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힐링
버지니아 사티어 지음, 강유리 옮김 / 푸른육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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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힐링
The New Peoplemaking
by Virginia Satir

<가족 힐링>은 The New peoplemaking이라는 원제로 1988년 출간된 버지니아 사피어의 대표적 저서이다. 그녀는 사피어식 접근법과 함께 '가족 치유의 어머니'라 불리는 가족치료 분야의 대가이다. 문제 있는 가족과 대면할 때마다 몸으로 고통스럽고 불편한 반응이 먼저 온다할 만큼 영적이며 실제 '영혼의 힘'을 굳게 믿는 사피어. 그래서인지 <가족 힐링>은 단순히 더 건강한 가족 관계를 이야기하는 데서 넘어서서 보다 인간다운 인간으로의 성장을 촉구하는 잠언서처럼 읽히기도 한다. 실제 사피어 평생의 활동은 "보다 인간다워지기 (becoming more fully human)"에 대한 경건한 갈망 하에 이루어졌다.
불완전하며 인간에 불과하다. 자식으로서도 어른으로서도 부모로서도. 그 불완점함을 인정하고 자각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가족에 보다 큰 웃음과 행복이 찾아드는 것이다.
사피어는 이를 '자존감, 가족간 소통, 규칙, 사회와의 관계'의 네 가지로 압축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나의 자존감 선언 원문
“I am Me. In all the world, there is no one else exactly like me. Everything that comes out of me is authentically mine, because I alone chose it -- I own everything about me: my body, my feelings, my mouth, my voice, all my actions, whether they be to others or myself. I own my fantasies, my dreams, my hopes, my fears. I own my triumphs and successes, all my failures and mistakes. Because I own all of me, I can become intimately acquainted with me. By so doing, I can love me and be friendly with all my parts. I know there are aspects about myself that puzzle me, and other aspects that I do not know -- but as long as I am friendly and loving to myself, I can courageously and hopefully look for solutions to the puzzles and ways to find out more about me. However I look and sound, whatever I say and do, and whatever I think and feel at a given moment in time is authentically me. If later some parts of how I looked, sounded, thought, and felt turn out to be unfitting, I can discard that which is unfitting, keep the rest, and invent something new for that which I discarded. I can see, hear, feel, think, say, and do. I have the tools to survive, to be close to others, to be productive, and to make sense and order out of the world of people and things outside of me. I own me, and therefore, I can engineer me. I am me, and I am Okay.”
Virginia Satir


다섯 살에 이미 크면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어른들의 잘못을 찾아내서 고쳐주는 수사반장(a children's detective on parents)을 하겠다고 했을 만큼 조숙했던 사피어는 일상에 대한 감수성도 그만큼 조숙했는지, 책 곳곳에서 사피어식 치료법에 자신의 유년기에서 인상 깊었던 사물, 상황들을 빗댄 이름을 붙여준다. 예를 들어, 자존감을 "솥단지"에 비유하고, 가족간의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제안에는 '가족 체온 읽기'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가족 체온 읽기는 식구들이 모두 모여 말하고 싶은 가족 성원이 주제에 따른 이야기를 하고 경청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을 높여준다. 서로 잘 알아갈수록 가족 관계는 편안해진다.


버지니아 사피어에게 '가족은 세상을 압축해 놓은 소우주The family is a microcosm' 이기에 건강한 가족관계는 한 발 두 발 나아가 거시적으로 보면, 세계의 평화로 나아가는 근간이 된다. 관계망과 지지체계의 형성을 중요시 한 사피어는 실제, 1970년에 The International Human Resources Network(IHLRN)를, 1977년에는 The Avanta Network(Avanta의 전신)을 설립하였다. 스스로를 가족 치료사라 칭하지만 어찌보면 버지니아 사피어는 '존엄성과 자존감이 지켜지는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는 지구 공동체의 치유자 같다는 인상이다. <가족 힐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버지니아 사피어의 이름. 한 권 한 권 그녀의 저서를 탐독해 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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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리처드 플레처 지음, 김양미 옮김 / 글담출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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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The Dad Factor

How father baby-bonding helps a child for life


저자 리처드 플레처 박사(Dr Richard Fletcher)는 뉴캐슬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가족연구센터(the Fathers and Families Research Program) 서장으로서 아빠와 아이의 애착, 아빠와 자녀 간의 유대감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왔으며 실제로 뉴캐슬 대학에서 보다 양육적인 아빠만들기 프로젝트도 (the Engaging Fathers Project) 운영하고 있다. 자녀의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발달을 촉진하는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최신 이론을 바탕으로 논지가 전개되는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플레쳐 박사의 최신작으로서 글담출판사에서 번역 출간 하였다.

한 때, 모성은 문화적 구성이자 신화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모성의 본질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던데 반해, 상대적으로 부성이나 자녀양육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빈곤했음은 사실이다.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부성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회복하자는 선언에 가깝다. 단순 선언이 아니라 아빠가 아이, 특히 0~3세 영유아기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와 논의들을 빌어와서 탄탄하게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글담출판사의 한국어판 번역에서는 정신과 전문의 이충헌이 추천사인지, 자신의 저서를 요약하는 글인지 성격이 모호한 글을 맨 앞에 배치하고 있다. 이충헌의 글에서도 역시 잉태의 순간부터 아빠는 양육의 주인공이자 아빠 놀이야 말로 아이뇌를 발달시켜주는 최상의 장난감이라는 주장을 실제 최신 연구사례들을 들어 펼치고 있다.



'프레디(friend+daddy'라는 신흥 아빠 롤모델이 부상하고 있는 요즘, 아빠와 애착 육아가 아이의 사회성 뿐 아니라, 두뇌 발달, 나아가 아이의 미래에 까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부인할 수 없는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총 여섯 개의 챕터 아래 묶여 있는 글들 각각의 호흡이 짧아서 마치 월간 잡지에 연재되었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호흡이 짧기에 쉽게 술술 읽힌다는 장점은 있지만, 살짝 진부하고 살짝 싱겁다. 예를 들어 '아이와 유대감은 맺는 세가지 방법(97쪽~99쪽)'이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실제 소개하고 있는 방법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라'의 한가지이다. 한국어 번역에 문제가 있거나, 내 독해력이 짧은 탓이겠다.


각 장마다 핵심 내용은 몇개의 문장으로 추려주고 있는 배려가 눈에 뜨인다. 플레처 박사는 책 말미에서는 황제 펭귄을 아빠 양육의 롤모델로 언급하면서, 인간 진화사까지 들먹인다. 황제펭귄형 아빠로 미래의 아빠들이 변하리라는 대전망과 함께. 독자에게도 황제펭귄형 아빠로의 변화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며 책은 끝난다. 플레처 박사의 글을 읽으며 고고학자 lovejoy의 가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먼먼 옛날 인간의 선조들은 남자는 사냥을 하러 나가고, 여자는 터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아기를 낳다가 남자들이 오면 그 대가로 사냥물을 분배받는다는 시나리오가...물론 이후 많은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은 남성중심의 시니라오이다. 플레처 박사의 주장이나, 부성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어째 몸놀이는 아빠만의 전유물인양 전제하고 엄마는 말로, 아빠는 거친 몸놀이로 아이와 상호교감한다는 식의 이분을 강화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불편해진다.


그래도 플레처 박사가 제시하는 '좋은 아빠의 12가지 조건'에만큼은 전적 동감이다.

Present

Engaged

Exemplary

Affectionate

Fair

Playful

Respectful

Authoritative

Patient

Supportive

Decent

Sober.

그 중에서 respectful과 patient야 말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가장 핵심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여기 더해 '술취하지 않는(sober)'아빠라면 더없이 완벽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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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병이 아니다 -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참다운 부모 되기
데이비드 B. 스테인 지음, 윤나연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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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뉴욕의 싱글 여성들이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Sex& the City 의 에피소드 중 주인공 캐리가 그 강렬한 매력에 끌렸던 남자가 “알고보니 ADHD”여서 케리가 기겁하고 피하는 내용이 있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여도 한국 사회에서 AHDH는 낯선 의학용어였지만, 이제는 초등학교 엄마들의 잡담 모임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일상용어가 되어 있다. 가까운 지인 중에서도 아이에게 리탈린을 복용시키는 이들이 있다. 과연 ADHD라는 라벨을 붙일 만한 아이들이 그렇게 짧은 기간에 한국 사회에서 급증한 것일까? 아니면 발명된 병명, 과도한 의료화(over-medicalization)가 현실을 치환하여 소위 “ADHD문제아”라는 범주를 생산해낸 것일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ADHD에 대한 의학적 이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의료화로 인해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진단서를 발부하고 의약품을 남용한다는 입장이다.

귀여운 7세 아이의 엄마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영유아건강검진’을 일부러 받지 않았단다. 이유를 물으니 저체중의 아이를 두고 의사가 “섭식장애(Eating Disorder)가 있나요?”하는 기막힌 코멘트와 상담을 권했다는 것이다. 체중이 소위 ‘평균적정체중’에 한참 모자란다는 만 5세 아이에게 거식증 운운하는 의사에게 엄마가 뿔이 날 만도 하겠다. 사실 데이비드 B 스테인 박사 역시 본문에서 “나는 ADD ADHD 아동을 완전히 정상으로 본다”라며 장애로서의 “ADHD/ ADD’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다. 박사 자신도 어린 시절 산만하다는 이유로 학교선생님들에게 모욕적인 체벌을 자주 받았으나, 의사가 되겠다는 동기를 부여받은 이후부터는 확 달라졌다고 고백하며 리탈린 중독을 강요받는 이땅의 억울한 아이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한다.

소위 ‘과도히 산만하다거나 현재 리탈린 복욕을 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필독서로 권장할 <ADHD는 병이 아니다>를 읽기 전에 주의할 점이 있다. 2001년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한국어판과는 달리, <Ritalin in Not The Answer: A Drug-Free, Practical Program for Children Diagnosed with ADD or ADHD>이며,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장 역시 중독성이 높고 강력학 화학물질인 리탈린이 아니라, 부모역할 훈련을 통해 산만한 아이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신의 두 아들 역시, 각각 ADD ADHD판정을 받아 화학적 약물요법에 기댔다고 한다. 물론 박사 자신이 동의해서가 아니라, 전처의 판단만으로. 데이비드 스테인 박사는 약물요법은 아이들을 오히려 의존적이고 무력하게 만들어, ADHD를 질병으로 포장하려는 의료시스템의 희생자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대신 박사는 화학적 억제제에 중독되지 않고도 실제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다 나은 상태로 이끌어 주는 부모역할 훈련 프로그램을 그 대안으로 제안한다. 이 프로그램에서의 핵심은 체벌이 아닌, 부작용 없는 훈육법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처벌은 되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에 절대 피해야 하며, 오히려 무시하기가 가장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없는 훈육법이라고 한다. 그 외 타임아웃(time-out)과 강화제거의 한 방편인 보상하지 않기 등을 구체적인 성공 사례와 함께 제안한다. 알약 한알에, ADHD 권위자의 처방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는 내가’ 즉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정신과 의사로서 또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81쪽 본문)”라며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부모의 사랑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ADHD는 병이 아니다>를 강력히 추전하며 아울러, 4편의 추천사와 한국판 편집자의 후기도 함께 읽기도 권한다. 곱씹어 생각하며 얻어갈 내용이 풍부하여 가까이 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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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교과서 - 아이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
박경순 지음 / 비룡소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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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박경순 교수가 책을 집필하면서 내내 마음에 두었던 제목이라고한다. 세 아이를 키워낸 엄마로서 양육에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도, 모성애가 남달리 강렬해서도 아니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박경순 교수가 <엄마 교과서>를 집필한 동기는. 완벽한 육아라는 허상을 내려놓고, 부모 자신부터 돌아보고 성숙해가는 육아가 바로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해지는 육아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 교과서>를 처음 읽었을 때,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다 식어버렸다. 커피 한 잔에 곁들일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는데, 결코 가볍게 읽을 육아서가 아니었다. 메모할 구절이 많기도 많았지만, 심리상담소의 카우치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고 있는 양, 책장을 넘길 수록 내 자신의 유소년기와 현재의 모습이 뒤엉키면서 나 좀 살펴봐 달라고 아우성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격렬하리만큼의 자아성찰로 이끌던 <엄마 교과서>의 채근질이 하도 부담스러워서 한 동안 책을 밀어두었었다. 그러다 두 번째 <엄마 교과서>를 읽었더니 마음이 건드려졌던 부분도 스르륵 넘어가고, 박경순 교수의 깊은 인간 이해의 학문세계가 한층 가깝게 느껴졌다.

 

여러 장의 메모를 적으며 수차례 반복해서 읽게 되는 <엄마 교과서>교과서라는 어휘가 주는 FM적인 정형성의 선입견과는 정반대로, 열린해석 열린 인간 이해를 근간으로 한다. 쉽게 말해 어떤 독자가 어떤 경험세계와 정서를 가지고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 다각도로 다가온다. 박경순 교수는 이를 두고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한 방법은 나선형, 즉 나사를 돌리듯 들여다 보기와 같다 한다.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어떤 각도에서 앵글을 잡았느냐에 따라 보는 깊이도 달라지고, 그만큼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부모들은 <엄마교과서>를 일기장처럼 자주 펴보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같은 책으로 가까이 두고 필독서로 읽었으면 한다.

 

한국의 부모? 그렇다. 이 책은 특히 한국적 맥락에서 더 설득력을 지니도록, 서구의 유명한 정신분석가들의 이론에 의거하면서도 한국의 특수한 문화적 풍토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쓰여졌다. 저자는 이를 착한 아이 증후군’ ‘공격성’ ‘나르시시즘키워드로 풀어낸다. 유독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 문화권에서는 잘나야 하되 잘난 척하면 욕먹고 잘났을지언정 겸손해야 더 큰 인물된다며 착한 아이되기를 권장한다. 소위 엄친아, 엄친딸이야 말로 착한 아이 컴플렉스와 동전의 양면일터인데 박경순 교수는 착한 아이 컴플렉스가 초래하는 감정의 불균형을 경고한다.

그 외 숱한 주옥 같은 말 중에서 "엄마는 아이의 언짢은 감정을 담아내는 세숫대야, 쓰레기통이 되어야" "때로는 아이들의 포대기가 되고, 기저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박경순 교수는 "집에서 배부른 아이는 절대로 남의 집에서 숟가락을 찾지 않는다"라며 집에서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라 충고한다. 버릇 다스린다, 버릇 고친다며서 금기를 늘어놓고 융통성 없는 훈육만 한다면, 아이는 집 밖에서건 안에서건 기댈 곳이 없게 된다. 유교문화권인지라 유독 "떼쓰기"="무례함"=나쁜 행동"과 동일시하는 한국에서는, 위니콧이 뗴쓰기로, 프로이트가 공격성으로 표현한 특성이 2~3세 아이들의 정상 발달표현임을 간과하고 억누르려만 든다. 박경순 교수의 설명을 듣고는 '아 차' 싶은 부분이 많았고 나의 훈육 방식을 반성하게 되었다.

내안의 작은 아이, 즉 부모 스스로의 어린 자아부터 이해함으로써 자기 아이를 끌어보듬어 안아줄 여유가 생긴다는 메세지가 계속 마음에서 울린다. <엄마 교과서>를 엄마노릇 비법 전수의 교과서가 아닌, 부모로서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도와주는 책으로 한국의 부모들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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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채식 레시피 - 몸과 마음이 휴식하는 하루
쇼지 이즈미 지음, 박문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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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몸과 마음이 휴식하는 하루
일요일의 채식 레시피

최근 TED에서 인상적인 강연을 들었다. 바로 GRAHAM HILL의 "Why I'm a weekday vegetarian?"이라는 타이틀의 4분짜리 짧은 강연이었다. 히피부모 출신에 환경사랑의 성향이 강한 그라함 힐은 'later"하면서 채식주의자 되기를 미뤄왔지만, "not surprisingly, the 'later' never came."이라는 농담섞인 자기 반성을 하였다. 아직 자신은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 채식 / 육식의 이분법을 넘어서 소위 "Be a weekday veg"되기라는 실용적인 제안을 하였다. 위즈덤 스타일에서 새로 출간한 <일요일의 채식 레서피>는 그라함 힐의 주장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든든한 조력자, 지원군이 되어 줄 반가운 요리책이다.




<일요일의 채식 레서피>역시 "주말만큼은 나를 위한 채식 습관으로 몸소의 독소를 없애고 균형있는 몸으로 되돌아가자"는 주장하에 127가지의 레서피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 쇼지 이즈미는 http://ameblo.jp/izumimirun 라는 100%채식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채식 요리책을 계속 출간하고 있는 요리 연구가이다.

채식이 자기 몸 사랑, 가족 건강의 차원을 넘어서 환경 보호와 동물사랑이라는 지구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만 해도 육류소비가 급증하면서 곡류자급률은 낮아지고, 환경 문제도 불거지면서, 비싼 돈 들여 육식을 고수한다해도 더 나은 건강과 영양은 보장받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도처에 널려 있는 육류위주의 음식점과 소위 '고기에 소주'로 맺어지는 한국형 인관관계의 관습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딱 육류 끊고 채식주의자 전향을 선언하기에는 그라함 힐처럼 햄버거의 두툼한 쇠고기 패티맛을 잊지 못하기도 하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주말에만 채식해보기"라는 실용적이고도 실천 가능한 모토이다.



'yes / no 채식 상식 퀴즈'와 이미 채식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3인의 생생 인터뷰로 독자는 채식의 당위성 인정에서 채식을 하고픈 열렬한 욕구를 느끼게 될 터이다. "재료를 뺴는 것이 아니라 더하면서 채식을 시작해보라"는 요가 지도자 요시카와 메이의 인터뷰, 일본의 채식주의자를 위한 잡지 편집장인 기라 사오리와의 인터뷰는 실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서 채식의 축복할 혜택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초보 채식 입문자에게 채식 요리책으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바로 "따라하기 쉬운 레서피"이다. 그런 면에서 <일요일의 채식 레서피> 별 다섯을 주고 싶다. 다만 재료 면에서, 가까운 나라 일본의 요리책인데도 다소 생소한 면은 있다. 한국에서보다 우엉과 낫토를 많이 쓴다. 가장 평이하면서도 따라하고 픈 레서피는 "사과잼 토스트"였다. 재료는 사과와 맛술 레몬즙에 식빵이면 준비끝. 요리시간도 그저 10~15분이 전부. 시판되는 잼의 설탕이 걱정되는 이들에게 특히나 반가운 레서피이다.

여백이 많고 시원스러운 편집은 채식주의 특유의 비어있으면서 오히려 꽉찬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다양한 색상의 칼러 쥬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재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는 채식을 하고픈 자의 성의와 의욕이다. 우유나 탄산수를 들이키는 대신 하루 10분의 시간만 있다면 화사한 자연의 색깔로 쥬스를 마실 수 있다.


부추는 전이나 오리훈제구이에만 주로 사용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두부 부추 덮밥>을 권한다.

토란 역시 가을이면 주구장창 오로지 토란탕으로만 끓여먹었는데, 토란 샐러드로 변신할 수도 있단다. 토란을 삶아 으꺤 후, 식초에 흰된장을 넣고 섞으면 요리 끝. 간단하다. 그래서 시도해보고 싶다


127가지의 요리법만을 살펴보았는데도 벌써, 마음은 풍요롭고 몸은 가뿐해진 기분이다. 이미 현미밥에 채소위주의 식생활은 해오고 있지만, 그 재료의 빈약함에 지쳐가던 차에 <일요일의 채식 레서피>를 만나서 다시금 의욕에 차오른다. 이왕 하는 채식, 단조롭고 너무 가볍지 않게, 다양하면서도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게 해보고 싶다. 가족 모임에서 참마 퐁뒤와 버섯 마리네를 내 놓을 수 있을 만큼 일취월장한 요리 실력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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