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노동자계급보다 먼저 존재한 여성계급의 억압구조를 보지 못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쓰기전 방대한 책들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출근해서 오후 늦게 퇴근해 집으로가 밥을 먹었다. 그 밥은 본인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도서관에서 사는동안 부인 예니는 일곱자녀를 대체 어떻게 먹여살렸을까.


마르크스의 사생활
http://naver.me/xT1pAxRS











마르크스는 노동자와 자본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근본적인 모순이 끝나면 이후에 다른 문제들은 점차 해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이런 분석이 틀렸다는 거예요. 

왜죠? 노동자 투쟁하는 데 가면 그 안에서도 여성 문제는 항상 무시하고, 여성들은 이등시민인 거예요. 같은 동지고 같이 싸운다면서도 여자들은 언제나 밥을 해오고 남자들은 편하게 얻어먹으려고 하는 거있잖아요. 파이어스톤이 이런 걸 보게 되는 거죠. 그다음에 ‘노동자라고 하면 ‘노동자 남성‘이 딱 생각나잖아요. 

노동자 여성은 없어요. 인종 문제 안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피억압 계급이라는 사람들의 투쟁을 봤더니, 그 안에서도 여성들의 문제는 부차적이었다는 거죠. 즉, 계급 문제 같은 근본 모순이 해결되면 다른 모순들이 다 해결된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거죠. 

⭐⭐⭐⭐⭐

노동력을 재생산한다는 게 아이를 낳는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죠. 아이를 낳는 것도 있고, 노동자가 다시 충전할 수있는 시스템을 말하기도 해요. 일하고 피곤에 쩔어 있으면 다음날 일을 못하잖아요. 밥도 먹고 쉬어야 다음날 또 일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이 노동자를 돌봐주는 어떤 시스템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그게 어디에요? 가정이죠. 그런데 중요한 건 사회에서 노동자들한테는 임금을 주는데, 재생산에 대해서는 돈을 안 주잖아요. 애 낳고, 가정을 만들고, 가정에서 가사노동하는 거에 대해서는 돈을 안 주죠
- P249

인간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한다면 아이들을 길러내고 돌보는 재생산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사실상 사회적 계급관계 이전에 인간의 재생산이 더 근본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을 차용해서, 모든 사회적 관계이전에, 모든 사회적 불평등 이전에 존재하는 불평등으로 인간을재생산하는 역할의 배분과 그에 따른 구조를 지적합니다.
- P251

페미니스트들이 처음에는 이 성차별을 문화적 문제로 접근했지만, 이게 문화를 넘어서는 자연구조적인 문제라고해요. 지금의 성차별주의라는 건 한때 현상이 아니라고요.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서구 문화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문화 구조 그자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 구조 자체까지도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진화를 통해서 성차별이 이렇게까지 발전해온 거라는 거죠.  - P252

우리는 마르크스와 엥겔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여성에 대한 그들의 문자화된 견해가 아니라히려 그들의 분석 방법이다.
ㅡ파이어스톤 - P253

마르크스가 계급이 없어지면 모든 착취가 사라질 거라고 하잖아요. 그런사회에서는 개인이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낚시를 하고,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죠. 그런데 파이어스톤에 따르면 그런 유토피아가 와도 착취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성 착취는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진정한 근본적인 혁명은성적 계급, 여성들이 일으켜야 된다는 거죠.
⭐⭐⭐⭐⭐ - P253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라는 책은 사유재산의 기원 안에 가족이 있다는 점을 밝혀요. 이게 맞는 말인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보면 사회적인 삶의 영역과 사회적이지 않은 삶의 영역을 나누는데, 후자의 영역을 경제적 영역, 가사의 영역이라고 해요. 그걸 오이코스oikos라고 부르는데, 그게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이거든요. 그런데 그 이코노미 영역에여성, 자식, 노예, 가축이 들어가요. 이 영역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시민이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시민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에 누가 들어가는지를 알려면 이 이코노미 영역을 보면 되는데,
여기에 여성이 들어가고 가족이 들어가요.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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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1 1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아침에 가서 저녁에 온면 책을 얼만큼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하군요~! 코로나도 아니었을텐데 저녁은 인근 식당에서 사먹지 ㅋ

청아 2022-02-11 13:28   좋아요 4 | URL
아앗ㅋㅋㅋㅋㅋ정말 그랬다면 아내가 좀 편했겠네요. ^^* 새파랑님 도서관에서 하루 몇권까지 읽으실지 저도 궁금해요ㅋ

페넬로페 2022-02-11 14: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더 이상 기대도 없는 그 당시 남자들입니다. 세계를 구원하고자 하면 자신의 가족은 방치해야하는 거군요.
공유해주신 글에 충격 받았어요^^

청아 2022-02-11 14:27   좋아요 6 | URL
네. 놀라운점은 지금도 소위 진보를 외치는 정치인들과 사회학자들조차 노동계급과 자본의 구조적문제를 다루면서 보다 근원적인 여성계급에 관해서는 살짝언급하고 넘어간다는 거예요.

세계적인 학자도 최근에
한 방송에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만 언급해 황당했어요. 같은 맥락상의 부수적 문제라고는 생각해도 우선적,보다 근원적이고 근본적인거라 보지는않는거죠.
그러다보면 등한시되고 늘 후순위로 밀려나요.
노동계문제(남성노동계)가 우선이라는 듯 보여요. 파이어스톤은 이 근본문제가 해결 안되면 뒤이은 차별은 나아지지 않는다는건데 무척 예리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mini74 2022-02-11 17: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1위가 피임약인게 이해가 됩니디. 아이를 낳는 것도 잃는것도 가난에 보내야 하는 것도 어머니에게 너무 가혹한 일 인거 같아요. 위인들의 삶 뒷면을 보면 ㅠㅠ 전 김수영시인이 전쟁통에 변절했던 아내를 데리고와 다시 살면서도 그렇게 두드려팼다는 글 읽고 ㅠㅠ 참 씁쓸했어요. 청소도 빨래도 식사도 저절로 차려지는 건 아닌데 ㅠㅠ

청아 2022-02-11 18:21   좋아요 5 | URL
네~♡ 미니님 이 책에도 피임약 얘기가 나와요. 종교와 법이 여성의 선택을 제한하고 결국 여성의 권리가 당사자들 것이 아닌 그들의 것임을 반증한 셈이기도 하다고요ㅠㅠ아니... 김수영시인이 그랬었군요. 이런 모순적인 일들 다 알고싶어요!! ㅠㅠ

단발머리 2022-02-11 20:22   좋아요 2 | URL
미미님 페이퍼와 미니님 댓글에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세상은 저절로,가 아닌데 말이에요. 휴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청아 2022-02-11 21:03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 그렇죠!! 절대 뭐든 거져 얻어지는 것이 없었음을 우리는 지난 역사로 쭉 봐왔었죠ㅠㅠㅠㅠㅠㅠ
파이어스톤 넘 멋져요!!

책읽는나무 2022-02-12 07:47   좋아요 2 | URL
ㅜㅜ
김수영 시인이요???
모순된 삶!!!
우리나라 작가들만 이렇지도 않았을테고...요즘은 모든 남성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다시 봐지긴 합니다!!!!!ㅜㅜ

청아 2022-02-12 08:31   좋아요 2 | URL
저도요 나무님!!!ㅜㅜ

단발머리 2022-02-11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부터 전투력 만땅이죠? 파이어스톤이래요!! 세상에나!! 😍😍😍

청아 2022-02-11 21:05   좋아요 2 | URL
그러게 말입니다ㅎㅎ저도 그 생각했어요!! 방금 이름 쓰면서도요ㅎ🥰🥰🥰
 

이 자본주의를 사실상 잘 굴리기 위한 노자 간 계급불평등 이전에 원초적인 불평등이 있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여성에 대한 착취라는 겁니다. 여성을 착취해야만 사실상 이 계급관계가 유지되는 거예요. 그래서 엥겔스Friedrith Engels 가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약간 분석을 했죠. 이 재생산 문제가사회 안에 있고, 여성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게 나와요. 이러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불충분한 시도였다는 것이 파이어스톤의 평가고요.
- P249

파이어스톤은 노자관계보다 더 뿌리 깊은 모순을 성적모순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여성이라는 계급이 각성을 못하고 있는 거죠. 특히 가부장제가 여성을 계급으로 각성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거예요.  - P250

사실상 사회적 계급관계 이전에 인간의 재생산이 더 근본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의 사적 유물론을 차용해서, 모든 사회적 관계이전에, 모든 사회적 불평등 이전에 존재하는 불평등으로 인간을재생산하는 역할의 배분과 그에 따른 구조를 지적합니다.
- P251

파이어스톤은 제2물결 페미니즘 안에서 이 불평등을 역사적 구조의 문제로 분석합니다. 《여성성의 신화》만 해도 여성성을남성들이 만들어왔고 가부장제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이게 뿌리깊다고까지는 안 해요. ‘미국의 1930년대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왜 이럴까‘ 하는 정도죠. 그런데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의 사적유물론을 들여와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을 때부터 쭉 성으로인한 불평등이 있어왔다고 해요. 
⭐⭐⭐ - P252

 페미니스트들이 처음에는 이 성차별을 문화적 문제로 접근했지만, 이게 문화를 넘어서는 자연구조적인 문제라고해요. 지금의 성차별주의라는 건 한때 현상이 아니라고요.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서구 문화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문화 구조 그자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 구조 자체까지도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진화를 통해서 성차별이 이렇게까지 발전해온 거라는 거죠. 그래서 자기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변증법적이고 유물론적0분석 방법을 따라가겠다고 선언해요.
⭐⭐⭐⭐ - P252

가부장제가 문제가 있다는 건, 그 제도가 남성이 자신의재산권, 명예에 대한 권리, 혹은 성에 대한 권리들을 자기 아들,
생물학적 자식에게 물려주는 제도이고 그 안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훨씬 종속적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걸 지적한다는 뜻이죠. 그것들이 문화상징적이기도 하고요. 이런 건제2물결 페미니스트들 대부분이 지적하고 분석한 바예요. 앞서우리가 살펴본 베티 프리단도 그런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가부장제를 마르크스주의의 사적 유물론과결합해서 바라보고, 근본 모순을 성적 모순으로, 근본적 피억압자가 여성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
- P254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라는 책은 사유재산의 기원 안에 가족이 있다는 점을 밝혀요. 이게 맞는 말인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보면 사회적인 삶의 영역과 사회적이지 않은 삶의 영역을 나누는데, 후자의 영역을 경제적 영역, 가사의 영역이라고 해요. 그걸 오이코스oikos라고 부르는데, 그게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이거든요. 그런데 그 이코노미 영역에여성, 자식, 노예, 가축이 들어가요. 이 영역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시민이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시민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에 누가 들어가는지를 알려면 이 이코노미 영역을 보면 되는데,
여기에 여성이 들어가고 가족이 들어가요. - P257

그러니까 여자들이 밖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성성이 있을 거야‘ 하는 베티 프리단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파이어스톤은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는 거죠. ‘네가 배불러서그렇구나. 가난한 여성들은 이중노동을 하게 돼. 밖에서도 일을하고 집에서도 일을 해. 쉴 데가 없어. 이게 좋은 거야?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구조가 이 모양 이 꼴이니까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한, 여자들이 다양한 역할이나 직업을 갖더라도 해결은안 돼. 예를 들면 아무리 잘난 여자라도 옛날에는 결혼을 했어요.
그러면 제사를 드려야 되죠. 좋은 데로 시집가면 갈수록, 종부 노릇 해야 되잖아요. ‘똑똑한 사람이 종부 노릇까지 한다‘면서 칭찬받잖아요. 아니면 슈퍼우먼이라고 칭찬받죠.  - P259

 제사 같은 거에 여자들이 질색팔색하는 건 명절이니 제사니 하는 문화 안에서 여자가 아, 내가 아무리 잘나도 이집에서는 내 지위가 제일 바닥이구나‘라는 걸 확인하기 때문인거죠. 그게 되게 기분 나쁜 거예요. 자꾸 확인을 시켜주는 거잖아요 - P260

또 한국 사회는 가족을 사회화시키죠. 가족문화라는 게 있잖아요. 조금만 친밀해지면 ‘형‘, ‘누나‘, ‘이모‘ 하고 부르고, 이 사람은 우리 조직에서 아빠 같은 역할, 엄마 같은 역할‘ 이런 식으로말하죠. 식당 갔을 때도 밥 주는 분한테 ‘이모님‘ 하고 부르잖아요. 가족관계를 이렇게 사회적으로 확장시키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고요. 나이 서열도 그런 거죠. 성추행하고 나서 딸 같아서만졌다‘라고 하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그럼 딸은 지 멋대로 만질수 있다는 건데, 그 자체가 딸의 몸이 가부장의 것이라는 생각인거잖아요. - P262

"프로이트의 업적은 섹슈얼리티의 재발견이었다.
- P266

파이어스톤은 프로이트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섹슈얼리티를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보는 점에는 매우 동의한다고 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페니스 선망은 성기가 없다고 질투를 하는문제가 아니라 실은 권력에 대한 질투, 가부장제 권력과 승계에대한 묘사라는 점에서 상당히 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봐요.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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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12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사회는 가족을 사회화
친밀함을 강조해서
가족간의 폭력
연인간의 폭력
친구간의 다툼 폭력에 대한 처벌도 솜방망이
내자식 같아서 성추행하는 사회 ㅠ.ㅠ

청아 2022-02-12 11:41   좋아요 1 | URL
네! 이제는 이런 인식이 잘못된거라는 사실이 많이 퍼졌는데 사법부의 수준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것 같아요.ㅠㅠ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이기도 한데, 《성의 변증법》을 이해하는 데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해요. 마르크스Karl Mart는경제 변천과 발전의 역사를 인류의 역사로 이해하죠. 역사의 시기마다 각 생산양식이 있다고 보고, 생산수단을 가진 자들과 이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자들의 대립과 투쟁으로 역사를 그려냅니다. 마르크스의 관심사는 자본주의라는 생산양식인데요.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와 그들에게 노동력을 파는 노동자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분석에서 요점은 하나의 상품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노동자들의 노동이라는 거죠. - P241

원래 캐나다인이었던 파이어스톤은 미국으로 옮겨가서 대학에 입학을 했는데, 당시 미국은 민권 운동, 베트남전쟁으로 인한 반전 운동이 거셌던 거죠. 그래서 파이어스톤이 반전 운동을 비롯한 미국의 온갖 사회운동에 참여를 했는데, 그 속에서 뭔가를 발견해요. 바로 여성의 지위가 굉장히 낮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다같이 시민으로 싸우는 것 같지만 항상 여성은 이등시민인 거예요. 그 안에서 성폭력 문제가 일어나거나. 흑인 인권 운동을 하는데 거기서 흑인이라는 건 항상 흑인 남성이고 흑인 여성은 언제나 이등시민인 거죠. 파이어스톤은 이런 걸확인하면서, 《성의 변증법》을 쓴 거예요.
- P240

 마르크스는 이 노동자를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생산수단의 유무로 존재 방식이 구별되는 계급class이라는 용어로 설명해요. 자본가 역시 개인이 아닌 자본가 계급으로 바라보고요. 자본주의 사회의 주요한 사회 모순이 바로 이 두 계급 간의 첨예한 적대이고, 다른 사회적 문제는 부차적 모순이라고 설명하죠. 이러한 주요한 모순을 격파하기 위해서 이후에 마르크스는 정치적 혁명론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 P241

특히 마르크스는 노동자와 자본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근본적인 모순이 끝나면 이후에 다른 문제들은 점차 해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파이어스톤은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이런 분석이 틀렸다는 거예요. 

왜죠? 노동자 투쟁하는 데 가면 그 안에서도 여성 문제는 항상 무시하고, 여성들은 이등시민인 거예요. 같은 동지고 같이 싸운다면서도 여자들은 언제나 밥을 해오고 남자들은 편하게 얻어먹으려고 하는 거있잖아요. 파이어스톤이 이런 걸 보게 되는 거죠. 그다음에 ‘노동자라고 하면 ‘노동자 남성‘이 딱 생각나잖아요. 

노동자 여성은 없어요. 인종 문제 안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피억압 계급이라는 사람들의 투쟁을 봤더니, 그 안에서도 여성들의 문제는 부차적이었다는 거죠. 즉, 계급 문제 같은 근본 모순이 해결되면 다른 모순들이 다 해결된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거죠. 

⭐⭐⭐⭐⭐ - P241

"성적 계급 sex class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얼마나 충격적이에요. 여성이라는 게 하나의 계급이라는 거예요.
여성이라고 각성을 하는 순간 내가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계급이 되는 거죠. 계급이라는 개념이 나왔다는 건, 구조의억압, 구조의 착취를 전제하고 있다는 거예요. 여성이 착취당하고 있는, 억압받고 있는 계급이라는 뜻이죠.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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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가 이걸 생각해봤으면 해요. 어떤 억압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있는데, 그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자유로운선택을 한다고 생각을 해요.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거죠.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하는 많은 것들이 실은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우리의 선택이 자유로운 선택이라고믿게끔 하는 장치나 작동원리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게 중요해지겠죠. ‘왜, 어떻게 이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가. 베티 프리단이 말하는 신화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한 가지는 여성성이라는 게 사실은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신화이고, 또 한 가지는 신화처럼 작동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는 거죠.
- P202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는 건 여러 가지를 의미하죠. 철학적으로는 근대의 종언을 의미해요. 근대라는 건 인류가 더 나아질 수 있고 진보할 수 있고 대서사가 이루어진다는 건데, 근대의 종언이라는 건 그것들에 대한 의심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의심과 상관없이 정치권력은 전쟁 전으로 사회를 복원하려고 전쟁영웅들을 국가의 지도자로 삼으면서 그 체제를 몇 년간 지속시키지만요. 

하지만 그게 1960년대부터 흔들리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제국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들이 탄생하는데, 이는 기존의 제국에도 영향을 줘요. 민권 운동 같은 것으로요. 미국의 경우에는 블랙팬서 Black Panthers와 같은 흑인 민권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나요. 

이들은 전쟁 이전의 질서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구호를 공유합니다. 급진적인 재현은 문화운동의 차원에서 일어나고요. 그게 세계적으로 폭발한 게 68혁명이라는 거죠. 프랑스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고, 제2차 세계대전패전국인 독일에서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자기 부모 세대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있었어요. 

페터 한트케Peter Handke를 위시한 47그룹Gruppe 47의 활동이나 빔 벤더스wim Wenders를 위시한 뉴시네마 운동이 그러한 것이죠.
- P204

그걸 우리가 트라우마‘라는 용어로 말해요. 종교적으로도해석이 안 되고요. 상흔이라고 하죠. 특히 서구권의 사람들이 상흔을 입은 거예요. 이 상흔을 치료하고 치유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고, 전쟁을 겪었던 군인들도 그걸 요구했어요. 

그러면서이때 미국에 정신분석학이 들어오고 많이 쓰이게 되는데, 특히독일 파시즘의 물결을 피해 미국으로 온 사람들 중에 프로이트주의자들이 많았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임상실험을 하고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이 정신분석학이 일종의 새로운 종교적 역할을 하기 시작해요. 

베티 프리단은 프로이트 심리학이 "고통에 대한 치유법이 되었고, 모든 것을 포함하는 미국의 이데올로기와새로운 종교가 되었다"라고 써요.  - P205

지금 우리한테도 그런 신화 많죠. 가난의 이유를 개인의 게으름이나 불성실함에서 찾으면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면 어떻게 되나요? 가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고, 개인이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잖아요.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병에 들면 누구를 찾아가요? 정신분석학자를 찾아가요.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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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生)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하지않는다. 거기에는 중심이 없다. 길도 없고, 경계선도 없다. 광활한 장소가 있으면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곳에 있으려니 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 P14

글을 쓴다는 것이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길 때가 자주 있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마구 뒤섞인 일들을 모두 내가 강한 자의식을 가지고 한 것도,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버려 둔 것도 아닌이런 시기에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또한뒤섞인 일들이 모두 매번 그 본질을 규명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일에 흡수되어 버리는 이런 시기에 글을 쓴다는 것은자기 과시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나 대부분의경우 나에겐 뚜렷한 주장이 없다. 모든 곳이 개방되어 있고, 더 이상 가로막는 벽도 없으며, 작품은 어디에 숨어야할지, 또는 어디로 끌려나가 읽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의 본질적인 무례함이 더 이상 존중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뿐이다. 그러나 그 문제에 대해 나는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 P15

지금 나는 알고 있다. 아주 어린 나이에, 열여덟 살이던가 열다섯 살 때부터, 내 얼굴은 이미 중년이 되면 알코올때문에 형편없이 이지러질 전조를 보이고 있었다. 알코올에는 신(神)이 갖고 있지 않은 기능이 있었다. 자살을 하게하는, 혹은 살인을 하게 하는 기능이 있었다. 나는 알코올을 입에 대기 전부터 알코올의 그런 속성을 짐작했다. 알코올 자체는 그 사실을 확인해 준 것뿐이다.  - P15

누가 그것에 대해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날 강을 건넌 일, 그 사건이내 생애에서 가질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었더라면 그 영상을 찍어 둘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사건이 일어나는 중에도나는 그 존재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오직 신(神)만이알았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그 영상은, 물론 달리 어쩔 도리도 없었겠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략되었고 잊혔다. 흐려진 것이 아니라 숫제 제거되어 버린 것이다. 바로 그 부재(不在)를 통해 그 영상은 고유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 그 어떤 절대를 표현할 수 있는 힘, 요컨대 절대의창조자와도 같은 힘을 지니게 된 것이다.
- P17

나는 버스에서 내려 뱃전으로 갔다. 그리고 강을 바라보았다. 이따금 어머니는 나에게 메콩 강과 그 지류만큼 아름답고, 유유하고, 야성적인 강은 아마 내 평생 다시 못볼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대양(大洋)을 향해서 흘러 내려가는 강과 지류들, 대양의 심연 속으로 그 끝이 빨려 들어가는 늪지대들, 멀리서 보기엔 유유한 것 같지만 메콩 강은 급류여서 마치 수평선 끝에서 지구가 기울어진 듯이 쏟아져 내려간다.
- P18

그때 나는 보았을 것이다. 남성용 모자 밑에서, 볼품없이 야윈 얼굴이, 어린 마음에 결점처럼 여겨지던 그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야윈 얼굴이 자연의 숙명적이고 잔인한 현상을 받아들이는자세를 떨치고 그와는 전혀 반대로 된 것을, 다시 말해,
기질(氣質)이 선택한 어느 달라진 모습이 된 것을, 불현듯,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불현듯, 나는 마치 다른 여자를보듯이 나 자신을 보았다. 그 여자는 밖에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내맡기고, 모든 시선에 자신을 드러내고, 도시와 도시를, 길과 길을 싸돌아다니며 자신을 굴리는, 욕망에 자신을 맡기는 여자 같았다. 나는 그 모자를 샀고, 그후로 줄곧 쓰고 다녔다. 나는 그 모자, 나를 온통 사로잡은 그것을 내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 P20

나는 그에게 오만한 미소가, 다소 비웃는 듯한 미소가 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젊은 방랑자의 지친 이미지를 자신에게 부여하고싶었던 모양이다. 그 애는 남에게 헐벗고 야윈 젊은이의모습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그 모습은, 물론 사진을 찍어놓지는 않았지만, 그때 나룻배 위에 있던 소녀의 모습과아주 흡사하다.
- P21

삶에 대한 암담한 절망, 어머니는 날마다 그 절망에 시달리며 지냈다. 절망은 때로는 오래 지속되기도 하고, 때로는 하룻밤 지나면 사라지기도 했다. 나는 그 절망에 완전히 절망해 버린 어머니를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지녔다. 그 절망은 너무나 순수해 인생의 행복조차도, 이따금 그 행복이아무리 강렬한 것이었을지라도 그 절망을 완전히 해소할수 없었다.  - P22

나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나는 특별한 것을 알고 있었다. 여인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것은, 화장술도, 값비싼향유도, 희귀한 보석도, 고가의 장신구도 아니라는 것을알고 있었다. 나는 문제가 다른 것에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다만 그것이 여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알았을 뿐이었다.  - P26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 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욕망은그것을 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 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는 ‘경험을 하기 이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 P28

모든 것이 거기에 있고 아직 아무 일도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이 내 눈 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내 눈 안에 들어온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 P29

펠트 모자를 쓴 소녀가 강물의 레몬 빛을 온몸으로 받은채,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나룻배의 갑판 위에 홀로 서 있다. 남성용 모자가 그 장면을 온통 장밋빛으로 물들이고있다. 그것이 유일한 색깔이다. 안개가 뿌옇게 서린 강 위의 태양, 그 태양의 열기 속에 강기슭은 지워져 보이지 않는다. 강은 수평선과 맞닿아 버린 것처럼 보인다. 강은 유유히 흐른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다. - P29

 모든 것이 태평양을향해 간다. 어떤 것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모든 것이 강속에 깃든 심오하고 현기증 나는 물살에 실려 갈 뿐이다.
모든 것은 강이 지닌 힘의 표면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 P30

프랑스어 과목 일등, 담임이 그녀에게 말했다. 부인, 부인의 따님이 프랑스어 과목에서 일등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안 했다. 한마디도, 전혀 만족한 기색이 아니었다. 프랑스어 과목에서 일등을 한 것이.
아들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듣기가 싫어서 어머니는 이렇게 물었다. 언제 수학에서도 그럴 때가 올까요? 담임의대답, 아직 그렇게는 못 되지만 그럴 때가 오겠지요. 어머니가 물었다. 그때가 언제일까요? 담임의 대답, 따님이 수학 일등을 원할 때겠지요. 부인 - P31

어머니도, 오빠들도, 추억을 더듬어 보기에도 너무 늦었다. 이제 나는 더이상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예전에 그들을 사랑했는지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들에게서 떠나 버렸다. 이제내 기억 속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들의살 냄새도, 그들의 눈빛도, 목소리도, 다만 이따금씩, 제녁이면 피로에 지친 부드러운 목소리가 문득 떠오를 뿐이다. 웃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웃음소리도, 고함지르는 소리도, 다 끝났다. 더 이상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나는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길게, 이렇게 장황하게, 그녀는 술술 풀리는 글이 되었다.
- P38

 나는 어떻게 해서 내가 그처럼 어머니가 금했던 행동을 할 용기를 갖게 되었는지 자문해 본다.
이렇게 담담히, 이렇게 분명한 태도로, 어떻게 나는 ‘이성의 밑바닥 까지 치닫기에 이르렀을까.
- P50

그 광대한 바다가 모였다가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것 같다.
- P55

그는 미소를 짓는다. 그가 말한다. "서로 사랑을 하든 사랑을 하지 않든, 항상 비참해, 이제 곧 밤이 될 텐데, 밤이 오면 그런 감정은 사라질 거야."  - P56

내가 아주 꼬마였을 때 찍은 사진에서도나는 그런 슬픔을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의 이 슬픔도 내가항상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것임을 느꼈기 때문에, 너무나도 나와 닮아 있기 때문에 나는 슬픔이 바로 내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그에게 말한다.  - P57

거리에는 살아 있는 물결처럼 혼잡함이 모든 방향으로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중국인 무리는 쫓겨나 방황하는 개들처럼 지저분하고 거지들처럼 맹목적이다. 이제는 풍요로운 그들의 모습 속에서도 나는 당시의 이미지를 문득 다시보곤 한다. 결코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한데 섞여 걷고 있던 그들. 아무런 행복도, 슬픔도, 호기심도 없이 혼잡한무리 속에서 각자 홀로 있는 것 같은 표정들, 어딘가 가고있는 것 같지도 않고, 갈 계획도 없어 보이면서 다만 어슬렁거리기 위해 걷고 있는 것 같은 그들, 혼자인 동시에 무리에 끼어 있고, 항상 모여 있으면서 절대로 홀로 떨어져있지 않고, 그러면서도 늘 무리 속에서 고립된 존재들로있는 그들.
- P59

나는 그에게 말한다. 나 역시밖에 있는 회랑에서 생활하기를 더 좋아했을 것이라고,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는 밖에서 잔다는 것이 일종의 꿈처럼여겨졌었다고, 갑자기 고통이 느껴진다. 아주 경미한 것이다. 그것은 그가 나에게 입힌 생생하고 신선한 상처에서느껴지는, 빗나간 심장의 고동이다. 지금 나에게 말하고있는 이 사람, 오늘 오후 내게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이사람이 나에게 입힌 상처.  - P61

바라본다는 것은 한순간 그 대상을 향한, 그 대상에대한 호기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불행에 빠지는 행위이다. 누군가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그 시선에 합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 P69

나는 낮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햇빛이 모든색깔을 퇴색시키며 짓누른다. 밤에 대해서는 잘 기억한다.
밤의 푸른빛은 하늘이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하늘은 세상의 본질을 덮고 있는 모든 불투명함의 제편에, 그 너머에 있었다. 나에게 하늘은 밤의 푸른빛을 가로지르는 순수한 광채와 모든 색깔을 초월한, 차갑게 녹아드는 빛을 떠오르게 한다.  - P98

하늘에서는 순수하고 투명한 폭포처럼, 침묵과 부동의 물기둥처럼 빛이 쏟아져 내렸다. 대기는 푸르고, 손에 잡힐 듯했다. 푸른빛, 하늘은 그 반짝이는 빛으로 끊임없이 맥박 치고 있었다. 밤이 모든 것을 비추고 있었고, 눈이 닿는 곳까지 강의 양쪽으로 펼쳐진 들판을 온통 비추고 있었다.
밤은 하루하루 새로웠다. 매 순간마다 새로운 밤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였다. 밤의 소리는 들개들의 소리였다. 그들은 신비를 향해 짖어 대고 있었다. 그들은 밤이 만들어 낸공간과 시간이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 P98

어머니는 그 사진들을 논리 정연하게, 합리적으로 보여 준다. 이종 사촌들에게 자기 자식들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럴 의무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 그녀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사촌들밖에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들에게 가족사진을 보여 준다. 이런 삶의 모습에서 이 여인에 대해 무엇인가 알 것 같지 않은가? 어떤 일에서도 끝까지 버텨 내는 기질 말이다. 그녀는 어떤 것도 그냥 내버려 두는 일이 없다. 사촌들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고통이나 고역에 대해서 마저도 포기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한다.
맞다. 내가 그녀에게서 깊은 매력을 발견하는 건 그녀의이런 무모한 용기에서였다.
- P114

불멸성은 유한한 것이고, 불멸성도 죽을 수 있으며, 그리고 그런 사건이 일어났고,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가르쳐 주어야 한다. 불멸성은, 결코, 불멸성으로서 눈에띄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절대적인 이원성이다. 그것은세부적인 것에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근원 속에서만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멸성의 존재를 품을 수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그렇게 하는 줄을 모르고 있다는 조건에서 이다.  - P124

여인들이 생각하는 여행이란바로 이 선상의 사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에게는, 때로는 몇몇 남자들에게도, 식민지로 가는 여행은 진정한 모험을 해 볼 수 있는 유혹이었던 것이다. 어머니에게 이러한 여행은 우리의 어린 시절과 더불어 그녀가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 이라고 부르는 순간들이었다.
- P128

항구 쪽 하늘은 어두워졌다. 예인선이 배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배를 강의 중간 지점까지 끌어냈다. 그러고는 밧줄을 풀고 항구 쪽으로 되돌아갔다. 그러자 배가또 한 번 작별 인사를 했고, 또다시 끔찍한 신음 소리를토해 냈다. 그 소리는 너무나 신비스러우면서도 구슬퍼서사람들을 울렸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로헤어지는 사람들, 구경 왔던 사람들, 또 거기에 특별한 이유 없이 왔던 사람들, 생각나는 이가 없는 사람들까지도슬프게 만들었다.  - P130

그녀는 불현듯 예전에 자신이 콜랑의 남자에 대해 가졌던 감정이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런 종류의 사랑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제 그는 모래 속에 스며든 물처럼 이야기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이제야, 쇼팽의 음악이 큰 소리로 퍼지는 지금 이순간이 되어서야 겨우 다시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 P134

그는 잠깐 뜸을 들인후 이렇게 말했다. 그의 사랑은 예전과 똑같다고, 그는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코 이 사랑을 멈출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만을 사랑할 거라고.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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