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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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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더불어 살기 위한 대항운동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사례는 '폭스바겐'이었다. 폭스바겐은 '2008년 10월 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순식간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되었다. 금융위기 여파로 모든 주식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 틈을 노려 공매도를 통한 차익을 보려던 투기꾼과 폭스바겐 주식 75%를 인수하려던 포르쉐의 합작으로 폭스바겐 주가가 어이없이 치솟았다. 주가의 폭등으로 독일 최대 상장회사 30개사를 모아 놓은 DAX30 지수에 편입된 폭스바겐은 보수적인 연기금 같은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 매입이 이뤄져 주가가 또 한 번 껑충 뛰었다. 결과적으로 폭스바겐은 순식간에 엑슨모빌보다 큰 회사가 되어버렸고 결국에는 규정이 변경돼 DAX30 지수에서 퇴출당하고 주가가 안정되었다. 이 모든 일은 폭스바겐의 실제 사업 실적과는 아무 상관없이 벌어졌다.'(31쪽)  

위의 사례는 경제의 거품이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주가 조작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휘둘릴 수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 스스로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지만 다른 투기꾼과 여러 요인으로 인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해 버리고 그 거품이 꺼졌을 때는 급격하게 주가가 떨어져 많은 손실을 봤을 것이다. 이것은 경제에 '가격과 가치 사이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걸 여실히 증명해 주는 사례이며 손쉬운 주가 조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예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라즈 파텔은 반호모에코노미쿠스를 제시하며 앞으로 새로운 공유지의 탄생을 전망했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유지를 개인이 사유화, 즉 '인클로저' 했기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새로운 공유지의 탄생으로 가난하고 없는 자들의 '대항운동'을 소비자라는 주체로서의 권리를 가질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대항운동을 벌이면서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실험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데, 아메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등 흥미로운 모임이 많았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서로 돌아가면서 대표를 뽑고 공정한 일처리를 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정부의 판결보다 갈등을 해결해 달라고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을 정도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기 때문에 일처리는 늦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그런 것도 '느림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정적인 절차 등이 늦어지는 것을 라즈 파텔은 시민이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긍정적인 요소로 보았다.  

하지만 이런 일처리 방식을 <미국이 파산하는 날>의 지은이 담비사 모요는 부정적인 요소로 보았다. 급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 미국의 민주적인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단계가 많아 결정이 늦어져 사회 운영에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구성원의 크기에 따라 적합한 방식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아파르트헤이트의 방식도 구성원이 적다면 좋은 효과를 거둘 것이지만 하나의 거대한 집합체인 '국가'라고 한다면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점이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라즈 파텔은 '대항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가지지 못한 자들이 자신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해야지만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질 정당한 권리를 대항운동을 통해 주장해야 한다. 그것이 많은 것을 바꾸지는 못 하겠지만, 그리고 실패할 가능성도 크지만,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항운동을 통해 '민중의 힘에 대한 의식적인 자각'에 대한 최소한의 소득은 있을 것이라는 거다. 이렇게 뭉쳐서 원하는 바를 주장하는 것이 못 가진 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라즈 파텔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대로 무관심한 소비자가 아닌 참여하여 주체가 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말이다. 

이렇게 대항운동은 소비자의 권리와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집회의 자유가 사라지고 있다. 경찰이 압박을 가해 해산을 시키고 언론을 통해 집회가 부당하고 불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해로운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우리는 '집회를 벌인 이유'보다는 '집회의 야만성'에 더 초점이 맞춰진 언론 내용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회 이후에도 손해배상을 청구 당하고 경찰에 구속되어 재판을 받기도 한다. 집회의 자유가 사라진다면 없는 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는 통로는 어디일까? 그런 게 없다면 이곳은 '있는 자들만의 나라'일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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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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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 

먼저 지은이의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 담비사 모요는 '세계 최빈국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태어난 순수 아프리카인이다. 잠비아에서 극도의 가난과 절망을 체험하며 자랐다. 학생 5명당 책상이 2개 밖에 없던 교실에서 공부하면서도, 미국과 영국의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을 모두 시청하며 꿈을 키웠'(지은이 소개 글)단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되어 책을 써 냈다니 놀라웠다. 책 내용이 어떨까 무척 궁금해졌다.  

이 책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것은 손쉬운 '대출'에 있었다. 미국이 '한 가정에 한 집을 갖기' 정책을 펼치면서 보증금을 주며 싼 이자에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의 경제가 허약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출을 해서 산 집은 진정한 자기의 소유가 아닌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신용카드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손쉽게 소비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과소비를 부추겼다. 즉, 자신이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빚이 모여 결국 미국의 경제를 부실하게 만들었다. 작게 보면 개인의 빚일 뿐이지만 크게 보면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부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채가 어느 순간 갚지 못할 경우가 생기고 그것이 연쇄적인 파산을 일으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2008년 금융위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여파가 사라지지 않고 주가를 폭락시키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담비사 모요는 이러한 미국 경제가 부실하게 된 원인을 '자본, 노동력, 총요소생산성(자원, 환경 등)'의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축이 아니라 대출을 통한 소비가 늘어났고 또한 사회기반시설이 아닌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자본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에 미국의 자본이 빈약해지고 말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미국의 노동력 또한 인재들이 공학이나 과학 분야가 아니라 펀드 매니저 같은 금융 쪽으로 많이 빠지고 있다면서 사회의 기술 발전이 더뎌지고 학력 수준이 평준화 되어 신흥국들의 공세에 밀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이 가진 천연자원이 신흥국들과 아프리카에 밀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을 했다. 

그리고 경제 권력이 서구에서 동양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여러 사례를 들고 있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에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에서 미국이 중국에 밀리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걸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잡을 날이 멀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부채를 얼마나 감당해 주고 있는지 그리고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어떤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지 다양한 예시가 제시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담비사 모요는 미국이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4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더 나은 가능성을 선택하도록 했다. 중국에 밀릴 것이 사실이겠지만 미국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동양의 국가들처럼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세계사적인 경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책 맨 뒤에 역자 후기에서 옮긴이는 사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아시아-중동(지중해)-유럽-미국-아시아'로의 인류 문명의 이동 학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 또한 초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께서 똑같은 내용을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그 당시의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제 패권의 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무작정 휩쓸리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가에 의한 강력한 규제가 가능한 보호주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디 국가의 부채 감소를 위한 세수 확보를 위한 희생이 필요할 때이다.

경제경영 부문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하면서 몇 권의 경제 관련 책을 읽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아닌 국가에 의한 보호주의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장하준도 일련의 책을 통해 이런 생각을 관철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도 미국이 파산하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사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공기업을 사회에 내다 팔거나 각종 규제를 철폐하면서 철저하게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최근 금융위기로 주가가 크게 폭락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주변 경제에 좌우될 정도로 튼튼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브릭스'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행보를 눈여겨 봐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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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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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결정하는 배경적인 요소 

에두아르도 포터의 <모든 것의 가격>은 '사물, 생명, 행복, 여성, 노동, 공짜, 문화, 신앙, 미래'에 대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고 있는지 다양한 나라의 사례를 들어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었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직접적인 숫자를 통한 가격보다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여러 이유로 '선택'을 한다. 선택을 한 것과 선택을 하지 않은 것 사이에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우리의 선택은 기회비용보다 높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선택을 할 때가 더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어리석기 때문일까? 그 배경에는 사회문화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사물'의 가격은 '공짜'의 가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물의 가격에서는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사는 것이 꼭 그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오랫동안 다듬어져 온 '브랜드의 가치'를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 예가 다이아몬드라고 할 수 있는데, 결혼 예물로서 다이아몬드가 의무적인 물건이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온 과정을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이 원자재 값에 대응하여 상품을 어떻게 판매하는지 그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에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과자의 가격이 오르거나 오르지 않아도 그 내용물이 줄거나 한 번에 많이 올리고 원자재 값이 하락해도 상품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등의 모습을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공짜'의 가격은 공짜가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공짜는 다음에도 제품을 사도록 만들기 위한 고도의 홍보나 판촉의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공짜'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공짜'라는 어휘에서 심리적인 이득을 얻기 때문일까? 함정인걸 알면서도 우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야 만다. '1+1'의 가격 실체나 묶음 상품이 더 비싸다는 사실은 뉴스가 되기도 했다. 

'생명'의 가격은 인재로 인한 보상금을 결정할 때 모두 똑같이 나눠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차등해서 나눠줘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특히, 911테러 이후에 희생자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면서 '나'의 생명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 하나의 생명은 너무나 고귀해서 값을 매길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현재 가진 재산이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 생명에 값이 매겨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받는 진료와 복지주의 사회 속에서 평등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을 국가별로 비교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의 가격은 임신을 해서 사회의 구성원을 낳을 수 있는 '여성'의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고 있는지 확장하여 논하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사회적 여건에 따라서 옛날에는 일부다처제가 충분히 받아들여질 이유가 있었으나 현대처럼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는 일부일처제가 적합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여성의 고학력과 사회적 진출, 늦은 결혼과 대등한 배우자의 선택 등의 사회적 변화는 결혼하고서도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일이 많아지게 만들었다. 이것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지고 소수의 자녀를 낳아 사회에 필요한 인물로 교육시키는데 정성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말이다. 여성의 임신과 관련해서 왜 그들이 남성에게 독립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의존해 왔는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내고 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행복'의 가격은 '노동'의 가격과 이어지는 내용이었다. 노동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혜택 때문에 하는 것이고 그러한 물질적인 요소는 그것이 바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믿음으로 필요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은 가격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무엇을 추구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물질적인 혜택을 위해 우리는 자신을 더 희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싫은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돈을 모을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대목이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수단을 위한 수단이 된다는 것은 목적을 상실한 허무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나 '신앙', '미래'에 대한 가격 결정에 대한 내용들도 재미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하나로 이어지게 되는데, 그것은 '모든 것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단순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배경 속에서 무엇을 더 가치 있게 여기고 '선택'하느냐에 따른 '기회비용의 발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얘기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검은 손에 의해 어떻게든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경제적인 낙관론이 얼마나 바람 앞에 촛불 같은 허약한 이론인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경제적 위기가 있었고 현재도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확한 자료 분석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게 되는 경제적인 파산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에두아르도 포터의 <모든 것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시장 경제에서 다루지 않는 '행복, 여성, 신앙, 미래' 등을 다루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국가들의 실례와 자료를 제시, 다양한 심리 실험 등을 다루어서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중복되거나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없지는 않았지만 '가격'이라는 요소 아래에 사회문화적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좋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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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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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의 별책 부록 

<블랙스완에 대비하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2008년에 나온 <블랙스완>의 후기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블랙스완>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이나 개념들이 다시 재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들을 만났던 얘기를 하면서 저자의 사상을 공고히 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불친절하다. 이 책의 성격이 <블랙스완>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그 사상적인 배경 지식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스완>을 읽지 않고 <블랙스완에 대비하라>는 책을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는 저자의 논리 전개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게다가 수학적인 지식이나 통계의 오류를 다루고 있는데, 비전문가에게는 버거운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다루고 있었다. 통계의 오류에 대해서는 카이저 펑의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라는 책에서 살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스완에 대비하라>에 나오는 '블랙스완 대비 방법'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는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는 해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울 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벨 전략'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바벨 전략은 바벨(역기)의 무거운 추가 가운데가 아닌 양쪽 끝에만 달려 있는 것을 빗댄 것이다. 저자가 무언가에 투자를 할 때 바벨 모양을 흉내 낸다는 것이었다. 고만고만한 위험과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은 도리어 위험한 것이다. 탈레브는 "예를 들어, 85~90%를 국채 등 거의 완벽하게 안전한 자산에 넣어두고 나머지 10~15%를 위험에 완전히 노출되는 극단적인 투자 상품에 넣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17쪽) 

이 책의 앞부분에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강연 내용과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책 전체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블랙스완>에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것과 겹쳐있을 것이다. 그것은 불확정적인 블랙스완의 세계에서는 지금 현재 아무리 안정되고 만족스러운 상태라도 갑작스런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블랙스완의 세계에서 블랙스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생활에서 제4사분면(예측 불가능한 블랙스완의 세계)에 대처하기 위한 지침은?(208쪽) /① 허약한 것은 규모가 작을 때 일찍 붕괴한다. 그러므로 경제 규모가 커져서는 위험이 커지므로 막아야 한다. /② 손실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는 안 된다. 그러므로 구제조치를 받을 필요가 있는 사회적인 요소들은 국유화되어야 한다. ③ 눈을 가린 책 스쿨버스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사람들에게 새 버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경영대 소속 학자들과 위험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④ 인센티브 보너스를 만든 사람에게 원자력발전소나 금융 위험관리를 맡기지 말라.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보여주기 위해 안전을 위한 모든 경비를 줄일 위험이 있다. /⑤ 복잡성을 단순성으로 상쇄하라. 복잡한 시스템은 부채와 최적화가 아니라 느슨함과 중복으로 생존할 수 있다. /⑥ 다이너마이트에 경고 표시가 붙어있어도 아이들에게 주지 말라. 그러므로 복잡한 금융상품은 금지되어야 한다. /⑦ 신용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폰지 사기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신용 회복을 책임져서는 안 된다. /⑧ 마약 중독자에게는 금단증상을 보이더라도 약을 주어서는 안 된다.부채 위기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다. /⑨ 시민들은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금융자산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틀릴 수도 있는 전문가의 조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경제생활은 탈금융화되어야 한다. 투자는 오락 행위가 되어야 한다. /⑩ 깨진 계란으로 오믈렛을 만들어라. 그러므로 우리가 스스로 시스템을 재건해야 한다. 

탈레브는 위와 같은 지침을 지키게 된다면, 우리의 미래 모습이 어떻게 변할 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경제생활이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기업의 규모는 작아지고, 생태는 풍요로워지며, 투기적 차입이 없는 세계, 은행가들이 아니라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세계, 매일 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더라도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잇을 것이다."(213쪽) 이것이 탈레브가 원하는 궁극적으로 건전한 경제 세계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생활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에서 저런 건전한 상황이 과연 오는 날이 있는 걸까, 의심이 들었다. 금융위기 또한 가진 자들이나 위에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경제인들에게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일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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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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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확장된 관계적 의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화폐'의 의미는 '교환의 매개 수단이며, 가치의 저장 수단이며, 일방적 지불(지급 결제) 수단이며, 가치 척도(계산 단위)'이다.(9쪽)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잉햄은 이것이 잘못된 고정관념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1부에서는 화폐에 대한 개념과 이론을, 2부에서는 화폐에 대한 역사와 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제프리 잉햄은 오늘날까지 버티고 있는 정통 경제 이론인 화폐수량설, 상품화폐론 등을 분석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화폐의 추상적 가치에 대한 접근을 조금이나마 시도하고 있는 독일 역사학파의 국정화폐론, 케인스, 포스트케인스주의 이론, 현대의 신증표화폐론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제프리 잉햄은 화폐에 대해 사회학과 연계되지 못하고 경제학에서만 분석을 시도하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학의 측면에서만 화폐를 다뤄 왔기 때문에 화폐의 의미가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 결제, 계산 단위 등으로서만 분석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2부에서 화폐의 역사적 기원과 형태, 자본주의적 신용화폐의 발전을 다루면서 20세기 후반에 발생한 통화 무질서의 사례를 들면서 새로운 화폐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것과 유럽의 단일 통화이다. 

'시장과 상품 교환이 화폐를 만든 것이 아니라 화폐가 시장 및 상품 교환을 만들어 낸 것이라는 정반대의 발상 전환'(429쪽)을 이루고 있다고 이 책의 옮긴이인 홍기빈은 밝히고 있다. 홍기빈은 이 책의 중요한 의의를 '화폐의 본성은 사회적 관계요, 화폐의 현실적 작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여러 사회 세력들의 갈등과 협력이라는 지극히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과정을 중심적으로 보아야 한다'(435쪽)는 점을 들고 있다.  

옮긴이가 이 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성들여 번역을 하고 있는 점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중요한 부분이나 핵심적인 단어마다 옮긴이는 강조를 하기 위해 굵은 글씨를 해 놓았고 어려운 경제 용어에 대해서는 친절한 배경 지식과 번역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첨부해 놓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말'도 번역한 사람의 단순한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으로 분석을 시도하고 있어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옮긴이의 관심과 정성은 '상품, 화폐, 자본 세 범주 각각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의 방식을 담고 있는 저작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것들이라고 생각되는 책들을 3부작으로 번역해 보겠다는 시도'로 나타난다. 그 첫 번째는 '상품이라는 범주를 마르크스와는 다른 틀에서 설명하고 그것이 지구적 자본주의의 전체와 역사의 역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거시적으로 설명한 책'인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적 경제적 기원>이다. 두 번째는 '화폐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를 담은 책'인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이다. 세 번째는 '자본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적 이론을 담은 책'인 닛잔과 비클러의 <권력으로서의 자본: 질서와 창서에 대한 연구>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세 권의 책을 읽고 홍기빈의 바람처럼 상품, 화폐, 자본의 세 범주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 방식에 조금이나마 접근해 보고 싶다.

옮긴이의 친절한 번역으로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나 또한 화폐에 대한 정통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고정관념 그 이상을 생각해 내지 못 했기 때문에 제프리 잉햄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지적인 재미를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옮긴이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한계가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잉햄도 논의를 종결하자고 또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그것은 화폐의 본성을 정통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중립적이고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서 형성되는 추상적인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내며 딱 들어맞는 예를 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념적인 이론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이론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실례의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이론적인 논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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