19800원,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는 18000원입니다. 그것도 할인된 결제시의 판매가가 그렇답니다. 둘다 400여페이지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만...
 

  새해가 되고 나서, 열심히 살고는 있는 거 같은데, 어쩐지 고민거리는 더 많아졌다. 잊어버리려고는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잘 안된다. 잊을만 하면 다시, 다시.

 근데 그게 중요한 건가? 꼭 필요한 건가? 아니, 그것보다 왜 고민하는 건지 그게 더 고민스럽다만.

 

 밤새 잠 못 들고 고민한 일들이 깨어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다.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일로 고민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모두 그 놈의 '흰곰'때문이다. 아침의 햇살과 더불어 경험하는 다양한 자극이 밤새 나를 괴롭혔던 그 '흰곰'에 대한 억압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울한 생각이 들면 무조건 몸을 움직여야한다. 임상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만히 있지 말고, 무조건 몸을 움직이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 페이지 54 중에서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009 쌤앤파커스  

 

 그냥 설명없이 나오는 "흰곰"은 뭐냐고? 앞에 있다. 근데 내용이 길어서 잘랐다. (타이프하긴 너무 길었기 때문에.)

  이 책의 이 앞부분에는 "흰곰"을 생각하라, 하지 말라, 하는 심리학 실험이 있다. "흰곰"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다들 흰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호소하게 되는 것. 그 때의 흰 곰이란 이런 거다. 뒷 부분의 저자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흰곰'은 우리가 원치 않는 기억이나 생각을 의미한다. 그 기억과 생각을 억압하려 하면 할 수록,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억압은 집착으로 이어진다. 사랑과 증오가 동시에 존재하는 애증과 같은 모순적 감정도 결국 이 억압과 집착의 변증법적 관계인 것이다.

 

- 페이지 53 중에서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009 쌤앤파커스

 

  그냥 비유에 나온 게 흰 곰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흰 곰은 그냥 북극에 가서 사는 게 그쪽도 좋고, 나도 좋을텐데. 언제 가나, 아무래도 하루속히 빨랑 갔음 좋겠다만.

 근데, 그 흰곰을 보내버리는 방법이 의외로 간단(?)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냥 막연히 자신감이 생기는 거 같긴 한데.

 

 요즘 온통 어렵다는 이야기뿐이다. 다 그놈의 '흰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해도 조금 지나면 다시 그 '흰곰'이야기로 돌아와있다.

 그래서 무조건 산책을 나가야 한다. 동네 앞길의 가게 간판만 보고와도 '흰곰'은 사라진다. 혹시 망사스타킹의 여인이라도 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행운이다. 10센티 크기의 굵은 망사스타킹이라면 더욱더 감사하고... 크흐!

 -페이지 54 중에서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2009 쌤앤파커스  

 

 움직이는 게, 좋다는 건 알겠는데. 요즘 추워서 어디 나가는 게 쉽지가 않은데요. 그래도 저 멀리 지구별의 한 구석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하진 않아 주셔서 진짜 다행스럽게 생각됩니다만. 더구나 올 겨울은 추워서 망사스타킹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이 날씨에 밖에 나가려면 쬐금만 더 추워져도 사람이 곰처럼 껴입어야 살만한 날입니다. 요즘이.

 그래도 보내버릴 수 있는 해결책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됩니다.

 

 근데, 쓰고나서 보니 조금 이상해졌다. 내가 제일 중요한 부분부터 적어서 그렇게 된 거 같다. (나는 역시 성격이 급한가보다. 해결책을 먼저 적어버렸다!)

 

  그나저나 내 새해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건지.

  아아, 고민 시작이다. 흰 곰이 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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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페이퍼에 이어 이번에도 백귀야행이다. 이번 권은 2권의 이야기 중에서 골랐다. 

 

아이들 : 가위 바위 보! ... 가 술래!

아이들 : 술래야 이쪽 손뼉치는 곳으로-

아이들 : 술래야 이쪽.

이들: 손뼉치는 곳으로.

아이 : 앗!

아이 : 시... 싫어!  살려줘요!!

할아버지 : 리쓰!

할아버지 : ...야 놓거라!

 

 

... 꿈이었구나.

무서웠어... 그런데 왜 그런 어렸을 때의 꿈을 꾼 걸까...

 

조부가 아직 건재하셨고, 내가 옛 관습을 따라 여자아이의 복장을 하고 있었을 때니까

그날은 집에 아이들이 많이 놀러와서 같이 놀고있을 때였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는 결국 알지 못한채 지나쳤지만..

... 우리 조부에겐 어떤 신비로운 힘이 있었고 그 때문인지 이 집에는 이상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으며

나는 그런 일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2>, 1999, 시공사, 제4화 장님놀이 중에서

 

 이이지마 집안은 할머니와 어머니가 다도 등을 가르치며 가계를 유지하는데, 그날 따라 알 수 없는 손님이 찾아온다. 그 손님은 다들 돌아간 이후에도 집안에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아침의 꿈 탓인지 옛날 일이 생각나 술래잡기 노래를 불렀던 리쓰의 한쪽 눈의 시력을 가져가버린다. 눈에 문제가 생긴 이후부터 리쓰는 누군가의 기억 속 장면을 보게 되는데, 누군지 알 수가 없다. 

 

 ... 그게 어떤 놀이였더라?

어떻게 끝내는 거지...? 가위바위보에서 진 애가 눈을 가리고 술래가 되고...

 

 술래야, 이쪽, 손뼉치는 곳으로-

 

놀리며 도망치는 애들을 잡아서...

 

"...야, 놓거라!"

 

할아버지가 그때 뭐라고 불렀었지...?

뭐라고...

 

가족 : 리쓰! 그런데서 자다가 감기 걸린다.

 

아...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졸고 있었나 보다. 일어나야지.

어... 뒤에 누가 있다.

아... 할아버지다.

뭐야, 꿈꾸고 있구나. 등 뒤에 계신 할아버지가 보이는 걸 보니...

아라가와 기누요?

...어. 가버리시네...

 

가족 : 리쓰는 할아버지를 닮아서 보이지 않는 걸 보거든...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2>, 1999, 시공사, 제4화 장님놀이 중에서

 

 꿈에 잠시 나타난 할아버지는 이름을 써서 보여주시고, 술래잡기에서 이름을 불러서 리쓰는 눈을 돌려받는다. 오래된 앨범과 집안 요괴, 그리고 다도교실에 다니는 학생으로부터 이야기를 모아 정리해보니, 오래 전에 아라가와 기누요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그 학생의 할머니인 노부인을 찾아간 리쓰일행은 화재로 그의 언니가 죽었고, 그 날 노부인이 입었던 옷이 붉은 색이었던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전에 술래잡기를 할 때 빨간 옷을 입은 리쓰를 동생으로 착각한 것일지도.

  예전 기억과 그 날의 언니를 떠올린, 아까 그 부인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 집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 : 예- 누구세요?

노부인 : ... 히다카 스미코의 할머니됩니다만 저... 아까 아드님께서 찾아오셔서...

어머니 : 예... 아들녀석이 또 실례를... 어서 들어오세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만. (늦네... 사고났나!)

노부인 : ... 이 신발. ... 언니 신발이에요. 이곳에 와 계셨군요.

어머니 :아마 저를 찾으러 오셨을 거예요. 용서해주실 리가 없겠죠. 언니를 두고 혼자 도망간 저를... 언니는 어릴적 사고로 왼쪽 눈을 잃었는데... 그걸 유난히 신경을 쓰셨어요. 그래서 밖에 나가 놀기 보다는 곳간에서 저랑 같이 놀 때가 많았지요. 가끔 이이지마 씨께서 놀러 오시곤 했지만...

 

 

 그날밤 저와 언니는 곳간에서 장님놀이를 하면서 놀았어요.언니가 하자고 했었는데, 곳간에서 촛불을 켜고 했던 장님놀이는 아주 무서웠지요. 그것도 단 둘이서.. 언니가 술래가 되자, 저는 몰래 곳간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어요. 그 때...

... 저는 겁에 질려 소리도 못지르고 우선 부모님께 알리려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저는 잊고 있었지요. 그날 밤은 두분 모두 볼일로 나가셔서 집에 안계셨다는 걸... 불은 순식간에 곳간을 태웠고 저는 겁이나서 불이 꺼질 때까지 숨어있었어요. 어른들께는 우리가 했던 일을 말하지 못하고 언니는 곳간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었고 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뗐지요.

 

   이이지마 : 기누요!

 

 노부인 : 이이지마 씨가 언니의 장례식에 오셔서 문득 말씀하셨을 때

 

   이이지마 : 쓸쓸하면 가끔 우리집에 놀러와

 

 노부인 : ... 저는 모든 걸 들켜버린 건 같아, 두려워서... 이 사실은 60년동안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어요. 언니는... 

  

 틀림없이 지금도 저를 잡으려고 하고 있는 겁니다...

 

 노부인 : ...언니.

 노부인 : 언니! 언니 기다려요!

 노부인 : 언니,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이마 이치코, <백귀야행2>, 1999, 시공사, 제4화 장님놀이 중에서

 

 노부인은 그 때의 사고에 대해서 솔직하게 리쓰 어머니에게 털어놓는다. 60여년이 흘렀지만, 그에게 있어서만은 잊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비록 사고로 인해서 생긴 화재였지만, 그 때 겁이나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서.

 동생이 찾아와 그 화재의 숨은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하는 사이, 언니가 집안에서 나타난다. 6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동생이 눈물과 함께 털어놓은 사죄를 들은 아라가와 기누요는 신발을 신고 이이지마 가를 떠난다. 놀이가 끝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처럼. 어쩌면 그 동생의 마음으로부터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길었던 술래놀이가 끝난 아이는 더이상 눈 가리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갈 또 한 사람.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동생도 이제서야 그 날 밤의 술래놀이를 끝낼 수 있지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일의 시작이 있으면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만,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불편할 때도 있다.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시작. 새로 시작하려면 이전의 일들도 그럭저럭 정리되고 끝이 나면 좋겠다. 그렇다고 억지로 끝낼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다른 일들을, 다른 시간을 또다른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백귀야행2권에서는 전권에서 요마로부터 자유로워진 즈카사가 다시 등장하면서, 리쓰와 함께 낯선 손님이 주고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둘의 할아버지는 꿈을 통해 나타나기도 하고, 병풍 뒤의 마작탁에서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이 집안은 아직 할아버지와의 인연이 끝나지 않은 듯 하다. 먼 친척일 지도 모르는 농가의 축제에 찾아가 일에 휘말리기도 하고, 대책없이 주워온 상자로 인해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리쓰 일행은 운좋게 그래도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기회를 얻는다.

이번에는 백귀야행 2권에서 제일 첫 이야기인 제4화 장님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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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페이퍼를 쓰려고 알라딘에 자주 들어온다. 그만큼 알라딘에 쏟아지는 신간도서와 이벤트를 보다 자주 보게 되는 상태다. 그래서 사실 조금 위험하다고 느끼긴 했다. 그만큼 볼 수록 사고 싶은 것이 생길 가능성도 커지지 않겠나. 나도 그게 참 걱정이긴 하다.

 

 

 

 오늘 신문에 알랭 드 보통의 기사가 있었다. 책관련 지면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다른 것보다는 약간 긴 기사였다. 아마 이 책이 나와서 그런 거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저자의 짧은 강연을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데,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야 영어로 그대로 들을 수 없으니, 자막의 센스가 좋았던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러한 고로 나도 얼마 전 이 책을 샀긴 했는데, 사고 나서 아직은 읽기 전 상태다. 하여간, 익숙한 이름이어서 한 번 사 봤는데, 이 책에 대한 건 다음 페이퍼에 돌아올 거다. 그럴 일이 좀 있다.

 

 

 

 

 내가 이 책을 언제 어디서 봤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근데 왜 기억에 남는 건지는 도통 더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이러다 꼭 산다는 거, 그게 제일 신경쓰이는 문제겠지만.)

학교 다닐 때, 아리스토텔레스며, 소크라테스라거나 플라톤은 우리 교과서에 가끔 나와주었다. 그래서 그들과는 가끔씩 봐서 알기는 한데, 그래도 역시 이름만 친한(?) 사이일 뿐이라서, 잘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이 책 저자 세네카 여시 어디선가 들어는 봤을테지만, 역시 이름만. 이 사람은 실존하긴 했어도 로마시대 사람이다. 아마도 이천 여년 전의 사람일텐데, 갑자기 유적지에서 발굴된 것도 아닐텐데, 이 책이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드디어 백귀야행 신간이 나온다고 알라딘은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거의 1년만에 한 권씩 나오는 이 책이 참 반가워서 최근 이 책의 페이퍼를 쓰고 있다. 고등학생이던 리쓰는 어쩌다 요괴 도움으로 대학생이 되었지만, 이제 슬슬 졸업할 때도 되었을텐데, 작가가 리쓰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다. 설마 대학원 보내서 연장시키는 거 아니겠지? 리쓰하나로는 부족했는지, 리쓰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삼촌을 등장시켜 부업으로 요괴퇴치를 한 지 조금 된 상태다. 어쨌거나, 읽던 책의 속편은 반갑다. 백귀야행 속의 요괴들은 자주 바뀌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전에 나왔던 그 누군가가 다시 나오기도 하고, 까마귀텐구 두마리나 아오아라시처럼 고정 출연진도 있긴 하다. 이번엔 오자키 부인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전에 한 번쯤 나왔던 그 오자키일 수도 있겠다. 하여간 카이 삼촌이 나온 이후로는 복잡함이 좀 더 커진 기분이다.

 

 언제나 새 책은 나온다. 또는 전에 사지 못했던 책이 구간 베스트셀러에 걸려서 심각한 고민을 하게 한다. 책 한 권에 뭐 얼마 한다고,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근데 그렇게 하나쯤 쉽게 생각하다가는 그게 그게 아니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제일 큰 문제는 사실 담다보면 하나가 하나가 아니라는 거. 카트에 잔뜩 채워넣고 달리는 그게 문제라는 거!

 근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원하는 만큼 사다보면 진짜 필요한 것을 살 수 없게 된다는, 그걸 우선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 잊어버리는 건지 아닌지는 그 순간의 문제라서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없을 그런, 그 순간을 지배하고는 사라지는 문제인거다. 신상(!)과 빅세일 앞에서 약해지는 나 때문에 역시나 내 지갑이 참 걱정이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관념을 동원하자면, 책은 마음의 양식이지만, 그러다 몸이 먹을 양식이 걱정된다 뭐, 그런 경고를 하는 거겠지만. 어쨌거나, 오늘도 알라딘은 메인 화면에 새로운 상품들로 가득찬다. 아아, 자주 보면 보고 싶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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