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지금, 너에게 간다
박성진 / 북닻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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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 증후군, 쉽게 말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것은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사고 후에도 지속적인 증상들을 겪는 정신 질환이다.

소방대원이라면 열에 아홉은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불에 타거나 오랫동안 방치된 시체를 봤을 때,

뾰족한 사물이 사함 몸통을 뚫고 나와 있을 때,

얼굴의 절반 이상이 함몰된 시체를 봤을 때 등등,

듣기만 해도 거북한 현장 대부분은 출동한 소방대원들과 경찰들이 수습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평생 볼까 말까 하는 끔찍한 사건들을

나와 같은 직업의 사람들은 자주 접하기에 정신 장애가 생겨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4P-

<지금, 너에게 간다>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소방관 수일의 삶과 기다림이 일상이 된 그의 애인 애리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용서와 치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길이 타오르는 지하철 화재 현장 속에서 보내온 헤어진 연인의 전화 한 통화, 그녀는 끔찍한 사고 현장 속에 있다.

"나 사실, 우리… 헤어지고 난 후에 많이 후회했었어. 사람 구하느라 바쁜 거, 힘든 거 뻔히 아는데도… 매번 늦게 오는 네가 싫었고… 막상 만나면 꾸벅꾸벅 졸기만 하는 네가 싫었어. 머리로는 아는데… 이해가 가는데… 내 마음이… 내 심장이… 그러질 않더라고. 점점 지쳐갔어.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 사람들 구했다고 뿌듯해하는데 어떻게 그만두라고 말할 수 있어. 미안해. 내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미안해. 나만 생각해달라고, 나만 봐달라고 해서. 이기적인 나라서 미안해."

"늦게 와도 이해할게. 그러니까 제발… 와줘."

있을 때 잘할걸, 상처 주는 말 하지 말 걸, 사랑한다고 자주 말할걸…. 수백, 수천 번을 후회하며, 눈물을 훔치며 도착한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재난 골든 타임 72시간, 하지만 화재 골든 타임은 고작 오 분에서 십여 분이다.

이미 지난 골든 타임에 수일은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하며 기적을 바라며 화재 현장 속으로 들어간다.



수많은 사고를 경험해도 현장은 적응이 안 된다. 가장 힘든 사실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장은 언제 접해도 겁이 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언제나 현장은 무섭게 느껴졌다. 특히 이렇게 규모가 큰 현장은 어디가 사고 발생의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바로 알 수가 없기에 일단 눈에 보이는 것부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14p-


아니! 반지가 안 빠지면 응급실에 가서 잘라 달라고 해야지. 언제까지 생활 민원으로 처리해야 하는 거야! 진짜, 오늘 오전에만 반려견, 반려묘 좀 찾아달라는 시고만 다섯 건이 넘고! 문 열어달라는 신고는 서너 건에, 구급 팀한테는 누가 오늘 병원 가야 하는 날인데 늦었다며 자기가 예약한 병원까지 태워달라고 했답니다! 지금 망한 사건들이 다 위급하게 느껴지십니까? 이러다 진짜 큰 사건이라도 터지면 뒷수습은 어찌합니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게 진짜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55p-


"보이나? 저긴 지옥문이네. 길은 저기 하나뿐이야."

"구할 수만 있다면 죽음 따윈 모릅니다."

소방 대장은 주변에 있는 대원들에게 말을 건넸다.

"다시 들어갈 수 있는 대원들은 있나? 나는 더 이상 너희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가 없다. 부탁하네. 들어갈 수 있는 대원들 있나?"

대장의 간곡한 부탁에 숨을 돌리고 있던 대원들도 얼른 장비들을 챙겨 대장에게 다가갔다. 유독 가스를 흡입하여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던 대원들도 대장에게 달려갔다. 구급 대원들이 이들을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차피 들어갈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지 않습니까. 대장님! 자, 갑시다!"

"좋네, 다들, 소중한 생명 구하러 가봅시다."

-78p-


<지금, 너에게 간다>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감을 선사하며 사고 현장에 있는 듯한 장면 한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배경으로 하여 쓰인 이 소설을 통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그들의 헌신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리는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른다.

긴급한 구조 현장의 최전선에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내고 구해주는 영웅이지만, 그들의 감춰진 슬픔, 생명을 구하는 입장에서 구하지 못했을 때의 상황이 크나큰 트라우마로 남아 마음고생을 심하게 앓는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어느 순간부터 이들의 희생과 봉사, 출동이 당연시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구급 대원들이 취객에게 폭행을 당해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 등 소방대원들의 폭행 피해 건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직업적인 소명감으로만 치부하기엔 그들도 우리도 똑같은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위급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구조자들의 목숨을 챙기는 고마운 분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이야기였다.


"전국에 계신 소방대원 분들을 포함해 지금도 제복을 입고 있는 많은 분들이 노고를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전국에 계신 소방공무원 여러분, 당신이 진짜 영웅입니다.

당신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 저희가 이곳에서 안심하고 편히 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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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황금 지도 - 부동산 입지분석 고수 탑곰의 비밀 노트
탑곰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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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곰 님, 이 금액으로 서울에서 어디를 사야 할까요?"


<서울 아파트 황금 지도>의 저자 '탑곰'은 부동산 입지 전문가로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카페 140만 회원이 먼저 알아본 임장의 고수라 한다.

이 책은 그동안 가장 많이 들은 질문에 답을 드리기 위해, 서울 전역을 임장하며 고민을 거듭한 저자의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지난 1년간 실거주자의 관점에서 내 집 마련과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호재 소식과 변화하는 집값 사이에서 알짜 정보만 추리고 정리하였다고 한다.

부동산 초보들에게, 무엇보다 똘똘한 집 1채를 마련해보려는 사람들에게 투자 자금별로 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서울의 아파트를 소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서울 아파트값의 흐름과 현황을 정리, 이를 통해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내다본 후, 자산과 연령, 상황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아파트들로 엄선했다고 한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삶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변화 속에 부동산 또는 아파트 입지 조건들도 달라지는 추세다.

대면 접촉을 자제하다 보니 재택근무가 늘게 되면서 집=회사라는 개념이 일상화되었다.

이에 바깥 활동을 하지 않더라고 내부에서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갖춰진 대단지 아파트, 평면 설계가 잘 나와 숨은 공간이 없으며, 가능하면 알파룸까지 갖춰 재택근무 시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아파트, 한강변이나 숲세권에 위치해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자연환경을 바라볼 수 있는 아파트, 대형 종합병원이 가까워 건강 문제까지 안심할 수 있는 아파트가 인기를 끌 것이라 예상한다.

이런 조건들은 서울이 아니더라도 전국 어디든 비슷하리라 생각하며 수요가 많은 아파트가 될 것이다.


"현재의 가용 자금과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 범위 내에서

앞으로 이 책에서 추천할 아파트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자신만의 아파트를 찾길 바랍니다."

(p.16)


저자는 현재의 내 자산에 맞게 투자 방법을 정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계별로 옮겨가는 것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며 <자산 1억 미만부터 20억 이상까지 자산별 부동산 투자 방법과 투자 지역>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으며, 아파트를 매수하기에 앞서 가장 고민하게 되는 대표적인 선택 기준인 호재 vs 입지, 신축 vs 재건축ㆍ재개발, 주상복합 vs 아파트 등의 사이에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인사이트까지 담고 있다.

마지막 3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황금 지도>의 엑기스라 할 수 있는 5개의 황금 입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평당 가격과 호재, 교통, 일자리, 생활환경, 학군 등을 바탕으로 서울의 18개 자치구를 5개 황금 입지로 나누고, 각 황금 입지의 호재와 특성, 엄선한 추천 아파트들을 소개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파트 매수의 원칙>의 팁을 전하고 있다.

솔직히 서울에 살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서울에서 살 일도 없을 테고, 내 집 마련을 이루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서울 아파트만을 위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아파트값을 보며 절박한 마음이 들기보단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는 마음일 뿐 크게 동요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다수의 많은 사람들(내 집 마련과 투자를 결심한 사람들)은 그 리그 속에서 함께 뛰기를 원할 테고 부동산 투자에 관한 공부를 하며, 서울 구석구석의 부동산을 들러 시세를 확인하며 집을 살피는 부지런함을 통해 투자 성공을 꿈꾸기도 할 것이다.

저자는 자산이 얼마나 있든, 부동산 지식이 어느 정도이든 상관없으며, 내 집 마련과 투자를 결심한 누구라도 이 책을 펴고 황금 입지를 하나씩 마스터하며 읽다 보면, 서울의 숨은 보석과 같은 아파트가 어느새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반드시 사야 할 아파트가 이 책 속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가이드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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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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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어느 한 시인의 단편 시집을 읽고 있으면 그 시인들마다 풍기는 특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나태주 시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기운은 바로 ‘따뜻함’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들의 이름만 들어보아도 그 따뜻함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너를>, <행복>, <풀꽃 3> 등의 대표작이 많지만 역시나 제일 유명한 작품은 아마 <풀꽃>일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참 간결하고 읽기 쉽다.

하지만, 그렇다고 느껴지는 것이 그만큼 적지는 않다.

이런 간결한 몇 마디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해야만 한다.

지난날들을 생각해 보아라.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자세히 오랫동안 보아온 적이 있는가.

휴대폰 타자를 어느 손가락으로 치는지, 젓가락을 어떻게 잡는지, 와인잔을 어떻게 잡는지,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세세한 것도 알고 있는가?

모든 동작에 있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없다.

오랜 시간 자세히 보아야 진정 알 수 있다. 그리고 생각해야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수많은 문학작품과 노래 가사들은 사랑을 노래한다.

나태주 시인도 일전에 자신의 시는 사랑을 노래하는 연애편지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사랑으로 인해 태어나고,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사랑 곁에서 죽는다.

그리고 우리가 죽은 이후에도 사랑은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우리는 사랑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랑만을 남긴 채 우리는 사라진다.

결국, ‘사랑만이 남는다’.


사랑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연인 관계에서의 사랑, 가족들 간의 사랑, 친구들 간의 사랑 그리고 쌍방의 사랑, 짝사랑, 죽은 자에 대한 사랑,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에 대한 사랑 등,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단순히 나 홀로 좋아하는 감정일지라도, 그 감정이 소중한 것이다.


사랑은 공평하다.

사랑을 할 때에는 필요한 것이 없다.

비록 사랑이 이어져가고, 사랑이 끝맺어질 때 금전적이든 어떠한 제약이 생길지는 몰라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있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없다.

사랑을 하는 데에는 금전, 종교, 성별, 나이 어느 것도 필요하지 않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돈을 내야 하지도 않으며, 나의 종교가 무엇이어야 하지도 않으며, 내 나이 내 성별 어느 것도 요구되는 것이 없다.

그저 마음 하나, 그 사람에 대한 마음 하나가 곧 사랑이 된다.

밤하늘의 별과 같이 보고 싶고, 좋아하는 동물 소리 때로는 좋아하는 자연의 소리와 같이 듣고 싶은 그런 감정의 결정체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만이 남는다>는 나태주 시인이 세상의 모든 애인들에게 보내는 매우 특별한 러브레터다.

시인으로 살아온 50여 년 동안 쓴 수천 편의 시들 가운데서 뽑은 사랑의 시편과 신작으로 꾸민 시집으로 세상의 모든 애인들과 아내들과 딸들에게 보내는 시 142편을 수록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런 시기에 우리는 더욱더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무리 지금 우리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런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표현하라.

언젠가 시간이 지나 이 힘든 시기가 끝이 나면 결국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표현하고,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라.


보고 싶다,

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에 차고 가득 차면 문득

너는 내 앞에 나타나고

어둠 속에 촛불 켜지듯

너는 내 앞에 나와서 웃고


보고 싶었다,

너를 보고 싶었다는 말이

입에 차고 가득 차면 문득

너는 나무 아래서 나를 기다린다

내가 지나는 길목에서

풀잎 되어 햇빛 되어 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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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 - 모든 종을 뛰어넘어 정점에 선 존재, 인간
가이아 빈스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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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과거에 대비해 달라진 종족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그리고 전 지구상에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다른 종족에 비교해서 왜 인간만 지구상에 유일하게 종족이 크게 번성했을까? 왜 우리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를까?

이런 의문점에 관심이 생긴다면 이 책은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유익한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저자 가이아 빈스는 인간의 영향을 직접 확인하고자 약 800일 동안 세계 곳곳을 탐험했다.

2015년 긴 탐험 동안 목도한 지구의 변화를 담은 첫 번째 저서 "인류세의 모험"을 출간하고 2020년에 두 번째 저서 "초월"을 출간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은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다른 종족과 달리 인간은 "유전자", "환경", "문화"가 서로 상호 보완해서 '진화'한다는 내용이다.

인간을 지구상에 유일하게 종을 뛰어넘는 "초월"의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불", "언어", "미", "시간"의 테마로 설명하고 있다.

추위와 더위 그리고 병균 등으로 제약받을 수밖에 없는 외부적 환경에서 인간은 '불'을 발견하고 불을 다루면서 식생활과 유전적 변화가 나타냈다. 또한 이런 적응의 형태가 '언어'를 통해 학습된 정보를 다른 인간에게 전달하는 문화로 발전했다.

인간의 문화는 타인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스스로 지식을 발전시키는 단계에 이르게 되고 개인의 지성보다 인류의 집단적 지성을 통해 문화가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미'를 추구함으로써 더욱 크고 연결된 사회를 형성하였다.

'시간'은 자연의 작동 원리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기반을 만들어 과학을 발전시켜 공간을 지배하여 전 지구상의 인간들을 상호 연결하는 하나의 인류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불, 언어, 미, 시간"의 4대 테마로 구성된 이 책을 읽게 되면 엄청난 정보의 양에 놀라게 된다.

하나하나 각각의 주제로도 충분히 하나의 책으로 발간이 가능할 정도이다.

그리고 저자가 직접 세계 곳곳을 가보고 느낀 점들이 책 속에 담겨 있어 현존하는 '인류 보고서 최고의 정수'라는 평가를 개인적으로 내리고 싶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정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 두려움으로 엄습했다.

'인간만 보다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드는 것이 과연 인간 진화의 끝인가?'

'더 이상 얼마만큼 인간이 진화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 사이보그, 영생과 같은 인간 진화의 그림자는 과연 없을까?'


미래는 과연 어떠할지는 오로지 독자의 상상만으로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저자가 이 책 내내 이야기했던 주제가 답일 수도 있다.

"인간은 환경을 바꿀 수 있고, 그에 따라 유전자도 바뀔 수 있다."

인간의 미래는 종을 초월한 인간이 스스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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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바이 우드워커 - 나무와 함께하는 삶, 목수의 세계
이수빈 지음 / 미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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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2020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언택트 생활은 계속 유지될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이색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는데, 가장 접근하기 쉬운 요리에서부터,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취미와 작품들을 소개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한 방송을 통해 소개된 우드카빙에 관심이 갔다.

십여 년 전 친정 엄마와 공방에 가서 생활가구를 만들었던 추억도 새록새록 돋았고,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눈여겨보고 있던 차에

미호에서 출판된 <메이드 바이 우드워커>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더욱 감사한 건 책과 함께 '호두나무 우드카빙 젓가락 키트'를 함께 받으며 탄성을 질렀다.

정말 도전해보고 싶었었는데, 마음까지 생각해 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미호 출판사의 메이드 바이 시리즈 3탄

<메이드 바이 우드워커>에는

나무로 가구와 소품을 만드는 10명의 우드워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이수빈 작가는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드카빙 취미 생활자이다.

공예나 디자인과 관련된 잡지의 에디터로 일하면서 너무, 도자, 금속 등의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창작자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에게서 정직한 인생의 이치인 '성실함의 힘'을 깨달았다고 한다.


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제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왕도 없는 노력이 인생의 기본값임을 잘 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우드워커들은 나무를 재료로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다.

우드워커((Woodworker): 표준국어 대사전에서는 목수(木手)를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가구, 기구 따위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목수 분류에 따르면 궁궐, 사찰, 가옥 등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는 대목장(大木匠)과 장롱, 문갑, 탁자, 소반 등 실내 가구를 비롯한 목공예품을 만드는 소목장(小木匠)으로 나뉜다.

이 책은 대부분 소목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캐비닛 메이킹(cabinetmaking)은 가구 제작을 뜻한다.

그린 우드워킹(green woodwarking)은 주로 수공구를 이용해 생나무(green wood)를 깎아 마드는 목공예의 한 종류로, 조각도로 깎는 과정 때문에 그린 우드카빙(green woodcarving)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그린 우드워커(green woodworker)라고 한다.

부시크래프트는 '덤불'을 뜻하는 부시(bush)와 크래프트(craft)의 합성어로 숲이나 들판에서 최소한의 장비로 즐기는 아웃도어 레포츠를 말하는데, 목공 분야에서 부시크래프트라고 하면 도끼, 톱, 칼 등의 수공구로 주변의 나무를 재취해 필요한 물건을 깎아 쓰는 행위를 말한다.

우드카빙(woodcarving)은 나무를 뜻하는 우드(wood)와 조각을 뜻하는 카빙(carving)의 합성어로 손으로 나무를 깎고 다듬어 수저, 도마, 스툴 등의 간단한 도구와 소품을 만드는 목공 작업이다.

수공구 위주로 쉽게 도전해 볼 수 있기에 목공에 처음 도전하는 이들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용어들 중에서>


<메이드 바이 우드워커>에는 일상에 풍요를 전해주는 나무 식기와 커틀러리, 합판으로 만드는 작고 효율적인 가구, 마음을 위로하는 모빌,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 생나무를 깎아 만든 클래식 윈저 체어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무를 만지는 우드워커(Woodworker)들의 삶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1. 디에이치우드웍스 염동훈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일상에 풍요를 부르는 물건" 이야기

2. 도잠 이정혜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합판으로 만든 작고 효율적인 가구" 이야기

3. 스튜디오 루 안문수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생각을 담습니다" 이야기

4. 우들랏 김승현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마음을 위로하는 물건을 만듭니다" 이야기

5. 물건연구소 임정주, 김순영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봅니다" 이야기

6. 레드체어메이커 이경찬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의자 하나“ 이야기

7. 핸드크라프트 신민정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만족하는 가구" 이야기

8. 기브앤테이크 박정규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정직한 셈이 통하는 일" 이야기

9. 삼옥 한상훈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궁금한 젊은 목수" 이야기

10. 목신공방 이세일 우드워커가 들려주는 "시골 공방에서 나무를 깎다" 이야기


직접 우드카빙을 하다 보니 디에이치우드웍스의 염동훈 우드워커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작다고 해서 그 만듦새가 헐겁지는 않다.

쓰임을 우선으로 하는 간결한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장식적인 요소는 거의 없지만,

단정하고 단단한 특유의 분위기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매일 쓰는 생활 도구일수록 꼭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그러면 일상이 즐거워진다고 누군가 귀띔해 준 적이 있다.

단순히 비싸거나 희소해서가 아니라

일상에 풍요로움을 전해주는 소중하고 귀한 물건, 그런 물건을 만든다.

(23p)



이정혜 우드워커가 운영하는 '도잠'에서는 분업으로 작업하지 않고, 한 사람이 온전히 물건 하나를 만드는 전인적인 방식을 택한다.

당장의 생산성을 고려하면 샌딩은 샌딩, 칠은 칠만 하는 전담 인원을 두는 편이 좋지만, 전체 공정을 이해하고 하나의 물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야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으며, 각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아지는지 요령과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들랏의 김승현 우드워커는 '마음을 위로하는 목소품'을 만드는데,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위로를 받는다.

시간이 쌓여 이룬 결,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온화한 색감, 만질 때의 부드러운 촉감까지.. 그는 나무의 따뜻한 물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핸드크라프트의 신민정 우드워커는 목공이 여성이 하기에는 거친 작업이라는 편견을 깼다.

물리적으로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한들 사실 그것을 하게 하는 것은 마음이라며, 힘보다 마음을 쏟을 자신이 있다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브앤테이크의 박정유 우드워커는 '믿음을 주시면 물질이 아닌 정성으로 돌려드리겠다'는 뜻을 담아 공방 이름을 '기브앤테이크'로 지었다고 한다.

노력하는 만큼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 정직한 셈이 통하는 직업이 목수다.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사포질을 하는데 그게 참 묘했어요.

알다시피 사포는 숫자가 높을수록 입자가 더 곱게 갈립니다.

얼핏 보면 다 완성이 된 것 같은 물건도

조금 더 높은 방수의, 그보다 더 높은 방수의 사포질을 거치면 매끈함이 달라집니다.

나의 노력이 결과물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이 좋았어요."

노력에 따라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멈춰 있던 시간을 접고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면,

그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141p)


'호두나무 우드카빙 젓가락 키트'로 즐기는 우드카빙~~

따로 준비해야 할 것 없도록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다.

어릴 적 아빠가 직접 깎아주셨던 연필을 떠올리면 조금씩 조금씩 나무를 깎아본다.

젓가락을 만드는 키트인데, 롱 스푼(칵테일 스틱)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끝부분을 구멍 뚫고 싶기도 하고, 스푼 모양으로 만들어도 보고 싶은데 조각칼 하나로는 한계가 느껴졌다.

만들다 보니 이게 뭔가? 싶기도 하지만 열심히 깎고 다듬었다.

아직 오일을 바르진 않았고, 윗부분을 좀 더 깎고 다듬어 동그랗게 만들고 싶다.

좀 더 작업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음악 들으며 쓱쓱 깎으며 사포질하다 보니 복잡한 생각도, 번잡한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울퉁불퉁 매끄럽진 못하지만, 나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가득 담겨있기에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색다를 것 같은 기대감~~

좋은 취미생활을 알게 된 것 같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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