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2
송언 글, 한병호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제펭귄의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첫 권이었던 <장화홍련전>......... 가벼운운 두께의 전래동화 몇 권은 읽혀보았지만 고전의 정석이라 할만한, 제법 글밥도 있는 <장화홍련전>....... 미취학생인 아이가 얼마나 소화해낼까 반신반의의 태도였다가 아이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서 아이 독서취향을 어른 시각에서 미리 재단하지 않겠노라고 결심했던 것이 몇달 전이다. '빛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목록이 어서 길어지기를 기다리던 차에 이번에 두번째 책인 <전우치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움은 배가되었다.


 

"엄마 고전이 뭐야.?" "엄마 제목에 '전'이 두번이나 들어갔어. 앞의 글자랑 뒤에 글자랑 똑같잖아." "엄마, 이런 용 그림은 누가 그린 거야?" 아직 본격 책읽기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반가운 책을 안고는 질문공세이다. "전우치전" 4글자가 이름인 줄 알고 신기해하는 아이가 귀여워서, <홍길동전> <장화홍련전><전우치전>을 예로 들면서 '전'은 이야기를 뜻하는 옛말이라고 일러주었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엄마도 옛이야기의 '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없도록 앎이 짧다. 내 짧은 앎에 대한 부끄러움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더욱 커졌다. 송언 작가님의 탁월한 우리말 구사력과 탄탄한 문체에 반해서 그 부끄러움은 더욱 커졌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그 경쟁 치열한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작가분의 이력답게 황제펭귄의 <전우치전>은 문체가 아름답다. 예를 들어 부사 사용이 어찌나 적절하고도 맛깔나는지 아이에게 크게 복창시키라 하면서 구절구절 읽어주었다. "꺼이꺼이 울다." "닥닥 긁어모으다." "호락호락" "슬금슬금 눈치만 보더라.". 30여년이란 긴 세월을 동화책 일러스트레이션에 헌신해 온 한병호 작가님의 묵향나는 그림과 어우러져 글의 묘미가 입에 착착 감기게 다가 왔다. 아이는 "등골이 휘어지다." "눈이 시뻘게져서 제 욕심을 채우다." "오줌 줄쭐 싸도록 혼찌검을 내주다.' 등의 표현도 궁금해 했다.







아이가 가장 궁금해 한 부분은 '도사'의 개념이었다. 왜 굳이 '마법사'라고 안 부르고 '도사'라고 부르는 거냐는 집요한 질문에 서양의 witch, wizard 개념과 사뭇 다른 도교적 철학도 바탕이 된 도사 개념을 설명해 주느라 애를 먹었다. 인생 무상, 세상사에 재미가 없어서 미련이나 욕심도 없이 백두산으로 들어가 버린 전우치의 마지막 행적을 예로 들어 '도사'의 특별함을 설명해주었으나, 아이가 중학생은 되어야 그런 정서를 이해하겠지 하였다. 그래도 <전우치전>에서 탐관오리들을 벌하고 가난한 백성들의 편이 되어 애를쓰는 전우치의 의로움과 통 큰 씀씀이, 인자하나 악인에게는 강한 대인 됨됨이는 아이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이해했으리라. 책을 한번만 읽엇을 때는 임금님 앞에 무릎꿇고 포승줄에 묶여 있는 전우치가 "나쁜 놈이냐?"고 묻더니만, 여러번 <전우치전>을 다시 읽은 지금은 전우치 도사가 맘에 든다고 호들갑니다. 


<전우치전> 을 비롯 황제펭귄의 우리고전 시리즈를 적극 권장하고 앞으로의 출간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는, 집필진들 자체가 우리문학 고전에 탁월한 식견과 친숙함을 가진 분들인지라 책 각권의 문체마다 우리말의 묘미 우리 옛 어휘의 아름다움과 옛 사람들의 정서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점 외에도 아이가 '의로움' '충과 효' 등의 개념에 알게 모르게 친숙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권순긍 선생님이 해설를 짧게 써주셔서 전우치라는 이야기가 가진 시대적 맥락과 의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수 있다. 또한 1952년 범우사의 표지사진이 실려 있어서 고전 전우치를 읽는 감회를 새롭게 해준다.

. <전우치전>에서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아이의 읽기 흐름이 자주 끊어지자, 모르는 단어 먼저 익히고 읽자는 제안을 하였다. 아이는 신이 나서 노트 3페이지에 걸쳐서 모르는 단어들을 적어 내려갔다. 엄마역시 괴발새발이지만 엄마표 우리말 사전을 함께 만들어 보았다. "귀때기"와 "귀"의 어감 차이와 본문에서 하필 "귀때기"라는 비하하는 표현을 못된 벼슬아치들에게 쓴 이유 등을 이야기해주었더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끄덕. 이렇게 책읽으며 아이와 교감할 때가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도술이 진짜 있느냐?"는 아이의 천진함에도 행복하고...아이가 전우치처럼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면서도, 의와 인륜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진정 기원한다. 황제펭귄의 빛나는 우리고전 시리즈 덕분에 아이에게 직접 설명해주지 않아도 책을 통해 절로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익힐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 내몸 시리즈 5
마이클 로이젠.메멧 오즈 지음, 안기순 옮김, 신종철 감수 / 김영사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몸 임신 출산 설명서 >
YOU: Having a Baby

The Owner's Manual to a Happy and Healthy Pregnancy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 " 다소 딱딱한 어감의 책제목이 가전제품 사용 메뉴얼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무려 443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침대 맡에 놓고 하루밤에 편한 마음으로 읽어 버리기에는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손목에 와닿는 묵직한 느낌과는 달리 책장을 펴보니 공저자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의 필치는 무척이나 경쾌하고 일러스트레이션은 재치넘치다 못해 탄성을 자아낸다. 400여페이지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쒸익 다 읽어버렸다. 연실, "왜 2012년에 출간된거야? 2009년 영문판 초판 때 왜 못읽었지?" 즐거운 투덜거림을 뱉으며. 그 정도로 맘에 들었고, 내 몸과 생명탄생의 신비에 많은 앎을 주었고, 책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 책이다.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 임신을 준비 중이라면 베넷저고리나 엽산 영양제보다 먼저 챙겨할 선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공저자 Michael F. Roizen & Mehmet Oz

건강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번이라도 접해보았을 <내몸(YOU)> 시리즈의 한 권인 는 마이클 로이젠과 메멧 오즈가 공동 집필하였다. 전자는 Real Age의 개념의 창지자이며 후자는 오프리 윈프라 쇼에도 종종 출연하며 대중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컬럼비아대학의 외과교수이다. <내몸임신출산설명서>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인 이들이 생명 탄생의 과학을 야심차게 대중에게 속속 설명해주는

"활자화된 산부인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읽은 남편은 24시간 대기 중인 산부인과 의사와 같다"는 출판사 측의 서평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몸의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기에 임신 출산기간 뿐 아니라 평소에도 임신이나 여성의 몸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 <내몸 신출산 설명서>는 기존의 많은 임신출산 안내서와 확실히 차별화 된다. 차별화된다면 어떻게냐고? How?를 설명해보라면 간단히 대답하겠다.

"꽤나 많은 임신출산관련서를 읽어왔지만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에서 마치 모두 처음 듣고 배우는 듯 하다."

 

 

 

 

 

 


이 책은 총 5부, 12장 구성이다. 440여 페이지에 담고 있는 정보의 방대함. 대중을 겨냥한 의학서이면서도 학술적으로도 신뢰할 높은 수준의 정보 등의 면에서,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예비mom과 예비 daddy외에도 인체의 신비에 관심이 많은 누구에게라도 적극 권하고 싶다.

 




대형 서점의 서가 한 편을 꽉 메울 만큼 임신 출산관련 서적의 인기는 높지만, 그 중에서 독자가 "진화론적 관점(perspective from the evolutionary medicine)에서의 입덧에 대한 설명"이나 "후생유전학"적 관점에서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설명을 접해볼 수 있는 책은 극소수라 하겠다. 나는 <내몸 임신 출산 설명서>가 바로 그 후생유전의 관점에서 생명탄생의 과학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열혈독자를 자청하고 싶다. 후생유전의 개념이 생소할 일반 독자들을 위해 저자들은 "인쇄소의 각인imprinting"(36 쪽)이나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 (47쪽) 등의 예를 들어준다. 또한 두 저자는 임신을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기반한 안무에 비유한다. 탱고를 추려면 두사람이 필요하기에 자궁을 뜻하는 단어 역시 uter-I가 아니라 uter-us라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더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파트는 '입덧'에 대한 진화론적 관점의 해석이었다. 오전에는 참을만하다가 밤으로 갈수록 문자그대로 "못견디게 괴로웠던" 입덧의 영단어가 morning sickness인데에 의아하다 못해 억울하기까지 했는데, 저자들 역시 95페이지에서 그 명칭의 오류를 지적한다. 통쾌하다. 또한 이들은 입덧이나 임산부 요통, 임산부들의 호흡가쁨 등의 신체 증상이 사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태아를 보호, 태아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진화의학의 기존 가설을 소개한다. 절대동감한다. 온갖 chemicals의 극소량일지라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임신기의 내 몸, 지독하다 못해 피를 토해내게 한 입덧의 작동 기저이유가 바로 아가보호라는 생각을 나 역시 수만번 하며 참아내었었다.

 

 

 
진화의학이니 후생유전이니 하는 단어를 들먹이면, 왠지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가어려운 용어나 따분한 설명을 가득 싣고 있을 것 같이 착각하게 하지면 NO WAY! 정말 재미있고, 내 몸 내가 낳을 생명, 인간의 신비 이야기 이기에 설명 역시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임신 중 몸의 변화, 몸의 메카니즘 등을 시각화한 일러스트레이션은 특히나 압권이다. 튼살 크림은 임신 때마다 열심히 사용해 왔지만, 실제 임신 중 튼살 scratch mark가 어떤 원리로 생기는지는 이번에 <내몸임신출산 설명서>의 삽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 또한 임신 중 가능한 체위를 숟가락 두개로 표현한 삽화의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이가 무심히 책장을 넘겨도 전혀 민망하지 않은 귀여운 배려이다.


 


그 외, <내몸 임신출산 설명서>의 장점으로 효율적인 편집, 적재적소 다양한 정보를 다양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시도의 참신성을 들고 싶다. 토막상식, YOU quiz, tips, 부록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임신중, 출산과 산후조리 기간에 궁금할 수 있는 의학정보를 콕콕 집어서 설명해주고 있으니, 예비 부부의 필수 교과서로 등극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전하고 있는 정보의 학술적 신뢰성 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실천가능한 실용성 또한 높다. 신생아 마사지법, 산전 산후 체조법, 아가를 포대기로 싸는 법 등이 상세한 그림으로 친절히 설명되어 있으니, 특히나 임신이 처음이기에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경외감에서 두려움이 경탄을 이기는 엄마들에게는 더욱 고마운 책이겠다.

 

 책을 다 읽고 복습 차원에서 KBS 다큐멘터리도 한 편 보았다. 책 내용에 홀딱 빠져서 짧은 시간의 폭풍 흡입독서였지만 얻어가는 것 역시 폭풍수준으로 많았기에 배가 부르다. 임신으로가 아닌 책사랑의 마음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 - 표현력 키우기, 정체성 찾기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6
최영란 글.그림 / 노란돼지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

출판사 노란돼지에서 창작그림책 시리즈를 한권씩 한권씩 정성들여 기획하고 출간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저는 해외 유명작가의 그림에도 열광하지만, 한국의 멋지고 재능있는 작가분들이 그 작품세계를 보다 많은 독자에게 알리고 세계적 작가로 우뚝 설 기회가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는지라 노란돼지 창작그림책의 기획취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는 노란돼지 창작 시리즈의 제 16권에 해당합니다. 따끈따끈 신간이지요.

 

서양화를 전공하고 어린이 책에 오랫동안 그림그리는 일을 해오신 최영란 작가님이 직접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제 선입견일까 조심스러워지기는 하는데, 작가약력상 illerstration을 더 오래 해오신 분이셔서 그런지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에 글과 그림 평점을 따로 매기자면 저는 그림에는 별5개 따따블 , 글에는 별 4개 을 주고 싶네요. "표현력키우기, 정체성 찾기"에 중점을 두고 창작된 동화로서 동물 우화의 형식으로 주제를 전달하는 힘이 탁월하고, 특히 그림은 최근 보았던 유명 해외작가의 대표작에 뒤지지않을 만큼 섬세하고도 독창적으로 잘 그려졌어요. 다만 글에 별이 인 제 평점의 이유는, 4-7세를 주 독자로 삼을 책인 만큼, 좀 군더더기를 제하고 짧게 문장 쳐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의 아쉬움이 남아서랍니다.

줄거리 구조는 매우 간단해요.

혼자살던 늑대가 농물친구들의 마을에 이사해 들어왔어요. 보름달만 뜨면 합창을 해대는 동물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흥도 나서 늑대가 노래를 불렀더니만 친구들이 일순간 고요해지더니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라 하네요. 실망하고 부끄러워진 늑대, 동물친구들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노래의 비결을 묻고 연습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을 아무리 따라해도 1% 부족한 무엇인가 때문에 동물친구들로부터의 노래 전수는 매번 실패로 끝납니다. 낙담해서 혼자 우는데, 그 소리를 듣고 예쁜 여자친구늑대가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네요. 그 둘의 하모니가 달밤 하늘에 울려퍼지고 늑대는 "늑대답게" 살고 "늑대답게" 노래하는 것이 가장 멋지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책을 한번 같이 읽었을 뿐인데 4세 딸아이는 벌써 '늑대야 울지말고 노래해"를 소리내어 외워버렸습니다. 엄마 흉내를 내며 운율까지 제법 넣어 외우는데 귀엽기 그지 없네요. 최영란 작가님이 창조한 늑대 character는 음흉하거나 무섭거나 한 기존의 늑대정형성을 탈피하여 어수룩하고 순진하면서도 노래에 열정을 가진 귀여운 캐릭터예요. 단지 본인은 노래라고 해도, 주변 동물 친구들은 '울음'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니 속상할 뿐이지요. 친구들의 평가, 즉 타인의 시선에 충격받은 늑대의 눈물겨운 노력은 한 마디로 늑대다움을 포기하고 타인의 잣대에 만족스러운 skill익히기에 집중되지요. 야옹이처럼 유연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려 발레도 해보고, 싱스러운 소리로 노래하려 누렁소처럼 채식을 해보기도 하고, 얼룩말처럼 생생한 소리로 노래하려 숨차하면서도 트랙을 달리고 또 달립니다.

 

친구들에게 인정받을 수준의 노래를 익히려다 심지어는 무서운 드래곤까지 찾아가기도 했네요. 노래배우기는 커녕 걸음 나살려라 줄행랑을 치기는 했지만요. 이렇게 눈물에 젖은 빵을 먹다 먹다 결국은 "~~다움"의 도달불가능함에 엉엉 울어버리는데, 여기서 심오한 진리를 깨닫게 되지요. 타인의 "~~다움"을 모방하고 좇을 필요도 없이 자기 안에 이미 "늑대다움"이 있다는 것을, 늑대답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최선임을. 

저는 <늑대애, 울지말고 노래해>가 자기다움의 정체성 긍정하기, 자신을 자신있게 표현하기 등 유아동 보편에게 적합한 내용이면서도 특히나 한국의 아이들에게 더 의미를 지니는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쟁이 유난히도 심하고, 소위 난사람, 튀는 사람에 대한 질시가 심한 문화, 개성을 맘대로 표출하면 낙인찍히기 쉬운 단일성을 선호하는 문화에서 독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위축되기 싶지요. 하지만 늑대가 결국 어떻게 "늑대다움"을 긍정하고 자시을 찾는지를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 노란돼지 창작 그림책 17권도 기대해 볼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아이 수학을 부탁해 - 부모가 알아야 할 초등 수학의 모든 것
한헌조 지음 / 예담Friend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 아이 수학을 부탁해


 

7세쯤 되었으면 방문교사수업과 학습지는 물론이고, 어떤 형식으로든 수학 수업의 진도가 한참 나갔을 것이 대한민국의 평균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진데, 나는 용감하게 아이의 수학공부를 방치하고 있었다. 백만 단위를 읽고 세제곱 곱셈을 하는 7세 아이 친구의 수학적 능력을 '가뭄에 콩나듯 나온 수학 영재'로 치부해 버렸고, '방문 학습지 교사 방문을 주 1~2회'는 기본으로 학습스케줄에 배치한 엄마들을 극성이라 생각했다. 과도한 선행학습의 부작용으로 수학 phobia가 심각한 엄마의 안타까운 유산을 물려주기 싫어서 였지만, 심하게 아이는 수학과 담 쌓은 상태 여서 슬슬 걱정이 되었다. 또한 수학을 학습으로서가 아니라 21세기 세상사는 도구로서 아이에게 가까이 접해줄 필요를 점차 느끼던 차였다.



불행히도 아직 초등 교과서를 접해본 적도 없어서, 막연하게 "요즘 수학은 많이 다르다면서? 초등 수학문제에 엄마가 골머리를 앓을 정도라는데....." 라고 미리 겁먹은 게 전부였다. 그러던 차에 시매쓰 수학연구소장을 지냈고, 숱한 수학관련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수학 교육 전문가, 한헌조의 <우리 아이 수학을 부탁해>가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어찌나 반가웠는지.

 
학창시절 눈물방울 뚝뚝 자국을 내며 울면서 억지로 보았던 <수학의 정석>의 밋밋한 편집에 비할 수도 없이 너무도 세련되고 발랄한 편집의 <우리 아이 수학을 부탁해>. 이거 정말 잘 만났다. 재미있고 공감되고 배울 것이 참 많은 책이었다.

 

 

본인 스스로가 학부모이자, 오랜 수학 교육 경력자인 저자 한헌조가 직접 경험한 체험담이나 사례가 본문 곳곳 등장하고, 노랑 연두의 화사한 색감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수학관련 도서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일시에 불식시켜주는 책을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흐흠, 이제 조금은 초등 수학, 초등 수학 교육의 방향성을 감 잡았어.'하는 자신감까지 생긴다.

책의 구성과 내용 면에서의 특징을 몇가지 간략하게 적자면,


 

1. 3장의 구성 공감가는 사례별 학습 클리닉

전 3장 구성에서 1장은 수학교육의 현실과 방법론을 소개하고, 2장에서는 부모가 고민하는 문제들을 12년간 수학교육에 몸담아온 선배 경력자로서 친절히 조언해준다. 3장에서는 초등 수학의 흐름을 짚고, 실용적으로 활용가능한 학습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

특히나 2장에서는 무려 16개의 사례별 수학 학습 클리닉이 제시되어 있는데, 초등 수학에 무지하고 두려움만 있었던 내게는 가장 요긴하고 고마운 챕터였다.

 

   

 

2. 핵심주장 - 수학적 개념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 자신감과 의지를 가지고 아이가 스스로 수학에 접근하게 하라.

3. 초등 수학의 영역별 핵심을 실제 문제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짚어준다.

☞ 제 3장을 읽으면서 초등 수학에 대한 감을 대략이라도 잡을 수 있었다. 한헌조 선생님은 개념원리 이해를 근간에 둔 수학공부를 강조하는 분인만큼 수학 영역별 핵심으로 그 개념원리 파악하는 방법을 실제 제시해주고 있다. 다양한 문제 사례와 이에 접근하는 한헌조 선생님의 방식을 소개하면서.
 

   

 


또한 책 중간 중간에 수학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수학연계한 정보들이 실려 있어 수학과 친하지 않았던 학부모일지라도 지루할 틈이 없다. 예를 들어 구구단에 관한 설명에 이어서 '고대 귀족들만 알았던 구구법' ' 이집트 고대 중국 등 여러가지 구구법'이 소개되어서 구구법의 역사에 대해 알고 접근하게 해준다. 그 외에도 '쌓기 나무 활동'이나 '색종이 접어 오리기 활동'등 수학적 사고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재미난 접근법을 많이 소개해주고 있어, 게으른 엄마에게는 이처럼 고맙고 요긴한 정보일 수가 없다. 



영어학습관련 도서는 늘 접하고 정보를 검색하면서 막상 수학학습도서나 수학교육서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것이 비단 나만의 경향이 아닐 듯 하다. 그러나 분명, 장기적 관점에서 아이가 수학을 사랑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려면, 부모의 정보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부모를 위한 수학교육서가 많이 출간되는 추세에 있는데, 한헌조의 <우리아이 수학을 부탁해>는 수학 공부에 대한 태도와 관점 자체를 변화시켜줄 필독서로서 빼놓지 말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아 박사의 우주선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13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글.그림, 서애경 옮김 / 현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노아 박사의 우주선>

 

인간이 불러일으킨 환경 재앙, 지구오염, 공멸의 위기, 생존을 위한 지구 밖으로의 탈출 등의 거창한 개념을 5세 꼬마가 알턱을 없었겠지만 아이는 재작년 WALL*E에 푹빠져 있었다. running time 100분이 넘어가는 PIXAR 애니매이션 WALL * E 를 5세 꼬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 보기를 수 차례, 엄마를 보채서 한동안 매일 WALL * E 동화책을 읽어달랬다. 오염의 극한에 이른 지구에 남은 것은 달랑 쓰레기 처리 로봇 WALL * E 뿐, 인간들은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떠돌아다닌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1980년작 <Professor Noah's spaceship>가 현북사에서 출간된다는 소식에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7세가 된 아들이지만, WALL * E의 감동을 아직도 안고 가끔 책을 뒤적이는 아이에게 <노아 박사의 우주선>은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테니까.

 

역시나, 아이는 <노아 박사의 우주선>을 받자 마자 기분도 최고, 호기심도 최고조다. 그 자리에서 두 차례나 책을 읽어주었다. 제목 만으로 짐작이 되었지만, 내용은 참 간단하다. 지구가 오염되어 숲이 파괴되어 생존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들이 노아 박사가 제작한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우주선 오작동으로 도착한 곳은 오염되기 전의 지구. 동물들은 숨통을 트며 노아 박사에게 감사한다.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작품세계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고개 끄덕일터인데, 이 책의 감상 포인트는 그 ilustration에 있다. 16세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첫 작품 <ABC>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 8,000,000부가 넘는 책을 팔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http://www.brianwildsmith.com/bw.noah.html) 마우스 클릭을 멈추고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흡인력의 섬세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볼 수 있다. <노아 박사의 우주선>의 대표적 삽화 몇장을 소개하면 그 찬탄한 색채의 마술에 걸리는 경험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www.vintagechildrensbooksmykidloves.com/2009/06/professor-noahs-spaceship.html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말한다 " I believe children appreciate details as well as color. I want to help young people wonder at the world and to become close observers of the beauty and harmony in nature."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좀더 자세히 관찰하라고 일부러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린다는 그. 그림책에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완성한 책 한권 한권은 책을 사랑하는 나와 내 아들에게는 예술품과 같다.

 

 

<노아 박사의 우주선> 독해의 두번째 포인트는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작품 세계 탐색해 보기이다. <바보 사냥꾼과 멋진 사냥꾼>을 접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1. 액자형 구조의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2. 섬세하고 사실적인 동물 캐릭터가 주인공 내지는 중요 캐릭터로 자주 등장하며 숲 역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3. 수레 등 자주 등장하는 소품이 있다.

  

액자형 구조의 일러스트레이션    

 


<노아 박사의 우주선>의 세번째 포인트는 리듬감 넘치는 문장과 메세지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문장에 있다. 동물들과 노아 박사의 입을 빌어,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는 환경오염이 얼마나 실존적이고 시급한 문제인지를 누차 강조한다. 이 책의 원문이 궁금했던 가운데, 일부를 대조해보니 한국어로의 번역과정에서, 독자연령층을 고려해서인지 일부 문장들을 축약하거나 생략하기도 했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원문에서는 "My friends," said Professor Noah, "it is because of what you tell me that I am building this spaceship. It can fly like a bird, but it will go much faster and very much higher. It can fly to the moon or it can fly to the stars. ......(중략).......... Would you like to come with me?"
이 있었는데, 번역 과정에서 밑줄친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었다. 원문의 자의적 축소번역은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로서 참 아쉽다. 
  

이 책의 네번째 독해 포인트는 BIBLE판 노아의 방주 원이야기와 비교해가며 읽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의 노아의 방주는

1. 인간보다는 동물 중심(노아의 방주에서는 인간도 쌍을 이루었는데 노아의 우주선 탑승객 중 인간은 달랑 노아박사 뿐이다).

2. 기계와 문명의 이기에 배타적이지 않고 반대로 기계나 물질 문화와 공존 모색. (동물들은 사람보다도 로봇과 더 가까운 사이 / 비둘기가 물어온 잎사귀도 노아박사는 컴퓨터로 조사)

3. 직선형의 시간이 아닌 타임머신 과거 회귀형 (우주선이 도착한 곳이 수백년전의 지구,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설정)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한 번 더 책을 같이 있고 오늘은 어제 못풀었던 수수께끼 답을 함께 찾아보아야 겠다. 숲속 동물들이 숲의 파괴와 오염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는 와중에 펠리컨은 "알이 품으려 해도 깨져 버린다.'해는데, 왜 그럴까? 어제 아이가 계속 물었던 질문, 네이버라도 검색해야지. 사람들이 숲 속 친구들에게 가한 폭력을 설명해주기 부끄럽고 심란하지만, 아이가 아무리 어리더라도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지구 환경사랑의 방향도 제대로 어린 시절에 잡을 수 있을테니까.


                                    

    

 

 

고단해서 잠시 이른 저녁의 낮잠을 자고 일어나보았더니, 노아박사의 우주선을 본따서 자기만의 우주선을 그렸다. 불꽃도, 날개도 달았다. 아이가 기특하고 예뻐서 '신박사의 우주선'이라고 이름 지어주었다. 정말 기특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있을 쯤이면 지구환경오염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을 심각한 수준이겠지만, 내 아이도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처럼 그림을 통하건 글을 통하건, 웅변을 통하건 지구환경보전과 공생의 길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환경 사랑의 목소리를 내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