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보는 한국사 3 - 조선편, 교양인을 위한 우리 역사 87가지 이야기
이희근 지음 / 고즈윈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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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회를 잘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쓴 이책의 저자의 사관은 중도적인 느낌이 든다. 충분히 핏대를 올릴 수도 있는 역사적 사건에 너무 비판적이지도 않고, 분명히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그 측면을 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살짝 피해갔다고나 할까...그래서 좀더 특정 사건에 대해서 저자의 관점에 대힌 질문을 하고 싶은 대목들이 더러 있다. 물론 조선 사회의 제도적인 측면을 메인으로 잡았기 때문이겠지라고... 

왜 그렇게 피해가시냐고 굳이 따져 묻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점은 둘째로 하고, 학교에서 아무 생각없이 배웠던 내용들에 대한 설명은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예를 들어보면, 

'향약'은 '향촌규약'의 준말로 향민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약속이지만, 사족의 향촌 자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하층민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조선의 향약은 그 내용상 중국의 향약과는 차이가 있었다. 즉, 향촌 자체에 필요한 덕목과 상호협조 등을 규약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보다 사족의 이념인 성리학 예절을 향촌사회에 보급하여 성리학적 사회질서를 확립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라고 쓰고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향약에 대해 배울 때, 향약의 도입 과정은 고사하고 덕업상권, 과실상규, 예속상교, 환난상휼 이라는 4가지 덕목을 시험지에 쓰도록 하는 문제를 받기도한다. 그러나 저자는 향약의 근원(중국 북송 말 여씨향약)과 조광조등의 사림에 의해 도입된 과정을 소상히 밝혀두고 있다. 이 점은 향약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 다시 한 번 향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향약의 폐단이 너무 크다보니 오죽했으면 중종은 향약을 혁파하도록 지시 했을까.... 단순히 향약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사회적 공조 제도정도로 알고 있다면 향약의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약용선생께서 목민심서에 기록하고 있는 내용을 보자... 

"향약의 해는 도적보다 심하다. 토호족인 향족이.....중략....소민을 위협하여 주식을 토색하고 곡물을 수탈한다."  

이제 조선 향약이 실체를 알만하다....향약은 4가지 덕목을 실천하는 민초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백성들을 지배하고 수탈하는 데 그 실용성이 있었으니... "가난한 사람이 구제를 위해 재물을 내지 못하면 벌을 가하니 폐단이 매우 크다" 라고 적고있다. 누구를 위해서 누가 구제금을 내야 한단 말인가.. 배를 굶주리는 백성에게 구제금을 내라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학교의 역사 공부는 그 실체들을 대부분 숨겨둔 채, 좋은 점만 부각시켜 학생들의 사관을 눈 뜬 봉사로 만들어버리기 쉽상이 아니던가.... 우리 역사 수업의 모습이다... 이런 한심한...

 다른 역사서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내용이긴하지만, 효종때 북벌론의 허구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교과서 역시 그 북벌론만 가르치고 있지 그 허구성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하지 않는다. 북벌론은 정말로 삼전도 굴욕이라는 치욕을 되갚아 주려는 의도로 파악하면 오산이라는 이야기다.  

당시 집권자들이 북벌론을 들고온 것은 스스로 자초한 병자호란에 대한 책임을 탈피하고 싶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말로는 북벌하면서도 행동으로는 북벌은 무슨...' 하였던 것이다. 그 정황을 이 책은 잘 설명해두고 있다...  북벌론의 허구와 이중성을 물론 이 책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그나마 중도적인 사관을 가지고 독자를 위해 임하려는 자세는 이 책이 독자에게 줄수 있는 역사적인 정보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또 열녀 만들기의 광풍과, 동성동촌(흔히 집성촌)이 생겨나게된 배경과 그 영향등을 가급적 중도적 입장에서 서술해주고 있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뻔한 한국사를 말도 안되는 소리로 서술해가면 정말 분노가 치밀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역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하다.... 

민란의 원인에 대해서는 국사 교과서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삼정이 문란했다...라고. 그러나 그 삼정의 문란함이 도대체 어떤 의미냐 하는 것에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도적으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것도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삼정이 문했다면 왜, 어떻게 문란했고, 그것이 백성에 끼친 영향은 무엇이며, 나아가 국가에 끼친 결과에 대해 질서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제대로 아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가르치는 자의 잘못이 아닐까...궁금하면 알아서 공부해보라는 색은 기성세대로서 차마 할 일은 아니다... 

 조선의 마녀 사냥의 대상은 무당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무당들이 한 역할은 생각보다 뜻깊다.  조선의 무당들은 당시 국립 의료기관인 활인서에서 의료인으로 활동을 했던 것이다. 물론 비과학적인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들이 국립의료인으로 그 역할을 했다는 점은 간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역사 중 일부이니까...  

 조선의 대세가 유교였던지라 억울하기 그지없었던 백정과 신분 차별의 설움을 겪었던 대부분의 계층들이 사실상 조선의 힘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지배층은 해도 너무했다.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국가에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소위 양반들은 꽁무니를 빼는 형국이고, 가혹한 차별로 설움받으며 때로는 배고파 굶어죽어가던 백성들은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서 그 목숨 아까운줄 모르고 적과 전쟁을 치루었던 형국이 조선이다... 

지배는 사대부가 했으되, 그 보존은 백성의 커다란 공이 있으니 조선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럴 생각이 있는 독자에게 좋은 역사 공부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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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enon Crest 1000 -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3집 (8, 10, 11 & 론도)
라임라이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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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피레스 버전, 모차르트 소나타 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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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Denon Crest 1000 -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3집 (8, 10, 11 & 론도)
라임라이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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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추억의 편린이지만 잊을 수 없는 일이었던지라 그 내용을 후기로 대신하고 싶다.. 

다음의 내용은 2007년 1월 19일 자로 어느 음반 가게에 내가 직접 섰던 글이며 거기서 무단 베낀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더군다나 아주 뜻 깊은 아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것이라 여기에 적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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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넘이 MP3 플레이어를 갖게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동안 엠피3 플레이어를 사주지 않은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그럴 듯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선은, 언젠가 엠피3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이롭지 않는 현상이 보고되었다는 내용의 실험 결과를 TV와 신문에서 기사로 내보낸 적이 있었다.
실험의 결과라고 떠들어대니 안 믿을 수도 없고...ㅠㅠ
안 좋다는 걸 무턱대고 무시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실제로는 어떤지...아직 알수는 없다.

두번째로 엠피3를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길을 걷거나 이어폰을 낀 채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어보았고 실제로 목격 한 적도 있었다.
볼륨을 높게 해놓고 걸어 다닌다거나 자전거를 타게되면 때로는 자동차의 엔진 소리는 말할 것도 없이(요즘 자동차의 엔진 소음은 정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조용하다) 때로는 경적소리도 잘 안들리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지속적인 부담을 줄 경우 청각에 이상이 있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청력에 손상이 왔을 때 회복하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그럴 것 같다는 판단이 지배적...

네번째로, 어느 날 아들 놈의 친구가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엠피3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 무슨 말을 해도 알아 못 알아들어 대답이 영 시원치 않고
때때로 이어폰을 낀 채 네? 예? 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이를 앉혀놓고 ... 네 친구 봤지? 이어폰 때문에 대화가 되든?

그렇게 엠피3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아이들을 단념시키곤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 녀석은 이제껏 밖에서는 휴대용 시디플레이어로 듣고 집에서는 제 방에 있는 시디피로 듣곤 했었다.
할아버지 댁에 간다거나 외할머니 댁 혹은 장거리 여행을 갈 때 꼭 챙겨가는 품목이 바로 휴대용 시디피였다.

시디를 꺼내줄 때마다 약간은 불안하기는 하지만 들어보고 싶다는데 꺼내주지 않을 수도 없고...
(중요한 물건 일 수록 아이게 맡겨보도록 하라..는 말을 어느 교육자께서 해주셔 실행하는 의미도 있고^)
장거리 여행에는 꼭 몇장씩 챙겨가곤 하는데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라 그런건지 사내놈이라 거칠어서 그런건지 시디를 맡기기가 영 미덥지 않다.
집에 있는 시디라고 해봐야 몇 장 되지도 않지만 중복되는 시디가 있다면 죄다 이넘 때문이다.
시디는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단다...라고 말하면, 그때 만 예~ 일 뿐이다.
들어보겠다고 가져가서는 시디 케이스에 호랑이 발톱자국을 만들어가지고 오는 것은 기본, 시디 케이스에는 쩍~ 하고 금이 나있지 않으면 아예 케이의 한 쪽이 휑 하니 구멍이 뚤려 있거나 심하면 시디 케이스가 덜렁덜렁 하는 것이다.
더구나 시디 알맹이에는 스크래치로 아예 그림을 그려오기 일쑤다.

하지만 그 것이 엠피3를 사 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완고한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녀석이 반색을 하며 뛰어 들어왔는데
친구의 엄마께서 선물로 엠피3를 주었다는 것이다.
집으로 전화를 해서 플레이어를 선물로 주어도 괜찮으냐고 아내에게 묻더라는 것이었다.
자초 지종을 알아보니 성당에 함께 나가는 친구네 집의 막내에게 도움이 되라는 뜻으로 우리집 아이들이 사용하던 도서와 교재 및 교구를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께서는 감사의 뜻으로 다수의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엠피3를 이녀석에게 주기로 하셨던 모양이다.
좋은 뜻을 완강히 거절 하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사양하다가는 감사히 받겠노라고 했다고 하니...
아빠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고
선물을 받고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니....
차라리 생색이나 내고 직접 사주는건데...하는 후회감 마저 들었다.

아직 엠피3에다가 음악 파일을 넣을 줄을 모르는 탓에 꼭 아빠에게 부탁을 하곤한다.
MP3 플레이어에 이런 저런 몇 가지를 넣어달라는 것이 그것인데,
몇 가지는 결정해온 것이고, 기타 몇 가지는 추천곡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보통이다.

추가하고 싶은 곡이 있으면 골라보거라...하면서 오늘은
Mozart
Piano Sonata in A major K.331
III. Alla Turca. Allegretto
Maria Joao Pires, piano
Denon- 을 들려주었다.
피아노 학원에서 쳐봤음직한 곡이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러자 이넘은 어우~!! 누가 치는거에요?? 하며 놀라워 한다.
피레스라고 써있더라...집에는 릴리 크라우스가 친 음반이 있는데 들어보련?
하면서 슬금슬금 크라우스버전을 꺼내왔다.

어떠냐? 좋~지?? 했더니....크라우스에 대한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피레스 라구요? 정말 좋은데요!
그래? 피레스의 연주가 마음에 더 드냐?? 했더니...
릴리 크라우스랑은 좀 다르게 치는데요. 진~짜 멋지게 치지 않아요??
(헉~! 이넘이 릴리 크라우스를 뭘로 보고??)

이 파일은 ***님 감상실에서 따운 받은건데?? (이 때 만해도 저작권 없었음다~) 
아~ 그래요?

릴리 크라우스의 EMI 전집은 라이센스로 발매되면서 리마스터링 덕분에 음질도 좋아 그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것 같다. 일본으로 되려 수출을 하는 정도라고 하니 아....마스터링의 예술이여... 가히 인기 절정의 음반이 아닌가 싶다.  


피레스의 녹음으로는 Denon에서 낱장 시리즈로 출시된 것들이 있고 나중에 동일 음원을 Brilliant에서 전집의 형태로 재 발매한 것이 있다. 역시 피레스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는 릴리 크라우스에 견줄 수 있다고 말한다면...릴리크라우스의 팬들이 서운해 할까...
또한 DG에서도 피레스의 연주로 피아노 소나타 전곡 모두 출시된 상황이다.
데논의 음원이 전집으로 있음에도 DG가 피레스의 녹음을 따로하여 발매한 것은 피레스에 대한 DG의 신뢰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이 DG반은 국내 애호가들 사이에서 모자르트 전집하면, 피레스 강추~ 하는 정도에 이르른다.
이미 Denon의 피레스와 EMI의 릴리 크라우스, 필립스의 우치다 등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피레스를 불러 새로이 녹음을 한 것은 피레스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역시 그 기대에 백분 부응하기라도 하듯 피레스 DG반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그러리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DG는 그 가격대를  줄곧 고수하고 있다.
피레스를 선봉장으로 한 전투에서 DG의 모자르트전은 확실이 승전보를 울려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일랄 수 있다.

하여튼...나는 DG에서 피레스의 눈부신 활약상을 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Dennon 반에 더 애착이 간다. 아들과 함께 들으며 릴리크라우스와 대결을 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피레스의 손을 들었주었다. 

이는 나에게 커다란 기쁨을 준 사건이었다. 나의 아들이 벌써...하는 뿌듯함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피레스가 승리한 날, 나는 ***에 주문을 넣었다..

주문 내용: 모자르트 피아노 소나타/피레스/ Dennon, 낱장으로 전집 만들어주세요^
혹은 브릴리언트 전집 + 피레스 vol.3

피레스 vol. 3은 들고가서 구워먹든 삶아먹든...
가능하면 음반을 하나라도 멀쩡한 걸로 사수하자는 심정이 반영된 주문이지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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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비발디 : 사계
안토니오 비발디 (Antonio Vivaldi) 작곡, 이무지치 (I Musici) 외 연 / PHILIPS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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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혼을 불사르는 펠릭스 아요의 몸짖은 그 누구의 연주보다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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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비발디 : 사계
안토니오 비발디 (Antonio Vivaldi) 작곡, 이무지치 (I Musici) 외 연 / PHILIPS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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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발디 사계야 말로 대한민국 제일 애청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광고용 음악으로는 가장 많은 횟수를 자랑 할 듯 하기도 하다. 빨강머리 신부 비발디의 사계는 대한민국 국민들에서 알게 모르게 그렇게 다가왔다. 

비발디 선생께서 음악사에 끼친 그 영향력은 두말하면 잔소리일테니 생략하고...이 음반에 대한 추억에 잠시 젖어보는 정도면.... 

오래 전 학생 때는 용돈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고전음악을 경험할 수 있는 여건은 지금에 비하면 정말 열악한 상태였다. (요즘은 중학교 교과 과정에 '음악 감상'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음악 선생님께서 시디로 음악을 들려주시고, 관련 내용을 설명한 후, 그 음악을 다시 실기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음악의 선곡은 전적으로 지도 선생님의 취향에 따라 결정 되겠지만, 그 범주는 어느 정도 공통된 범위를 가지고 있어보인다. ) 

 하여 당시에 레코드 가게에가서 이런 저런 곡을 지정해주면, 음반가게 아저씨께서 테이프에 녹음을 해주는 경로를 선호했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여러 개의 테이프를 사서 들어야 하는 금전적인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같으면 불법 복제!!! 당장에....^  하지만 그때에는 저작권 뭐 이런 법이 없었던 때다...  

 그렇게 이런 저런 곡을 주문하고 돌아서는데....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음반 가게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나는 순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자리에서 얼어붙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그리고는 그 강렬하게 팽창하고 있는 긴장된 현의 떨림에서 전해오는 불안감.... 그것이 나를 불안에 떨게했다.

왜 현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나를 불안 했을까...그것은 너무나도 팽팽하게 당겨진 바이올린의 울림이 조만간 끊어져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저러다 줄이라도 끊어지고 말지...' 손에서는 땀이 배어 나왔다. 현이 끊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물론 그것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나의 기우였다. 녹음반에서 울려나오는 악기의 현이 끊어질리가 있겠는가...말도 안되는 소리...라이브도 아니고 말이다... 현장 공연때 가끔 현이 끊어지는 일이 발생하는 사고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녹음반이야.... 

그 곡이 끝날 때까지 나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현악기가 주는 전율은 나의 전신을 마비시키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 곡이 몇 분밖에 안되는 길이였지만 당시의 내게는 너무나도 길고 긴 시간이었다. 비로소 그 곡의 연주가 끝이 났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무슨 곡이길래 저렇게 혈압을 높이며 가슴을 졸이게 하나요...단골 주인이 대답했다. '아...그런 비발디 4계란다..' 4계라뇨?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르냐?? 이런.... 

그랬다. 나중에 그 테이프를 사고 나서야 알게되었지만 그 곡은 여름 3악장 이었던 것이다. 흔히 광고에는 봄 1악장을 되풀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여름 3악장은 비발디의 음반을 사서 듣지 않으면 잘 모르는 수가 있다.  펠릭스 아요와 이무지치의 연주는 그렇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당시만해도, 이무지치가 무슨 사람 이름인줄 알고있었고, 펠릭스아요가 협연자라는 것도 모르던 시절이었으니 그야말로 대책없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펠릭스아요와 이무지치는 4계에 빛을 밝혀주었다. 여름 3악장과 겨울 1악장이 주는 그 강렬하고도 피를 끌어오르게 하는 긴장감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주체 할 수 없는 에너지를 주었던 것이다. 그 선율이 머리속에서 뱅뱅돌아 도대체가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멍때리다가 선생님께 혼났다. 너 반한 여자라도 생겼냐?? 선생님은 그리 생각하신 모양이다. 아뇨~ 

결국 나는 용돈을 모아 그 가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테이프를 손이 쥐는 순간...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가슴을 설레게했다. 얼른 가서 틀어봐야지...그런데 이상한 전율이 새롭게 밀려왔다. 테이프를 뜯어내는 순간의 그 미묘하고도 야릇한 전율이 그것이었다...이건 뭐...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난생 처음 느껴보는 그런 스릴이었다..마치 도둑질이라도 하는 순간의 그런 느낌?? 혈압 오르고...떨리고...얼굴도 상기된다는.... 돈주고 산물건인데 이거참...   

그렇게 이 녹음을 만난 것이다... 

그  후로 돈이 없이 다른 테이프는 살 생각도 못하고 4계만 듣고 들었다... 고등 학생시절을 그렇게 보냈다고나 할까... 

그러고 다른 녹음들이 나왔다. 매우 인상적인 음반은 비욘디의 것이었다. 에우로파 갈란테와 비욘디는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연주해내다니...비욘디와 그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는 혁명적인 4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연주라고나 할까... 처음 느낌이 그랬다. 비욘디의 보잉은 듣는 나를 그렇게 미혹시켜버렸다.

다음은 디복스에서 출시한 까르미뇰라였다. 녹음이 당대 최고였다. 물론 녹음 좋다고 음반 좋은 것은 아니다. 더불어 까르미뇰라의 해석은 비욘디 못지 않은 충격을 준다. 그러나 여름 3악장 마무리에서 비욘디에게 한 표를  더 준다. 물론 이 둘의 우열을 가린 다는 것은 어리섞은 일일 것이다. 다만 개인의 기호에 따라 그 가치를 매길 수는 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까르미뇰라가 방한 했을 때 사인받으러 달려갔었을까... 

그렇게 혁명적인 두 음반 외에도 들어본 녹음들이 여럿있다. 위의 비욘디와 까르미뇰라는 특히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매우 인상적인.... 

그러나 나에겐 처음 만났던 펠릭스아요와 이무지치가 있다. 비욘디와 까르미뇰라의 연주를 듣고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받지만, 내게는 펠릭스 아요의 보잉이 주는 감동을 넘어서지는 않는다. 펠릭스 아요가 밀고 당겨내는 현이 주는 질감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질감이 아니다. 비욘디는 완벽한 질감을 전해 준다. 그런데도 나는 완벽하지 않는 질감이 좋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그냥 더 좋을 뿐이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펠릭스 아요의 몸짖이 그려진다. 비욘디의 지극히 세련된 몸짖이 아니라 영혼으로 불사르는 그만의 몸짖이 나를 감동시키고 있을 뿐이다...  

비욘디와 까르미뇰라의 얼굴을 알아버려서일까.. 그것은 절대 아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혼신의 정렬...영혼을 불사르는 그의 뜨거운 몸짖은 나를 영원히 감동시키며 살아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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