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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평점 :
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다.
이런 철학에 대한 거부감으로 철학 책은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았고, 철학에 대해 고민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이해하기 힘든 개념들과 말장난 같은 관념들만을 모아놓은 것 같아 부담스러웠고 난해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철학은 그리스어로 사랑을 의미하는 Phileo와 지혜를 의미하는 Sophia의 결합어로 인간이 영혼을 잘 가꾸는 '지혜를 사랑하는 것'을 뜻한다.
개념조차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지혜나 원리를 공부하고 어떠한 현상에 대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감정'보다는 '이성'의 관점으로 세계의 현상을 바라본다 할 수 있다.
철학자들마다 사고하는 방식과 이유가 달라 '한 가지 정답'만이 존재하지 않아 더 난해하기도 하지만, 철학 책을 읽으며 철학적 사유를 하다 보면 독립적인 생각, 비판적인 사고,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닥쳐오는데, 그럴 때마다 100% 정답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철학적 사유를 통한 선택과 결정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때도 있다.
'인생을 바꾸는 명언' 등의 좋은 글귀에 수많은 철학자들이 남긴 주옥같은 명언들이 오랜 시간 지나도록 회자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에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철학에 대해 너무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고, 새로운앎을 향한 배움으로 이끌어주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니체는 자신의 철학을 건강을 위한 철학이라고 말한다.
더 나가 모든 철학을 개인의 '충동을 이성으로 번역하는' 행위로 본다.
건강을 추구하는 본능을 철학이라고 말한다. 철학적 의사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인간을 평가절하하는 전통 형이상학적 관점을 병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니체에게 내가 호기심과 기쁨을 느끼는 것은 인간과 문학과 철학이 혼융되어 나타나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31p)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국내 한 신문사에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게재했던 내용을 엮어 출간하게 된 책이다.
저자 천경은 비유와 상징의 문체로 쓰인 난해한 니체의 전작(全作)을 통독하면서 니체 철학의 여러 가지 개념들을 일상생활의 이야기와 연결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씀으로써 설득력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인 영원회귀 사유, 힘에의 의지, 주인 도덕과 노예도덕, 위버멘쉬(초인)와 인간 말종, 신의 죽음과 보편 진리의 유무, 그리스도교의 폐해와 가치의 전도, 아모르파티(운명애)등을 최대한 난해하지 않도록, 누구나 니체 철학을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소개되고 있어 니체 철학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철학적 해설집이자 에세이집이라 하겠다.
저자는 철학이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평소 철학에의 입문을 꺼렸던 사람들, 니체 철학을 이해하고 싶지만 어려워서 엄두를 못 낸 사람들,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려워서 망설이는 사람들, 니체에 대해 알고 싶지만 저서가 방대해서 엄두가 안 나는 사람들, 책을 읽으며 명랑하게 웃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
그들은 마치 동물처럼 미련하게 땀을 흘리며 산을 올라간다.
도중에 아름다운 전망들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그들에게 말해주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202.
등산을 좋아해 종종 산에 오른다.
남편과 둘이서만 산행을 할 때면 느긋하게 주위 전망도 둘러보고 사진도 찍으며 오르다 보니 평균 소요 시간보다 2배 정도는 더 걸리는 편이다.
먼 거리에 있는 산에도 가보고 싶어 산악회를 따라 나선적이 있다.
산을 오르는 데만 정신이 팔린 듯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무리를 따라가느라 주위 경관에 눈 돌릴 틈도 없고 맘 편히 사진 찍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정상에 도착하고 정상석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다시 다급히 내려오는 게 목적이 아니었는데...
두어 번 따라나섰다가 지금은 다시 둘이서만 산에 오른다.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면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다시 되돌아 내려오며 다음을 기약한다.
니체는 '오늘날 사람들은 체험을 너무 많이 하면서 숙고하는 일은 너무 적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토록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많은 여행과 체험을 하고서도 정작 숙고는 하지 않는다고 '나는 아무것도 체험하지 못했다'고 말한다고 한다.
인생이 참 빠르다. 인생이 여행이다. 여행을 할 때 우리는 흥분하다.
모르는 것을 만나는 것은 설렘이다. 다른 존재가 되는 경험을 한다.
나의 신체와 사유는 다른 사물과 세계와 접촉해서 다른 것이 된다.
하지만 내 옆에 새롭게 생성 중인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는데 못 보는 것이다.
사는 것에 시큰둥해진 때문이다.
(…)
땀 뻘뻘 흘리며 정상에 올라가는 일에만 열중하지 말자.
정상에 당도하는 순간은 소멸의 순간이며 무(無)의 순간이다.
삶의 무의미성을 확인하는 그 행렬 속에서 우린 다른 것을 보자.
지금, 이 순간과 접촉하고 어울리자.
놓친 것들에게 다가가 보자.
(27~28p)
소크라테스는 '자기의 유일한 지식은 자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타인의 무지함을 알려주는 '등에'역을 자임하고 나섬으로써 위험하고 성가신 존재가 되어 죽음의 운명을 맞게 된다.
자신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혜롭다고 알려진 명망가들은 모르는 것을 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무지의 지, '모른다는 사실의 앎'은 새로운 앎을 향한 항해의 첫 시작이 된다.
이 모름을 인정할 때 우리는 앎을 갈망하게 되고 앎을 향한 배움으로 가게 된다.
무엇을 모르는지, 어디까지 모르는지, 즉 모르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확실한 발걸음과 신뢰를 가지고 지혜의 길로 나아가라.
네가 어떤 존재이든 스스로 경험의 샘이 되어 너 자신을 도우라, 사람들은 종교와 예술을 어머니와 유모처럼 사랑해봤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명해질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서 바라보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너는 역사에 정통해야 하고 과거의 황야를 통해 그 고통에 찬 위대한 걸음을 걸었던 인류의 발자취를 거꾸로 거닐면서
다시 가서는 안 되는 곳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미래의 매듭이 또 맺어질 것인지를 전력을 다하여 미리 탐색함으로써
네 자신의 삶은 인식을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얻게 된다.
네가 체험한 모든 것, 모든 시도, 오류, 실수, 착각, 정열, 너의 사랑과 희망이
너의 목표 속에서 남김없이 꽃을 피우도록 성취하는 것은 네 손에 달려 있다.
-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