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마음 단비어린이 그림책
이정록 지음, 박은정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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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학교> 이정록 시인의 보듬는 마음, 꿰뚫어 저 속을 보는 눈은 나무를 얘기할때도 한결같네요. ˝나무도 마음이 있는 거예요?˝ 마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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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순례 일지에 듬성 등성 등장시키는 카페에 와 있다. 주차요금 무료인 주말에 어쩌다 방문한다. 아주 우연인데, 이 카페 올 때 두 번 연속 노란 표지의 책을 읽었다. 크리스티앙 보벵(Christian Bobin)의 [가벼운 마음(La Folle Allure]은 BTS의 BUTTER와는 사뭇 다른 톤의 연노랑을 입었는데, 그야말로 말랑한 달콤함과 맛봤어도 다시 탐하게 하는 중독성 소설이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인이라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문체에 빠져든 애서가들의 찬사는 이미 작년부터 뜨거웠다. 읽어보니 그 찬사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보벵의 매력은 책표지 색처럼 단 하나의 이름에 담길 수가 없겠다. 그 연노랑이 끈적한지 매끄러운지 건조한지 질척거리는지 보기만 해서는 알기 어렵다. 오래간만에 소설을 말 그대로 음미한다. 후각세포를 뇌로 옮겨다 놓았다 착각할 만큼 향기가 그윽한 술을 마실 때처럼, [가벼운 마음]을 혀끝으로 음미하며 천천히 읽는다. 혹시 놓쳤을까 봐 두 번을 내리읽는다.



[가벼운 마음]의 주인공 '뤼스'는 두 살 때 '누런 이빨'에 '누런 눈'을 하고 '누런' 오줌도 지리는 첫사랑이자 수호천사를 두었다. 폴란드에서 공수해온 야생의 늑대였다. 그 아이는 또한 서커스단과 유랑하며 생계를 꾸리는 부모를 두었다. 그 자체로 이미 떠도는 삶인데도, 뤼스는 어린 시절 내내 가출을 감행하고 여러 가명으로 존재의 망토를 새로 지어 입어 가며 세상에서 사라지는 방법을 터득했다. 복잡한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라며 내일의 태양에 미뤄버리는 그 아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와도 닮았다. 내가 흠모해온 '올리버 색스' 의 엉뚱한 호기심 그리고 보벵의 또 다른 작품, [흰옷 입은 여인], 에밀리 디킨스의 은둔도 떠올리게 한다. '뤼스'는 내면에 든든한 수호천사를 둔 행운아이기도 하다. 그 수호자 덕분에 뤼스는, 허영을 충족하며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중심에 둔 삶을 살 수 있다. 나에게 [가벼운 마음]이 단순히 한 자아의 침잠형 고백록이 아닌, 삶의 재미를 잃어가는 요즘 사람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확장형 대화집이다. 그래서 최근 읽었던 한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의 산문집과는 결이 매우 다른 전율을 준다.



Ji-Elle,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가벼운 마음]을 두 번 내리읽으며 메모했던 쪽지를 보니, 몇 개의 핵심어를 꼽겠다.


  • 글쓰기와 작가라는 천직

  • 엄마라는 존재

  • 나의 수호천사는 나

  • 가명과 존재의 가벼움

메모지를 구겨 버리기 전에 정리해 본다.




'뤼스'에게는 미친 엄마가, 강렬하게 매력적이고 적절하게 미친 엄마가 있다. "미친 엄마는 야수 같은 아이들의 마음과 가장 잘 어울리는 훌륭한 엄마"(25)다. 까르르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뤼스의 엄마는 여느 엄마들처럼 "아버지들의 어두운 기운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162) 한다. 새로운 가명을 써서 가출을 재시도 하는 방탕한 딸이 돌아올 때도 웃어주고, 17살에 결혼했던 딸이 10년의 결혼생활에서 캐리어 몇 개 달랑 들고 쫓겨 났을 때도 힐난하지 않았다. 아내를 못 잊어 처갓집을 찾아온 (전) 사위에게 싸늘하게 대하는 뤼스에게도 "딸아, 너는 좀 사근사근한 맛이 없어."(154)라고 농을 던질 뿐이다. 엄마를 향한 뤼스의 신뢰와 사랑은 절대적이어서 뤼스는 이렇게 말한다. "내 어머니는 자식들이 무엇을 하든 언제나 기뻐했을 것이다... 우리를 비판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다. 그것이 엄마로서 그녀의 특권이며, 그 특권을 결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배포다."(151) 영화배우로서도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뤼스의 매력은 어머니의 가벼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또 있다. "가벼운 마음"의 발원지는.


중학생 시절 뤼스의 대모(하숙집 주인)이었던 롱샬롱 부인은 할머니께 들은 말씀을 전해주었다. 핵심은 '가벼운 마음'이다. "아가야,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야. 어느 누구도 너한테서 즐거움을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해라...사실 내 남편은 우리가 헤어진 진짜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어. 하지만 아주 단순한 이유였단다. 결혼할 때 내 마음에는 즐거움이 있었어. 그런데 즐거움이 떠나 버린 거야. 그래서 이혼한 거지."(87)

뤼스 역시 3년간 이웃집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 쫓겨날 때, '티타티티타티 티타티티타티' 바흐의 아리아를 머릿속으로 재생시키며 경쾌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쫓아낸 남편이 다시 찾아와 '당신 없인 살 수 없다'라고 애걸할 때도 "그게 사랑과 무슨 상관이 있어? 우리는 당신이 없으면 괴롭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와 함께할 수는 없어. 적어도 그 사람이 자식이나 어머니가 아니라면 말이야. 로망. 나는 당신 엄마가 아니야. 그리고 더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 싶지 않아."(153)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뤼스는 가볍다. 글도 가벼운 마음으로 쓴다.


"나는 글을 쓸 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설명을 잘 했는지 모르겠다. 잉크는 구매할 수 있으나 가벼움을 파는 상점은 없다...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여름비의 도도한 서늘함에, 침대맡에 팽개쳐둔 펼쳐진 책의 날개들에, 일할 때 들려오는 수도원 종소리에, 활기 찬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음에...갓난아기의 눈꺼풀 위에, 기다리던 편지를 읽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이다 열어보는 몽글몽글한 마음에....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그럼에도 가벼움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희박해서 찾기 힘들다면, 그 까닭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69)

뤼스에게, 뤼스의 창조자이자 작가인 크리스티앙 보벵에게, 혹은 보벵이 존중했던 시인 에밀리 디킨스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일까? 가벼움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가벼움으로 써 본 적 있을까? 그게 뭔지 알기나 할까?빈칸 채우기를 해 본다.

"요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세 가지는 ________, _________, _______이다. 처음 두 개는 액체다. 잉크와 와인. 세 번째는 기체다. 날개와 기쁨. "(125) 아! 아름다워!보뱅의 아름다움은 문장에서 온 게 아니라 세상을 사는 태도, 그 자체에서 나왔나 봐! 그래서 흉내조차 어려워. 보벵에게 세 가지는 "글쓰기, 아르부아 와인, 소나타3번." 보벵을 따라서 나의 세 빈칸을 채워본다. "책 읽기, 새우깡, 나무"


그렇다면, 얼핏 뤼스만큼이나 충동적이며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 뤼스의 남편, 로망은 가벼운 마음을 가졌는가? 그랬다면 헤어질 이유가 없었을 텐데? [가벼운 마음]을 두 번 읽으니, 부부 사이에 놓인 강의 폭을 얼핏 가늠했다. 뤼스는 교육받지 못하고 가난한 부모를 두었고, 로망은 유서 깊은 명문가 출신 법학도이다. 비록 22살에 아버지의 직업과 명예를 이어받을 창창한 미래를 차 버리고 17세 소녀 뤼스의 허리를 감아 안았지만, 로망은 로망이다. 꿰뚫어보는 늑대의 눈을 가진 뤼스에겐 보였다. 로망이 예술가지망가들과 어울리며 환담을 나눌지라도, 차별받는 늑대, 유대인 그리고 어린이들이 더 살만하도록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은 전혀 없었다. 오직 자신의 재능에 대한 기대와 명예욕이 있을 뿐.

"아름다운 동네에는 어릿광대를 위한 자리가 없다. 부자의 세계와 가난한 자의 세계는 둘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심하다. 부자들을 위한 단 하나의 세계만 있으며, 그 옆이나 뒤에 있는 구역은 부자들 세계의 폐기물에 대해 알려 줄 뿐이다."(117) 딸인 뤼스가 알아챈 것을, 과묵한 뤼스의 아버지조차 간파했다. 아버지는 (전)사위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 친구는 별로 호감 가는 타입이 아니다. 널 기다리면서 담배 한 갑을 다 피우질 않나. 내가 파 놓은 구덩이에 꽁초를 던지질 않나...사랑의 슬픔이 크면 무슨 짓을 못 하겠느냐만, 그놈은 슬퍼서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야."(151)


뤼스는 명문가의 이름, 직함, 미래를 예비한 통장잔고 등을 계산하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을 따라간다. 10년간 살았던 남편 로망과 쉽게 헤어졌듯, 배우로서 크게 성장할 기회도 껌 뱉듯 별다른 충격 없이 뱉어버린다.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인기와 돈과 유명세는 따 놓은 당상인데, 탑승하지 않는다. 수호천사가 강력하게 명했기 때문이다. "따져 묻지 마. 당장 '쥐로'로 가서 호텔 방을 잡고, 모든 이야기를 처음부터 쓰는 거야. 서커스, 중학교, 묘지."(174)

뤼스가 추구하는 가벼움은 바로 이런 것. 뤼스를 침묵시키고, 도망가거나 사교성을 낮추게 만드는 자폐증 걸린 늑대 아이가 원하는 대로의 가벼움. 그 가벼움은 성찰하지 않음에서 오는 허영과 위선의 촐랑거림이 아니다. 그런 촐싹거림은, 우리가 질리도록 많이 봐왔는데 종국은 불행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뤼스는 영화산업을, 돈에 대한 불안 외에는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비싸기만 한 비눗방울bubble이란 걸 간파한다. 글쓰기를 "잉크와 고독과 고요함으로 꿀 만들기"(31) 에 비유하는 뤼스에겐 사람들의 수치심 없는 촐싹거림이 놀랍다. "사람들이 무엇에서든 글 쓸 거리를 너무도 빨리 찾"고 "소음에 불과할 뿐인 언어"(138)를 대량 생산해 내는 이유 역시 돈 때문이라고 본다.


뤼스, 뤼스의 수호천사 늑대 아이는 비싼 거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행복을 담보해줄 것인양 세뇌하는 비싼 거품보다는, 액체로서의 술과 잉크, 그리고 기체로서의 음악에 시간을 들인다. 그렇다고 방관자처럼 스쳐만 가지 않고 뤼스는 삶을 기록한다. 그녀는 글로 꿀을 만드는 작은 꿀벌이고, 그 벌을 창조한 크리스티앙 보뱅 역시 부지런한 작가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살되, 글만큼은 남기고 싶다." [가벼운 마음]이 나와 이 시대 사람들에게 전하는 확장형 메시지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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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4-17 1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종이책 노트북 커피.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필사하기 위한 노트와 볼펜.
요즘 필사하는 재미에 빠져 보려고 해요. 많이 쓰는 게 아니라 한두 문단을 쓰는 거죠.
이것도 꾸준히 하면 꽤 양이 많아질 듯해요.

얄라알라 2023-05-01 00: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페크님. 5월달에 답글을 달자니 부끄럽습니다. 서재 관리를 올 상반기 너무 안 하다 보니..

필사용 노트와 볼펜, 특수 도구(?)를 준비하셨다는 자체가 마음가짐을 다르게 할 것 같습니다.
글씨를 점점 쓸 일이 적어지는데, 저도 언젠가는 필사에 도전해봐야겠네요^^

레삭매냐 2023-04-18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단 사서 쟁여 두기
시작한 작가랍니다.

그리고 최근작은 도서관에
서 빌려다 보다말고 반납한
추억이 -

독서록이 한 편의 아름다운
시처럼 그렇게 촉촉하게 다
가오네요. 쨩 -

얄라알라 2023-05-01 00:31   좋아요 0 | URL
아...도서관엔 추억 부스러기를 묻혀 놓은,
살짝 속페이지 열어보고 넘겨보고 반납한 책이 얼마나 많이 있는 걸까요?

저도 오늘 읽다 만 책들을 여럿 반납하고 새 녀석들을 데려왔습니다.

제 부족한 글을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레삭매냐님^^

그레이스 2023-04-19 05: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아두고 있습니다.
이 페이퍼때문에 조바심 나네요
빨리 읽고 싶어서...^^

얄라알라 2023-05-01 00:32   좋아요 0 | URL
이런 조바심이야 말로 사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명절만 기다리던 그 조바심....명절 때 책 왕창 읽으려고 얼마나 명절을 기다렸던지...
그런 마음이 어른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참 다행입니다^^

그레이스님, 해피 5월 시작하시어요

초원 2023-04-21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님의 흥분이 서재 전체에 퍼져서 전해집니다. ‘확장형 메시지‘가 가벼울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얄라알라 2023-05-01 00:34   좋아요 0 | URL
초원님 안녕하세요?
와우! 2023년의 5월이라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블레이드 러너, 그 뒤의 숫자에 도달했다니
게다가 5월...

5월 좋은 출발 준비하셨는지요?^^ 항상 건강과 안녕을 기원드립니다
 

[봄나물을 구경하며 natural born gatherers]



얼마 전, 귀농하신 어르신.찾아뵌 김에 그분들의 안내를 받으며 시골길을 걸었다. 한 때는 참새 쉼터였을 전깃줄을 지중화한 도시에 사는 내게 살짝 기울어진 전봇대는 온기를 주는 시골다움이었다. 그 산책 길에서 놀라다 못해 경탄했던 것은 어르신들의 탁월한 식물감별안이었다.


나도 쑥은 안다. 쑥향 진하게 나는 쑥개떡도 좋아한다.부추와 달래도 구별한다. 하지만 다른 초록이들은 그저 땅을 뚫고 올라온 봄생명일뿐 이름도, 쓰임도, 그리고 그 아름다움도 잘 모른다.어르신들은 산책하시는 내내 존재조차 몰랐던 초록이들의 이름을 알려주셨다. 당귀. 머위. 돌나물...등등. 


100여 년 전엔 집에서 술을 담궈 마셨던 조상들

50여.년.전만.해도 집간장, 집된장이 대세였다. 이젠 유튜브 동영상 따라하거나 요리 과외를 받아도 어렵다. 불과 1ㅡ3 세대만에 그 귀한 지혜가 전수되지 못한 채 끊겨간다. 풍경을 보는 눈 또한 바뀌어간다. 30분 산책으로 한끼 채식.밥상을 준비하실 수 있었던.귀농 어르신들의.나물감별안을 보고.많은 생각이.스쳤다.



봄쑥 150g에 4000원이 넘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마침 어제 "natural born gatherers"라는 제목으로 메모를 남겼기에, 그 연장에서 쑥 이야기를 이어가 본다.

동화 [몽실언니]에서 어린 몽실이는, 처절한 심정으로 산에 오른다. 봄 나물이라도 뜯어야 젖동냥으로 자라 온 동생 입에 뭐라도 흘려 넣을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바디나물, 고수나물, 뚜깔나물, 개미나리, 칫동아리나물, 미역 나물, 잔대나물, 싸리나물, 고사리....." 몽실이는 죽으로 끓일 수 있는 들풀들을 참 많이도 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에, 바코드 찍히지 않은 봄 나물은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몽실이와 난남이(몽실이의 동생)를 살려왔을까?

하지만, 한 줌에 4000원이 넘는 가격표를 붙이고 진열대에서 형광등과 냉기를 받는 봄쑥을 보니, 인간의 '먹을 권리'에 대한 전망 역시 냉기를 뿜겠구나 싶다. 고급 품종으로서 샤인 머스캣을 밀어내고 새로운 프리미엄 포도가 등장하여 누구나 따먹을 수 있던 산딸기와 머루를 비웃듯. 몽실언니에게는 생명의 끈을 연장해주었던 봄나물도, 인간의 먹고 살 권리도 의미를 잃어간다...

고작 쑥 한 봉지 사들고 비관이 너무 앞서 나간걸까...


누구나

깨끗한 물 마시고, 깨끗한 공기 들이 마시고,

최소한의 먹거리를 권리로 챙길 수 있는 세상.

그 당연한 권리주장이 왜 떼쓰는 걸로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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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4-11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님이 조금 더 기운이 있으실때 같이 산에 가면 진짜 냄새만으로도 뭐가 있는지 아시고 얘기하곤 하시더라구요. 이제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면서 우리 식탁에서 저런 봄나물들이 사라지는 것도 빨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얄라알라님의 비관이 남일같지 않기도 합니다.

얄라알라 2023-04-11 11:19   좋아요 1 | URL
와! 바람돌이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소한 데서 사람의 대단한 능력에 감탄하곤 하는데, 어머님께서 냄새만으로 풀들을 구별하셨다는 게 진심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사실 예전엔 땅이 좋아서(?) 풀들의 향도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시골의 부추 냄새는 비닐하우스 재배 부추와는 향이 비교도 안 되더라고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바람, 돌풍이 심한데, 아무쪼록 안전한 화요일 보내시어요

기억의집 2023-04-11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친정엄마가 나물 반찬을 좋아하시고 꾸준히 먹어서 취나물, 비듬나물 등등 봄에 채취해서 삶아 냉동실에 소분해서 먹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물을 아예 안 먹더라고요. 아마 저 쑥으로 한 쑥개떡도 젊은 세대들은 안 먹어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세월이 참 많이 변했어요. 진짜 예전에 고추장 된장 담궈 먹었는데.. 저희집은 된장은 메주 사서 담궈 먹는데 고추장은 안 담궈 먹은지 수십년 된 것 같어요. 달달한 고추장 좋아해서.. 진미 고추장의 등장이 생각나고 봄의 두릅이 생각나는 페이퍼입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15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달달 고추장, 초고추장, 두릅, 쑥 개떡....
이렇게 나열만 해도 올라오는 정서가 저에겐 분명히 있고 기억의집님께도 있으시고^^

세상과 먹거리가 많이 변해가지만 요즘 꼬마 친구들도 봄 나물의 매력을 좀 알고 컸으면 좋겠는데...

요런 심리가 ˝라떼˝ 심리인 거 겠죠?^^;;

행복한 일요일 시작하시어요. 기억의집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3-04-11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와 천변에서 쑥 뜯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어머니가 담근 된장 정말 맛있는데, 그 비법을 저도 동생도 물려받지 못했으니,
그냥 사라지게 되는구나 하고 얄라알라님 글 읽으며 새삼 깨닫습니다.

오래 전에 전국여성농민회에서 매달 꾸러미 라고 뭘 보낼지 모르지만,
정해진 금액에 맞춰 텃밭에서 길렀거나 야산에서 채취한 다양한 나물과 먹거리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었어요.
그거 받아보는 동안 정말 평생 먹어본 나물보다 훨씬 더 많은 나물들 먹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보내주는 나물을 바로바로 요리해서 먹어 치우지를 못하고,
처치 곤란한 이름 모를 나물들이 자꾸 쌓여서 결국 그만두고 말았네요.
달마다 이번에는 뭘 보내주실까 궁금해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쉽네요.

얄라알라 2023-04-16 00:18   좋아요 0 | URL
전국여성농민회!
감은빛님 댓글을 보고 찾아보니 ˝언니네 텃밭˝ 꾸러미 보내주시는 활동을 하시는 군요
예전에도 다른 루트로 들어보았는데, 제게 말씀 전해주셨던 분 역시
꾸러미가 너무나 소중하지만, 보내주시는 것들을 잘 활용하지 못해 결국 아깝게 된다는 이야기 하셨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감은빛님께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셨음을 댓글을 통해 상상하게 되네요^^ 좋은 초록 나물 많이 드시고, 더욱 건강하시어요^^

레삭매냐 2023-04-11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 동네 체육공원에 갔었는데
옆동산에서 어르신들이 쭈구리고 앉
아 무언가를 열심히 캐고 계시더라구요.

저희 어머니도 얼마 전에 쑥 캐오셨다
고 해서 농약 조심하시라고...

유기농 봄쑥이 4천원이나 하는군요. 깜놀 -

얄라알라 2023-04-16 00:20   좋아요 1 | URL
아! ˝쭈구리고 앉다.˝

이 말조차 정감 있게 들리는 걸 보면, 제가 뭘 많이 결핍하고 있는 것인지^^;;;

결핍이라고 말 할 필요 없이, 쭈구려 앉아서 뭐 좀 캐보면 될까요?^^

결국 그 봄쑥은 인기가 없어서....

서운해했습니다^^;;;

Falstaff 2023-04-11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이 참 좋습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21   좋아요 0 | URL
골드문트님 ^^
기억이 납니다. [몽실언니]를 좋아하시는 골드문트님의 소중한 분~~~

전 [몽실 언니]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의외로 많이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나물 이름에서 부끄럽기까지 했어요. 아는 이름이 거의 없더라고요.

난티나무 2023-04-1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숲이나 들판에서 아쉬운 게 그거예요. 저기에 내가 몰라서 못 먹는 풀이 얼마나 많을까??? 늘 아쉬워요. 꼭 먹어야 하기보단 더 많이 알고 싶어요. 반드시 배워야 할 지식/지혜라고 여기고요, 반드시 나중에 배울 거예요.^^

얄라알라 2023-04-16 00:23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멋지세요.

네네, 그냥 아쉬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배워야하는 지혜/지식!

저는 실제 난티나무님과 똑같은 이유로, 일부러 찾아서 2번이나 강습을 받았는데....^^;;;;
돌아서면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반성하며 저 글을 썼나봅니다.

난티나무님께 나중에 다시 배워야겠어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세 먼지 걷힌 4월 주말에는 놀아야 하건만, 오후 내내 [수학자 Scythe]를 읽었다.




◆ Scythe ◆


뜻을 알더라도 실제 회화에서 발음했던 적도, 앞으로도 쓸 일 없어 보이는 단어이다. 그런데 닐 셔스터먼은 'scythe'를 무려 3부작 소설의 1권 제목으로 삼았다. "Scythe"는 사람의 생명을 인공적으로 앗아갈 수 있는 특권층(수확자들)을 은유함과 동시에 그들이 실제 물리적으로 동원하는 무기를 대유한다.

[수확자]는 작년에 읽었던 [Dry]에 비한다면, 덜 입체적이었다. [Dry]에서처럼 조숙하고 예민하면서도 제 앞가람 잘 하는 10대 소녀를 주인공 삼았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덜 사회비판적이고 더욱 미국적이라고 느꼈다. '(소설이) 미국적인 게 뭐냐?'라고 공격해 온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1) 장면 전환 빠르고 2) 폭력 수위 높아 자극적이며 3)'선택받은 자'의 아우라에 집중할 뿐, 평범한 사람들은 무개성 조연 집단 취급하는 할리우드 영화와 겹친다.(닐 셔스터먼은 영화화될 염두를 두고 원작을 집필했을까?)

그래도 1) 설정 자체의 참신성 2)캐릭터들의 어조까지 변별적으로 살려낸 이수현 번역가의 출중한 언어감각 3) 닐 셔스터먼 특유의 재미 전략 덕분에 즐거웠기에, 중간에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https://youtu.be/sA6xEszg5EM


저자의 인터뷰 영상을 살펴 보니, 닐 셔스터먼은 기존 디스토피아가 '세계가 어떻게 잘못 돌아가고 있는가?'에 집중했다면 다른 방향에서 상상의 실타래를 풀었다. 인간이 통제하지 못했던 문제들에서 해방된 미래. 전쟁, 질병, 가난, 심지어는 노화와 죽음까지 해결된 세상에서 인간은 '사망(+살인) 이전 시대'의 예술작품과 일상에 스며 있던 정서를 더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전 세대 필멸자들이 강렬한 생존욕구와 절실함과 짜릿한 충동을 느꼈다면, '자연적 죽음'이 '수확자들'이 의례적으로 수행하는 인위적 수거로 대체된 이후 사람들은 수확자에게 운명을 내맡긴다. 수확자들은 인구를 인위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살인 테크닉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죽이는데 결코 이 행위를 '살인'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고결하고 신성한 의무라고 여기며 심지어 10계명까지 준수한다.

영화 [스타워즈]도, 소설 [Dune]도, [수확자]도 왜 그리 '선택받은 자'의 비범성에 집중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야 이야기가 술술 풀리기는 하겠지만, 특히나 [수확자]에서는 선택받은 집단으로서 '수확자들'과 그들에게 언제라도 '수확당할(=죽을)' 수 있는 사람들의 대비가 '사자 앞의 토끼들' 꼴로 묘사되고 있어서 배알을 뒤틀리게 하는 지점이 있다. 또한 특권층 '수확자들'의 정기모임인 콘클라베는 위엄과 정통성 있는 행사로 그려지는 반면, '음파교도'라는 소수자들의 종교는 희화화되었다고 느꼈다. 현대 미국소설을 몇 권 읽어본 적도 없는 게으른 독자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수확자]에서 닐 셔스터먼이 제기하는 화두 중 가장 흥미롭고, 저자의 통찰력에 공감했던 부분은 인간의 정치였다. 수확자 10계명, 수련과 시험, 자기성찰과 외부의 감시 등 다양한 규제 메커니즘을 설정해두었더라도, 사람의 생명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손가락에 낀 수확자들은 권력과 과시욕, 엘리티시즘에 취약하다. 취하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며, 연민, 생명존중, 공감 등 소위 인간적 정서를 다 활성화시키지만 그 안에서도 변종이 생긴다. 기술 발달 이전 시대의 자연적인 죽음을 인위적으로 조율한다면서, 어떻게 오감칠정 五感七情 느끼는 인간 수확자에게 절대반지를 맡길 수 있는가? 타락이 예견되어 있는데.... [수확자] 시리즈의 2권과 3권에서는 닐 셔스터먼의 통찰이 좀 더 정교해질지 기대 반 우려 반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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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1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는 수확자를 수학자로
잘못 봤네요 이론...

그런데 Scythe(사이쓰~)는
서양판 저승사자들이 들고 다
니는 흉기가 아닌가요...
살발하네요 고저.

개인적으로 미쿡 소설가들은
모두 영화 판권을 겨냥해서
집필하지 않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되면 좋고 안되고 그만~

얄라알라 2023-04-11 09:22   좋아요 1 | URL
저도 알면서도 발음은 자꾸 ˝수학자˝로 되더라고요.

소설에서는 ˝살인˝이나 ˝자살˝이라는 용어는 마치 구시대의 부끄러운 무엇인양 쓰지 않고
대신 ˝수확˝ ˝자기를 거둔다˝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레삭매냐님 합리적 의심 굉장히 합리적이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받았던 인상이 마치 영화 속성 과외 받는 느낌이기도 했겠군요 ㅎ

감은빛 2023-04-11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학자라고 읽고, 수학이랑은 안 친한 관계로 이 글을 건너뛰려고 했는데, 수확자였군요. ㅎㅎ
 


벚꽃 흐드러지게 피고 꽃 이파리 날렸던 4월 첫 주말, 남도로 통하는 고속도로마다 승합차며 대형버스가 즐비하다. 추돌사고로 인한 교통정체도 3건이나 경험했다. 광활한 대륙도 아니건만, 왕복 10시간 30분을 꼬박 안전벨트를 메고 있었다. 남도 여행길에 읽을거리 2권 챙기길 자~알 했다. 특히 [어슐러 K. 르 귄의 말]은 탁월한 선택. 

 



책 선배님들이 별 다섯 ★★★★★ 꽉 채워 칭송한 인터뷰집이다. 사실, 인터뷰집은 읽을 땐 재미있어도 묵직하게 가라앉는 문장이 많지 않아서 피하는 장르였다. 어슐러 K. 르 귄 역시 서문 제목을 "인터뷰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로 달았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인터뷰어는 출판사 홍보팀에서 책에 관해 쓴 보도자료를 읽고 오는 사람들이다. 편리한 발췌 문장까지 갖춰서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 발췌 문장을 크게 읽고 나서 진지한 목소리로 말한다. "자, 여기에서 하신 말씀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시죠."

그런 인터뷰어들은 책을 한 권 쓴 유명인들과는 잘 맞는다. 그 유명인이 실제로 그 책을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터뷰어도 실제로 읽지 않았으니까.


9쪽


하긴,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인터뷰이 이름조차 제대로 몰라 실시간 방송에서 실수를 하는 D급 인터뷰어를 본 적 있는데, 숱한 인터뷰 요청을 받아왔을 문학계 거장은 어떠할까? 다행히 어슐러 K. 르 귄은'데이비드 네이먼David Naimon'이라는 A급 인터뷰어를 만나 "배드민턴 경기와 같은 좋은 인터뷰"를 생의 말미에 진행했음은 그 자신에게도, 팬들에게도 큰 축복이다. 게다가, 그 인터뷰집을, 무려 13권 째 르 귄의 저작을 번역하고 서신까지 주고 받았던 이수현이 우리 말로 옮겼다는 점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행운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 물 흐르듯 이뤄지는 언어의 즉흥연주, 교감이 경청으로 화답 받는 찐케미 인터뷰의 정석을 보여주는 [어슐러 K. 르 귄의 말]. 평생 이심전심 해온 지피지기일지라도 친구의 깊은 생각을 이처럼 유연하게 끌어내긴 어려울 텐데... 인터뷰어 데이비드 네이먼이 어려서부터 어슐러 K. 르 귄을 읽으며 만남을 상상해 왔기에 가능한 케미가 아닐까 한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의 소리를 들어요...몸 안에서 글이 울리면, 스스로가 쓰는 글을 들으면 올바른 리듬을 들을 수 있고, 그러면 문장이 깔끔하게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18)



이야기는 갈등을 다룬다고,

플롯을 갈등에 바탕을 둬야만 한다고 말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거예요.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정치적인 선언이기도 하죠. 삶은 갈등이고, 그러니 이야기에서 정말 중요한 건 갈등뿐이라고 말이에요.

(41)


[왜 미국인은 드래건을 두려워하는가?]였고, 딱 집어서 모든 판타지를 상상력이 많이 들어간 모든 소설을 단지 오늘의 주식시장을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용이라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폄하하는 미국인의 경향에 대해 슨 글이었어요. 삶에 대해 즉각적인 이득만 따지는 태도죠.




다른 문화에서 자란 사람을 어디까지 대변할 수 있는가? 제 아버지는 인류학자였고 이 질문과 정면으로 부딪혔어요. 이해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동의 없는 가져다 쓰기가 되어 버리는가? (116)

우리는 다른 존재의 마음을 상상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상대를 멋대로 이용하지 않도록, 매 걸음을 아주아주아주 조심해야죠. (118)


무엇보다 나는 [어슐러 K. 르 귄의 말]을 통해 이수현 번역가를 다시 만나 즐거웠다. 젊은 시절 미모가 대단했던 르 귄 만큼이나 유난히 또렷하고 까만 눈동자가 아름다웠던 이수현님. 진중하고 사려깊은 성품을 반영하는 저음의 음성과 밝은 표정, 오랜 세월이 지나 활자로 다시 만난 이수현은 여전히 사차원 재치와 지적인 매력을 글로 품고 있었다. 어슐러 K. 르 귄(1929년 출생)과 이메일 서신을 주고 받가가, 작가가 루즈벨트 대통령 재임 기간의 사람임을 인식하고는 "내 마음속의 유교인이 깨어나서, 평생 그를 어슐러라고 부르기는 불가능해져버렸고!"(140)라고 적다니! 사차원 매력이 여전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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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3-04-05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매우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처음에 어스시 이야기로 시작해서 구할 수 있는 작품은 닥치는 대로 구해서 읽었어요. 여타 다른 판타지나 SF와 다른 잔잔함과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톨킨과 함께 판타지와 SF를 고전적인 의미에서 ‘문학‘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인터뷰집이라서 아직 안 구했는데 저도 조만간 책 주문할 때 구해야겠습니다. 자동차여행은 비행기와는 다른 과정의 묘미가 있어 저도 좋아합니다. 바깥 경치도 살피면서 음악도 듣고 노래도 하고 뭔가 이것도 행공처럼 명상하는 느낌일 때가 있어요. 즐거우셨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4-06 12:07   좋아요 1 | URL
transient님께서는 이미 친숙하시고 좋아하시는 작가이시군요
전 그 유명한 인류학자의 따님이라는 데 먼저 호기심을 느껴서 읽게 되었는데, 사실 본격적 작품은 아직 접해보지 못해서 천천히 시작하려 합니다. transient님 서재에 가면 좋은 정보가 많겠는걸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레삭매냐 2023-04-0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거리여행에는 고저 책과
함께 하시는 모습, 아주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 남도에 가보고
싶네요. 기차 타보고 싶은데
말이죠 ^^

한 번역가가 한 작가를 줄창
번역하는 것, 찬성합니다.

얄라알라 2023-04-06 12:06   좋아요 1 | URL
˝고저˝ 부럽습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레삭매냐님의 언어감각 덕분에 왠지 제가 이틀 여행에 책 읽기 자알 한 듯 으쓱해집니다.

이수현 작가님, 최근에 닐 셔스터먼 신작도 (꽤 두꺼운데) 다 번역해주셔서 읽으려 대기중입니다.

레삭매냐님께서는 기차도 좋아하시네요^^ 기차타고 동해 여행도 해보고 싶어집니다

감은빛 2023-04-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복 10시간 반이라!
저도 동해 바다로 여행 다녀온 지 일주일 밖에 안 지났는데,
또 어딘가로 놀러가고 싶네요.
바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화요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