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이후 나는 서재를 거의 비워두고 있었다. 지난 10년여 동안 서재활동을 해 온 나. 사람이 습관이 무섭다고, 안하고, 떠나 있었더니 그맘도 익숙해져서 이젠 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안하는 동안 문득 생각이 나 가끔은 들어와 보곤 했다. 하지만 그뿐. 다시 할 용기도 마음도 나지 않았다.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면 그렇게 공격하고, 쪼아댈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것도 알고 보면 현실인 것을 난 너무 편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의 말을 들으니 52%인가 하는 숫자가 악성댓글에 시달린다고 한다. 왜 그래야 하는 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아주 복이 없지는 않은 건지, 서재인 몇 분이 나의 안부를 물어봐 주셨고, 다독거려주셨다. i님은 일부러 다른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는 나를 일부러 찾아 와 나를 걱정해 주셨다. 이곳을 떠나면 그뿐인 것을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하고 계셨나? 뭉클할 정도였다.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ㅁ님도 본래 온라인 안에서의 논쟁은 무의미한 거라며, 그런 일은 오래 마음에 두고 있지 말라고 위로해 주셨었다. 물론 그분의 마음이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 한 번 문이 닫히면 다시 열리기는 쉽지 않는다. 그러던 중 작년 말 p님의 방문을 받았다. 나는 그분이 내 방명록에 글을 써 주실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솔직히 나에게 공격을 퍼부었던 사람들이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니 세월가 잊으면 그만이다. 나름 공적인 발언을 하겠다고(그것이 어떤 사람 보기에 옳은 것이든, 그른 것이든) 하다가 나를 아는 서재지인들에겐 본의 아니게 선의의 피해가 가게 되었으니 난 그분들에겐 죄인 아닌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솔직히 그 일을 겪어보기 이전에는 서재에서 자기 좋은 말이나 떠들고 있는 것이 답답하고, 그게 옳은 일일까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서재질을 오래하다 보니 이런 폐해도 생기는구나 싶어 그래서도 이곳을 떠나있기를 바랬다. 이제 블로그 활동을 한다는 건 내겐 특별한 일이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떠들고, 위무나 받자고 하는 일이 그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p님의 격려에 힘입어(p님은 무엇보다 본인은 그 일을 크게 생각할지 몰라도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는 말씀에) 그냥 용기를 내 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서재 활동을 하면 새로운 닉네임으로 바꾸고 활동을 하리라 마음 먹은 일을 실행에 옮겼다. 그래서 나의 닉네임은 스텔라에서 애티커스로 바꿨다. 스텔라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이 중성 내지는 남성스러운 이름이 싫지 않다. 가끔 여잔데도 실명이 남성 내지는 중성의 이름을 쓰는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 난 그게 좋아 보였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만이라도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오해 받을 수도 있지만, 이것인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면 약간은 어이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속아줬다는 점에선 재미가 더 크다. 그러니 나중에라도 나 때문에 원망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렇게 어색하게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새해를 맞았을 때 예전에 심심찮게 서재에서 왕래하던 ㄴ님이 나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가셨다. 어찌나 반갑던지. 활동을 안 하신지가 꽤 되는데 그런 생각지도 않은 인사를 받고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내가 이렇게 다시 서재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분의 인사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물론 그때 이후로 또 다시 안 나타나시고 계시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잘 지내고 계시겠지?
한 2개월여부터 몸이 안 좋아졌다. 나이 탓이려니 하지만 갑자기 안 좋아지고 보니 겁이 더럭 났다. 혹시 이러다 죽거나 반신불수라도 돼서 자리에 눕게 되는 것은 아닌가? 별의별 상상을 다하기도 했다. 건강했을 땐 삶도 죽음도 그다지 내겐 크게 의미로 와 닿지 않았다. 살면 사는 거고, 죽으면 죽는 거지 했다. 그런데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쉽게 죽는 것이 아닌데도 막상 이 세상에 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이렇게도 삶을 갈망했었나 아찔할 정도였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 가족들에게. 나의 엄마에겐 더더욱. 사람이 올 때는 차례대로 와도 죽는 건 차례가 없다지 않는가? 내가 감히 엄마를 두고 어떻게 세상을 먼저 떠날 수 있겠나를 생각하니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건강하고 살아야겠다는 아니 적어도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가족을 두고 자살로 죽는 사람은 얼마나 독한 마음을 먹으면 그럴 수 있는 건지 할 말이 없어진다. 아무튼 그렇게 마음을 먹어선지 지금은 서서히 낫는 것도 같은데 그래도 아직은 조심하는 중이다. 원래 소심한 성격이라 아플 때는 최대한 몸을 사리게 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서재를 비워놔도 하루에 100명 가까운 숫자가 내 서재를 다녀가곤 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급격히 떨어져 두 자릿 수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나를 걱정해 주시는 p님은 이것이 개명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겠냐고, 걱정 반, 위로 반 해 주셨다. 6개월 여 동안 비워두기까지 한 내가 조회수를 우논할 자격이 없는 것 같긴 한데 그걸 나도 잘 모르겠다. 개명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요즘 한창 도서정가제 때문에 알라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서 그러는 것인지.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긴 하다. 비워두어도 조회수가 나름 높을 땐 별로 신경에 없었는데 이렇게 저조하고 보니 뭔가 소외된 느낌이란 생각을 떨치기가 어렵다. 물론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외로워서겠지 싶어 씁쓸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