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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 5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1998년 발표해서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고 호러소설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켰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자 엄청난 분량임에도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독자를 끌고 가는 흡인력을 가진 작품인 `시귀`
이 시귀가 스테판 킹의 `샬렘스 롯`의 오마주 작품이라는 건 작품 해설을 읽고서야 알았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을 읽지않았기에 비교하기가 힘든 부분이지만 작가의 친절한 설명을 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작품 전반에 철학적인 부분과 종교적인 질문이 관통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주인공인 주지이자 작가인 세이신의 작품을 통해서도 그 부분을 알수 있다.그래서 이 책은 호러소설이면서도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색채를 띤 작품이기에 단순하지도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주지도 않는다.
오랫세월을 외부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자치적으로 마을을 운영하는 소토바
그래서 결속이 강한만큼 외부사람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이 강한곳인데...이런 마을에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마을에 죽음이 내려않는다.사람들이 이상을 감지했을때는 이미 온 마을이 죽음으로 둘러쌓이고 그들을 공격하는 존재에 대해 무방비 상태이다.그런 그들을 눈치채고 그들에 대해 조사하던 마을의 삼역인 절의 작은 주지 세이신과 마을 유일의 의원 오자키 토시오는 마침내 시귀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의 처단하는 방법에 대해 갈등을 빚게 되면서 둘은 서로 다른길을 가게 된다.이제 밤을 지배하는 그들 시귀의 존재를 마침내 눈치채게 된 사람들의 반격이 시작 되는데..
내용 전반을 관통하는 종교적인 의구심은 이 책이 단순한 호러소설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세이신이 쓰는 소설역시 `카인과 아벨`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걸 보면 알수있듯이..
세이신의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모두는 이미 낙원에서 추방된자들이고 신들의 편의에 의해서 내려진 신탁을 지켜야만 하기에
처음 약속과 다른 공물을 바친 카인이 용납될수도 없었다.카인의 의도가 아무리 선의였고 진정한 경애에서 나온것임에도 신들은 그 마음을 알수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는건 그들 신들조차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닐지..아님 어차피 신들이란 애시당초 인간의 속마음도 그들의 선의도 알수 없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그랬기에 시귀의 몸으로 신들의 질서를 인간의 질서를 따르고자 했던 스나코의 시도는 슬픈 결과를 가져올수밖에 없다는걸 세이신은 은연중에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악의를 가진 절대악으로 묘사되고 있는 서양에서의 시선과 달리 오노 후유미는 시귀..그들 역시 고민하고 갈등하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신들에게 내쳐진 가엾은 존재라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귀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걸 알면서도 그들이 내 가족,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기에 그들을 사냥할수없어 스스로 체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들 존재를 내 가족,이웃의 얼굴을 한 다른 존재..즉 적이라고 간주하고 무차별하게 무찌르는 사람의 심정 또한 이해할수 있다.누가 적일까? 누가 나쁜 것일까?
결국 악인이란..혹은 적이란 관점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는것...결국 우리모두는 서로에게 적이면서도 동지가 아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입장이라면 과연 어떤길을 선택할지 자문해본다면...일단 도망갈수 있으면 모른채 도망갔을것이고 도망갈수 없는 처지라면 세이신의 길이 아닌 토시오와 같은 길을 선택했을것이다.그랬기에 토시오의 선택 또한 공감이 간다. 시귀는...재미있게 단순하게 읽기 시작한 나에게..철학적인 의문을 던져 고민하게 한 책이었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일지.. 시귀의 냄새를 얼마나 벗은 책일지..너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