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거꾸로 읽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권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2
앞으로 남은 책들을 읽어봐야 분명하겠지만 지금까지는 4권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번 내용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작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샤를뤼스가 처음 등장하는데 샤를뤼스임을 주인공이 몰랐을 때 첫인상을 묘사하는 부분과 바닷가에서 알베르틴을 비롯한 소녀들 그룹을 만나는 내용이다.
p.189 나는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카지노 앞을 혼자 지나가다 누군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날 쳐다보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큰 키에 꽤 뚱뚱하고 새까만 턱수염을 기른 사십 대 남자가 가느다란 단장을 쥐고 바지를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리면서 날 주의 깊게 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응시하고 있었다. 때로 그 눈은 지극히 활발한 눈초리로 사방을 관통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미치광이나 스파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는 올 수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눈초리였다. 그는 나에게 대담하면서도 신중하고 빠르면서도 심오한 , 마치 도망치는 순간 쏘는 마지막 총알 한 방과도 같은 그런 강렬한 눈길을 던졌다.
그리고 역시 예쁜 문장이 넘쳐 나지만 그 중에 몇 개를 올려본다.
P. 429 이런 바다의 매력을, 엘스티르는 마치 더위로 마비된 쪽배 안에서 몽상하는 이들처럼 아주 깊숙이 음미했으므로, 눈에 띄지 않은 미세한 썰물의움직임이나 행복한 순간의 박동마저도 화폭에 옮겨 고정할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마술적인 초상화를 보면서 갑자기 사랑에 빠진 듯, 즉시 잠이 든 우아한 모습으로 그 도주해 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온 세계를 유랑하고 싶은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P.515 창문 위쪽 채광창에서 프랑수아즈가 핀을 뽑고 덮개를 걷어 내며 커튼을 당기면서 열어젖히는 여름날은, 우리 늙은 하녀가 내 눈에 드러내기 전에 감싸고 있던천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풀어 헤치는 그 수천 년 지난 화려한미라의 향기로운 황금빛 옷처럼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 그토록 아득해 보였다.
P.319 내가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을 때에도 내 생각은어느샌가 소녀들에게 멈춰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녀들을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보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할 때면, 그녀들은 내게 산악 지방의 푸른 파동 같은 바다와, 이런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행렬의 옆모습으로 나타났다. 만약 내가 소녀들이 있을 것 같은 어떤 도시로 간다면, 내가 만나기를 열망하는 곳은 언제나 바다였다. 한 인간에 대한 가장절대적인 사랑은 언제나 다른 것에 대한 사랑이다.
4권에서도 인간관계에 관한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P.368 지혜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고, 면제해 줄 수 없는 긴 여정을 통해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네. 지혜란 사물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기 때문이지.
자네가 감탄하는 삶, 고상하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집안 가장이나 가정교사에게서 배운 것이 아니라, 삶의 주변을 지배하는 악덕이나 평범한 것의 영향을 받아 아주 상이한 출발점에서 만들어진 거라네. 그 삶들은 투쟁과 승리를 표현하네.
3권 남았다. 아니 민음사에서 내놓지 않은 11,12,13까지 6권 남았다.
다락방님이 올려주신 어플 사진을 보고 재밌어서 내 얼굴로도 해봤다.ㅋㅋ
전반적으로 나의 경우 다락방님보다 얼굴이 어둡게 나옴ㅋㅋ이렇게 까맣지 않은데;;
짝꿍에게 톡해보니 5번이 나랑 가장 닮았다고 함. 근데 사실 해보면 알겠지만 전부 실제 모습과는 괴리가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하지만 재미보장!ㅋㅋㅋㅋㅋ
어린이 버젼?
개인적으론 마지막 르네상스 스타일 이미지가 제일 마음에 든다. 이렇게 생기고 싶다!!ㅋㅋㅋ
벨 에포크-May
오랫동안 어깨를 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시원한 기지개를 펴는 사람처럼
너는 나의 사랑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람의 한숨 쉬고 날아가겠지
파란 저 하늘빛에 물들은 채로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려
봄 햇살 맞으며 춤추는 하얀 꽃잎처럼
너는 그렇게 날아간 것 같아
조용히 날으는 아지랑이의 물결처럼
너는 그렇게 날아간 것 같아
너에게는 내려놓고 싶던 내가 없어 정말 편안한지
남겨진 내게 미안하진 않은지
파란 저 하늘빛에 물 들은 채로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어린 연두 빛 나뭇잎과
나들이 가는 기쁜 연인들의
부드러운 웃음소리 가득한 어느 오후
잠시 우리의 생각에 잠기며
봄 햇살 맞으며 춤추는 하얀 꽃잎처럼
너는 그렇게 날아간 것 같아
바람이 만드는 오후 한가운데 서서
잠시 우리의 생각에 잠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