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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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처음 그 방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다.
이직 한 후 나름 자신의 기준을 정하고 사무실 주변을 둘러보던 중 발견한 그 방은 다른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였다.
단지 아무도 안 쓰는 텅 빈 방이라는 것만 다를 뿐...
그리고 그런 방을 봤다는 것도 잊었을 무렵 또 한 번 들어간 그 방은 이상하게 그에게 안도감과 자신감을 주고 이후 그 방에 들르는 건 습관처럼 되어버린다.
이직한 이곳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꺼린다고 느낀 남자 비에른은 그럼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비에른이란 이 남자는 자의식이 강할 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모든 기준을 자신에다 맞추는 사람이어서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런 그의 자의식이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가 가끔씩 들러 쉼을 청하던 그 방의 존재를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부정한 것
그에게 자신감을 불러주며 마음의 안정을 주는 그 방은 없을 뿐 아니라 비에른이 화장실 옆의 벽을 보고 멍하니 어딘가 다른 곳을 헤매는 듯한 모습으로 있는 것에 동료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주장을 자신을 향한 괴롭힘 혹은 집단 따돌림으로 인식한 비에른은 그들의 주장을 거짓이며 그들이 자신을 마치 어딘가가 이상한 것처럼 몰기 위해 공모했다고 생각하지만 상사 칼의 개입으로 한 발 물러서게 된다.
칼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지만 의사 역시 그의 이런 증상을 뚜렷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그에게서 이상한 점을 짚어내지 못해 비에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너무나 이성적이고 명확한 그의 행동을 보면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많은 직원들이 모두 부정하는 그 방의 존재를 비에른 혼자만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그가 어딘가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그의 행동이나 일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남들과 친해지는 게 서툴 뿐 머리가 이상하거나 환각을 보는 것도 아닌듯해서 점점 혼란스럽다.
게다가 그는 그 방에서 같은 사무실 직원 모두보다 훨씬 더 나은 업무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정신이상을 부정한다.
그의 이런 눈부신 성과에 이제까지 그를 미친 사람처럼 보던 시선도 사라지고 그의 곁에서 점점 더 그를 받아들이는 듯한 사무실 사람들...이쯤 되면 진짜 헷갈리기 시작한다.
비에른은 진짜 미친 걸까 아닐까
처음 자신을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 규정하던 비에른의 인식처럼 그는 그저 남과 좀 다른 사람인데 그 다름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잘못된 걸까
책을 읽으면서 비에른의 입장이 되어 조금 다른 그를 견디지 못하고 공격하고 따돌림 하는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어처구니없다 생각했지만 만약 내 주위에 비에른처럼 다른 사람과 섞이지 못하면서 이상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그 직원들과 다른 태도를 취하고 그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것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느새 우리 모두는 평범함에서 벗어난 사람을 대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심지어는 그 사람을 배척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속박과 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비에른에게 그 방의 존재는 휴식처와 다름없었을 것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이런 곳에서 비에른처럼 평범함을 벗어난 사람이 이해받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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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맨
루크 라인하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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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가 이 정신없고 미친 듯한 발상을 한 사람의 머리 구조를 들여다보고 싶다.
이 사람은 아마도 미치광이거나 천재가 아닐지...
뒤틀리고 겁나게 자극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너무 터무니없어 웃음이 나오게 하는 발상이란 건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모든 결정을 다 주사위로 던져서 나온 숫자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살인이든 강간이든 뭐가 되었든 평소 하지 못했던 은밀한 상상을 구체화시키기에 이만큼 좋은 면죄부도 없을듯하다.
주사위로 모든 걸 결정하는 것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책임을 주사위에다 물릴 수 있다는 게 아닐지... 뭐든 해도 되고 그 책임은 내가 아닌 주사위가 결정한 것에 따랐을 뿐이니 책임을 주사위에게로 물릴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유혹은 없으리라
사실 우리는 눈을 뜨면서부터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행동을 하며 그 행동을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에 조금 피로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모든 걸 책임지고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의 피로감을 루크 라인하트라는 이 사람이 간파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숨돌릴 틈을 만들어준 것 같다.
물론 책 속의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루크처럼 그 일탈이 지나친 건 무리겠지만 한 번쯤은 마음속의 소릴 따라 해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는데 루크는 그 유혹을 구체화시켜 눈앞에 흔들고 있다.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인데다 멋진 아내와 자식들까지... 얼핏 보면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 루크는 지금 현재의 생활에 지치고 지루해져 죽을만큼 권태롭다.
이런 때 그의 눈에 우연히 들어온 카드 밑에 감춰진 주사위.... 장난처럼 그 주사위를 던져 1이 나오면 친구의 아내이자 평소 자신에게 은밀한 유혹을 보이던 여자를 강간하리라 결심하면서도 반쯤은 장난이었지만 그 1/6의 확률이 맞는 순간 홀린듯이 그는 과감히 실행하게 된다.
그의 말마따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처음 맛본 일탈은 그에게 권태와 지루함을 물리쳤고 그때부터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매력을 느낀 루크는 정신없이 빠져들어 온갖 일탈을 자행한다.
이제 그에게 더 이상 의사로서의 책임도 자식을 돌봐야 할 가장으로서의 의무도 중요치 않다.
그에게는 주사위의 신이 있으니까!!
그는 자신의 경험을 주위에 퍼트리기 바쁘고 그런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주사위가 종교처럼 받들어지는 우스운 상황도 온다.
모두가 미친 듯 우습게 보이지만 그들은 자못 진지하다. 왜냐하면 주사위신은 그들에게 자유와 무엇으로도 이길수 없었던 권태를 물려쳐줬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무슨 미친 짓인가 싶다가도 누구나 한 번쯤 정해진 규범에서 벗어나 미친 듯 마음껏 자유롭게 뭔가를 하고 싶다고 유혹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일탈을 일삼는 루크와 그 추종자들의 행동을 아주약간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이 책이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소설로 꼽히는지 왜 20세기 최고의 컬트 소설로 불리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완전히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꽉 짜인 생활로 스스로를 숨 막히게 하는 현대인들에게 한두 번쯤 이런 일탈을 감행해보는 것도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한 방법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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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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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그 거친 환경에 따라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일상은 늘 목숨을 걸고 거친 파도와 싸워서인지 욕은 기본이요 쌈질에 심한 경우 칼도 휘두르는 거친 폭행이 일상이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 역시 그와 다르지 않고...
하지만 이렇게 거칠고 잦은 폭력이 일상인 사람들도 용납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이 배 볼런티어호에서 벌어진 어린 사환 소년의 죽음 같은 일은 아무리 거친 행동을 예사로 일삼은 뱃사람들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 일이었고 그래서 포경선 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선장은 의사인 섬너의 의견보다 쉽게 해결 가능한 드랙스의 의견을 따른다. 그는 다른 일을 실행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중이기도 하다.
포경선인 볼런티어호에는 각양각색의 사람이 각자의 속내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고래를 잡으러 가는 포경선이지만 사실은 선주인 백스터의 뜻에 따라 사양길에 들어선 고래잡이로 인해 골칫거리가 된 배를 침몰시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늘 불운한 사고가 따라다녀 아무도 더 이상 그를 고용하지 않으려는 불운의 아이콘같이 돼버린 브라운리 선장과 몰래 계획하고 있던 상황이고 의사인 섬너 역시 인도에서 뭔가의 일로 군대로부터 축출된 상황이었으며 거친 남자 드랙스 역시 배를 타기 전 이미 사고를 친 상황이었다.
목숨을 걸고 고래와의 한판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이렇게 각자가 다른 속마음을 품고 있어서인지 볼런티어호에선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소년의 죽음에서 미심쩍은 점을 파헤치던 섬너로 인해 위기에 몰린 드랙스가 사고를 치고 결국 흉포한 본성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배를 침몰시키기 마땅한 장소로 이동하던 중 빙산과 충돌하는 사고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다.
사람은 최악의 순간 자신도 몰랐던 본성이 드러난다고 했던가?
겉으로는 늘 목숨을 걸고 거친 파도와 싸우며 고래를 잡던 선원들이 위기에 처한 순간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생각만 틈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닌 그저 거친 환경에 살다 보니 거친 태도가 몸에 익었을 뿐이었단걸 알게 된다.
이런 위기에서 드랙스 같은 인간이 살아남는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늘 아편에 취해 자신이 한 선택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하던 섬약한 섬너가 분발하리란 건 예상외의 일이었다.
그는 왜 그렇게 드랙스를 용서하지 못하고 잡고 싶어 한 걸까?
거기에는 그가 인도에서 한 행동과 연관이 있다.
그를 도왔던 인도 소년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신은 모든 걸 잃었는데 그에게 지시를 내렸던 상관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것에 대한 억울함이 남아있었던 섬너... 그래서 그의 선택은 비록 공허함과 외로움을 담보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짜릿했을 것이다.
거친 파도 위에서 작살로 고래를 잡는 장면의 묘사가 거칠지만 생생해서 더 실감 났었고 빙상과의 사투나 싸움의 묘사 역시 마치 현장을 곁에서 보는 듯 실감 나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거친 표현이라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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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대륙
미지 레이먼드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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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상처를 안고 떠돌던 남자 켈러와 어릴 적부터 새를 좋아해서 인간들의 환경오염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펭귄에 대한 연구를 천직으로 삼고 살아가던 뎁이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면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지금 현재 남극이 처해있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의 마지막 대륙은 예전의 영화 타이타닉을 연상케하는 부분이 많다.
일단 거대한 유람선인 오스트랄리스 호가 선장의 판단 미스로 한순간에 차가운 남극 바다에 좌초되어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배의 크기만 믿고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인간의 오만에 경종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타이타닉의 최후와 닮아있다.
이 책에서는 그 최후의 순간의 긴박했던 장면에 대한 묘사가 탁월할 뿐 아니라 자신의 연인을 찾아 헤매는 뎁의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하게 표현되어있어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한순간에 딸을 잃고 모든 걸 잃어버린 남자 켈러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 마음의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마음속의 텅 빈 공허함을 이곳 남극에서 마침내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고 그런 그에게 뎁이라는 존재의 위치는 최우선이 될 수 없었지만 뎁에게 켈러의 존재는 자신이 오랫동안 원했던 생활을 양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겐 최우선이었다.
두 사람의 이런 갭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켈러에게 자신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사실에 상처받는 뎁이지만 자신이 남극에 올 때면 느끼는 그 벅찬 감동과 가슴 뜨거워짐을 알기에 켈러의 심정 또한 이해한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같이 있을 수 없는 연인은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떨어졌다가는 다시 만나고 또다시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점점 견디게 힘들어하는 뎁으로 인해 갈등 중이고 마침내 둘 사이에 뭔가 변화를 맞을 즈음 이런 해난사고가 일어남으로써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남극에 살고 있는 펭귄에겐 생존을 거는 문제이지만 그런 펭귄을 구경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심은 남극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심히 버리는 쓰레기를 비롯해 오염물질을 달고 다니는 인간들의 아주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이 면역력이 없는 펭귄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도 소유할 수 없고 그 누구의 땅도 아닌 남극대륙은 우리가 지켜야만 하는 마지막 대륙이고 그런 남극을 향한 애정이 깊게 깔려있는 이 작품은 놀랍게도 작가의 데뷔작이란다.

남극에 온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과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사람

세상끝인 놀랍고 신비한 대륙 남극에서 만난 연인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처해있는 지구 오염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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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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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얼마 후 부모를 잃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굳건히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간 소녀 에바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특징적이게도 소녀 에바가 주인공이면서도 그녀가 주체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가 성장하면서 어떤 식으로 든 그녀와 연이 닿았던 주변 인물들의 일상에서 그녀와의 인연이나 혹은 코멘트를 통해 지금 현재 에바의 위치를 설명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고 삼촌의 손에서 삼촌 내외가 부모인 줄 알고 성장했던 에바는 고추의 매운맛에 빠져 스스로 고추를 키우면서 매운맛을 조절하는 등 남다른 재능을 보이지만 부모와의 생활은 갈수록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에서 갓 잡은 생선을 요리한 세프의 요리에 반해 레스토랑에서 일자릴 얻게 되고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되는 에바는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에바는 몰랐지만 독자들은 에바의 진짜 아버지가 요리에 재능이 있었을 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하는 진정한 셰프였다는 걸 알기에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에바 스스로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 가는 에바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의 입을 통해 탁월한 음식 솜씨에도 불구하고 에바의 형편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암울해지는 모습을 보여줘 독자들이 안타까움을 느낄 즈음 그녀가 다른 누군가와 미식 파티 사업 아이템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줘 마침내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한 듯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의 사업에 큰 도움을 줄 다른 한 사람에게 같이 사업을 권유하지만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참 동안 그 뒷이야기에 대한 말이 없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과연 에바는 그 사업을 성공했을 까? 아니면 또 다른 일을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결과적으로 이렇게 그녀와 만났던 사람은 인생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게 된다.
점점 주변 사람들로부터 음식 맛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는 에바지만 에바의 형편이 나아질 줄 모르는 데에는 그녀를 키워준 아빠이자 삼촌의 삶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 데다 건강마저 잃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여기에서도 그녀의 성격이 나온다.
그녀에게 온 기회에도 아픈 아버지를 혼자 둘 수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고는 힘들지만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려 하는 에바를 보면서 비록 여유롭게 살지는 못했지만 어릴 적부터 삼촌 내외부터 사촌들까지 충분한 사랑을 받고 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에바가 자라면서 주변에서 그녀를 응원하며 사랑해준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의 애정은 에바가 스스로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중요한 원천이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에바가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고마움을 아는 사람으로 큰 데에는 그녀가 자라온 중서부 사람들의 여유롭고 남의 일에도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챙기는 그 지방 사람들 특유의 성품도 한몫하고 있다.
에바가 한 사람의 멋진 셰프로 성장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모와의 만남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통해서 이루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극적인 장면도 없고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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