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경제학
글렌 허버드 & 팀 케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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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관점에서 바라본 강대국들의 역사

 

 

이 책에서는 로마에서부터 중국, 스페인, 오스만 제국, 일본, 영국과 함께 최근의 유럽, 캘리포니아, 미국에 이르기까지 강대국들의 역사를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주요한 정치 제도와 함께 그러한 제도들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사회 경제적인 제도들이 그 당시 강대국이라 칭하는 로마, 중국, 스페인, 오스만, 일본, 영국에 이르는 나라들에 미친 영향과 그로 인해 나라가 멸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들의 경제 관점을 분석해 내는 것은 바로 미국의 현재와 미래를 알기 위해서이다. 결론은 바로 현재 미국이 중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지만 결국은 "미국은 여전희 떠오르는 태양이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은 바로 마르크스의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는 공산당 선언이 떠올랐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이 책은 그 많은 강대국들의 경제학을 분석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유럽 연합의 경제적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국이 헌법적 원칙으로 회귀하여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원칙은 연방주의, 제한된 중앙 정부, 무조건적인 표현과 집회의 자유이다. 이 다음에 할 일은 정직한 예산 편성이다. 정직한 예산 편성은 미래의 모든 채무를 정직하게 반영하고 지출 약속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의회가 엄청난 난제를 미래로 미루지 않고 어려운 선택을 하게 만드는 데서 이뤄진다.

 

이러한 원칙의 적용은 우리나라에도 해다하는 얘기인 것 같았다. 미국의 헌법적 원칙에서 연방주의, 제한된 중앙 정부 등은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우리만의 헌법적 원칙이 존재한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권력이나 권력을 지닌 집단에 저항하기 위해서 국민이 가지고 있는 것은 투표권과 집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직한 예산 편성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미래의 필요한 자원을 끌어와서 소비해 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후세의 자손들은 이러한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 더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지도 모른다. 이러한 채무가 탕감되는 것이 아니라 유예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희생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국의 원칙을 지킨다면 "미국은 세계적 문제에 참여하고 혁신을 선도하며 풍부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대적할 상대가 없는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게 해 준 경제성장을 다시 이룰 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 역사는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모든 회의와 냉소보다 강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한다. 미국은 여전히 떠오르는 태양이다."라고 필자는 결론을 맺고 있었다.

 

필자는 미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경제적 쇠퇴를 겪게 되는 나라가 다시 경제적인 부흥을 꾀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게 사실이다. 옛날에는 나라가 그대로 멸망했지만 현대는 그 나라의 명맥만 유지하는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이 그럴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누가 막을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다. 그런 역사적인 흐름에서 미국은 강대국의 명맥만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미국이 아직도 떠오르는 태양이라고 하는 것은 필자만의 꿈같은 바람일 것 같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합리적인 외교 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 알라딘 민음사의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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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지음,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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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인 인간의 경제 환상

 

'비이성적 과열'이란 말은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행태를 묘사하기 위해 1996년 12월 5일 워싱턴의 저녁 만찬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의 연설은 그날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그가 이 말을 처음 사용했을 때, 전 세계는 그 말에 주목했다.

 

그가 이 단어를 내뱉자마자 주식시장은 급속히 하락했다고 한다. 일본의 니케이지수는 3.2퍼센트, 홍콩 항셍지수는 2.9퍼센트, 독일의 닥스지수는 4퍼센트, 영국은 4퍼센트, 미국의 다우지수는 2.3퍼센트 하락했다. 평범한 연설 중간에 나온 두 단어에 전 세계 시장이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이상한 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그 후 시장의 비합리성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되었고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이야기 되었다.

 

하지만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은 그 때 이후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우리의 뇌리 속에 박혀 있는 말로 작용하고 있다. 바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이 지각 있는 사람들이 목격한 1990년대에 발생한 일종의 사회적 현상을 압축적으로 나타낸 말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시장 심리에 영향을 받아 비정상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수준까지 폭등했을 때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비이성적 과열'에 대해 작자의 말을 빌려 보면, 비이성적 과열투기적 버블의 심리적 기초를 이룬다. 나는 투기적 버블을 가격 상승 뉴스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나가면서 투자자의 열광을 자극하는 상황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가격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확대생산함으로써 더욱더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투자자들은 투자의 실제가치에 의문을 가져도 다른 이의 성공에 대한 부러움과 도박성을 띤 흥분을 느끼며 그것에 끌려든다. 우리는 이 책 전체에서 이렇게 정의되는 버블의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볼 것이다. (33p)

 

위의 작자의 말이 이 책 전체의 주제이자 핵심이 될 것이다. 다음 장에 나오는 내용은 인간의 비이성적인 과열 현상이 얼마나 주식 시장에 영향을 끼쳤고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그 근거를 작가는 그래프와 여러 수치를 사용해 뒷받침하고 있다.

 

주식은 어떤 것을 생산하고 창작하는 것과는 다른 무형의 것이다. 하지만 그 무형의 것에 많은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다가든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로또 처럼 하나가 잘 맞으면 대박을 치고 그만큼 투자한 돈의 거의 사라질 정도로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려고 한다. 무엇이 생산되거나 기술이 발전하는 게 아닌데도 많은 돈이 주식에 몰려드는 것은 잘만 맞으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환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작자가 많은 국가의 주식 시장의 수치를 살펴보았을 때, 주식이 급등한 경우는 주식의 역사에서 몇 번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때는 주식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제가 급격히 성장할 때였다. 하지만 그것도 평균으로 살펴보면 그렇게 수익률이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게다가 현재는 시장 불안성과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주식이 오를 때보다는 떨어질 때가 더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것도 떨어지는 수치에 비해서 오르는 수치는 전의 수준도 회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자신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비이성적인 과열 현상 때문이다. 이렇게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작업을 통해 수치를 조작한 다음에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미 투자자'들은 언제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작자는 주식시장에 나타난 고평가가 타당한 이유 없이 발생하고 있다면, 21세기 초에 수년 동안 나타났던 주택가격의 고평가와 맥이 닿아 있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이성적인 과열이 아니라 시청자와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여러 매체가 합당한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았다.

 

작자는 이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래서 성장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을 더욱 다각화 해야하고 제축을 늘리는 효과적인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앞으로 노인 부양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퇴직연금제도는 좀 더 튼튼한 기반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사회보장의 설계를 개선하고 통화정책이 버블을 억제해야 한다는 보았다. 그래서 여론 주도층이 시장을 안정시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리고 기관들이 발전적인 거래를 장려하길 바랐다.

 

주식은 투자의 대상이다. 하지만 앨런 그리스펀의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처럼 합리적인 투자 대상은 아니므로 주식 투자에는 조심스럽게 다가갈 바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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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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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경제원리의 이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총체적으로 인식해 내는 문학 속에는 그 당시의 사회 경제적인 논리가 담겨져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쓰인 우리 문학에서 그 당시 사회 문화적인 경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문학이 활발하게 쓰였던 1920년대에서 1930년대 문학에서 피폐해지고 경제가 무너진 우리 나라의 모습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상의 <날개>나 김유정의 농촌 문학, 나도향, 현진건, 박태원 등의 문학에서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문학에서 경제원리의 요소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어느 나라의 문학 작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여러 책들을 소개하며 그 내용을 중심으로 경제학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또한, 문학 작품 내용에만 국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학 작품이 쓰여진 시대 상황을 적용하거나 작가와 관련한 시대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기도 했다.

 

톨스토이가 사유재산을 부정한 청빈한 삶으로 '톨스토이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점이나, <검은 고양이>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미국 대공황의 희생자로서 죽게 된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또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1970년대 미국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주제의식이 미국인들에게 더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검은 고양이>에 대한 설명에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란 책이 나온다. 거기서 인간은 '알고리즘'과 '휴리스틱' 등 두 경로를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알고리즘은 컴퓨터 연산 작용처럼 논리적인 전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휴리스틱'은 이성보다는 직관, 직감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휴리스틱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있는데, 경제학보다는 심리학과 관련한 내용이라 경제원리에만 국한된 분석을 하고 있지 않아서 내용이 더 풍부하게 읽혔다.

 

그리고 간간히 경제 용어에 대한 설명도 나오고 있었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샤워실의 바보'대한 설명이 나온다. 신자유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설명한 이론으로 '시장은 알아서 잘 돌아가니 정부가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내용의 말이었다. 이 이론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관하여 설명하니 경제이론이 쉽게 이해되었다.

 

러시아 혁명을 우화적으로 그린 그 유명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도 '통계적 거짓말'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통계적 거짓말은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일 것 같았다. 선거철만 되면 누구의 지지율이 얼마가 나왔다던지, 어느 정당의 지지율이 얼마가 나왔다고 하던지, 등등 여러 내용에 대한 통계적 자료가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 통계만 보고서 알게 모르게 여론은 크게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통계에는 헛점이 있다. 질문하는 방법에 따라 숫자가 달라질 수 있고 대답하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서도 통계적 숫자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문을 하는 의도와 대답한 사람의 분류에 대한 통계에는 객관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색달랐던 분석은 라이언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즈의 마법사>가 '화폐제도에 대한 강력한 은유'로서 해석될 수 있다고 하였다. 1964년 고등학교 교사인 헨리 리틀필드는 <바움의 책에 깔려 있는 우화에 대한 대략적인 언급>이라는 칼럼에서 미국의 1900년대 초 통화제도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본위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오즈의 마법사>는 서민을 위해 은본위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성장하는 미국 사회에서는 금본위제 때문에 갖고 있는 금 이상을 찍어낼 수 없었고 그래서 화폐 부족이 심각해지고 디플레이션이라는 물가하락이 생겼던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농민, 노동자들이 힘겨워 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본위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도로시는 평범한 미국인이고, 캔자스는 미국인이 살고 싶은 세계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은 구두'가 마법을 발휘해 도로시를 캔자스로 데려간다는 구상은 은본위제가 미국 국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문학에서 경제학적 요소를 분석해 내고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경제학적인 개념 외에도 역사적인 맥락과 관련한 경제사의 내용도 있어서 그와 관련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책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삽화나 사진, 그림 등을 접할 수 있어서 책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까지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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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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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의 실체

 

우리는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의 삶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서서 세계 무역 장벽을 없애는 이유도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 모두가 잘 살게 될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다.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뉴스나 책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핵심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고 좋아졌을까? 아니다. 경제 성장은 그저 최상위 계층의 재산만 불려주고 그들의 지위만 더 굳건하게 해줬을 뿐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그동안 들어왔던 경제 성장에 대한 이론이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였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우리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더 불행해지고 더 가난해진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고스란히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의 국제 기구 모임은 겉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국제 기구 행사에서 그들은 그 나라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지도자들을 위해서 최고급 호텔, 차, 음식 등을 마련하고 최고급 인재를 기사나 수행비서로 붙여준다. 그리고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슬럼가는 벽을 쌓아서 아예 보이지 않게 하거나 그 자리에서 쫓아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제기구의 지도자들은 그런 대우를 당연하게 받으면서 가난한 자들의 삶을 동정하고 그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도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왜곡된 정보로 수치 곡선이 올라갔다며 경제가 성장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혜택을 입어서 재산이 불어났던 것이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약자에게는 빈곤으로, 강자에게는 경제 성장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저자인 데이비드는 그것을 '구름 위 환상의 세계, 구름 아래 우리들의 세상'이라고 보았다.

 

우리들의 현실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이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빈곤해지는 아이러니가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수 몇 개의 대기업이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를 휘어잡고 있다. 그들은 구름 위 환상의 세계에 살면서 법마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들은 구름 아래 우리들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세월호 사건을 겪고 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정몽준의 아들은 그들을 '미개하다'고 폄하했다. 그리고 그 부인은 아들의 말이 시기적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말은 결국 아들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몽준은 우리나라의 기득권 세력으로 너무나 잘 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이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지배권을 가지 소수의 지도자들은 엄청난 이권을 가져간다. 한 회사의 CEO나 임원이 가져가는 연봉은 상상할 수도 없는 액수인 것이다. 그들이 그런 액수를 받아가는 것은 그 회사의 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방만 경영 등으로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잘못되면 그들은 겨우 회사에서 잘리기만 할 뿐이다. 손해는 회사가 떠 안거나 국민의 세금으로 회사를 되살리게 되는데,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아야 한다. 바로 회사의 결정권자로서 그렇게 큰 액수의 돈을 받아가면서도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그 손해를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고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모든 규제를 철폐하자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만의 논리일 뿐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그들이 왜곡된 정보로 우리를 세뇌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제 성장의 허상을 깨닫고 지역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국제기구의 회의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화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또한 책의 마지막에서 경제 성장의 허상을 극복하고 우리가 정말로 행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빈곤층이 늘고, 범죄율이 높아지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자가 많아진다. 현대인은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이것은 이제 여성들에게도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이제는 지배자들 사이에서도 탈락하기가 쉬워졌다. 절대적인 권력자였던 회사의 사장도 주주들에 의해 자리를 뺐을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화적으로 깨어나서 저항해야 한다'말하면서 돈이 아닌 '자기 삶에 대한 사랑'으로 경제 성장이라는 허울 뿐인 허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의 의식도 깨어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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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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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한 장인의 길

 

'애플=잡스'라는 공식을 하나의 명제로 알고 있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던 또 한 명의 천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영국 출신의 조너선 아이브이다.

 

조너선 아이브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아버지와 영국의 디자인 교육이었다. 조너선 아이브의 아버지인 마이크 아이브는 영국에서 은세공인이자 교수로 일했고 나중에는 교육계에서 지위가 올라 디자인 및 기술 교육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게 되었다. 그는 영국에서 5세에서 16세 사이의 모든 학생이 디자인 테크놀로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교육 제도를 개선하였다. 디자인 테크놀로지 과목은 기존의 단순했던 기술 교과에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및 기술 교과 과정으로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통합 교과가 되었다. 그럼으로써 영국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 세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영어에 대한 몰입교육만 있을 뿐 예체능 교육에 대한 비전은 거의 없는 편이다. 최근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체육 수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체육에 대한 바른 이해와 그에 대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아무리 수업을 한다고 해도 입시에 밀려서 자습 시간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체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업 과정이 만들어지고 학교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이크 아이브가 영국의 디자인 테크놀로지 과목을 만들고 그의 아들이 그 교육 과정의 혜택을 입어 지금의 조너선 아이브가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단기적인 교육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교육 계획이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너선 아이브는 뉴캐슬 과학 기술 대학에 가서도 산업디자인에 맞는 실질적인 교육을 받게 된다. 모든 재료들을 직접 만지고 작품으로 만들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을 접하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재료를 가공할 수 있는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특히, 중요한 점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 보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둔 점이었다. 그것은 나중에 조너선 아이브가 디자인 컨설팅 회사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알려줄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여러 회사를 돌다가 결국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에 입사했다. 처음에 애플에서는 구태의연한 회의 진행으로 좋은 아이디어들이 사장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이 바로 결정을 해줄 '선장'의 부재 때문이었다. 회사에 비전을 제시해 주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엔지니어팀이 디자인팀을 산하로 거느리고 있었는데, 잡스가 복귀한 이후에 점차 디자인팀이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는 과정은 제법 흥미로웠다. 인상깊었던 장면은 같은 회사 사람들이 아시아에 있는 공장으로 출장을 갔는데, 디자인팀만이 고급차를 타고 최고급 호텔에 묻었다는 동료의 말을 들어보면 조너선 아이브가 지휘하는 디자인팀이 얼마나 위상이 높아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나를 제외하고 회상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조니예요.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거나 상관 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내가 분위기를 그런 식으로 만들어 놨거든요."라는 잡스의 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너선 아이브는 제품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는 사람으로서 제품 내부의 디자인까지 할 정도이다. 게다가 자신의 디자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야말로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함을 위해 여러 세부적인 디자인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우리의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단순함이란 사물의 본질에 대해 말할 때 도저히 피해 갈 수 없는, 누가 봐도 분명한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앞으로 조너선 아이브가 '단순함'을 어디까지 끌고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잡스는 자신의 뒤를 이을 CEO로서 '팀 쿡'을 지명했다. 하지만 잡스가 추구했던 제품의 혁신은 산업디자인의 천재인 '조너선 아이브'가 뒤를 잇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제품의 디자인 측면에서는 조너선 아이브가 잡스를 이끌었던 건 아닌지 추정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조너선 아이브가 제품의 혁신에서는 잡스에게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잡스와 아이브는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애플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잡스 사후에 애플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굳건한 애플 체제를 접하고 있다. 잡스 이후에는 애플의 상품들이 조금 더 다양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애플의 혁신이 지금 상태로 머무르다 도태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향해 더 높은 도약을 일으킬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제품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에 대한 사진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용의 이해가 어려운 점도 많았다. 중간에 가뭄의 단비처럼 몇 개의 사진이 있긴 했지만 조금 더 다양한 제품들의 사진을 글과 함께 보고 싶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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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향 2014-07-18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14기 신간평가단 두번째 좋은 리뷰로 선정되었다.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모자란데,,,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즐겁습니다^^ㅎㅎ

☞ 바람향 님의 리뷰 http://blog.aladin.co.kr/749121103/7043990
- 조너선 아이브는 제품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는 사람으로서 제품 내부의 디자인까지 할 정도이다. 게다가 자신의 디자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야말로 최고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함을 위해 여러 세부적인 디자인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우리의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단순함이란 사물의 본질에 대해 말할 때 도저히 피해 갈 수 없는, 누가 봐도 분명한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앞으로 조너선 아이브가 '단순함'을 어디까지 끌고갈 수 있을지 지켜보고 싶어졌다.
-> (http://blog.aladin.co.kr/proposeBook/7072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