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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기자는 보는 것을 말하고, 작가는 아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왠지 뉴스는 그것을 송출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욕망을 드러내고, 앵커의 목소리는 뭔가 볼멘 소리로 들리는 것은 어찜인가? 오히려 그것이 가져 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그것들을 보면서 그동안 부정 청탁 및 뇌술수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얼마나 있는 것들 위주로 재편되고 흘러왔는지 새삼 알겠다 싶다. 워낙 만연해 있어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마치 직격탄을 맞은 양 하는데 뉴스 보도를 그렇게 밖에 못하나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사실을 보도한다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부정 청탁 및 뇌물수수의 기회가 없어졌으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지난 여름, 각 언론 기자들 삼성측으로부터 받아 먹은 것이 없다고 이건희 회장 사생활이나 폭로하고 하루만에 기사 내린 걸 보면서, 삼성도 삼성이지만 이렇게 아직도 거지 근성에 생양아치 짓을 하는 기자들이 있구나 싶어 좀 놀랐다. 물론 그게 어디 거지 근성 하나만으로 말해질 수 있는 사안이겠는가? 기사도 담합하는 거 아니겠는가? 어떻게 일제히...       

 

며칠 전 아는 지인을 만났다. 그 지인은 남편과 함께 작년부터 우리가 알만한 쥬스 체인점을 운영 중인데, 얼마 전 그 브랜드가 언론으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가득이나 시중에 유통 판매되는 쥬스가 과당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인식이 안 좋은데, (파는 건 어떨지 몰라도) 실제로 과당을 쓰는 건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침 근처에 같은 체인점이 있어 들어가 그녀가 추천하는 쥬스를 마셔보기로 했다. 스몰 사이즈의 사과와 케일을 갈아 만든  쥬스다. 주문할 때 시럽을 빼달라고 부탁하란다. 나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했고, 잠시 후 주문한 쥬스가 나왔길래 마셔 봤다. 시럽을 빼서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원재료의 맛 그대로를 느낄수가 있었다. 그러고도 2천원. 그녀는 다 그런 식이란다.

 

그 쥬스 브랜드는 당시 무려 네 개 방송국을 타고 심층 보도식으로 전파를 탔는데, 순 썩은 재료 가지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설탕이나 잔뜩 넣어 판다는 식으로 방송을 하더란다. 당연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과연 기자들이 그렇게 보도할 근거와 권리가 있는지 묻고 싶어졌다. 신생 기업이고, 싸게 파는 것이 죄인 것이다. 물론 그래서 주위에 잘 나간다는 커피숍 체인들을 잠식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지나치게 가격을 높게 책정해서 소비자를 우롱한 것은 왜 말하지 않고, 착한 가격에 건실한 신생 기업을 홍보는 못해 줄 망정 그런 식으로 모독을 하고 음해를 하는지, 그들이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이 뭔지 모르겠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대뜸, 그 회사 사장이 기자들에게 돈을 쓰지 않았군요.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그래요 했다.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안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것 해 봤자 당장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지체되고 그러는 사이 사람들 기억속에 잊혀져 갈 텐데 뭐하러 하냐며 미온적인가 보다. 하지만 체인점 점주들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긴, 이제 김영란법이 시행됐으니 그런 불필요한 돈 낭비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받아 먹은 것 없다고 더 이상 그런 악의적 보도도 안할 것이고.         

 

예전에 버스 전용도로에 도로 한 가운데 버스 정류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좀 말이 많았던가? 지금은 그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김영란법도 그러지 않을까? 그거야 공직자, 기자, 있는 기업인들이나 해당 사항있는 법이지, 먹고 죽을 돈도 없다던 영세상인들, 소시민이 무슨 해당사항이 있겠는가.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그러는데 난 김영란법 환영이다. 그것도 대환영이다. 그런 법은 벌써 30년 전에 만들어졌어야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부정 청탁 때문에 짓지 않아도 될 빚을 지며, 고통속에 살아야 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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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9-29 17:03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생양아치들이죠. 황색저널리즘.
저도 9시 뉴스는 잘 안 보는데 어머니가 TV를 보시는지라 오다가다 들었는데
보도 행태가 영 마음에 안 들더군요.
그 때문에 영세 업자들 특히 노점상인들 괜히 자릿세 물고
장사했을 거 아닙니까?
그들의 고충이 좀 해소가 됐으면 좋겠어요.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9-29 18: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일은 이런 것은 없는데 독일도 이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공무원에게 커피 한 잔만 사도 그게 법으로 걸린다고 하네요...
다 필요 없고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기 돈으로 내는 문화가 제일 좋습니다.
추렴 문화가 이번을 계기로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

2016-09-29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30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6-09-29 1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희는 잘 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저거 터트린 곳이 뉴스타파에요. 오히려 조중동하고 기레기들이 광고 수주 안 들어올까봐 기사 다 내렸는데.... 뉴스타파 저거 터트릴 때 저는 엄청 걱정했어요..그나마 뉴스타파가 광고에 의존하지 않으니 저런 불법성매매도 보도하죠. 미드 굿와이프의 마굴리스의 남편역 크리스 노스가 성매매 스캔들로 난리도 아니였잖아요. 성매매가 유럽 몇몇 나라나 합법이지 우리나라나 미국은 불법이에요. 저도 뭘 저런 걸 찍어 폭로하나 싶긴 하지만... 대신 이건희 개쪽이죠~

2016-09-30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09-29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란법이 부정부패방지법이라 불리길 바라는,,,
말씀대로 30년이나 늦게 제정됐으니ㅋ 이익단체들의 외압에 느슨하게 예외를 만드는 일없이 엄격하게 지켜지는지 파수꾼이 되어야 겠습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stella.K 2016-09-30 19:15   좋아요 1 | URL
잘 지켜질 겁니다.
믿어야죠. 오늘도 뉴스 보니까 긍정적인 보도를 하더군요.
고맙습니다.^^

cyrus 2016-09-30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0년 전이라면 유신 시절인데, 그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법 도입에 관한 언급조차 꺼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박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겁니다.

stella.K 2016-09-30 19:18   좋아요 0 | URL
아니지. 전두환 시절이지.
네가 말하던 때는 40년 전이고.ㅋ
이제 시작이다. 갈 길이 멀다.

cyrus 2016-09-30 19:26   좋아요 0 | URL
아... 계산을 잘못 했군요.. (머쓱) ... ;;;; 민망하네요 ㅋㅋㅋㅋ

stella.K 2016-09-30 19:3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괜찮아. 그땐 네가 태어나기 전이잖아.
그냥 아무 때나 찔러보는 거지 뭐.ㅋㅋㅋㅋㅋ
 

예전에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쓴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를 읽고 화가나 던져버렸던 적이 있다. 읽은 지가 좀 돼서 정확한 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날 여주인공의 이메일에 잘못 들어 온 어느 낯선 남자와 이메일 교환을 통해 사랑을 키운다는 일종의 연애 소설로 기억한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면서 이메일 교환을 통해 사랑을 키운다는 게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그게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이야기가 밑도 끝도 없이 사랑에 대한 상상을 증폭시키다 영화 <파리대왕>의 마지막 장면처럼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끼어들어, 당신 여기서 뭐하냐며 여자의 의식을 깨우는 것에서 끝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아닌가?). 그래서도 더더욱 그 둘의 사랑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게다가 불륜이기도 하지 않는가). 모름지기 상대의 눈을 보고, 숨소리 하나도 느끼며, 서로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사랑이지 이메일을 사이에 두고 이게 뭐하는 건가, 디지털 시대엔 이런 식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봐줘야 하나 뭔가의 의문이 들었다.

 

 예전 아날로그 시대엔 펜팔이라는 것이 있어 서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도 편지 교환을 하고 사랑을 키우는 커플도 있다고 들었다. 솔직히 난 그때도 그런 사랑을 믿지 않아 펜팔이란 이름은 들었어도 어떻게 하는 건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그 비슷한 경험을 할 뻔 한 적이 있었다. 

 

사춘기 시절 책에 관심이 많아 모 출판사에서 독서회원을 모집한다는 조그만 문구 하나를 발견하고 거기에 간지로 끼워있는 엽서를 이용해 우리 집 주소와 내 이름을 적어 보냈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웬 모르는 남자들로부터 무더기로 편지를 받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했더니, 내 이름과 주소가 그 출판사에서 회원을 상대로 정기 간행물을 속에 새로운 회원들의 신상정보로 들어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그걸 보고 나에게 편지를 보내 준 것이다. 난  그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사람의 성격이 천차만별이라고, 편지도 제 각각이긴 하지만 하나 같이 자신을 어필하려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 도 했다. 내 이름 석 자만으로도 어떻게 그렇게 상상력을 발휘하는지 인간의 두뇌가 새삼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난 갑자기 받은 편지가 당황스러워 집에 놀러온 두 명의 친구에게 자랑 반, 고민 반으로 그 편지를 보여 주었다. 그 속엔  먼 제주도에서 까지 보내 준 편지도 있었는데, 친구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 편지들을 다 읽더니 개중 제주도 청년의 편지가 가장 순수하고 좋아 보인다며 이 사람한테 만이라도 답장을 써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끝내 아무에게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답장을 한다는 게 어색했고, 왠지 그 사람들을 훗날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나에게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중 앞서 말한 제주도 청년은 정말로 미안했는데 그 후에도 서너 번 더 나에게 편지를 보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은 답장을 보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날은 어떠한 시댄가? 오늘도 인터넷 블로그에만 들어가도 몇 년째 얼굴 한 번 보지 않고도 댓글과 선물까지 주고받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 시대가 올 줄 알았더라면 그때 그들에게 성실히 답장 보낼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그 시대 나의 로망이 애인과 편지를 주고받는 거였는데, 그것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그렇게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도 어느 명사들이 자신의 배우자와 연애기간 동안 몇 백 또는 몇 천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것이 알고 보면 기록으로 다 남을 것들이 아닌가.        

 

 

언젠가 영화 <그녀 her>(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가 너무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다가 우연히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영화)를 보면서, 그때 그 책을 읽다 던져버린 걸 잠시 후회한 적이 있다. 이건 뭐 한 술 더 뜨는 얘기 아닌가? 그래도 책은 온라인이란 기계 너머에 있는 사람과의 소통을 얘기하고나 있지. 이건 인간이 기계를 사랑한다는 얘기지 않는가? 그제야  새삼 내가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감지 못하고 살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으니 나의 머릿속 운영체계야 말로 아직까지 디지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또 영화의 상상력만도 아니다. 홀로 외로운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는 대화  어플이 있다는 걸 얼마 전 한 예능 프로를 보고 알았다. 그런데 이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은 40이 넘어도 이성교제를 한 번도 못해 본 사람이 적지 않으며 그들을 위한 학원이 등장했다고 한다(이 보도는 10년 전에도 했던 것 같다). 인간소외가 극에 달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인연은 한 번의 눈빛, 한 번의 옷깃의 스침만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배웠는데, 그건 옛날 순수문학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였나 보다. 

 

그 옛날 아직 디지털 시대가 오기 전, 교회 주일학교 교사 시절 아이들 사이에서 다마고치가 유행했을 때 벌써 직감하고 있었어야 했다. 그때 나는 그게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감 같은 건줄 알았지 인간의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 거라고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 그것의 위력을 알았더라면 훗날 책을 던져버린다던가, 영화를 보고 새삼 놀라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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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23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 허 > 재미있게 본 사람입니다. 전 영화 속 주인공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저 옛날에 늦가을에 파리 한 마리가 방안에 들어와서 열흘 넘게 있었던 적 있는데 나중에 친구 먹엇습ㄴ다. 제가 이름도 지어줬죠. 크로낸버그`라고.... 파리 이름을 크로낸버그라고 짓고 부르니 아.. 짠 하더라고요..ㅎㅎ

stella.K 2016-09-23 12:01   좋아요 0 | URL
ㅎㅎ 크로낸버그! 이름 좋네요.
하여간, 곰발님의 독특함은 알아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ㅋㅋㅋㅋ
그런데 파리는 보통 며칠을 살까요? 정말 열흘쯤 살려나요?

사진 또 바꾸셨습니다.ㅎ

2016-09-26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9-27 19: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2016-09-27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엊그제야 나는 비로소 내 책을 봤다. 그냥 급한대로 한 권만 가져왔다. 원래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을 보는 것을 지독하리만치 싫어하는지라, 책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저녁을 먹고 2차로 생맥주집을 갔는데, 가는 동안 내 책을 가슴에 안고 길 가는 누구라도 붙들고 "제가 책을 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꾹 참았다. 

 

어제는 그냥 '글쓴이의 말'만 읽고 습관처럼 어딘가에 꽂아 두려고 했다. 이미 원고만으로도 3번인가, 4번을 봤으니 또 봐질 것 같지 않았다. 근데 이게 또 생각과 같지가 않다. 그렇게 '글쓴이의 말'을 읽고, 결국 첫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 글이더라도 원고 상태로 보는 것과 책으로 보는 게 또 다르다. 좀 낯설게 보인다. 이 상태에서 내 문장이 어떻게 읽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읽고 보니 내 문장은 좀 과잉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쳅터 하나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좀 여백이 있고, 물 흐르듯이 편하게 읽혔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소양이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오탈자는 정말 징글징글하다. 이건 나도 보고, 교정자도 보고, 편집자도 봤는데 그러고도 부족해 이렇게 또 발견이 됐다. 그걸 보고 어떻게 빨간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남의 책의 오탈자는 시크하게 잘도 넘어가더만 내 책에 오탈자는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이제 와 누구를 원망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냥 체크해 두는 것이다.  

 

또한, 한끗 차이더라도 단어 하나, 문장의 어미 하나를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문장 공부를 해 두는 것이다. 이 문장의 어미와 단어가 원래 내가 쓴게 맞는지, 편집자의 편집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공부해 놔야 다음 번 글을 쓸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유 하나가 더 있는데, 어제 경인방송에서 연락을 받았다. 책과 관련해서 방송 출연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TV 방송 출연이면(뭐 그럴 깜냥도 못되지만) 거절했을 텐데 라디오 방송 출연이라 허락했다. 그것도 녹음 방송이란다. 나중에 인터뷰 질문지를 보내주겠다는데 어떤 질문이 걸릴지 예습은 해 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뭐 자평을 하자면 내 책은 100점 만점에 75점은 줄 수 있지 않을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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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오탈자가 있었어요? 저는 못 봤어요. 경인방송 라디오 방송 검색해봤는데 누님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이영철이 만난 사람과 책>이겠군요. 경인방송에 ‘보이는 라디오’라는 서비스가 있었어요. 라디오 프로그램이 생중계 형태로 공개되는 거예요. 그런데 ‘보이는 라디오’ 공개 시간대가 오전 9시부터 새벽 4시까진데, <사람과 책>은 토요일 오전 7시부터 시작하는 거라서 ‘보이는 라디오’ 중계방송이 없어요.

stella.K 2016-09-08 17:25   좋아요 0 | URL
그게 말이다 남은 못 보고 나만 보이는 거란다.

그래? 난 KBS 클래식 FM 세상의 모든 음악 밖에는 안 들어서...
나중에 내 목소리 듣고 깜짝 놀랄까 걱정이다 얘.ㅋㅋ

아이리시스 2016-09-0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라디오도 화이팅♥

stella.K 2016-09-08 16:52   좋아요 1 | URL
아이님, 제가 책에 아이님 댓글 인용한 거 있어요.
그런데 딱 아이님이라고 안 밝히고 어느 님이라고 했어요.
나중에 혹시 모르겠거든 저한테 물어보세요.
그럼 갈켜 드릴게요.ㅋㅋ

페크pek0501 2016-09-0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탈자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봅니다. 어느 책이나 그럴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내가 그런 게 아니라 잘못된 인쇄다, 라고 편히 생각하셔요.

큰일을 치르셨습니다.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랍니다.
저는 책 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stella.K 2016-09-08 16:57   좋아요 0 | URL
알아요. 그런데 이게 책 내는 사람한테는 엄청 신경 쓰이는 거더라구요.

근데 언니, 언니도 아이님과 마찬가지로 언니 댓글 책에 인용한 게 있어요.
나중에 혹시 읽게되시어 모르겠거든 저한테 물어 보세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8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면 문화 셀럽입니다. 허허... 그동안 좀 바빠서 책을 못샀는데 오늘 종로 갈 일 있어 책 사들고 와야겠네요..겹겹사 겹치는군요..

stella.K 2016-09-08 17:24   좋아요 0 | URL
셀럽은요... 출판사 사장이 발이 좀 넓은 사람이라
여기저기 홍보했나 봐요. 대단한 책이 아니라 뭐 연락이 오겠나 싶어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폭탄 맞은 거죠.
월욜날 인천 가야되요.ㅠ

아, 종로에 무슨 큰 서점 있나요?
광화문 교보엔 갖다 놓은 것 같은데 웬만한덴 없을 수도 있어요.
혹시 없다고 하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blanca 2016-09-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참 귀엽네요.^^ 참, 라디오 방송은 언제 주파수가 어떻게 되나요? 꼭 들어볼게요.

stella.K 2016-09-08 17:20   좋아요 0 | URL
제가 그걸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알게되면 갈켜 드릴게요.^^

yureka01 2016-09-0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책 읽고 있다가 바쁘니 잠시 소강 상태중입니다...
읽고 리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stella.K 2016-09-09 12:21   좋아요 1 | URL
아유, 천천히 하십시오.
제가 숙제를 내드린 것도 아닌데요 뭐.
그냥 그렇다고 쓴 것 뿐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09-09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도 얼른 희망도서 신청 해야겠군요!!
라디오방송 잘하세요^^

stella.K 2016-09-10 13:40   좋아요 0 | URL
아이고, 희망도서로까지...?!
고맙습니다.
방송 잘 해야할 텐데 떨려서 어버버거릴 것 같아요.ㅠ

나뭇잎처럼 2016-09-0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자기 책에 빨간펜 들고 오탈자 표기하는 심정 어떨까요.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은 아니신 것 같네요. ㅋㅋ 자신의 문장이 과잉이 아니었나 담담하게 돌아보는 건 다음 쓰기를 위해 아주 좋은 자세인 것 같아요. 잉크냄새 확 번지는 새 책. 나의 첫 책. 그걸 처음 안았을 때의 느낌. 어떤 건지 알 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느껴보지 않은 느낌. ㅎㅎ

stella.K 2016-09-09 12:25   좋아요 0 | URL
지금은 그냥 하는 건데 하면서 아쉬운 마음만 커지는 것 같습니다.
뭐 책은 이미 나왔고.ㅠㅠㅠ
뭐든지 첫 것이 주는 감동이 있잖아요.
그런 거죠. 두번째는 이렇게 호들갑 떨겠습니까?ㅋㅋ

2016-09-10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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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0 17: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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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0 17: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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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0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3 14: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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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03 12:55   좋아요 0 | URL
헉, 제가 댓글 단 줄 알았더니 안 달았네요.
미안합니다.ㅠㅠ
요즘에 부쩍 저의 깜빡이가 자주 작동합니다.
그러려니 하십시오.^^
 

 

 

 

 

 

 

 

 

 

 

 

 

 

 

알라디너중 글 잘 쓰시는 분도 많은데, 부끄럽게도 제가 책을 내버리고 말았습니다.ㅠ

제안을 받기는 2년 전쯤인 것  같은데, 그동안은 내가 무슨 책을 내나 대답만 해 놓고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물론 제안을 받을 땐 신춘문예 당선된 것만큼이나 기뻤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알아봐 준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글이 뭐 그리 대단할까 싶기도하고, 13,4년 동안 서재에 올렸던 글을 건드린다는 게 도무지 엄두가 안 나더군요. 그런데 무슨 바람인지 2년만에 그 생각이 바뀌더군요. 내가 주어진 기회조차 챙기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작가가 되길 바랄까. 

 

주어진 기회라고 해서 마냥 편하게 놀고 먹었던 것도 아닙니다. 글이 될만한 실한 놈을 뽑아 다시 다듬는 건 새로 쓰는 것 못지 않게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또 그렇다고 쳐도, 오탈자 남기지 않기 위해 몇번씩 원고를 재검토하는 교정과 교열 작업은 정말 지난한 작업 그 자체였습니다. 온정주의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에 출판인들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한 작업 끝에 책을 내놓을지라도 워낙 어려운 출판 시장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르죠. 마치 망망대해에 조그만 촛불 하나 종이배에 실어 띄워 보낸 심정이랄까? 

 

우스운 건 장난이지만, 제가 제 원고 교정본을 출판사에 넘기고, 편집자와 교정자 그리고 아는 지인. 이렇게 넷이 같이 모여서 조촐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편집자는 출판사 대표이기도 한데, 그전에 애써 보낸 제 초고에 빨간줄을 쳐서 다시 보냈던 터라 교정자와 지인은 제가 지금쯤 편집자에게 화가 많이 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사각 테이블에 저와 편집자를 어떻게 앉히는 것이 좋은 지 고민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서로 싫을테니 옆에 앉히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마주 앉게 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제가 일부러 편집자 옆에 앉기를 자청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편집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서머싯 모옴이었던가요? 에펠탑이 보기 싫어 아예 에펠탑 안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는 일화와 비슷한 거죠. 마주 보느니 옆에 앉겠다는. 

 

그런데 뭐 생각만큼 제가 편집자와 아웅거리며 작업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고, 애초에 작업을 시작할 때 편집자가 하자는대로 다 맞춰주자는 게 저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별무리는 없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 하루키도 그렇게 하는데 하루키 새끼발가락도 못 되는 제가 편집자에게 반기를 들어 뭐 하겠습니까?  

 

그런데 역시 작가와 편집자도 인간은 인간인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부분에서의 불협화음은 불가피했으니까요. 그때는 저도 그냥 지켜보지마는 않았습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건 그 분야에 발전을 저해하는 것일테니. 싸움을 위한 싸움이 아니고, 발전적인 거라면 피해선 안 되는 거죠. 더구나 책은 한 번 찍으면 재판에 들어가기 전엔 다시 고치지도 못하고 원판불변을 유지해야 하니. 

 

제가 편집자에게 가급적 맞추려 했던 건 책에도 썼지만, 작가는 편집자와 친해져야지 평론가와 친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의 책은 평론가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책이긴 합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거나 편집자의 능력은 더 커져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죠.

 

그런데 저도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솔직히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서재질에 빠져 가열차게 글을 올렸을 시절의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지금은 그때만큼 열심히 쓸 수가 없습니다. 대신 하나를 올려도 꾹꾹 눌러 쓴 글만 올리려고 하는데 그도 쉽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게을러졌는지.

 

이제 책이 나왔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글 쓰기에 정진해야겠습니다. 책에도 썼지만 제 글의 팔할은 서재질이 키웠으니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더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바라기는 이 출판 시장이란 망망대해에 조그만 촛불 하나 불 밝히고 항해를 시작한 종이배 같은 저의 책이 어느 날 여러분의 눈에 띄이거든 부디 외면치 말아주시고 거들떠라도 봐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부디 책과 함께 하는 여러분의 삶이 더욱 행복하시길...           

 

 


저자 : 김지안

 

9월 생.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독서를 시작함. 그 시절 대부분 그렇듯 소설가를 꿈꾸는 문학소녀로 자람. 그러다 십대 말이 되면서 소설가의 꿈을 배신하고 심리학을 동경함. 겉멋에 취해 신학교 입학했다 간신히 졸업. 그 후 다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함. 나이 서른을 앞두고 우연히 교회에서 대본을 쓰기 시작함. 그렇게 하면 소설도 잘 쓰게 될 줄 알고 열심히 함.

세월이 한참 흘러 <뮤지컬 손양원> 대본을 쓰고, 2013년에 대학로에서 공연. 그때 애써 키운 나무가 열매를 맺는다는 걸 통감함. 2003년부터 stella.K, milk09 등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소설을 못 쓰면 비소설을 쓴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낙서인지, 에세이인지, 비소설인지도 모를 글을
만연체로 쓰고 있다. 그중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내 멋대로 읽고, 내 멋대로 쓰는 리뷰라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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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1 10:11   좋아요 0 | URL
아, 언니! 예정 보다 늦은 거예요.
원래는 7월말쯤이었거든요. 흐흐.
고맙습니다.^^

2016-09-0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1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1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1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6-09-0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뉘!!!! 스텔라 님, 뒤로 호박씨를 까고 계셨던 겁니까?! ㅎㅎ
알라디너 글을 흠모하신다고 하시면서, 알라디너들이 흠모하는 작가가 되셨네욤^^
부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욤..ㅋㅋ 아~~

책 낸거 감축드립니다! 저도 꼭 보겠습니다.
하지만 저, 좋은 주례사 리뷰만 쓰지 않는다는 거 아시죠? ㅎ

stella.K 2016-09-01 11:44   좋아요 0 | URL
아유, 흉내 한 번 내본 거죠. 작가 흉내.
알라딘에 먼저 작가가 되신 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네. 까실 거 있으면 마구 까주세요.
저도 주례사 별로 안 좋아합니다.ㅋㅋ

아이리시스 2016-09-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님이 나한테 가르쳐준 이름 진짜 아니야, 막 그랬는데ㅎㅎ
축하합니다,
늘 이만큼, 이보다 더 좋은 일만 있으시길. :)

stella.K 2016-09-01 14:31   좋아요 0 | URL
앗, 아이리시스님!!
그대가 축하를 안 해주면 어쩌나 기다렸습니다.ㅋ
고맙습니다. 아이님은 항상 보고 싶고, 기다려지는 사람입니다.
잘 지내죠? 그대도 늘 행복하시길...^^

2016-09-03 0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03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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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우연히 TV에서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리포트 방송을 보았다. 그게 벌써 19회를 맞았다고 한다. 정말 젊을 때 한때 자신을 이기는 극기 훈련의 방편인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웬지 그걸 보는 게 편치만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각박한 세상인데 사람들은 왜 자꾸 자신을 이기라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이겨서 어디다 써 먹을 건지는 정하기는 했나 모르겠다. 물론 전쟁중엔 전우애가 있다고, 일부러 그런 고난속에 나를 몰아넣고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런데 그게 왜 나는 가짜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정말로 나를 이겨야 한다면 그 방법 밖엔 없는 걸까? 정말 서로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건 전투를 방불케 하는 상황속에서만 가능한 건지 묻고 싶다.   

 

행사를 치르는 기준과 방법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이건 다분히 남성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21일을 오로지 걷기에만 집중한다. 비가 오나 뙤악볕이거나 오로지 걷기만 해야한다. 거기엔 여행이 주는 낭만과 긴장감 같은 건 처음부터 없다. 우리나라 국토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지, 그곳이 무엇이 유명한지 이런 건 꿈도 꿀 수가 없다. 아르바이트를 포기하면서까지 황금 같은 기회를 꼭 이런데 써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21일 동안 아무런 사고없이 참가자들이 완주하냐면 그렇지도 않다. 거기엔 항상 의료진이 따라 붙는다. 안 그래도 사고는 여름에 집중되는데 부족한 의료를 그런 것에까지 배치해야 한다는 게 좀 낭비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은 완주하지 못한 것에 열패감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나를 이기겠다고 참가해 놓고 이게 뭐냐고. 그런데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학생이 있다면 나를 이기는 방법은 반드시 그런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가급적 빠른 시간안에 깨달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들의 규칙중엔 3분안에 샤워 끝내기라는 것도 있었는데 아무리 극기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민중은 개, 돼지라고 입 한 번 잘못 놀렸다 망신을 당한 사람도 있다지만, 우리의 삶 곳곳에 그와 같은 폭력이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더구나 그걸 아예 공식화한 게 이 행사는 아닐까 의심이 가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런 행사에 참여하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추억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남성성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이게 과연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는 건지 따져 봤으면 좋겠다. 19년이나 됐으니, 1회 참가자들이 지금은 기성 세대가 됐을 것이다. 지금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때를 평가한다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시대에 사회 제도는 변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정신 재무장이라는 것만을 강조하며 무조건 강하게 견디고 살아 남으라고 이 행사를 이 더운 여름에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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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8-28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개고생으로만 기억에 남을 이 행사가 19년이나 지속되어 왔다는것 자체가 놀랍네요 ㅡㅡ 진짜 왜 자꾸 이기라고만 하는지. 나를 이겨서 어따 쓸건지 누군가는 알고라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stella.K 2016-08-28 20:31   좋아요 0 | URL
앗, 헬라스님, 그렇잖아도 님의 서재에 들렸다 오는 길인데.
책 엄청 좋아하시나 봐요.ㅎ

그렇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죠?
정말 찌질한 한국입니다.
이게 또 대단하게 애국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어요.ㅉ

hellas 2016-08-28 20:34   좋아요 0 | URL
너무 몰아붙이고 실패를 폄하하는 분위기는 정말이지 보고있자면 답답해요.


책은 사랑입니다:):)

stella.K 2016-08-28 20:42   좋아요 0 | URL
여자가 만일 이런 행사를 주관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을 해 봤어요.
이건 다분히 폭력적인 것 같아요.
폭력을 의식화 할 필요없잖아요.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yamoo 2016-08-28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요, 그니까...군대에서 행군이라는 게 있잖아요...그 행군을 하게되면 걷는 와중에 별의 별 생각을 다하게 됩니다. 모든 훈련 중에서 가장 힘든 건데요....국토대장정은 군대의 행군보다 훨씬 먼 거리를 걷습니다. 물론 군장같은 거 매지 않고 편한 신발을 신지만...워낙 장기간 걸어야 하기에 극기훈련 중 최고일겁니다. 이건 해병대 캠프 체험 같은 거와 비슷하긴 한데, 강도는 정말 하늘과 땅차이죠. 그냥 자기 한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 하는 거입니다. 에베레스트 산 등정을 하는 사람의 사고와 비슷한 데가 있죠. 네, 전 그리 생각합니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체험을 해 봄으로써, 정신적인 문장을 단단히 한다...뭐, 그런 취지에서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거겠지요. 군대 문화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지만, 나름 의의가 있어, 계속 하나 봅니다. 저도 저 프로 엔날에 봤는데, 개인적으론 왜 참석하나...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ㅎ

stella.K 2016-08-29 12:53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러니까요. 저도 야무님 같은 생각을 지금까지 했거든요.
그리고 그 생각이 아주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거. 그게 마치 정신함양에 최선인 양
하는 게 좀 거슬린다는 거죠. 좋아서 하는 거야 뜯어 말릴 수 없지만
이건 확실히 남성의 전투성 경향인데 그런데까지
여자를 끌어들이고, 이게 남성의 건강함을 대변한다는 게
전 좀 마땅치 않아요. ㅠ

cyrus 2016-08-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토대행사 안 하길 잘 했어요. 유격훈련 행군 힘든 것 생각하면 다쳤던 발이 욱신거려요. ㅎㅎㅎ

육체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을 극기 훈련으로 포장되는 이벤트가 너무 많아요. 그러다가 다치면 누가 책임치지도 못해요. 다치면 결국 자신만 손해 봅니다.

stella.K 2016-08-29 14:00   좋아요 0 | URL
그걸 방송에서 하고 있다는 게 웃긴 것 같아.
그리고 마치 그런 거 안하면 젊음도 아니고
되게 이기주의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런 거 하면
되게 건강하고 이타주의인 양 하는 것도 웃기고.
솔직히 극한에서 이타주의가 나오나 새삼 의문스럽기도 해.

너도 그러는구나. 나도 요즘 발목이 자꾸 욱신 거린다.
동병상련이야. 그지?ㅋㅋㅋ

cyrus 2016-08-29 14:10   좋아요 0 | URL
국토대행사 하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ㅎㅎㅎ

어머니가 비 오는 날에 저한테 물어봐요. 다친 발 욱신거리지 않느냐고요. 아직까진 그런 경우는 없는데 오래 걸으면 발등이 욱신거려요.. ^^;;

stella.K 2016-08-29 15:40   좋아요 0 | URL
헉, 정말.....?
벌써 그러면 어떻게...ㅠㅠ
난 오래 걸으면 발목이...ㅋ

그니까. 아니면 둘레길도 좋잖아.
명상과 걷는 게 함께 있어야 나를 찾고 이기는 거지
그게 무슨 나를 찾고 이기는 거냐구?
순진한 애들 후려치기나 하고.ㅉ

yureka01 2016-08-2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저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치고는 가혹한 일정이네요...극기..이름이 참 좋긴한데 자칫 이걸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단체가 있더군요....그렇게 꼭 단체로 군대처럼 줄지어서 할 것도 없거든요....자신을 찾고 알아가는 걷기야 백번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빡빡한 일정에 자칫 다치면 이게 보통문제가 아니거든요...하여간 단체로 뭘 하는거..별로 좋은 구석을 본적이 잘 없어서 말입니다...

stella.K 2016-08-29 14:05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단체로 해서 좋은 구석 못 봤어요.
그게 꼭 그거여야 하는 것도 웃기고.
산티아고 같은 거 그런 것도 충분히 자기를 찾는 거잖아요.
이건 떼거리로 뭐하잖은 건지...
전 씼는 자유를 제한 한다는 거에 놀라겠더라구요.
이건 진짜 사람을 개 돼지로 만드는 거지 그게 무슨...
이런 거 반대서명하는 거 없나요? 당장 서명할 거예요.
아니면 비리 좀 밝혀내던가.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