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지배 -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
존 앨런 지음, 윤태경 옮김 / 미디어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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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결핍의 시기는 이미 훌쩍 지나고 넘침의 부작용을 겪는 요즘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생활하는 하는 데 있어 늘 맛과 멋을 추구하는 식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요리 자체에 대한 가치가 변한 지금은 미식가를 자처할 정도로 식도락가들이 많아져서 생활에도 전반적으로 그 성향이 녹아 든 탓에 요식업체 및 관련업체들에 대한 경영의 방향 또한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지구가 수많은 시간을 지나오면서 단순한 허기짐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 문화가 영향을 미치는 식생활을 하는 개체는 인간뿐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초반에는 미각의 본능적인 기원에 대해 대외적 자료에 비춰 작가만의 목소리로 덧칠하며 차차 소개 될 내용들의 근거의 기반을 닦는다.

중반과 후반을 통해 음식과 문화, 철학이 가지는 연계성을 보여주며 음식문화와 인간만이 가지는 독특한 관계를 설명하며 음식을 대하는 자세를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격변하는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윤리적 부재로 인간의 가치조차 하락 해 버리면서 식습관도 안 좋아졌다.

그러나 성숙해진 지금은 윤리의 회귀와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과 식품윤리의 인도적인 시스템을 추구하면서 본능에 충실하기 보다는 인지적 능력이 있는 개체로서의 의무를 지키려는 책임의식에 더 충실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것이 너무 왜곡되면 추구하는 사람이나 그 그룹 외의 사람이나 마찰을 빚게 되겠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라 이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본래의 좋은 취지는 지지해 줄만 한데 아직도 사회의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다는 게 안타깝다.

 

각 장마다 눈길을 잡아 끄는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님에도 각 장을 길게 늘어뜨리지 않고 짧고 탄력 있는 구성으로 시선을 환기시켜 독자를 산만하지 않게 한다.

역사와 인지심리학뇌과학, 문화를 넘나드는 버라이어티한 구성으로 미각에 대해 방대한 자료들을 한데 어울러놓았다.

꽤 포괄적인 범위인지라 간혹 익숙지 않거나 생소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구성력을 통해 가감이 매끄러워 그 의미전달에는 부족함이 없어 독자의 입장에서도 불편함이 없다.

 

지금까지 <미각의 지배>는 과학적인 근거와 문화적인 요소들로 논리적으로 음식문화와 정신적인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겉핥기로만 보자면야 요리라는 감성이 우선하는 분야를 다소 딱딱하게 표현하는 것도 같지만 마무리로 다가갈 수록 결국 음식을 통해 인간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었고 창조와 본질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요리는 사람에게 있어 단순한 연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책은 흔치 않다.

미식가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운 부분이 많을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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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강남산책 - 강남에서 찾은 매력 만점 코스 10 / 핫플레이스 동네 한 바퀴 시리즈 4
강남구.장치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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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만 여행하던 나에게 오랜만에 엉덩일 들썩이게 하는 <두근두근 강남산책>. 

사실 지금이야 지방에 내려 와 있어서 서울에 있을 때 좀 더 돌아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는데 스터디 등으로 다시 서울을 자주 찾게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동선을 짜는데 즐거움을 더 했다.

선명하고 감각적인 사진들에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의 약도가 더해져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굳이 해외를 찾지 않아도 새롭고 다채로운 문화를 즐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저 강남 일대를 다루었을 뿐인데도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처럼 다양하고 생경한 요소들이 눈에 띄어 '한번은 꼭 가 봐야지.'란 마음이 든다.

쇼핑, 휴식문화와 역사적 가치는 물론 이국적인 정취와 밤 문화 또한 빠트리지 않고 강남의 낮과 밤우아한 품격과 자유로움의 발산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 어느 한쪽의 편견이나 선입견을 배제한다.

강남이 소개 된 잡지를 스크랩 해 놓은 것 같은 구성에 부담 없이 편하게 읽힌다.

오랜만에 강남을 찾아 어딜 찾고 싶은지 확실치 않을 경우 한 손에 쥐고 훑어보기 좋을 정도의 부피와 사이즈.

여성의 기호에 맞게 편성된 듯 했지만 생각보다 힐링과 가족을 위한 장소의 소개도 있어 가족들이 주말에 함께 찾아 나서기 좋은 장소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여행을 떠난 다면 국내에서도 멀리 차를 타고 나가는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지만 <두근두근 강남산책>은 늦잠으로 먼 길 떠나기엔 애매한 일요일에 훌쩍 지하철로 다녀오기 좋은 장소들이 많으니 서울에 있는 사람들에게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서울은 참 깊고도 깊다.

그 땅도 결코 작지 않고 회사도 사람도 건물도 많지만 그 보다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면적이나 그 정신적 깊이는 한국을 대표함에 있어 손색이 없다.

외국인들이 방문했을 때 막상 어디를 보여줘야 할지 난감한 경우 서울만큼 안내하기 용이한 도시도 없을 거다.

지금까지 인사동을 그 대표적인 안내장소로 생각했었는데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으나 강남 역시 뒤지지 않을 장소들이 즐비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무조건 소비의 도시라고만 생각했던 곳이 문화와 역사적 깊이까지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해 누리지 못했음이 안타까울 뿐.

뭐 발 달린 사람인지라 어디든, 언제든 갈 수 있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좀더 좀더 강남 안의 한국적인 색과 창의적인 샵 들이 발전하여 한국을 대표하는데 자랑스러운 곳으로 변모하길 기대해 본다.

단지 부의 표출만으로 여겨지던 동네가 다소 소박한 멋도 있고 알고 보면 무일푼으로 문화 깨나 즐길 수 있는 동네라니 역시 사람은 정보에 능해야 쓸데없는 낭비 없이(시간도 돈도) 제대로 즐길 수 있나 보다.

다만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야외 산책을 다니기엔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그럼에도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이니 봄이 되면 부리나케 돌아다녀보고 싶다.

전시회를 못 본지 꽤 되었기 때문에 문화적 감수성이 많이 배고파하는 요즘 좋은 정보지를 얻은 셈.

아마 대부분은 알고 있거나 가본 장소임에 식상함을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그 와중에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니 강남녀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

사실 식상한 게 더 재미있지 않은가?

왠지 내가 앉았던 자리, 가봤던 장소가 소개되면 더 반갑고 말이다.

그래서 예전엔 여행에세이는 무조건 인도나 프랑스 등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봐왔는데 요샌 한국의 동네를 산책하는 류의 에세이가 참 친근하고 반갑다.

<두근두근 강남산책>은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권하고 싶은 건 반가 우라고.

당신이 가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 뽀빠이 속 별 사탕 같은 부분이 분명 있다고 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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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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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들의 외로움, 소외감 등을 그려내는 소설들은 이미 숱하게 봐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나 작가가 받는 스포트라이트의 근거가 궁금했는데 <정크>에서 보여주는 표현력과 구성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수자의 특별함 보다 소수자로 착각하는 대중적인 의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갑갑하여 눈을 돌리고 싶음에도 강한 자력에 의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작가에겐 분명히 있다.

심한 박탈감으로 갈증을 느끼게 하는 <정크>는 젊음과 청춘의 아픔들을 빛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더욱 선명히 그려낸다.

성재라는 이름보다는 그저 주인공으로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스스로가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안타깝다.

실제로 열악한 환경에 의한 상황보다는 자기애가 결여되어있고 자해적인 심리상태가 그를 붙잡고 놓지를 않는다.

자기연민을 넘어 자기 부정으로 넘어선 상태의 주인공은 사회에 대해 일찌감치 기댈 수 없고 기대하는 것도 없다.

사회에 부딪혀 넘어져 다쳤다기 보다는 일찌감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 삶에 동정보다는 혹시 나도 그렇진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한때는 이런 저런 꿈을 품고 도전해보는 시기가 있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좌절하며 아파하는 청춘들.

아프지만 그럼에도 재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번의 실패에 좌절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성재는 어느 쪽도 아니다.

애초에 본인의 환경 자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바라보기에 더 이상의 희망을 일찌감치 포기해 버려 현재의 상황을 이어간다.

어쩌면 그는 자기연민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그 절망감에서 쾌락을 느끼는가 싶을 정도로 자해적이다.

물론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대해 발전적이기 보다는 자기연민에 빠져 한탄만 이어지는 전개는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다.

 

캐릭터 자체는 소수자나 사회 부적응자로 분류되어 특별하게 여겨질지도 모르나 사람 자체로 보자면 현재 우리들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존감 높게 살고 있을까?

자신감이나 자기계발에 대한 욕망과는 확실히 다른 자존감을 다루는 소설이 많아진 요즘 우리 사회에 무엇이 부재한지 알 수 있다.

작가는 <정크>를 통해 청춘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고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연령에 따르지 않은 자존감에 대한 상실을 얘기 한다.

줄이 하나 끊어져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마리오네트 인형 같은 성재를 통해 바깥시선에 맞춘 줄을 맞지도 않게 연결하여 살아가는 우리들의 우스꽝스러운 춤을 꼬집는 것 같기도 하다.

성장소설이라기 보다 어른들이 볼만한 자성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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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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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익숙한 놀이인 '다레마가 굴렀다.'를 통해 잊혀진 기억에 대한 각성이 이뤄진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두 번쯤은 해 봤을 듯한 놀이가 일본에도 명칭만 다르게 있었다니 반갑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 놀이를 저녁쯤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 해 봐도 그 많은 아이들을 등 뒤에 두고 홀로 눈을 가리고 술래를 한다는 게 참 외로워서 너무 싫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나는 애정 결핍인지 술래가 되는 것이 '진다'는 것 보다 '외로워서'참 싫었던 것 같다.

홀로 등 뒤를 보지 못 하는 것도 무섭고,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그 너머의 것을 본 다는 것은 외롭다. <일곱 명의 술래잡기>를 보며 작가 역시 그 놀이에 대한 느낌이 그랬던 것일까 하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동음이의어나 유사어를 통한 언어유희를 즐기는 편인데 미쓰다 신조는 민속학 전공이라 더욱 문자를 통한 장난이나 비유를 좋아하는 것인지 일본어에 관심이 있어 짧은 지식으로나마 쉽게 공감 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기초적인 일본어에 대한 이해가 없었더라면 전체적인 내용엔 지장이 없겠지만 소소한 재미를 놓칠 수 있다.

아무리 작가가 각주를 달아 놓아도 자연스럽게 느끼는 재미는 확실히 다르다.

이래서 원서를 직접 읽을 수 있어서 그 재미가 배가 되는 것인데 아직 그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아쉽다.

 

작가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지라 원체 범인을 예측하지 못하는 성격임에도 이번엔 좀 뜨악했다.

스토리를 따라 범인을 추리해보는데 급급해서 오히려 예측하기 힘들었는데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빠른 독서보다 한 템포 늦춘 속도로 차분히 생각해 봐야 범인에 대한 예상이 조금은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추리소설 매니아들은 예측했을지도 모르지만 추리소설을 그렇게 봐도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읽는 나는 추리력이 늘지 않는지 범인을 추려가는 과정이 순수하게 재미있다.

하지만 내가 사고력이 약한 탓인지 범인이 파악되었을 때는 좀 허망하기도 했다.

뭔가 인과응보를 제대로 보여준다기 보다는 '이럴 줄 몰랐지?'하는 데 더 중점을 둔 느낌이다.

 

표지에서 보이는 괴기스러움이 과학적 추리를 보여주기 보다 초자연적 현상을 다룰 것이라는 작풍을 잘 살리고 있다. 사람이 사는 데는 논리적인 설명이 통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에 소설을 통한 민간신앙이나 초자연적 현상들이 반가운데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좀 더 호러적인 부분을 살릴 수도 있었지만 약했고 분위기만 살리는 편이라 아쉬웠다.

초반의 미스테리한 묘사를 시작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호러의 느낌이 있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를 통한 공포를 부각시켰을 뿐 범죄현장에 대한 죄의식이 빚어낸 억지로 잊혀진 기억에 대한 조각이었다.

 

스릴 넘치는 전개는 아닌지라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과 결말이 다소 맥이 빠지는 느낌이 있다.

생각 해 보자면야 어린 시절의 놀이에 대한 추억에도 잠겼었고, 어린 아이들의 판단 착오로 막을 수 있던 참사를 막지 못한 죄책감의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 해 볼 수도 있었지만 작가가 스토리 상으로 확실하게 무게를 두어 강조하지 않은 탓에 그저 흘러가듯 지나간 느낌이다.

알아서 생각 해 보라는 것이지 이 작품에서 다룰 중점 소재는 아니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늘 임팩트가 강한 소설을 읽다 잔잔한 추리 소설을 읽어보니 추리물임에도 서정적인 느낌을 받아 새롭긴 했다.

과연 민간신앙과 민속학에 능통한 분이라서 인지 근거 없는 엽기 위주의 흥미를 유발하기 보다는 과함을 경계하는 진중함과 조심성이 엿보인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캐릭터마다의 특성이 다 잘 살려졌다기 보다는 애매하게 처리 된 부분들이 있어 아쉽기에 별은 다 채우다 말았다.

 

"해당서평은 북로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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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슈브니르 - 다시 파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두 번째 티켓 1
이영지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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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동경을 품게 되는 도시 파리.

저자가 마케팅을 전공한 덕분에 어떤 대상을 주제로 집필하더라도 마케팅과 관련한 사고로 얘기하고 있어 실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하고 편안한 그저 일상일 뿐인 장소가 어떻게 이처럼 세계적인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었는지 배우게 된다.

물론 정석적인 마케팅 서적은 아니지만 오히려 에세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랑비에 옷 젖듯이 훨씬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에세이임에도 이미 파리의 문화 사업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기분전환 겸 읽다가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나."혹은 좀 더 정리 된 사고를 공유할 수 있다.

 

큼직하게 4장으로 나눠 프랑스의 요리, 생활, 마케팅, 건축 및 예술 양식의 문화를 다루고 있다.

요리하면 빠지지 않는 나라인지라 역시 요리에 관련한 부분이 초반부터 등장하는데 미식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쿠키나 평범한 재료를 통한 전통 음식을 소개해 주어 그 동안 프랑스식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단순히 동양식(굳이 말하자면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익숙해진 탓에 그들이 가진 본래의 형태나 종류가 신선하기만 하다.

음식을 먹는 데 있어 화려하고 치장을 좋아하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원재료에 대한 특성을 최대한 살리며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식문화가 자리하고 있어 환경문제와 관련해 생각해 봐도 의도했든 안 했든 선진국다운 면모가 보여진다.

또 패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무조건 유행에 민감한 동양에서는 파리에서 패션에 대한 소비가 엄청날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제 그들의 패션은 전체적으로 시크하면서 부분적인 포인트로 깔끔하게 완성시킨다.

옷을 위해 자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진정 자신에게 어떤 스타일을 조화시킬 수 있는지 스스로에 대한 탐구가 있다는 게 보여진다.

건축물과 패션, 또는 우편문화를 통해 '무조건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전통을 소중히'여기는 자국 문화에 대한 상당한 자긍심을 엿볼 수 있다.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그들이 가진 지금의 문화적 경쟁력에 뒤지지 않을 인프라는 우리 나라도 충분한데 살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에서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나아졌다고는 해도 우리가 발전해 온 속도와 생활 수준을 비교해 봐서는 그 기대치가 한참 못 미친다.

 

어떤 소설가가 말씀하시길 소설을 쓰는 것은 대단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대단하게'구성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이 분은 단지 소설에 대해 말 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가져야 할 전체적인 마케팅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 준다.

마케팅이란 것이 단순하게 기업의 이윤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그 동안 문화적인 사업에 크게 쓰이는 용어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각광받고 있다.

프랑스나 일본을 보면 마케팅 정신이 얼마나 국가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사소하다 생각할 수도 있는 것도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가치가 달라지고 그런 소 단위들이 모여 문화가 되었을 때의 파생력이란!

에세이라고만 여기며 펼친 <파리 슈브니르>는 절대적인 마케팅 정신의 필요성을 각성케 했다.

곳곳에 문화로 인한 시장 경쟁력을 느끼게 하면서 너무 상술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무엇이 중요한지에 중심을 두고 문화적 마케팅을 발전시키는 그들의 현명함에 배울 점이 많고 부러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약탈 당하거나 우리 스스로 소홀하거나 자연재해로 소실 된 문화재들을 보며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국가적 에고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신비한 자연의 이치는 결국 그런 노력들이 본인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문화적 자긍심과 그 사업으로 인한 간접적인 이윤을 보여 줄 텐데.

<파리 슈브니르>는 이렇게 파리지앵의 현실감 있는 생활상을 통해 타 문화에 대한 신선함과 공감 가는 요소를 선 보이며 은근슬쩍 문화적 경쟁력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독려한다.

단순한 에세이라고 보기엔 아까운 마케팅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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