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말할 나위도 없이, 각하, 중국인들은 모든 면에서 우리 인도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만, 단지 중국에는기업가들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로 말씀드리자면, 식수도 없고, 전기며, 오수汚水 처리시설이며, 대중교통이며, 위생에 관한 의식도 없거니와, 기강도, 예절도 없고, 시간도 안 지키는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업가만큼은 확실히 있다는 얘깁니다. 수천 명도 넘는 기업가들 말입니다. 특히 기술 분야에 말할 나위도 없지요. 그리고 이 기업가들은 우리 기업가들은 -이 모든 아웃소싱 회사들을 설립해서 지금은 문자 그대로 미국을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 P19
외국인들에게 결코 지배를 당하지 않았던 나라는 오로지 세 개밖에 없다고하더군요: 중국,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아비시니아 바로 제가 존경해 마지 않는 세 나라입니다. - P21
글쎄요, 각하, 저 역시 어느 신의 똥구멍에다 뽀뽀를 하는 걸로써 이야기를시작해야 할까봅니다. 하지만 어느 신의 똥구멍에다 뽀뽀를 할까요? 신들이 너무나 많아서 말입죠. 있잖아요, 회교도들은 신이 딱 하나밖에 없습니다. 기독교도들은 세 명의 신이 있잖아요.. 헌데 우리 힌두교도들의 신은 3천 6백만 명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저는 모두 3천 6백만 하고도 4개의 거룩한 똥구멍 가운데 하나를고르면 된다는 결론입니다그려. - P24
가야는 유명한 지역이지요.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지아바오 선생님, 귀국의 역사는 바로 제가 살았던 이 지역에 의해서 그 모습이 갖추어졌지요. 각하께선 물론 보드 가야(Bodh Gaya)란 마을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붓다가 나무아래 앉아서 깨달음을 얻고 불교를 창시했다는 그 마을입니다. 그 후 불교는 중국을 위시한 세계로 퍼져나가지 않았습니까. 그 마을이 바로 제 고향에 있다. 이런 말씀입니다. 락스만가르에서 불과 몇 킬로 떨어지지 않았다구요.
글쎄요, 붓다가 락스만가르도 걸어서 지나갔는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하지만 제 감으로는 말입니다, 붓다는 걸어서 지나간게 아니라,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죽으라고 달려서 락스만가르를 지나간 다음, 절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았을 걸요! - P36
(인도라는 이 땅은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거든요. 처음엔 회교도, 다음엔 영국인들이 우릴 휘둘렀단 말입니다. 1947년에 영국인들이 떠났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자유롭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바보등신이지요.) - P39
글쎄요, 중국에도 혹은 이 지구 위 다른 문명국가에도 인력거꾼들이 있는지, 저로선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각하께서 직접 보셔야 할 것 같군요. 델리의 호화로운 지역들, 외국인들이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할 그런 곳에는 인력거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올드 델리나 니자무딘 쪽으로 가보시라고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거긴 거리마다 인력거꾼들이 득실거리거든요. 막대기처럼 바씩 마른 남자들이 자전거에 앉아서 몸을 숙인 채, 피라미드 같은 중산층의살덩이를 가득 실은 인력거의 페달을 열심히 밟지요. 뒤룩뒤룩한 사내와 역시살찐 아내, 그리고 그들의 온갖 쇼핑백과 식료품들.... - P45
제 사촌누나 리나가 이웃마을에 사는 어떤 사내에게 시집을 갔는데, 우리는신부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주 혼쭐이 났습니다. 그 사내한테 새 자전거랑, 현금이란, 은팔찌 등을 해주는 것도 모자라, 성대한 혼례까지 치러줘야 했거든요.
우린 그런 관습을 따랐습니다. 총리 각하, 우리 인도사람들이 얼마나 혼례를 즐기는지는 각하께서도 아실 겁니다. 요즈음은 외국 사람들까지 인도 스타일로 결혼하겠다고 찾아온다더군요.
아, 그런 외국인들에겐 한두 가지 가르쳐줄 수 있지요. 그러믄요! 새까만 녹음기에서는 영화에 나왔던 노래들이 쿵쾅쿵쾅 울려나오고, 밤새도록 마셔대고 춤을 추지요. 저는 꼭지가 돌 때까지 마셨고, 키샨도,다른 식구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답니다. 아, 글쎄, 물소 여물통에도 독주를 부어주었을지 모른다니까요. - P55
그들은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노예로 남아있다. - P60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단바드로 왔습니다. 한동안 몸져 누워있었지만, 락스만가르에는 병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습니다. 세 개의 다른 선거가 있기 전에 세 명의 다른 정치인들이 놓은 세 개의 다른 병원 주춧돌이 있었을 뿐이지요. 아버지가 피를 토하기 시작하자 키샨과 나는 그를 배에 태우고 강을 건넜습니다. 우리는 강물로 그의 입을 계속 닦아주었지만, 물이 얼마나 오염되었던지 아버지는 더 많은 피를 쏟아냈습니다 - P66
키샨과 저는 땅 위에 마치 새까만 별자리처럼 흩뿌려져 있는 염소 똥을 마구 밟아가면서 아버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병원에는 의사라고는 한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동에서 일하는 사환에게 10루피를 집어주었더니, 저녁이면 의사가 올지도 모른다고 말하더군요. 병실의 문들은 활짝 열려있고, 침대에선 금속 스프링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으며, 우리가 방으로 들어서자 고양이가 으르렁대기 시작했습니다.
"병실 안은 안전하지가 못해, 저 고양이가 피 냄새를 맡아버렸어." 회교도 남자 몇 명이 땅바닥에 신문을 깔고서 앉아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은 다리에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었는데, 그는 우리에게 와서 같이 앉으라고청했습니다.
키샨과 저는 아버지를 신문 위에 내려놓고 거기서 기다렸습니다. 두 명의 어린 계집아이들이 와서 우리 뒤에 앉았는데, 둘 다 눈이 노란 색이었지요. "황달이야. 얘가 나한테 퍼뜨렸어요." - P67
아버지를 화장하고 한 달이 지난 다음 키샨이 결혼을 했습니다. 멋지다고 불러야 할 그런 결혼이었습니다. 신랑이 우리 쪽이었으므로, 신부가족들을 실컷 벗겨먹었거든요.
저는 신부 쪽에서 지참금으로 무얼 가지고 왔는지 정확히 기억합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다 고일 지경이지 뭡니까. 현금으로 오천 루피, 그것도 전부 손때조차 안 묻은 빳빳한 지폐, ‘영웅‘ 표 자전거, 그리고 키샨에게 줄 두툼한 황금 목걸이! - P70
우리는 택시 기사들이 합숙하는 집으로 갔습니다. 고색창연한 군복처럼 생긴 갈색 제복을 입은 어떤 늙은이가, 석탄이 벌겋게 타고 있는 사발로 덥힌 후카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키산이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늙은 기사는 물었습니다. "신분이 어떻게들 되느냐?" "할와이입니다." "흠, 과자쟁이들이라..." 늙은이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할와이(Halwai):전통적으로 과자류나 스낵을 만드는 업에 종사하는 인도의 특정 신분 - P75
"할와이라... 그게 무슨 카스트지? 위쪽이냐, 아님, 맨 밑이냐?" 그 순간 저는 알았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리란 것을 - P83
카스트에 대해서 한두 가지 설명을 드려야겠군요. 인도 사람들조차, 특히 도시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이 말에 대해선 혼동을 합니다. 그들이 각하에게 설명을 했다간 엉망이 될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아주 간단하답니다. 저 자신의 예로 시작해볼까요?
자, 보십시오: 제 이름 할와이는 "과자를 만드는 사람들" 이란 뜻입니다. 그게 저의 카스트, 그러니까, 저의 숙명입니다. 어둠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든 그 이름만 듣고도 저에 관해서 모든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 P84
자, 요약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옛날 옛적의 인도에는 천 개의 카스트와 천개의 숙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딱 두 개의 카스트만 남았어요: 배때기가 커다란 남자들, 그리고 배때기라곤 없는 남자들.
그리고 숙명 또한 딱 두 가지뿐이랍니다: 먹거나, 먹히거나. - P85
각하,이 나라의 세 가지 주된 질병이 있으니, 그건 장티푸스,콜레라,그리고 선거 열병이랍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병이 가장 고약합지요. 사람들이 조금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일에 관해서 끊임없이 지껄여대도록 만드는 병입니다. 위대한 사회주의의 경쟁자들은 지난 번 선거 때보다훨씬 더 강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팸플릿도 만들었고, 마이크가 달린 버스나 트럭을 타고서 돌아다니며 위대한 사회주의자를 넘어뜨리고 갠지스 강과 강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어둠에서 끌어내어 빛의 세계로 인도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찻집에서의 뒷공론도 점점 더 격렬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차를 홀짝거리면서 똑 같은 일들을 거듭거듭 토론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저들이 해낼 것인가? 위대한 사회주의자를 물리치고 선거에서 승리할까? 그들은 자력으로 충분한 돈을 모아서, 경찰도 이기기에 충분히 매수하고, 지문도 나름 이기기에 충분히 샀을까? 마치 카마 수트라를 논의하는 내시들 마냥, 락스만가르의 유권자들은 그렇게 선거를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 P123
자정이 되어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혹 제가 잊어버리더라도 샹들리에불빛을 약간 밝게 하라고 일러주시겠습니까? 지금부터 이야기는 훨씬 더 어두컴컴하게 변할 테니까 말입니다. - P140
"델리에서 알아둬야 할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도로는 훌륭한데 인간들은고약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경찰은 속속들이 썩어문드러졌고, 안전벨트를 안차고 운전하다가 걸리면, 백 루피를 주고 입을 막아야 해, 우리 주인들도 뭐, 그다지 나은 데가 없지. 그들이 밤늦게 파티에라도 가는 날이면 우리에겐 아주 악몽이야. 차 안에서 눈을 붙여야 하고, 모기떼가 우릴 아주 산채로 잡아먹잖아.
그것도 말라리아 모기라면 괜찮아, 두어 주일 동안 그저 헛소리만 하면 되거든. 하지만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한테 걸리면, 아주 지랄 같아, 목숨이 붙어있을 수가 없지, 주인은 새벽 두시에 돌아와서는 차창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대지, 맥주 냄새를 푹푹 풍기고, 집으로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방귀만 뀌어댄단 말이야, - P149
그러니까 혹시 각하를 모시는 운전기사가 주간 살인을 뒤적이고 있더라도, 마음을 푹 놓으십시오. 각하에겐 전혀 위험이없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지요.
오히려 각하께서 바지에 오줌을 싸도록 겁을 내셔야 할 때는, 기사가 간디라든지 부처님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할 때입니다, 지아바오 선생.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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