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 잘생긴 영화배우 원빈이 주연한 영화 「아저씨」를 개봉할 당시였다. 그런데 미성년자인 우리 집 아이가 그 영화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여 그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인 점을 들어 관람을 불허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러하듯 아닌 줄 알면서도 떼를 쓰는 것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라고는 하지만 유해한 장면은 사실상 몇 장면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짧은 순간이 지나가는데 왜 그러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나는 관람의 제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공식적으로는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제한을 한다는 명문을 찾아 설명해주었다.

 

더불어 미성년자는 입장이 불가하다는 소리를 영화관 측으로부터 듣고서야 돌아서야겠냐며 나는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어느 글에서 읽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어느 글에서 읽었거나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이야기라 출처를 제대로 밝힐 수가 없어 유감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명성이 자자한, 이름만 대면 누구나 두 엄치를 치켜드는 요리사가 하나있었다. 그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자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도 초대하여 그의 요리 솜씨를 대중에게 방영해주곤 했다. 그의 요리는 전국적으로 아주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그 명성은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상당히 알려져 있었다. 어찌나 요리를 맛있게 잘 하던지 그의 요리라면 사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요리를 먹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영광으로 알고 맛있게 먹곤했다. 흔히, ‘나 그 요리사의 음식을 먹었다~ !’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랑거리가 되는 그런 요리사였던 것이다. 그렇게 그의 요리는 국내외에 회자되곤 했다.

 

 

그날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요리사에게 와서는 음식을 주문했다. 요리사는 자신의 모든 실력을 발휘하며 음식 준비에 들어갔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그윽한 요리의 향기와 요리사의 정성스런 솜씨에 감탄하고 있었다. 조만간 요리가 나오면 맛있게 먹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요리사는 식사를 주문한 손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식사를 하기 전에 한 가지 해줄 말이 있다는 것이었다. 요리사는 모인 손님들에게 말했다.

 

 

손님 여러분~!, 저의 요리를 주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의 요리를 늘 찾아주신 점 평소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한 요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평소와  달라진 점이 하나 있어 미리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이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평소와는 달리 약간의 개똥을 첨가했습니다. 그렇다고 레시피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약간의 개똥을 첨가했다고는 하지만 음식의 전체적인 맛을 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요리의 맛이 어쩌면 전보다 더 좋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이제부터 저의 요리를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요리사의 선언과 함께 나의 이야기도 끝이 났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물었다. 손님들이 과연 약간의 개똥을 첨가한 그 요리를 평소처럼 맛있게 먹었을까? 라고. 아이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이었다.

 

창작과 비평사님들, 당신들이라면 그 요리를 맛있게 잡숴주실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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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 판미동 영성 클래식 시리즈
크리스 프렌티스 지음, 김지영 옮김 / 판미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펼치자 약간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서양인이 동양의 경전과 고전들에 관계하는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인가. 거꾸로 생각해보면, 국내의 많은 학자와 저술가들이 서양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종교에 관여하고 있지 않던가... 입장을 바꾸어보면 금새 전혀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어째 거나 서양인의 입장에서 불교와 역경을 언급하며 ‘마음’에 관한 책이라니...

 

 

 

가정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헤세였다. 헤세는 동양의 고전과 경전에 밝은 인물이었다. 그는 1919년 자신의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는 노자의 책에 적혀있다. 그 지혜를 유럽어로 번역하는 일은 현재 우리의 유일한 정신적 과제이다.” 라고 말이다. 또한 1931년 헤세는 “내가 25년 전부터 애지중지하면서 은혜를 입은 동양서적들이 있다. 이것들 중 여불위, 공자의 책은 언제든지 손에 잡을 수 있게 가까이 두고 있으며, 특히 「역경易經」같은 경우는 마치 신탁을 묻듯 종종 펼쳐보곤 한다.” 라고 쓰고 있다. 동양의 고전과 경전에 경도된 서양의 인물들은 알고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아인시타인과 라이프니츠는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이 책의 저자 프렌티스도 선불교의 사상과 노장 그리고 역경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찾은 인물이라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하겠다. 옮긴이는 이 책의 방점인 선(禪)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선(禪) 그 자체는 어떤 종교나 전통에 포함되지 않는 탐구의 과정이자 삶의 방식”이다 라고. 물론 이는 저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글 쓴이도 이 글을 우리말로 옮긴이도 ‘선’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여기는 바이다.

 

 

 

정통 불교의 전문가라는 누군가는 ‘선은 문.제.아.들의 반.란.’이라고 했다. 그 문제아들이 경전을 떠나 마음으로 들어갔고, 수행을 통해 자신들의 마음 안에서 부처를 발견하라는 것이 선불교이기 때문이다. 선불교 최고 경전은 단연 육조단경(六祖壇經)이다. 초조는 달마이고, 2조는 단비의 혜가, 6조가 혜능으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금강반야경의 구절을 듣고 출가하게 되었는데 원래는 나무꾼이었다고 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는 ‘응당 머무는 바 없이하여 마음을 내라’라는 금강경의 말씀이라고 한다. 이렇게 출가한 혜능의 육조단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하루는 생각하니 때가 바로 마땅히 법을 펼 때라. 더 숨어 있을 것이 아니므로 드디어 산에서 나와 광주 법성사에 이르렀다. 마침 인종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는 중이었다. 그때,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한 중이 말하기를, 바람이 움직인다, 하고 다른 한 중은 깃발이 움직인다, 하며 의논이 끊이지 않는다. 그때, 내가 나서서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며,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오. 그랬더니 모여 있던 대중이 모두가 놀랐다. 이윽고 인종이 나를 상석으로 맞아 깊은 뜻을 묻고 추궁하였다. 나의 대답이 말은 간략하고 이치는 합당하며 문자에 말미암지 않는 것을 보고 인종이 말했다. 행자님은 정말 비상한 분이십니다. 오래전부터 황매의 의법이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말을 듣고있사온데 행자님이 바로 그분이 아닙니까.

 

 

 

이 이야기의 바람을 타고 갔는지는 몰라도 서양으로 흘러들어간 모양이다. 대화의 ‘바람’은 외적인 요인이고 깃발은 우리 자신이다. 외부의 영향력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이 북종이라면, 혜능의 외부 영향력도 아니요 내 자신의 그에 대한 반응도 아닌 바로 우리 마음의 문제라는 남종인 것이다. 남종은 외부의 영향력을 받지 않기위해 수행을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근본적인 핵심을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마음의 중심을 잡는 선을 깨우쳐 자신은 물론 아들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하여 새로운 마음으로 선(禪)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약물에 중독된 아들을 그 약물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는데 책에는 소개가 되어있지 않다. 그 과정과 내용이 적잖이 많기 때문이지 싶다. 그 방법은 따로 저술한 책을 소개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대를 더해가며 기술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대는 마음의 병을 가진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기술이 진보할 수록 인간의 마음은 더 깊이 병드는 그런 시대 말이다. 마음의 병은 몸을 병들게하여 사람을 더욱 괴롭게 한다. 이런 시대일 수록 마음을 바로 이순간의 중심이 되시를.... 더불어 한동안 또 그렇게 잊고 있었던 남종의 선禪과 6조 단경을 다시금 생각게하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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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6-1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으니 절에 가서 바람 느끼며 앉았다 오고 프네요

차트랑 2015-06-12 16:51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하늘 바람님, 날이 몹시 덥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평안하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늘 바람님~

하늘바람 2015-06-1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생각 늘 했답니다.
건강어떠신지 늘 궁금하고요

차트랑 2015-06-12 21:08   좋아요 1 | URL
저의 건강을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늘 바람님
한때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고,
현재는 상당한 회복을 한 상태입니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하던 일을 하고있구요
그리고 계속 좋아지고 있답니다.
염려해주시어 다시 한번 깊은 고마움을 전해드립니다
더불어 하늘바람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가내 평안하십시요.
고맙습니다 하늘바람님


하늘바람 2015-06-13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트랑님
이제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시니 마음이 조금 놓이네요.
무엇보다 중요한건 건강 같아요

차트랑 2015-06-13 10:5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가내 평안하세요

하늘바람 2015-06-1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차트랑님도요.
편안한 주말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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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하기

 

1. 기간: 6월 8일 ~6월 25일 / 당첨자 발표 : 6월 26일

2. 모집인원:  oo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이벤트 기간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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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가서 0.1% 최상위권이 되다!

(OR 고등학교에 가서 0.1%가 되는 공부 저력의 힘!)

 

 

 

 

한 문제를 건드리면 백 문제가 와르르쓰러지는 공부의 원리도미노 공부법

 

 

중학교까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 vs 고등학교부터 공부 잘하는 아이

 

'도미노'가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단 한 개의 도미노 조각을 손가락으로 툭 치는 순간 수백 개, 수천 개 때로는 수만 개의 도미노는 연쇄적으로 무너지며 폭발적 굉음을 낸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 잘하던 아이가 왜 고등학교에 와서는 공부를 잘 못하게 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공부를 잘하는 것 또한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과 똑같은 원리라고 설명한다.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기만 하면 공부를 잘하게 되는 성공은 연이어 찾아온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중학교 때까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에 와서 최상위권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공부 저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도미노 공부법'이대로만 하면 5등급 받던 학생도 SKY에 갈 수 있다고 달콤하게 말하지 않는다. 또 지속적인 인내를 요구하지도, 장시간에 걸친 집중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 대표 국어 공부법 전문가인 저자는 오로지 단 한 가지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이 있다는 점을 믿어 달라는 것이다. 필연적 과정이란 바로 깊은 공부의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혹시 내가(혹은 내 아이가) 중학교 때까지만 잘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과 고등학교에서 잘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공부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 마음속의 불안감을 극복하고, 간절한 열망을 실현시키는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권종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철학과 석사학위를 취득.

-2004~2010년까지 MEET/DEET 언어추론 분야와 2008~2010년까지 LEET 언어이해 분야에서 일타강사로 이름을 날림

-2008~2010년 동안 메가스터디 언어논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비판적 사고 및 언어 논리 분야 전문출판사인 ()논비창의 대표이사로 재직중

-호랑이 통합논술 - 사고와 논술2007, 민음인

* 2008 통합 PSAT 언어논리2008, 논리와 비판

* I’m Lawschool LEET 언어이해2008, 메가로스쿨

* 권종철의 기출문제 심층분석2008~2011, 메가로스쿨

* 기출문제 관 점에서 본 EBS연계 언어의 재구성... 2012, 논비창

* 비판혁명2013, 논비창 등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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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 입니다.

출간 예정 도서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중심에 머무르면 사방에서

닥쳐오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선禪, 내면의 중심을 잡는 최고의 공부

전 세계 20개국 독자들을 바꾼 ‘행복의 기술’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이 시대에, 내면의 중심을 잡아 행복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용적인 지혜가 담긴 책이다. 약물중독치료센터의 소장이자 『역경(易經)』, 선(禪) 사상 등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를 일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학자인 크리스 프렌티스는, 불우했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마약 중독자인 아들을 10년간 치유하는 등 직접 삶에서 겪은 고비에서 깨달은 ‘인과관계의 법칙’을 이 책에서 전한다. 그 깨달음을 현실에 적용시키기 위해, 특정한 종교나 전통이 아닌, 행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삶의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선’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한다.


 선이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중심이 되는 상태’다. 이는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여 마음을 차분하게 비우는 데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중심에서 벗어나 어떤 일을 걱정만 하고 있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가기 쉽다. 항상 중심에 머무르며 ‘맞이할 자세’를 취해야만 어느 방향에서 일이 들이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상의 세계로 도피하거나 현실의 쾌락에 매몰되지 않고, 부박한 현실에서 존재의 중심을 굳건히 지켜나갈 때 느끼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이다.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고통에 취약해지기 쉬운 이 시대에 이 책은 내면의 중심을 잡는 무게추가 되어 줄 것이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5월 27일 ~ 6월 2일 (당첨자 발표 : 6월 3일)

발송: 6월 4일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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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는 내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그 결과 건강이 무척이나 나빠졌고, 한동안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집을 비우기도 했다. 집을 떠나 있다가 돌아 온 어느 날, 전에는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친구를 우연히 알게되었다. 지난 해의 일이다.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그 친구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라는 것. 나는 식구 중 누군가가 집안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자고 한다면 반대하는 입장이다. 짐승은 밖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둘째로는 짐승을 집안에 들이는 것 자체를 별로로 생각하는 일인이다. 애완동물을 집안에서 키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겁나 재수없다, 생각할 만한 그런 일인 말이다.

 

 

우선, 이 노래를 스트릭 랜드와 록시, 그리고 이 글을 행여 읽으시는 분들께 바칩니다.

 

 

 

사실 이 친구와 처음 조우했을 때 만해도 나는 시큰둥했다. 너의 자유를 만끽하라고 말이다. 강아지도 별로지만 고양이도 역시나 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일 동안 반복해서 이친구와 조우하는 순간, 아 이 넘은 다른 길고양이와는 뭔가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나의 출현을 어떻게 포착했는지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이 넘도 어김없이 나타나곤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나의 착각일 것이다. 여하튼 어디에 있다가 또 어떻게 알고 나타나는 것일까. 그리고는 또 어디론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언제 봤다고 서로 눈이 마주치면 쪼르르 옆으로 다가와서는 좌로 딩굴 우로 딩굴. 마치 내게, 어이-, 거기! 나 좀 봐주면 안되겠니? 하는 식 인거다.

 

하여, 그래? 내가 너 좀 봐주까? 하고는 시험삼이 손을 내밀어 머리부터 등허리를 쓰다듬어 봤다. 아, 근데 이 넘이 나의 손길을 즐기는거라! 해서 나는, 엇쭈~! 하고 뒹굴거리기 시작하는 이 넘의 배를 간지럽혔다. 허걱~ 자신의 배를 허락하다니! 쉬운 놈 아녀 이거?? 했더니 슬금 슬금 일어나 여유를 부리며 유유히 사라진다. 분명 어딘가에 이 넘의 아지트가 있을 것이다.

 

 

 

 

 

멀리서 서로 눈이 마주치면 이렇게 여유만만 내게로 다가온다 겁도 없이..

 

 

 

 

그리고는 내 앞에서 길게 쫘악~ 스트레칭을 한 번 해주신다

 

 

 

마지막으로 내 앞에 딱 버티고 앉아서 제대로 쉴드해 주신다. 살짝 보이는 슬리퍼는 너무 드러버서...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그 특유의 야옹~! 소리와 함께 늦은 밤에 나를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가만? 너 혹시 배가 고픈 거니?? 잠시만 기다려봐라 하고는 집에 들어가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을 뒤져 가지고 나왔다. 아, 이 넘이 진찌 배가 고팠네? 참치 캔 하나를 다 먹어치운다. 나는 집에 들어와 인터넷으로 고양이 전용 식사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아침 저녁으로 식사를 제공해주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길고양이들의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깨끗한 식수란다. 물이 필요한 고양이가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오염된 물을 먹고는 병나기 일쑤라는 것이다. 해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친구의 전용 물그릇과 밥그릇을 준비했다. 그리고는 이름을 하나 지어주었다. 그 이름은 뇨자 고양이, 록시!

 

그렇게 우리가 서로 잘 지내는 사이 동네에 소문이 나고 계절도 바뀌어 겨울이 온 것이다. 록시는 현관문 앞에 누군가로부터 박스 하나를 선물받기도 했다. 그 안에는 따듯한 담요도 한 장 놓여있었다. 내 친구에게 이토록 잘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게다가 이 친구의 먹을 거리가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우유를 제공해주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 친구를 소리 없이 돌봐주는 이들이 하나 둘 씩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의 이름, 록시는 더욱 널리 알려졌다. 하긴, 이 친구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내 배 째시오~, 스타일인 것이다. 뻑하면 다가와 옆에 누워 뒹굴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사랑 받는 법을 아는 넘이다 확실히! 이곳에는 록시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 뒹구는 모습은 생략한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살도 부쩍 올랐다. 추운 겨울도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 덕분인지 잘 견뎌냈다. 포동포동 오른 살이 그 증거였다. 여유를 부릴 줄도 알았다. 성급하지 않은 성격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차분한 넘이다. 이런 넘은 생전 첨이다 싶은, 친화력 좋은 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부터인가 이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영 소식이 없다. 쪼르르 달려오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다 지나고 있었다. 이 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갑자가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인 스트릭 랜드가 떠올랐다. 그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스트릭 랜드의 사라짐. 뭣 하나 부족할 것이 없었던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가족도 그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해 당황해 했다. 소문은 무성했다. 심지어 은행의 여직원과 눈이 맞아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렸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렇게 사라져버린 스트릭 랜트를 찾아 나서는 ‘나’라는 인물 조차도 이유를 모르기는 마친가지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처음에 내 자존심에 상처를 준 소설이었다. 스트릭 랜드의 행동을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나’ 라는 인물이 파리에 가있는 그를 만난다. 소설 속의 '나'라는 인물은 관찰과 대화를 통해 점점 그를 이해해기 시작하지만 정작 중요한 독자인 나는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소설이 다 끝이 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좌절했다.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대신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나는 암기해버렸다. 이는 아마도 나의 반항심이었을 것이다.

 

 

 

They have always a nostalgia for a home they know not. They are strangers in their birth place, and the leafy lanes they have known from childhood or populous streets in which they have played, remain but a place of passage. Perhaps it is this sense of strangeness that sends men far and wide in the search for something permanent to which they may attach themselves. Perhaps the deep-rooted atavism urges the wanderer back to land which his ancestors left in the dim beginnings of history. Sometimes a man hit upon a place to which he mysteriously feels that he belongs. Here is the home he sought, and he will settle amid scenes that he has never seen before, among men he has never known, as though they were familiar to him from his birth. Here at last he finds rest.

                                                 

 

The Moon and Sixpence

 

 

 

 

그리고 내 입맛대로 우리말로 번역해보았다. 물론 엉터리지만 말이다.

 

그들은 그들도 잘 알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향수(nostalgia)를 늘 가지고 있다. 그들은 태어난 곳에서 이방인이다 그리고,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나뭇잎이 우거진 오솔길이나 그들이 뛰놀던 복작거리던 거리는 그저 스쳐가는 장소에 불과할 뿐이다. 어쩌면 그들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영원한 그 무엇인가를 찾아 사람들을 아주 멀리 떠나도록 하는 것은 (태어난 곳에서 자신들이 느끼는) 바로 그 낯선 느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뿌리 깊은 격세 유전이 방랑자에게 아주아주 먼 옛날 조상이 남기고 간 땅으로 돌아가도록 재촉 하는 것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때로 그 방랑자는 신비하게도 자신이 머물러야 할 곳이라고 느끼는 곳에 우연히 들르게 된다. 이 곳이 그가 그토록 찾던 바로 그 고향이고, 그는 전에 와 본 적도 없는 곳에서, 전에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여장을 푼다. 그들이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에게 친숙한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그는 마침내 그의 안식을 찾는다.

 

                                                                  달과 6펜스

 

 

 

 

스트릭 랜드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당시 내 나이가 어린 학생으로 6펜스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거나 달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차라리 그보다 먼저 읽었던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가 살인을 저지르던 그 심리를 더 이해하기 쉬웠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그보다 훨씬 이전에 ‘위프랄라’ 라는 주문을 써서는 마법을 부리던 어린 주인공과 친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는 나이가 훨씬 더 들어 다시 읽었을 때는 스트릭 랜드라는 캐릭터를 어쩌면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았다. 어째거나 당시 나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덕분에 나는 저 위에 있는 문장을 영문과 한글로 모두 기억하게 되었다.  

 

 

스트릭 랜드와는 전혀 이유가 달랐지만 어째든 소식을 하나 남기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 것은 서로 닮았다. 하여 수소문을 시작했다. 우선 식구들에게 록시의 소식을 탐문했다. 식구들도 록시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고 관심을 가져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친구를 알만한 동네 분들에게도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이 친구에게 이성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동안 이성 친구를 사귀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둘이 재미나게 지내더니 어느 날 그 둘이 함께 자취를 감추더라는 것이다. 식구들이 전해준 정보와 동네 분들의 정보가 일치하고 있었다.

 

아~, 이 소식을 들으니 좋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짝을 만났다 하니 좋은 일이고, 둘이서 딴 곳에 살림을 차렸다하니 서운하기도 했다. 그 곳이 어디인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계절로 보아하니 소식을 남기지도 않고 이 친구가 떠난 것은 일 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어디서 잘 살고 있는 것이더냐? 록시, 나는 이제 스트릭 랜드의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단다. 너도 잘 알다시피 이곳도 살기 좋은 곳인데 록시, 니네 부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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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5-2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양이는 아마 하늘나라로 가지 않았을까요?
요즘 도처에 고양이를 잡아다가 돈 벌이로 활용하는 넘들이 있다던데~--;

옛날 이야기에나 나올법한, 완전 초 긍정적인 마인드 배워갑니다~^^
`...그리하여 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하는~...

차트랑 2015-05-28 15:4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말씀을 들으니 뭐라고 답 글을 드려야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씀이로군요.
덕수리 오형제는 어디서 뭣하고 있나 모르겠네요
못된 짖 하는 넘들 잡아가지 않구요 ㅠ.ㅠ

날이 무덥습니다 건강에 늘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양철나무꾼님~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린이 2015-05-2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네 식당 뒷골목 쓰레기통위에 앉아있던 노란 고양이에게 퇴근시마다 눈인사를 건네곤 했는데,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되어도 보이질 않아서 행방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곤 하는데요. 부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기를~ 근데 저 고양이 색깔 예쁘네요~ ㅎㅎ

차트랑 2015-05-28 15: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그린이님,
말씀해주신대로 저 역시도 어디에선가 부디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답례로 서재를 방문드렸는데
아직 게시하신 글이 없어 그냥 돌아왔습니다.
좋은 말씀으로 서재활동 해주시기를 바라며
찾아주신 고마움을 전해드립니다 그린이님

날이 덥습니다. 늘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