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다 - 엉뚱한 상상이 컴퓨터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바위를 뚫는 물방울 2
피오나 로빈슨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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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상상력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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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과학자 (poetical  scientist),' 어거스타 에이가 킹, 러브레이스 백작 부인 (Augusta Ada King, Countess of Lovelace, 1815~1852)가 스스로 그렇게 부를만 했어요. 찰스 배비지와 함께 '초기 컴퓨터' 연구를 한 이 총명한 여인의 아버지가 바로 바이런이거든요. 대담하고 창의적이고 사회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무모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 영국 시인 말이에요. 반면, 놀랍게도 에이다의 엄마는 예의바르고 돈 많은 수학자였다합니다. 바이런은 아내를 '평행사변형 공주'라고 부를만큼 에이다 엄마아빠 사이의 기질 차이는 굉장했어요. 그 결과 에이다의 엄마가 에이다를 낳고 한 달만에 남편을 떠났고, 에이다는 평생 아빠를 상상 속에서만 만나볼 수 밖에 없었답니다. 아빠의 기질을 닮을까봐 노심초사한 에이다의 엄마는 남편의 초상화를 천으로 덮어 가리고, 에이다에게 수학 공부를 열심히 시켰어요. 물론 사교계로 내보내기 위해 필요한 음악이나 바느질, 프랑스어도 함께 가르쳤지요. 하지만 이처럼 빡빡한 일정 중에서도 에이다의 자유분방한 마음은 하늘을 날고 있었어요. 에이다는 증기로 하늘을 나는, 기계 말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에이다의 엄마는 딸의 상상력을 억누르기 위해 애썼지만 수학으로는 역부족이었어요. 에이다는 "수학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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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엄마의 소원대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교계에 입성하여 귀족 남자와 결혼해서 백작 부인이 되었지만, 아이 셋을 낳았지만 에이다의 과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은 멈추지 않았어요. 아니, 찰스 배비지라는 발명가의 '차분 기관'을 보고 더 호기심이 커졌지요. 에이다는 약한 몸, 세 명의 아이 엄마라는 제약에도 불구, 찰스 배비지와 꾸준히 편지를 주고 받으며 '해석 기관'을 만드는 데 기여해요. 일종의 초기 컴퓨터 프로그램이지요.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비록 실현되지는 못한 아이디어였지만, 분명 컴퓨터 프로그램의 시조였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에이다를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부르지요. 비록 이 총명한 여인은 서른 여섯살에 생을 마감했지만 엉뚱한 상상과 도전정신, 그리고 꾸준함이라는 삼박자가 얼마나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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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다는 참으로 대단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아이가 <에이다>에 대한 감상평을 '짧고 굵게' 써 놓았네요.


주목받으며 위인전에 자주 오르내리는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그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에는 <에이다 : 엉뚱한 상상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외에도 <말랄라: 여자아이도 학교에 갈 권리가 있어요!>의 이야기도 다루었어요. 앞으로는 <루이스 부르주아: 거미 엄마, 마망을 추억하다 >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여성도 소개한다니 우리 주목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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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듣지 말걸 - 잘 듣고 잘 따르기 남자아이 바른 습관 1
줄리아 쿡 글, 켈세이 드 위어드 그림 / 노란우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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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 바른 습관 대충대충 듣지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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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받는 걸 깜박했어요." "대충대충 듣지 말걸." 제목만 봐도 머릿속에 말썽꾸러기 꼬마가 척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걸 미안해서 어쩌지요? 자꾸 남자 아이로만 그려져요. 초등학교 입학하면 "1학년 남자 아이 엄마"는 죄인이라는 말도 떠오르면서요. 편견이건 실제 모습이건 남자 아이들이 말썽을 많이 부리는 건 사실인가 봐요. 오죽하면 "남자 아이 바른 습관 시리즈"라는 제목으로 그림책이 다 나왔겠어요. 게다가 이 시리즈는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인기도서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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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저자 줄리아 쿡은 학생 생활 지도 전문가로서 현장의 경험을 살려 20여권의 책을 썼습니다. 교사와 학부모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바른 습관 기르기를 유도해낸 공로로 그녀는  미국 교육출판협회(Association of Educational Publishers)에서 주관하는 ‘최우수 공로상’도 받았다 합니다. 한 마디로, "남자 아이 바른 습관 시리즈"는 검증받은 책이라 할까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가장 격렬히 보이는 반응이, "어머, 우리 집 애랑 똑같아." "엇! 내 모습이랑 같잖아."라던데 실제 읽어보니 주인공 알제이의 모습이 또래 꼬마들의 아바타인양 비슷해서 피식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어요. <대충대충 듣지 말걸> 편에서 알제이는 껌을 아무 데나 뱉어서 자기 머리카락에 붙은 채 학교에 가야 했어요. 게다가 늦장 피우다 늦어서 스쿨 버스를 못 탔으니 지각이었지요. '짝수'를 적으라는 문제에 '홀수'만 써서 빵점을 받았고요. 축구 놀이를 할 때는 자책골을 넣었어요. 알제이의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정말 끔찍한 하루"를 보냈지요. 낙담하는 알제이에게 엄마는 다정한 말씀을 건네주셨어요. 왜 알제이의 하루가 그리 엉망이었는지, 어떤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이렇게 모두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인지. 그건 바로 "귀 기울여 듣기"와 "지시 잘 따르기"를 알제이가 무시했기 때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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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제이의 엄마는 그 두 가지 규칙을 잘 지키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알려주셨지요. 한 마디로 알제이같이 다듬어지지 않은 남자 아이용 맞춤 메뉴얼이라고나 할까요? 꼬마 독자들은 자신의 평소 모습과 상당히 닮은 알제이가 간단한 행동 수정을 통해서만도 훨씬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생활을 하는 것을 간접체험하고 행동 변화의 욕구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시리즈의 제목 그대로 "남자 아이 바른 습관" 잘 길러줄 것 같지요? <대충대충 듣지 말 걸> 외에도, <차라리 혼자가 낫겠어>, <허락받는 걸 깜박했어요>, <안돼는 이제 그만>이 함께 나왔으니 다 읽어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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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아이 바른 습관" 동화 시리즈에서는 권마다 뒤쪽에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리는 조언'외에도 '사회성 훈련 활동지를 수록해주었어요. 어른들은 교육 전문가 줄리아 쿡의 충고를 구체적으로 배워갈 수 있고, 아이들은 이 활동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고쳐나갈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면 '바른 습관'을 절로 형성되겠지요? 잊지 말자고요. 아이의 모습은 부모의 거울이니 다 컸다고 으시대지만 말고 부모, 즉 어른들 스스로 행동을 돌아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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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소년 물구나무 세상보기
박완서 지음, 김명석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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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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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배경 설명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무슨 그림책에 이리 어려운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노인과 소년>는 애초에 박완서 작가가 1970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쓴 48편의 짧은 소설을 모아 펴낸 소설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에 수록된 한 편이었다. 어째, '낙조의 시간,' '오랜 노독'이나 '표표히 들어서고 있었다' 등의 표현은 꼬마들에게는 어려운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사전 정보 전혀 없이 읽었을 때, 나는 <노인과 소년>이 박완서 작가가 최근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하는 '블랙리스트' 정치에 대해 예술인으로서 항거하고자 작정하고 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작품에서 묘사하는 '사람 살 만하지 않은, 정의가 위협받는 모습'은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1970년대의 이야기가, 2010년대에 현재 시제로 읽어도 생생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그만큼 작가적 선경지명이 탁월하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그토록 암울하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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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곳을 찾아 헤매던 한 노인과 한 아이가 새로운 고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원래 살던 땅에 몹쓸 전염병이 돌아, 이 두 사람만 남겨 놓고 사람의 흔적을 지웠다 했다. 노인은 마침내 정착할 곳을 찾았다는 기쁨에 앞장 서 걸어가는데, 아이는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 소년에게 그 곳은 '살만한 곳'이 아닌, 고약한 냄새 풍기고 독이 흐르는 '몹쓸 곳'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세월이 가져다준 지혜가 있을지언정 노인의 무뎌진 코로는 감지하지 못했던 냄새와 맛을 아이의 순수한 본능은 알아챘다. 책, 즉 '참말'을 태워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더러운 냄새를 아이는 맡았다.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물로 자란 농작물에서 사람들을 서서히 조금씩 죽여가는 독 맛을 아이는 느꼈다. 그래도 노인은 아이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이 모든 불행은 자연의 설계가 아니라, 인간들 탓이라며. 그래도 생각을 거침없이 뱉어낼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잘못을 바로잡을 희망이 있다며 아이를 다독여 새로운 고장으로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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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기대마저 꺾을 수 밖에 없게 한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감자를 감자'라 말하고, '양파를 양파'라 말한 이들을 거짓말 했다고 가두고 벌하는 거꾸로 가는 사회에서 소년과 할아버지는 살 수 없었다. 아무리 자연이 파괴되어가고,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책으로 대변되는 지혜를 멀리한다할지라도 인간이 하는 일, 인간이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 믿었던 할아버지가, '양파를 감자, 감자를 양파'라고 말해야 진실이라고 우기는 사회에서는 절망만 보았다. 그래도 소년과 노인은 계속 걷는다. 살 수 있는 곳, 머물 곳을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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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노인과 소년>은 1970년대 작품이지만, 2017년 한국 사회의 거울이자 미래의 묵시록 같은 작품이다. 작가의 혜안에 새삼 놀라게 한 작품이다. 아울러, 김명석 일러스트레이터의 독특한 그림도 놓치기 아까운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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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방문했던 공공기관 건물에서 대형 구조물, 아니 미술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가 사진 한 장으로 남겨 두었다. 버리면 폐기물신세일 밤나무 조각조각을 다듬어서 이렇게나 매끈하고도 부드러운 '하나'로 다시 탄생시켰다 (작가님, 죄송 작가님의 이름을 기억못합니다). <노인과 소년>을 읽고 나니, 이 구조물 생각이 다시 났다. 어느 하나의 조각이 '내가 주춧돌일세!'하면서 특별 대접받길 원한다거나, 작은 조각들이 무시당해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형상이다. 부드러운 모양새, 빈틈이 많아 흐름이 가능한 구조, 작은 조각이라도 하나가 빠지면 왠지 불완전해질 것 같은 이 형상은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광장에서 부르짖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공정한 사회.'를 표상하고 있지 않은가? 국정'농단'을 '농단'이라고 이야기하는 자가 코너로 몰린다면, <노인과 소년>에서 감자를 감자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엄벌을 받는 그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예술인으로서의 박완서 작가가 어쩌면, '블랙리스트' 정치에 이렇게 그림책으로 조용히 항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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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걸작 동화 베이직북스의 그림동화 걸작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경옥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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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걸작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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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본 적도 없이, 읽은 듯 착각해온' 대표적인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희비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목이며 주인공 이름이 친숙하기에, 얼추 줄거리를 소개하라면 할 수는 있겠는데 막상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을 <멕베스>, <한여름 밤의 꿈>, <템페스트>. '원작에 도전하자니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어 해석이 부담스럽고,  한글 완역본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겠는걸?' 이런 고민 중이라면, 고민을 해결해줄 앙증맞은 책이 나왔습니다. <셰익스피어 걸작동화>입니다. '동화'라는 타이틀에 걸맞에 일러스트레이션이 멋집니다. 수록된 6편,《열두 번째의 밤》《로미오와 줄리엣》《폭풍우》《한여름 밤의 꿈》《맥베스》《햄릿》의 일러스트레이션 화풍이 다채롭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일러스트레이터가 여럿입니다. 크리스타 언츠너, 제나 코스타, 세레나 리그리티가 그들입니다.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는 문장을 읽는 재미만큼이나, 내용을 잘 담아낸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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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걸작동화(원제:Illustrated Stories from Shakespeare ) >는 그 유명한 어스본 출판사의 "Usborne Illustrated Classics" 시리즈 중 한 권인만큼 퀄리티와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와 흥미를 고려하여 최대한 친절한 안내를 해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어, 본문에 본격 들어가기 전에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한다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정보를 간략히 수록해서 독자의 흥미도를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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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걸작동화>는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비극 대화체를 서술형 문장에 녹여 줄거리로 소개하면서도, 극의 느낌을 살려 쳅터(chapter)별 구성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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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은사님 중,  한쪽 눈의 시력을 실명하실만큼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어오셨다는 분이 생각납니다. 어린이 독자는 우선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로 셰익스피어의 문학세계에 입문하고 나면, 한층 더 깊이 있게 이 대문호에게 다가가고 싶어질 것입니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어떻게 미묘하게 변화하는지, 갈등의 양상이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전개되는지, 도저히 1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만큼 방대한 어휘를 구사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원문은 어떠한지 알고 싶어질 것입니다. 즉 어린이가 어려서 처음 접한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는 훗날 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으로 크게 키워나갈 중요한 씨앗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 걸작동화>를 초등생 맞춤형 셰익스피어 입문책으로 강력히 권합니다. 베이직북스에서 "Usborne Illustrated Classics"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어서 한국 독자에게 소개해주기를 고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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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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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벳이 콧구멍에 넣었어요 완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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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2002)이 남긴 100여 편의 작품 중, 단 몇 권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잘 알 터입니다. 린드그랜이 그려낸 어린이들은 하나같이 티 없이 맑고 천진하여, 활자를 통해서 만났을지라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뽀뽀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이들이라는 것을요. 귀여움과 천진난만함으로는 작은 리사벳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요 귀여운 꼬마에게 엉뚱한 버릇이 있었는데, 다름 아니라 눈에 보이는 건 뭐든지 어딘가에 넣어보는 버릇이었어요. 하루는 리사벳이 부엌 바닥에서 완두콩 한 알을 주었지요. 어디에 넣었을까요?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라는 제목을 보면 짐작하시겠죠? 네, 이 귀여운 장난꾸러기는 자기 콧구멍에 완두콩을 쏙 밀어 넣었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들어갈 때는 쉬웠는데 이 완두콩이 리사벳 콧구멍에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친언니 마디켄은 "콩이 콧구멍에 뿌리를 내렸나 봐. 만약에 콧속에서 콩이 계속 자란다면, 곧 꽃이 필 거야."라는 말로 리사벳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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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벳의 손가락도, 마리켄 언니의 손가락도, 머리핀도 다 소용 없었어요. 리사벳의 콧구멍에서 정말 스위프티 꽃이 피기라도 하면 어쩌려나요? 엄마는 리사벳과 마리켄을 의사 선생님께 보냅니다.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는 사이 좋은 두 자매가 완두콩 문제를 해결하러 의사 선생님께 다녀오는 동안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일상의 에피소드라지만, 소위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기'도 하고, 욕배틀도 하고, 코피 소동까지 담고 있습니다. 리사벳은 시종일관 너무도 귀여워서 독자의 사랑을 듬뿍 독차지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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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읽다 보면, '동심, 동심' 우리가 그토록 희구하면서도 이젠 잘 보이지도 않는 그 동심의 세계가 얼마나 기발하고 찬란한지를 한껏 느낄 수 있어요. 어른 독자라면, 아이들의 세계가 더욱 궁금해지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며 어린이 독자라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갈 거에요. 디지털 기기 따위 하나 없이, 완두콩 한 알로도 이처럼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자매의 하루는 먼 땅의 독자에게도 작은 감동을 줍니다. 찬란한 동심에의 부러움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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