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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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학교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국문학의 이해>수업. 맨 앞줄에 앉아서 늘 하던 버릇대로, 옆 자리에는 들고 다니던 생수병에 마리끌레르 패션잡지를 떡하니 올려 놓았죠.  "패션 잡지는 정기구독하면서 한달에 5000원, 시집 한 권씩 읽을 여유가 없습니까?"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제 시집 사랑의 빈약함에 대한 죄책감을 더 키웠었지요. '시집을 읽을 호흡의 여유가 없다'는 변명으로 시집 멀리하기의 독서편향이 수십년 째. 그 편중성은 아마도 정말 마음을 울리는 시집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 학교>를 찬바람이 제법 매서운 11월 오후, 야외에서 읽었습니다. 바람이 차가웠고 커피도 다 식었지만 시 전편을 다 읽을 때까지 꼼짝 않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좋은 시집을 가을이 가기전에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아, 나도 시집 읽으면 감동하고 반응 격렬히 하는 독자일 수 있구나.'하면서 제 자신을 재발견했기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어머니 학교>를 만나 복많은 독자들 만큼이나, 이정록 시인은 행복합니다. 엄마가 있어서. 아무렇게나 턱턱 뱉어내시는 말씀 같지만 그 연륜과 깊이에 '허거걱'하고 젊은 사람들 허 찔리는 어록을 쏟아내시는 엄마가 있어서. 그 말씀 받아적기만 하면 시가 된다하니 이정록 시인은 그 얼마나 복받았나요.

 
 
책 표지에, 그리고 본문에 이정록 시인과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4세 딸아이는 계속 묻습니다. "엄마 왜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야?" 엄마가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풍경에 익숙한 아이로서 어쩌면 지극 당연한 호기심이겠지요. 그 질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집을 여는 '시인의 말'에서 이정록 시인은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었다........채 어머니로 변하지 않은 오른손이 쏟아지는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어머니로 부화하려던....내 눈망울이....읽어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시인에게 가슴과 눈을 뜨여 주었고, 대학원까지 나온 고학력 아들은 그 시어에 형식과 몸을 입혀주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쓰여서 더 재미있다는 출판사 측의 리뷰. 자전적 소설로도 산문으로도 혹은 다정한 마주이야기로도 읽힙니다. 인텔리 고학력 아들 먹물많이 쓰는 직업의 시인으로 키워 도회지로 내보낸 어머니, 시골의 과부할머니로서 이냥저냥 죽음을 기다리지만 비관하지도 후회하지도 않고 초연한 태도입니다. "양말 바닥이 발등에 올라타서는 반들반들 하늘을 우러른다는 건, 세상길 그만 하직하고 하늘길 걸으란 뜻 아니겄냐?"라면서......어머니는 인간의 어머니 뿐 아니라, 새끼를 낳은 생명 순환의 고리를 이어간 모든 생물의 어미를 존중합니다. 씨앗 가르치느라 속이 텅 빈 노각이나 늙은 호박을 보며 "큰 하늘을 모셨구나!"하고 감탄합니다. 세속적 욕심, 물적 욕심에서 초월한 듯한 어머니의 마음에서 한가지 욕심만은 죽어 없어질 때까지 사그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특유의 입신양명. 자식에게 기대하는 입신양명. 비록 원고료를 걱정할지언정, 가난한 입천장을 향해 후루륵 승천하는 삶은 국수마냥, "나한테는 내 자식들이 희고 둥근 알인께로" 잘하라. 성공하라 하십니다. 읽고 또 읽을수록 이정록 시인의 가족사와 시인의 어머니에서 확장되어 무수한 한국적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읽게 됩니다. 이 가을 <어머니 학교>를 꼭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10여년 전과 달라, 이제 시집 한권 값이 5000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별다방 커피 두 번만 참으면 멋진 시집으로 따뜻한 가을 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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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의 일기 너른세상 그림책
조수진 글.그림 / 파란자전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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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의 일기

<딸기 한 알>의 김슬기 작가, <커졌다>의 서현 작가, <우진이의 일기>의 조수진 작가. 2012년 제가 주목하게 된 이들 작가의 공통점은? 바로 홍익대학교에서 그림을 전공한 실력파라는 점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동화 신간 속에서 <우진이의 일기>는 그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우진이의 일기>는 2012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큰 관심을 받아 현재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준비중이라는 자랑스러운 소식도 들려 옵니다.



어린시절 그림일기장을 연상시키는 본문처리와 장장 다양한 그림기법에 화려한 색채, 시각적 측면에서 <우진이의 일기>는 어른독자 꼬마독자 모두를 만족시키고도 남을 만합니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요? 7세 4세 꼬마독자 2명은 우진이의 괴팍하고도 자유분방한 놀이법에 열광합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한 여름에 눈썰매 타는 일기를 쓰고, 개구리를 날게 하니까요. 아이들은 우진이가 장난감 병정과 인형들의 반격을 받아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마냥 줄로 묶이기도 하고 폭탄 맞아 벌러덩 뒤로 날아가는 그림도 좋아라합니다. 정말 기발한 상상력에다, 그 상상에 입체적 현실감을 입히는 탁월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의 전투 씬조차도 실눈 뜨고 보게되는 소심한 엄마에게 <우진이의 일기>는 과격함이 과한 동화이기도 하네요. 우진이가 파리의 날개를 생으로 뽑고, 개털을 생으로 뽑아 날리고, 열대어를 목욕탕 수돗물 욕조에 집어 넣는 막가파 장난을 치자, 인형들은 폭탄을 날리고 칼을 뽑아들고 공격해옵니다. 심지어는 코끼리 인형과 강아지에는 식인악어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있고 로봇은 목이 댕강 잘려 방바닥을 굴러 다닙니다.



출판사측 리뷰에서는 6살다운 유쾌한 재미가 있는 우진이의 상상랜드라고 표현했지만, 유쾌하다고 하기에는 르네 지라르의 폭력의 변증법이 떠오르는 걸요. 장난감과 인형들을 우주 발사대에 꽁꽁 묶으며 놀았던 우진이에게 그들이 복수를 약속하면서 이야기가 끝을 맺거든요. 아이들은 "선물을 받기만 하면 안되지. 우리도 멋진 여행을 선물할게!"라는 인형과 장난감의 말의 함의를 모르나봐요. 정말 선물을 준다는 걸로 알더라고요. 일부러 우진이에 대한 인형들의 복수를 암시하듯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읽어주었는데 말예요. 뒤집어 생각해보면, 폭력성이니 복수니 하는 개념들은 어른들이 검열의 잣대로 삼기 좋아하는 개념일 뿐이고, 6세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무의미하겠네요. 꼬마 독자들이 우진이가 맘에 든다는데, <우진이의 일기>가 정말 재미있다는 데 어찌 더이상의 검열성 코멘트를 던지리오. 개성과 재능이 특출난 조수진 작가, 앞으로도 멋진 동화를 많이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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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대폭발 - 잠자고 있는 창조성을 깨우는
제임스 L. 애덤스 지음, 이미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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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대 폭발
Conceptual Blockbusting:
A Guide to Better Idea

1974년 초판 발행 이후 개정 5판까지 꾸준히 나오며 지난 30년간 무려 4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 셀러.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무력 40년간이나 사랑받은 창의력 강의. 평소 창의력은 아이들 학습지 광고나 혹은 대학입시 채점란에 등장할 유행어로 치부해왔던지라,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조차도 <아이디어 대폭발>의 광고문고에는 눈이 번쩍 뜨였다. Conceptual Blockbusting이라는 원제 역시 창의력폭발에 큰 해답을 주리라는 기대를 키워주었다. 하지만 막상, 한 호흡에 읽어내리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한 권을 읽다 보면 ‘A-ha moment’가 오는 창조적인 영감을 주는 책이라기 보다는 메모하고 줄그어 가며 분석하며 읽을 교과서적인 책이라는 인상이었다. 두 주에 걸쳐서 곱씹어가며 읽었다.
저자 제임스 애덤스에게는 멘토인 존 아널드의 영향을 받아 사고에 대한 사고에 관심을 두어왔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설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의 사고 과정을 의식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저자는 그 답을 개념장벽이라는 개념에 압축해낸다. 나아가 창의적 사고의 걸림돌인 개념장벽을 지각적 장벽(Perceptual Blocks), 정서적 장벽(Emotional Blocks), 문화적 장벽(Cultural Blocks), 환경적 장벽(Environmental Blocks), 지적 장벽( Intellectual Blocks), 표현적 장벽(Expressive Blocks)으로 세분하고 분석해준다.

지각 장벽은 고정관념(stereotyping)이나, 감각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시각의 감각 중에서도 중시하는 서구 문화권에서는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의 활용을 관습적으로 제한당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성, 실용성, 논리, 청결등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권에서는 강철 파이프 안에서 탁구공 빼내기라는 과제에서 그 문화적 금기로 인해서 파이프 안을 오줌으로 채워보기라는 혁신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

제임스 애덤스는 개념장벽을 극복할 실용적인 기술도 제안하고 있는데, 그 출발점으로 질문하기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점이 흥미롭다. 돈 콘버그와 짐 배그널의 건설적인 불만 constructive discontent’의 개념을 빌어와, “창조적인 사람은 기존 문제, 기술, 접근 방식에 관해 건전한 회의를 품어야 한다(210)”고 말한다. 그 외 사고의 보조 수단으로 체크리스트 작성(check list), 골칫거리 목록(bug list) 작성외 분야간의 융통성있는 교류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
8장과 9장에서는 집단의 창의성 향상에 집중하여 기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사고의 유연성을 신장하고 개념장벽을 깨뜨리자며 전세계 숱한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제임스 애덤스라는 작가 자신이 전형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저자는 본문에서 대학교수라는 자신의 직업이 주는 선입견(stereotype)의 불편함에 대해 살짝 언급을 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정서가 불안한 사람들과 친분관계를 맺지 않았고, 그런 이들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조직에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93)”고 말한다. 반 고흐, 모차르트 오스카 와일드 등을 정상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이라며 정상VS비정상의 이분논리를 기저에 내비치기도 한다. 이미숙 번역가의 번역오류일지도 모르지만.
234쪽의 문화 초월하기의 항목에서는 나이가 지극하고 부유한 백인 남성이라면 젊고 가난한 흑인 여성이 보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사회적 창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그 기저에 견고해서 쉽게 깨어지지 않을 듯한 기득권 백인남성의 우월주의도 내비친다. 독자의 지나친 앞선 해석일까? <아이디어 대폭발>은 소위 기대하는 예술적 영감으로서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사고법의 혁신을 분석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책 본문에 나오는 몇 개의 퀴즈와 퍼즐로 갑자기 창의력의 혁신, 아이디어 대폭발이 일 것이라는 기대로 찾기보다는, 스스로의 사고법을 차분히 꿰뚫어보고 수정보완해나갈 가이드로 삼을 생각으로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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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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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대행업이 유행하는 시대입니다. 얼마전 숙련된 전업주부들의 한 점심 모임에서 청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용인즉 요즘 젊은 처자들 청소에 넌더리내거나, 청소공포증이 크니 청소나눔재능 봉사를 꾸려보면 호응이 크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봉사'라고는 하여도 유료서비스이지요. 이제 청소는 돈으로 사거나, 대신 해주거나, 기능성 도구를 갖추면 더 편해지는 기능적 대상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청소가 제 '주부 바른 생활'의 화두가 된지라 섭렵한 많은 청소관련 서적에서도 청소는 도구를 갖추고 시작할 수 있는 테크닉으로 부각됩니다.



마스노 슌묘 스님의 <스님의 청소법>은 전혀 달랐습니다. 청소 테크닉을 가르치거나 구비할 청소 도구를 나열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청소 교과서보다도 분명히 청소를 하고자하는 마음을 단단히 잡아주고,청소를 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어 줍니다. 내리 세 번을 읽었습니다. 최근 읽은 그 어떤 명상서나 심리치유서, 정신분석서적보다도 마음에 진하게 굵직한 파동을 남겨주었습니다.

마스노 슌묘 스님은 "청소란 마음을 닦는 것"이라 말합니다. 욕심, 집착, 분노와 미혹이라는 '마음 안의 군살'을 제거하고 본래의 자신을 깨닫기 위한 행위말입니다. 그래서 <스님의 청소법>에는 요새 유행하는 친환경 청소법의 베이킹 소다니 식초, 다용도 극세사 걸레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청소는 '세제나 도구가 해주는 게' 아니거든요.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맑은 거울과 같으니

/ 자주자주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 티끌과 먼지가 묻지 않게 하라"

당나라의 선사 신수의 말을 빌어 마스노 슌묘 스님은 '무심히 청소하는 것 자체가 곧 수행'이라고 거듭 이야기해줍니다. 슌묘 스님은 단순히 물리적인 청소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스님의 청소법>을 읽다보면, 삶의 방식 자체를 군더더기 없게 하여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가려는' 스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아울러, '무소유'라는 말은 듣기 좋은 표어처럼 내걸고는 있지만 집착과 욕심이 많은 제 마음의 방이 보입니다.
<스님의 청소법>. 선이니, 불성, 수행 등 종교적 색채가 짙은 어휘가 많이 등장한다고 주저할 필요도 없습니다. 청소법이라고 주부 필독서로 분류하지도 맙시다. 마음의 군더더기를 줄이고, 단순함 속에서 더 평온해지고 싶은 모든이들, 이 가을 꼭 읽어보세요. 저도 다시 읽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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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트 - The Brilliant Thinking 브릴리언트 시리즈 1
조병학.이소영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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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트

The Brilliant Thinking



육아와 생활인으로서의 반복적 일상, 책 읽기의 호흡이 짧아졌다. 411쪽에 달하는 <브릴리언트 The Brilliant Thinking>은 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읽어 넘길 책이 아니다. 김우식 전 부총리의 추천평처럼 "한 마디로 '참Brilliant한 책'이기 때문이다. 공저자 이소영과 조병학은 "감히" "무모하게" 생각의 생김새를 해부하려든다. '우리의 생각이 곧 우리의 미래'라 전제하며.

요렇게 '참하고 무모한 책'을 쓴 저자들은 얼마나 브릴리언트할까? 책 읽고나서 저자가 이렇게까지 궁금해보기도 오랫만이다. 조병학은 현대경제연구원으로서 지식비즈니스실을 실장직에 있으며 창조성에 관한 강의를 진행중이며 이소영은 이화여대에서 인사조직(OB/HRM)을 전공하였고 '생각의 탄생'이라는 이러닝 프로그램으로 2008년 digital innovation 대상을 수상했다.




고급 양장본에 초월적 우주를 연상시키는 표지, 읽기 전부터 그 두께감에 겁먹을만 하다. 그래도, 의외로 술술 읽힌다. 현명함을 전수받으려고 하는 작은 독수리 베라와 큰 독수리 헤라의 문답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저자들은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어와 형이상학의 세계를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킨 우화로 풀어내었다. '생각 노트'라는 책속의 책 기능의 챕터만 따로 읽는 것도 <브릴리언트>를 읽는 한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독수리들의 문답법보다는 '생각 노트'의 글이 더 와닿는다.



이성, 감성, 직관, 오감, 본질, 언어, 진실 등 무겁고 거창한 철학 용어가 주를 이루는 본문. 저자들은 형이상학의 어려운 이야기를 생활과 연결될 수 있는 질문들과 사례, 유명인사들을 동원하여 재미있게 풀어나가려 한다. 최근 대세인 Steve Jobs와 애플사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빛나는 생각을 설명하면서 여류 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끌어온 점도 참신하다.


예민한 감각,
예리한 이성,
섬세한 감성.
스티브 잡스나 조지아 오키프처럼 놀라운 혁신을 이뤄낸 위인들은 늘 이 세가지를 새로이 하였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한 자리에서 25잔의 차를 들이키고야 시를 쓴 새뮤얼 존슨이나 연필을 뾰족하게 갈고 간 연후에야 글쓰기를 시작했던 대문호 헤밍웨이. 괴상한 습관일뿐일까? 아니,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감각을 예민하게 다듬으려 했던 것이다. 조병학과 이소영은 감각의 무감각을 꺨 수 있는 것은 '뇌', 이성이고 감성이라고 확언한다. 감각의 무감각이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오려면 결국 이성을 예리하게 하기, 쉽게 말해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 뿐이다.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분야의 공부가 짧은 나로서는 저자들의 제안이 실용적이며,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라인에 서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생각의 빈곤, 감각의 무감각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브릴리언트한 생각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끊임 없이 학습하라는 메세지. 참한 책 브릴리언트를 관통하는 핵심 주장일까? 411페이지의 책을 공들여 다시 한번 긴호흡에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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