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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많이 찍어봐야 늘겠지만 난 기계치라 보는 건 좋아도 찍는 건 영 그렇다.

그래도 오늘은 간만에 용기를 낸 건 9일, 10일 연달아 만료되는 적립금 있다고 알라딘에서 매일같이 오는 문자 때문이다. 전엔 그냥 알라딘 메인 알림에서만 알려줬던 것 같은데 계속 문자가 오니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무조건 지르는 수 밖에.

 

그런데 어제 무슨 마음에설까? 알라딘 굿즈를 뒤져보게 되었다. 그랬더니 연필깎이기 눈에 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올해 초 본의 아니게 연필 아니면 깎아 쓰는 색연필이 생겼다. 원래 그런 걸 쓸 리가 없는데 막상 생기고 보니 옛날 초등학교 시절도 생각나고,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연필깎이가 아쉬웠다. 근데 그게 눈에 띈 것이다.

 

만원이 채 안 되긴 하지만 연필깎이를 안 사 본 나로선 싼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냥 추억과 맞바꿔 보기로 했다. 나야 연필을 써 봤자 글씨기용이 아닌 책 밑줄 긋기용으로 밖에 쓰지 않는데 그것치고는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기계치인 나로선 비싼 기계는 잘 고장이 안 나는데 이런 자잘한 게 의외로 잘 고장 나더라. 오래 오래 잘 써야할 텐데...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게 스티키 북마크다. 솔직히 이런 것도 꼭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나중에 책 팔려고 중고샵 나갈려면 이것부터 수거해야 한다. 그런데 우습지. 안 쓰면 모르겠는데 써 버릇하니까 밑줄 긋고도 붙이고 싶더라. 욕심이 나는 것이다.

 

시야가 좁아서일까? 전엔 책을 산다면 주로 일라딘 중고샵 직배송에 올라와 있는 책들을 샀다. 그러다보니 정가인하는 거의 보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목록을 보게 됐는데 의외로 군침 흘릴만한 책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왜 지금까지 이걸 외면했던 걸까?

 

디트리히 본회퍼 평전이다. 이걸 보는 순간 급땡김이었다. 예전 같으면 비싸서도 안 샀겠지만 내가 요 근래에 좀 바뀌는 것 같다. 여전히 문학 편식이 심하긴 하지만 그런 중에도 기독교 서적에 관심이 간다.    

 

작년에 아는 지인으로부터 그의 책을 선물 받기도 했는데 아직도 못 읽었다. 그의 생애를 알고 그 책을 보면 잘 읽혀질지도 모르겠다.

 

아, 근데 8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가독성이 좋다고 하긴 하더만 언제 다 읽을런지 모르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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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9-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각진 연필 때문입니다.. 오늘 책이 온다네요.. 알라딘 너무 합니다ㅜㅜㅜㅜ 만년필도 탐나구요ㅜㅜ

stella.K 2018-09-05 16:3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서 전 굿즈 웬만해서 안 보려구요.
보면 자꾸 사고 싶어질 것 같아서리...

연필깎이도 샀으니 한동안 연필을 써 볼까 합니다.
샤프는 편하긴한데 샤프심이 다 쓰면 다른 걸로
교체해야 하는데 마지막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바꿔줘야 하더라구요. 끝까지 쓸 수 있는 샤프가 나와줘야 하는데...ㅠ

니르바나 2018-09-05 22:10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책 한권을 위한 메신저백도 좋아요.
저는 <노트르담의 꼽추>로 하나 샀어요. <셜록>은 품절이었구요.
그런데 지금보니 메신저백 모두 예약 상태로 바뀌었네요. ㅎㅎ

stella.K 2018-09-06 14:16   좋아요 0 | URL
아, 니르바나님, 메신저백 사셨군요.
저도 가방이 탐나긴 합니다만
제가 책을 잘 안 들고다니는지라...
이미 들고다니는 가방도 있고
욕심내면 안 될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나중에 중고샵 나가면 한 번 보긴해야겠어요.^^

카알벨루치 2018-09-0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회퍼~좋아요! 난 만편필 굿즈 땜시 질렀는데 넘 촉감 좋아요! 이거 인증샷 올려야되나! ㅋㅋ

stella.K 2018-09-05 16: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본회퍼 좋다는 말을 들어서
각잡고 성경 읽듯이 읽어줘야 할 것도 같고.
평전 좋아하는데 모처럼 읽게되서 좋아요.
언제 읽을지 그게 문제지만...ㅎ

만년필 저도 쓰고 싶긴하지만 잉크 넣는 게 귀찮아
차마 그것까지 욕심내면 안 될 것 같아요.ㅠ

카알벨루치 2018-09-05 17:07   좋아요 0 | URL
리필잉크 두개랑 잉크넣는거 하나 이렇게 왔던데 만년필 좋아해서 대만족입니다 ㅎ

stella.K 2018-09-05 18:06   좋아요 0 | URL
요즘 만년필은 옛날 만년필하고 다른가 봐요.
옛날엔 잉크병에 만년필 머리를 담그고 펌프질 했었잖아요.
전 옛날 생각만 하는가 봅니다.ㅎㅎ

syo 2018-09-0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학쪽 책은 신학자 평전 포함해 정말 단 1권도 읽은 적이 없습니다만, 스텔라님의 리뷰를 기다려보겠습니다. 두둥.

stella.K 2018-09-05 16:37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이거 스요님 영혼 구원을 위해서라도
저걸 반드시 읽고 리뷰를 써야겠군요.ㅋㅋㅋㅋㅋ

2018-09-05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9-05 16:42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군요. 진짜 그런 말 듣긴했어요.
연필깎는 소리가 좋아서 칼로 찍접 깎는다는...
그러고보니 저도 어렸을 때 언니가 연필깎는 거 보고
스르르 잠이 왔던 기억이 있어요.
암튼 오랜만에 연필깍이 사니까 옛 정취도 느껴지고
기대만땅입니다. 아무리 디지털, 디지털해도
아날로그는 영원할 것 같아요. 그죠?^^

하나 2018-09-05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필깍이 저도 정말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잘 되나요? ㅎㅎ

stella.K 2018-09-05 19:55   좋아요 0 | URL
아, 네. 아까 시험삼아 깎아봤는데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필깎이를 샀으니 연필도 사야겠더군요.
알라딘 굿즈에서 여섯 개들이 한 타스가
2,500원이던데 그것도 사게 생겼어요.
뭐하면 뭐 한다더니 그걸 생각 못했어요.ㅠㅋ

하나 2018-09-05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전에 나온거라 조금 다를지 몰라도 저는 알라딘 연필 써본적 있는데 필기감 좋아요~♡

세상틈에 2018-09-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갑자기 연필깎이가 사고 싶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이제 연필 사셔야죠? ㅋㅋ

stella.K 2018-09-06 14:17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괜히 샀나 봅니다.ㅠㅋ

cyrus 2018-09-0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에 20년 지난 연필깎이를 가지고 있어요. 유치원생 시절부터 썼어요. 금박을 입은 자동차 모형의 연필깎이인데 이것도 세월의 힘을 이길 수 없는지 조금씩 금박이 벗겨졌어요. 그래도 아직은 쓸 만해요. ^^

stella.K 2018-09-06 14:20   좋아요 0 | URL
와, 20년...?!
저걸 사 놓고 보니까 나도 초등학교 때
썼던 연필깎이가 생각나더군.
붙박이용이었는데.
그거 될 수 있으면 잘 보관해 둬.
누가 아니? 어느 방송국이나 영화사에서
소품으로 빌려 달라고 할지.ㅋㅋ

후애(厚愛) 2018-09-06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구매하다가 굿즈 연필깎이를 봤어요.^^
갖고싶어서 구매할까 했더니 마일리지 보고 헉~!! 했습니다.
결국에는 포기했어요.ㅋㅋ

stella.K 2018-09-06 17:11   좋아요 0 | URL
가격이 좀 그렇죠?
그래도 오래 쓰면 좋겠어요.
본전 뽑지 않을까요?^^

푸른기침 2018-09-17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필깍이라면 하이샤파(?)라는 기차 모양을 썼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네요.^^
회퍼 책을 읽으시는군요.
살랑살랑 가을입니다.

stella.K 2018-09-18 13:45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가끔 알라딘에 오실 때마다
잊지 않으시고 서재에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죠?

맞아요. 그러고 보니 하이샤파란 연필깍이가 있었어요.ㅎ
회퍼 책은 언제 다 읽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앞에 조금 읽었는데 이분 참 우아하고 멋진 분 같더군요.

그렇게 더워도 가을은 어김없이 오네요.
또 금방 가겠죠?
남은 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에 문학동네에서는 러시아 문학 리뷰대회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중 하나를 읽고 리뷰를 올리는 건데, 우리의 열혈 독서 청년 cyrus가 이걸 그냥 지나칠 리가 없겠죠?

 

무려 4권이나 되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고 리뷰를 올렸는데 잘 썼더군요. 출전한 줄도 모르고 마구 칭찬을 해 줬는데, 솔직히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이라면 모를까 리뷰 대회는 우주의 일이라 잘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우리의 cyrus가 당당히 2위에 이름을 올리고 가장 먼저 저에게 그 소식을 알려왔습니다.http://blog.aladin.co.kr/haesung/10201786) 여러분, cyrus의 기쁨이 저의 기쁨이고, 저의 기쁨이 cyrus의 기쁨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때 농담삼아 혹시 1등하면 한 턱 쏘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차칸 cyrus가 그걸 진담으로 알아 듣고 저에게 정말 한 턱을 쏘겠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언제나 2등은 1등 같은 2등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ㅋ

요즘 아프리카 보다 덥다는 폭염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데 저로선 완전 차가운 캔맥주를 마시는 시원함에 비할 정도가 아니죠.

 

그런데 cyrus가 손이 크긴 크더군요. 10일 이후 4만원 이내에서 책을 고르라는 겁니다. 아마도 리뷰 대회가 이달의 알라딘 당선금 보다 크니 그것을 쾌척하겠다는 뜻인 것 같기도한데, 그렇게 되면 어쨌든 책값 4만원은 제 돈이란 말 아닙니까?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으리의 누나로서 cyrus가 그런 경사스런 일에 금일봉 정도는 하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마침 4만원이 생겼길래 뭐에다 쓸까 하다가 딱 (알라딘 공지가격)12600원만 쓰고 나머지 27400원 책값을 cyrus에게 금일봉으로 하사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떻습니까? 잘했죠?ㅋㅋㅋㅋ

 

 

이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cyrus 덕분에 읽게되어 넘넘 기쁩니다. 또 cyrus은 저 때문에 좋은 책 사 보겠죠?  이게 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겠습니까? ㅋㅋ

 

cyrus, 고맙다. 잘 읽을게. 너도 좋은 책 사 봐.^^

 

지금까지 저만의 계산법이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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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1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은 여자고 스텔라님은 남자 아니었나요? 반대입니까? 헉

stella.K 2018-08-13 18:1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카알벨루치님 농담이시죠?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님이 처음입니다.ㅠ

카알벨루치 2018-08-13 18:24   좋아요 0 | URL
진짠데 ㅜㅜ

stella.K 2018-08-13 18: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괜찮은데
cyrus가 충격 받지 말아야 할텐데...ㅋㅋㅋㅋ

cyrus 2018-08-13 21:54   좋아요 0 | URL
2010년에 블로그 시작했을 때 양철나무꾼님이 제가 여자인 줄 알았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ㅎㅎㅎ

카알벨루치 2018-08-13 22:11   좋아요 1 | URL
첨엔 남자인줄 알았는데 글의 소재나 느낌이 여자라 생각했답니다 스텔라님은 그 반대이고. 제가 이렇세 눈썰미가 없습니다 하악~

페크pek0501 2018-08-1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스텔라 님의 감탄할 만한 계산법입니다. ㅋ

cyrus 님께는 진심으로 추카추카... 합니다.

stella.K 2018-08-13 18:17   좋아요 0 | URL
ㅎㅎ 봉이 김선달 수준이죠?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18-08-1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혜로운 계산법이십니다 ㅋㅋㅋㅋㅋ

stella.K 2018-08-14 18:2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죠?ㅋㅋㅋㅋㅋ

북프리쿠키 2018-08-1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훈한 소식이군요ㅎ 키루스님에겐 축하를~텔라님께는 축하와 더불어 애도를(?) ㅎㅎ

stella.K 2018-08-14 20: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애도요? 왜요?
4만원 다 쓰지 않았다고요?
에이. 욕심 내 뭐하겠습니까?ㅋ
 

저에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지인이 있습니다.

아이들 다 키워 놓고 늦게 상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맘 때쯤 종강하고 기말고사 체제로 돌입하겠구나 싶어 응원차 문자로 피이팅을 외쳐 주었는데 아까 저녁나절에 전화가 왔습니다.저는 제 문자의 답례 차원에서 전화를 한 줄 알았더니 일주일 전쯤 남편이 심한 화상을 입은 것을 알았습니다.

 

아, 왜 그런 일이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부부에게 죄가 있다면 열심히 아이 키우며 산 죄 밖에 없는데.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밖거나, 누구에게 사기친 적도 없이 정말 선량하게 산 죄 밖에 없는데 왜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힘들어도 두 아이 자라는 것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 하나 이루며 사는 것을 위로겸 낙을 삼아 살았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지인은 사고가 일어나고 1주일쯤 지나서 그런지 많이 이성을 되찾은 느낌이었는데, 듣는 저는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파 어떻게, 어떻게를 연발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습니다.

 

두 내외가 아르바이트도 쓰지 못하고 아침 저녁으로 번갈아 가며 3평 남짓한 공간에서 각종 주스 팔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데, 실손 보험은 들어놨다지만 앞으로 치료비며, 고통스러운 치료를 어찌 감당할지? 이제 겨우 공부를 마쳐가는가데 공부는 마칠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또 앞으로 가게 운영은 어떻게 할지.

 

겨우 지인은 이성을 되찾고 나에게 담담히 그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나는 그렇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으니 그도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전화를 끊었는데, 끊으면서 생각나면 기도 좀 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지인이 그런 고통을 당할 때 결국 부탁할 수 있는게, 또 해 줄 수 있는 게 기도 밖에 없다는 게 서로 믿는 사람들이지만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시는 위에 계신 분의 뜻이 있으시겠지만 그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지인이 그렇게 정신없는 한 주일을 보내고 있을 때 저는 뭘 했을까요? 그 지인이 그런 일을 당할 거라고 감히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오늘도 난 벼르고 별러왔던 책 세 권을 (결국)주문하고 받았으며, 몇자 안 되는 글을 끄적이고, 읽고 있던 책을 마져 읽고 있던중이었습니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무료하게 지나가고 있었고 이런 삶은 오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제도, 그제도, 그그저께도 하니 일주일 전, 한달 전에도 있어왔습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을 때 나의 사랑하는 지인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 지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미안했습니다. 남은 그렇게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때 되면 밥을 먹어야 하고, 화장실에 가야하고, 졸립고 피곤하면 잠을 자야하고. 이 모든 게 정말 죄스럽습니다. 결국 인간은 죄속에 태어나 죄 가운데 죽는다더니 그 말이 맞는가 봅니다. 본인의 당한 일도 깜깜하지만 나는 그녀를 어떻게 위로해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백세시대에 이제 겨우 중간에 왔을뿐이라며 스스로를 위로도 해 보지만 우리 나이가 중년은 중년입니다. 이제 슬슬 노후를 준비하며 안정된 삶을 살아야할 텐데 이 나이에도 겪어내야할 고난이 있고, 헤쳐나가야 할 모험이 있다는 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떨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인은 부정맥이 있어 절대 안정하며 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들 내외는 동갑내기로 대학 때 만나 모든 것을 함께 하기로 다짐하고 결혼했는데, 이런 일은 그들 생애에 꿈도 꾸지 않았겠지만 모든 것을 함께 하기로 했으니 그 약속을 변함없이 지키는 것이 되겠죠. 그저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나시면 기도 좀 해 주십시오.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게해 달라고, 그 어느 순간에도 삶에 대한 의지와 기대를 포기하지 않게 해 달라고. 그들 가운데 평안이 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아니 그 어떤 기도를 하셔도 좋습니다.        

 

아아, 오늘은 그 어느 때 보다 아프고, 슬픈 밤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지인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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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6-20 15:18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 밖에 없네요.
친구한테만 소곤대는 글이었는데...ㅎ

지금도 마치 내가 당한 일인 양 기운이 하나도 없네요.
뭘해도 신이 안 나고.
마감 전까지 써야하는 리뷰도 있고,
특히 오늘 저녁에 하모니카스트 전제덕이 콘서트 한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가 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만나면 뭐라고 위로를 해 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이 이런데 본인은 어떻겠습니까?
이럴 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어쨌든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8-06-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까운 친구가 큰 병이 나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해 줄 게 기도밖에 없더라고요.
삶이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평화로워도 내일은 어떤 폭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스를 통해 피살이니 실종이니 화재니 하는 사건을 접하면 두려움이 느껴져요.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나 봐요.

stella.K 2018-06-21 09:53   좋아요 0 | URL
그렇게 병이 낫다는 말도 듣기에 힘든데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하루아침에 그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힘들까요?
어젠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겠더군요.
제가 이런데 본인들은 어떨까요?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고 하는데
처음엔 하나님 왜 이러시냐고 원망이 나오더랍니다.
모쪼록 이 시련을 잘 극복할수있도록 기도해줘야죠.^^

syo 2018-06-2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다정한 친구사이여도 남의 고통에 내 일처럼 괴로워하기는 힘든 법인데, 내 생활의 안온함이 죄스럽게 느껴질만큼 안타까워하시다니, 스텔라님 이런 다정한 사람.....

모쪼록 스텔라님의 기도에 응답이 있기를 바랍니다.

stella.K 2018-06-21 09:52   좋아요 0 | URL
아유, 아닙니다.
저도 아는 사람의 누가 그랬다면 그냥
혀만 끌끌 차고 말았을 겁니다.
아무래도 오래 관계를 지속해 왔고
삶을 많이 나누다보니 자매 같고 친척같은 형제애
뭐 그런 게 생긴거죠.
스요님도 친한 친구가 혹시 어려운 일 당하면 저 같이했을 겁니다.
모쪼록 치료가 잘되고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ㅠ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약속을 못 지키거나 연락없이 늦는 건 확실히 넌센스란 생각이 든다.

 

어제는 성경공부가 없는 날이었다. 전날 성경 공부 리더님이 그렇더라도 예배 끝나고 보자고 하기에, 주일 날 그 시간엔 웬만해선 예배를 위해 교회 가지 않는 내가 그 시간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갔다. 어제 하루를 겪어 본 이들은 알리라. 얼마나 더웠는지를. 무엇보다 그 시간은 해가 정수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머리카락을 태워버릴 기세였다. 그러니 여름 날 그 시간에 예배를 드리러 교회를 간다는 건 여간해서 내겐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 약속은 굳이 안 지켜도 되는 약속이기도 했다. 그냥 핑곗거리 하나쯤 대고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 것이기도 했는데, 그룹내에서 제일 막내이기도 했고, 리더로부터 추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다들 나오기로 했나 본데 나만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하면 그도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아 싫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나갔다.

 

아, 그런데 웬걸. 내가 예배 중 어디서 모이기로 했냐고 리더님께 문자를 드렸더니 그제야,

아, 연락을 안 드렸군요. 오늘 안 모이기로 했습니다. 미안해요.  

하는데 어찌나 화가나던지...

그럼 미리 연락 주시지...ㅠ

그랬더니 그렇게 결정 난지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 되지도 않을 약속을 만들고, 내가 문자를 하자 그제서야 안 모인다고 말하는 리더의 잘못인가? 그동안 느긋하게 있다 약속시간에 임박해서야 약속을 어긴 사람들이 문제인가?

 

그도 그렇지만, 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있다는 게 나를 더 화나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런 약속쯤 간단하게 안 지켜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뭐 안 지킬 수도 있다고 치자. 적어도 피해는 안 가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얼마 전에는 후배와 만나는데도, 자기는 약속 시간에 늦는 것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고, 내가 약속 장소를 변경시킨 것에 잘못을 전가시키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또 그전엔  이건 다른 사람인데, 약속 장소에 가고 있는데 기껏 전화로 못 갈 것 같다고 무려 1시간 전에 연락을 받기도 했다. 알겠지만 1시간 전에 연락을 한다는 건 그 시간에 연락을 못 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사람과 만나려면 최소한 1시간 전엔 집을 나서야 한다. 집에서부터 준비한다고 치면 1시간 반 내지 두 시간 전엔 연락을 줘야한다는 얘기다.

 

아무튼 그런 여러 일을 겪다보니 약속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늘상 사람 만나는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상대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이 없지는 않겠지. 어느 날, 성경공부 때 나의 이런 약속에 대한 트라우마를 고백한다면 어떤 일이 벌이질까? 그래. 네 말이 맞아. 약속은 잘 지켜야 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할게.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기독교인도, 일견 내 말을 잘 들어주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거나 또는 뒤돌아 서서, "쟤는 세상을 너무 안 겪었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불합리와 부조리가 많은데 그런 걸 가지고 문제를 삼고 그래? 바라는 건 아니지만 더 기가막힌 일을 당해봐야 알아. 쯧쯧." 이렇게 말할 사람이 (비기독교인까지 합쳐) 모르긴 해도 열의 아홉은 될 것이다.

 

실제로 난 오래 전, 아는 후배한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누나의 생각은 너무 옳아요. 너무 맞지만 세상은 그렇지가 않아요." 그 후배는 나와 무슨 말 다툼 끝에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그 후배한테 그런 말을 듣자고 했던 건 아닌데. 그저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들으면 되는 거였다. 결국 남들 다 아는 도덕 가지고 얘기하지 말자는 건데, 그렇다면 걔는 그런 관계의 문제를 어떻게 풀기를 바랐을까? 그러니까 자신이 뭔가 부족하고, 남에게 피해를 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되풀이 해왔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나를 깐깐한 도덕주의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관계에서 오는 문제라면 상도덕 가지고 풀일인데(나는 멀리 생각할 것 없이 상도덕의 문제만 해결해도 인간의 문제는 90% 이상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멀쩡한 상대를 기어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려 하는 건 그 후배만이 아니라는 것이 더 비참한 생각도 들었다. (아, 게다가 그 후배는 남자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젠더의 문제까지 들먹이기도 했다. 이쯤되면 '남자는 자꾸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쯤이 되는 건가? 아무튼 그 후배는 이상한 논리로 자꾸만 비약에 비약을 하기도 해서 질렸다. 물론 나중에 내게 사과는 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거나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또 그런 사람이 상대가 그러고 나오면 못 견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 경향이 있는 걸까?) 그렇게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면 나는 문제가 없는 것이고 오직 상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이래가지고는 세상의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투성이라는 것과  같다는 말인데, 이 문제는 언제쯤 풀릴런지 모르겠다. 

 

어쨌든 난 어제 그런 일을 당하면서 리더님한테 평소 받은 고마운 일들을 생각하며 내 화난 마음을 진정시키긴 했는데, 그래도 뭐 나의 마음이 아주 깨끗해진 것은 아니다. 미안한 것은 미안한 거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며,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다. 서로가 그런 생각을 가져줘야 문제 많은 세상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며 살 수가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해만 가지고는 문제해결은 절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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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6-0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날씨가 무척 뜨거웠는데, 고생하셨네요.
일요일 하루는 다들 쉬고 싶은데, 어제는 너무 더웠으니까요.
오늘 저녁에도 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눅눅하고 덥습니다.
stella.K님, 편안한 밤 되세요.^^

stella.K 2018-06-05 14:3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가끔 저를 자극하는 날도 있네요.
오늘은 다시 더워졌어요.ㅠ

2018-06-04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6-05 14:39   좋아요 1 | URL
그래서 이렇게 하소연이나 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cyrus 2018-06-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바른생활‘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 ‘고미안‘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때나 지금이나 아주 기본적인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stella.K 2018-06-07 11:15   좋아요 0 | URL
헉, 너 때도 그런 게 있었니? 나 초등학교 때도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고미안의 역사가 꽤 오래된 거네.ㅋ
물론 이 기본을 지키는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영혼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도 문젠 같아.ㅠ
 

 

이책을 읽고 뜻이 있어서(읭?) 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미 밝힌 바도 있지만 블로그 활동을 하고 리뷰를 비롯해 이런 저런 낙서 같은 잡글을 많이 쓰다보니 굳이 일기를 따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뭐 때문인지 이책을 읽고부터는 꼬박꼬박 읽기를 쓰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일기 쓰기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내가 오래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이유중 하나는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될 때 누구더러 내 일기장을 치워 달라고 부탁을 하겠는가? 나의 흔적을 가급적 남기지 않거나, 그럴 수 없다면 최대한 적게 남겨야 할 것 같고 그렇다면 일기장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내가 다시 볼 것도 아니고. 그래서 진짜 사춘기 때부터 모아 온 일기장이 못해도 내 허리춤 정도까지 올라와 있는데 거의 보지 않고 옷장 바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평생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걸 볼 일이 생겼다. 사실 난 지금 자의반, 타의반해서 뭔가를 쓰고 있는 중인데(이거 정말 지겹게 진도가 안 나간다.ㅠ) 갑자기 어제 글이 막힌 것이다. 온전히 기억에 의지해서 쓰려니 글이 자꾸만 꼬이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몇번의 고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때마다 일기를 꺼내 볼까 하다가 그냥 넘기곤 했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잘못 기억하는 나도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왠지 그러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 부분은 뭔가 정확한 근거가 필요한듯 해서 결국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보았다. 무려 19년 전. 그러니까 밀레니엄 한 해 전에 썼던 일기장이다.

 

그런데 진짜 낯설다. 내가 정말 이랬었단 말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나는 이 무렵 <발자크 평전>을 읽고 있었나, 본데 나름 꽤 흥미롭게 읽고 있었나 보다. 

 

"츠바이크의 발자크에 대한 애정이 그가 쓴 평전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츠바이크)는 참 섬세한 사람이겠구나란 생각이든다. 그리고 발자크를 읽으면, 작가는 모름지기 이래야하지 않나란 생각과. 누가 과연 사람들로부터 역사로부터 사랑을 받을 사람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이렇게 천천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을 얼마나 좋아하게 됐는지?

벌써 이 책을 손에 쥔지가 3주가 지나간다.

아직 반도 못 읽었는데..."           

                                                     -10월 13일-

 

"...... <발자크 평전>을 너무 오래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까지 꼭 한 달이 됐는데, 이제 겨우 반 조금 더 읽었다. 빨리 읽어야겠다.

                                                    -10월 30일-

부지런히 읽으면 이번 주 안에 <발자크 평전>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천천히 읽는 것도 좋지만 게으름 때문이라면 재고해 볼 일이다. 너무 오래 읽으면 오히려 그 흐름을 자칫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책이 그랬다.

                                                   -11월 10일-

 

푸하하~ 난 과연 내가 내 책에 무슨 짓을했던 걸까? 지금 하나 기억하는 건 난 그때 <츠바이크 평전>을 무지 지루하게 읽었다는 거다. 우연히 그가 쓴 단편소설 <체스>가 좋아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몇 권인가의 책을 읽었고, 그중 하나가 이 책이다. 너무 꼼꼼히 써서 지루했던 책.

 

일기장을 아직 다 읽지는 않았만 그때 나는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 쓰면서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는 그랬지. 사람과 그림은 한 발 떨어져서 보는 것이 좋다고.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교회라고 해서 다니기 시작했데 그 안을 들어가 보니 부조리한 것들 뿐이고, 온통 분노만이 가득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한 목사에 의해 교회 조직에서 퇴출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니까. 분노와 회의로 점철된 일기가 이 한 권의 일기장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어떻게 그 시절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그때를 견딜 수 있었던 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던 것 같다. 분노가 글을 쓰게 할 거라는 나의 사부의 말은 결코 빚나가지 않았다. 물론 난 교회에서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건 그저 내게 주어진 일 뿐이었고, 내가 교회에서 겪고 보았던 모든 부조리들을 글로 쓰겠다고 간간히 그 착상과 구성을 적어 두기도 했다. 하지만 난 지금 그 작품 중 하나도 글로 쓰지 못했다. 쓰다가 포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예배와 성경 공부 외엔 교회에서 특별히 하는 것이 없다. 그건 곧 내가 분노할 일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글쎄... 내가 지금 또 어딘가에 소속이 되서 봉사를 하게 된다면 예전 같은 분노가 되살아날까? 하지만 난 이제 분노로 나 자신을 소모시키지 않고 싶다는 것이다. 누구는 분노하라고 했지만 난 할 수만 있으면 분노하고 싶지 않고, 그것을 할 상황이라면 외면하고 피해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 시절 미처 다 해결하지 못한 분노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하고 싶고,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난 그것을 위해 이 일기장을 펼친 것이기도 하고.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위하겠는가.

 

요즘 난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란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정말 다 읽기가 아까울 정도로 좋은 책이다. 처음엔 무슨 젊은 아빠의 육아 일기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모 방송국 기자의 에세이다. 처음엔 뭐 젊은 사람이 글을 이렇게 잘 써? 시샘이 났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 밖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기는 또 얼마만인가? 새삼 헤아려보게도 된다.

 

 

 

읽다보면 거의 말미에 오은 시인의 '분더킴머'란 시를 만날 수 있다. 잠시 소개를 해 보면,

 

      빛나가면서 빗나갈 때

     뒤쳐지면서 뒤쳐질 때

      (...) 

     눈을 감아도 내가 보인다

                      너희들이 빤히 보인다

                       (....)

                      내 앞에 도래하는 백지상태의 내일 앞에서

 

참고로 분더킴머는 독일어로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뜻이란다. 즉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에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려고 자신들의 방에 물건을 수집했는데, 그런 방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오은 시인은 1984년 생으로 지금 한창 치열한 30대를 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녀가 실제로 지금 치열한 삶을 사는 지 난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시가 실린 시집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그것을 뒷바침 해 주는 것도 같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입니다. 이걸 오은 식으로 읽어볼까요. 분위기를 분(憤) 위기(危機)로 읽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분위기'를 읽어 본다면, 위기를 괴로워하다는 뜻이 되겠죠. 위기를 괴로워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청춘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서른 즈음의 우리는 위기를 괴로워하기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로 읽으면 어떨까요.  (253~254p)

 

그래. 밀레니엄 한 해 전의 나도 분(憤)위기(危機)를 사랑했던 30대였다. 이 글을 읽고 있으면 그때를 참 잘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고, 위의 글이 선물 같이 읽혀지기도 한다.      

 

결국 난 글을 쓰려면 이 일기장을 토대로 내 빈약한 기억력을 더듬어 쓸 수 밖에 없다. 이 일기장엔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의 타계 소식도 씌여있고, 고 신해철에 관한 기사를 읽고 쓴 글도 보인다. 내가 그렇게 꼼꼼한 사람이 못 되는데 이런 것도 썼나 신기방기 할뿐이다.  

 

이 일기장이 그나마 내 빈약한 기억력에 힘을 불어 넣어 준다.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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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5-08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기는 앞으로도 일기장에 쓰시는 건가요, 아니면 서재에 쓰셔서 저도 읽어볼 수 있게 되는 건가요? ㅎㅎㅎㅎㅎ

아참, 그리고 오은 시인은 남자입니다^-^ 웹툰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님이랑 비슷하게 생기신ㅎㅎㅎ

stella.K 2018-05-09 14:56   좋아요 0 | URL
스요님 100점!
잘 하셨습니다. 이래야 소통하는 맛이나죠.ㅎㅎㅎㅎ

와, 근데 오은이 남자였어요? 전 여잔 줄 알았어요.
안 알려주셨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ㅋ
이 사람이 그렇게 똑똑하다면서요?
이 책 보고 알았습니다.^^

cyrus 2018-05-0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리뷰도 일기라고 생각하면서 써요. 책 읽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감정을 기록하면 머릿속에 남는 게 있거든요. 물론 완전히 기억하진 못해요. ^^;;

stella.K 2018-05-09 14:58   좋아요 0 | URL
그래. 좋아. 그런데 나중에 꼭 한 번 다시 봐봐.
또 다른 너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프레이야 2018-05-0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담아갑니다.
지난 일기장을 읽어보는 기분, 알지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사람은 쉬이 변하지 않나 봅니다.^^

stella.K 2018-05-09 15:04   좋아요 0 | URL
띠지에 젊은 남자 사진이 있어서
꼭 직장팜의 유아분투기, 뭐 그런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진짜 글 잘 써요. 부럽더라구요.ㅠ

맞아요. 우선 그때의 글씨체와 지금의 글씨체가
변한 게 없어서 놀랐고, 그때 고민하던 걸
지금은 고민하지 않지만 해결이 되서 고민을 안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되더라구요.
처음엔 19년 전 나를 보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 이내 익숙하더라구요.
역시 나는 나 같습니다.ㅎㅎ

2018-05-08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5-09 15:06   좋아요 1 | URL
전 가끔 궁금했습니다. 일기는 잘 쓰고 계시는지...?
잘 쓰고 계시죠?ㅎ

그렇게 짜내는데 그렇게 잘 쓰신단 말씀입니까? 췟!ㅋㅋ

hnine 2018-05-0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강현 기자는 JTBC 정치부회의라는 뉴스에서 반장을 맡고 있어요. 저는 이분이 팟캐스트 진행할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지금은 종료되어서 아쉽지요) 소설도 낸 경력이 있고, 글솜씨가 없을리 없는 경력을 이미 갖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stella.K 2018-05-09 15:09   좋아요 0 | URL
제가 뉴스는 KBS만 보는지라 종편은 잘 몰라요.
그럴 줄 알았으면 정말 볼 걸 그랬습니다.
이 사람 정말 맘에 들어요.
그렇지 않아도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이 책 h님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페크pek0501 2018-05-0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내가 이런 글을 썼네, 하면서 저도 제 일기장을 보고 놀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낯설지요.
흔한 말로, 내 안에 내가 너무 많다, 가 되겠습니다.
스텔라 님은 일기를 많이 보관해 놓으셨군요. 잘하신 것 같습니다.

stella.K 2018-05-09 15:1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잘 못 버리는 스타일이라 그래요.
다시 볼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기억이란 게 참 빈약하더군요.
그러면서 기억력 좋다고 자랑하면 안 되겠어요.ㅎㅎ
하지만 기억과 추억 또는 회상은 다른 것이고
설혹 다르게 기억하더라도 그것도 나라고 생각해요.
언니도 일기 많이 쓰셨죠?^^

blanca 2018-05-09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기장에 대한 소회가 스텔라님과 같아 안쓴 지 꽤 되었어요. 그런데 좀 아쉽기도 하고... 아직은 일기에 대한 제 마음이 잘 정리가 안 된 것 같아요.

stella.K 2018-05-09 15:19   좋아요 0 | URL
ㅎㅎ 언제고 다시 쓰세요.
일기는 원래 쓰고 있는 동안은 잘 정리 안 되는 거예요.
그냥 어느 날 문득 잊고 있었던 나를 꺼내 보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그런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랄지도 몰라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