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청춘, 문득 떠남 - 홍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한량 음악가 티어라이너의 무중력 방랑기
티어라이너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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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다.

요즘 들어 삶에 권태가 왔는지 부쩍 쉬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치민다.

그렇다고 모든걸 훌훌 털고 훌쩍 날아버리기엔 배포가 너무 작아 추진도 못하는 나에겐 『느린 청춘, 문득 떠남』은 대리만족인 책이었다새해가 시작된 후 새로운 다짐들로 다시 태어난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여름까지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익숙치 않은 생활방식의 개선으로 어색함과 부적응으로 인한 피곤함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노력에 비해 성과는 수월찮았다는 것도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이유가 되었을 정도.

이제 어떻게 나가야겠다는 길이 보이기 시작하자 좀 해이해졌다.

그러면서 시험하나를 망치는 바람에 패닉이 온 후 딱히 손을 놔버릴 배짱도 없는 주제에 그냥 저냥 한량이 되어 시간을 보내버려 보이는 것만큼 공부를 제대로 하지도 못 했다.

 

『느린 청춘, 문득 떠남』을 읽으니 떠나고픈 욕구는 더 강해졌지만 일단 시험이 있는 12월 초까지는 참아야 한다는 이성이 충동을 잠시 눌러준다. 그래도 누군가 나를 대신해 자유를 만끽해줘서 너무 좋다.

사실 나는 게을러서 여행에 대한 욕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귀찮은 사람이다.

떠나고 싶다는 건 기분전환을 하고 싶다는 거지 집에서 1km쯤 떨어지면 일단 정신적으로 매우 피로를 느끼는 그런 사람.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싶다면 이민을 가지 여행을 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책이란 얼마나 좋은지!

게으르고 겁 많아서 멀리 떠나지도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는 나에겐 알맞은 휴식처가 되어 주었다.

원체 눈만 뜨면 생각하는 게 일인 나에게 공감할 만한 사색들이 눈에 띄어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여행을 갈 때는 대체 짐을 얼마나 꾸려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간다면 머리로 계산하기 보다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것저것 챙겨갈 텐데……

나 또한 저자처럼 짐스러워 두고 온 물건에 대해 현지에서 아쉬워할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자는 장소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만 특별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친절한 숙소 주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길에서 사기를 치는 여학생까지 그저 친근하게만 느껴지더라.

마치 소설에 필연적 요소들로 내재하는 인물들인 것처럼 말이다.

혼자 여행한 사람답지 않게 외로움도 딱히 모르겠고 오히려 혼자이기에 불편함 없이 다닌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걸까?

산다는 건 항상 공동체 안에서의 행위를 자아낸다.

어떻게 해도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혼자만의 온전한 시간을 길게 가지기란 불가능 하다.

삶에의 권태란 바로 그 공유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 대한 답답함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행이란 저자와 같이 홀로 떠남을 겁낼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혼자 떠나야 그 의미를 온전히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평생 나 혼자만의 시간을 한달 이상 영위해본 적이 없는데 여행이라면 가능하겠다.

 

『느린 청춘, 문득 떠남』을 보며 느낀 여행에 대한 나의 정의란 이미 형성된 사회적인 나라는 꿉꿉한 옷을 잠시 벗고 침전해 들어가는 시간이다.

하얀 거품 내며 보글보글 세탁이 되는 동안 잠시 자유롭게 알몸으로 다른 공간을 둘러보고 온다.

사람들을 피해 또 다른 사람들 사이로 가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사람이라는 것 자체는 같지만 그들을 대하는 나는 똑 같은 나가 아니다.

내가 나도 겪어보지 못했던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또한 새로운 타인을 경험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지.

앞서도 적었지만 여행에 대한 욕심은커녕 피로만 느끼는 나이지만 생각을 할 수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입어온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나를 세탁하기에는 여행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 하나의 음조를 이루는 것만 같다.

여기저기 그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 같은 걸 바란다면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색적인 문화와 수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이다.

한편의 사진집이거나 수필이거나 작가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는 화음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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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지영 옮김 / 북로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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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고전을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번역서로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눈으로 보인다고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과학분야가 각광을 받으며 인문학이 밀리는 듯 했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그 모든 곳에 인문학적 이해가 지니는 가치가 상당하기에 현실적이지 못한 학문으로 치부되었던 철학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최근의 나는 철학이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철학의 논리가 가지는 비틀고 꼬는 과정이 현실적인 대안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학을 좋아하면서도 철학의 이런 비현실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탁상공론의 성격이 짙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말 보다 행동이 우선해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이론만을 가지고 설전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딱히 신뢰가 안 갔던 것이다. 그럼에도 교양과목이라 선택하지 않으려 했던 철학분야를 지인의 권유와 개인적인 사고의 전환으로 인해 슬쩍 들여보게 되었을 때 생각 외로 삶을 녹여내는 문학작품의 한 장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이전보다 친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건 강의하는 교수님의 역량에 빨려 들어간 것이겠지만 말이다.

 

서론이 늘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철학을 접할수록 내 자신이 얼마나 군더더기와 모순이 많은 사람인가를 절감한다. 또한 일상에서 꽤 비논리적인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해왔다는 것도 이번에 깨달았다. 그래서 수업 외에 다른 책을 통해 철학을 쉽게 접하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는 그 다리 역할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철학’, ‘나를 발견하기 위한 철학’, ‘올바른 판단을 위한 철학’,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철학’, ‘인간사회의 발전을 위한 철학 6부로 나누어 삶에 대한 주제에 대한 서적들을 유형별로 분류를 해 놓고 있다. 소개글처럼 입문자들에게 철학자들의 작품에 대한 쉬운 접근을 위한 설명이 주를 이루지만 48권이나 되는 책을 한꺼번에 쏟아 부으며 소개하다 보니 깊이까지는 욕심내지 말기 바란다. 아마 읽다 보면 본인이 좀 더 알고 싶어지는 작가 및 작품이 생길 것이고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는 그저 가이드 역할만을 해 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개인 적으로는 철학자와 작품에 대해 좀 더 새로움을 느끼고 싶었으나 안내서에 불과한지라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목적에 맞게 잘 쓰여진 책이니 일단 철학에 발 좀 담궈 보고 싶은데 대체 무슨 책부터 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고전은 너무 어려워서 엄두가 안 난다 싶은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철학자들과 그들의 성향에 대해 어림짐작 할 수 있게 해 주니 본인 스타일에 맞는 작품을 찾아 읽으면 된다. 아니면 그 위에 인생과 접목시켜 나온 철학서적인 꽤 있으니 그를 통해 인문학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고전이 괜히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문학작품을 통해 익숙한 고전의 가치를 인문학에서도 배제하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고전의 가치를 모르지 않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인문학은 쉬운 분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인 우리가 인문학을 접해야 하는 이유는 살아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은 어려워서 무조건 못하겠다는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교역할을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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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대화법 - 할 말 다하며 제대로 이기는
이정숙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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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다시 만나면 꼭 이렇게 말 해줘야지!’

내가 왜 그 말을 못 했을까?’

돌아서면 늘 실수하거나 하지 못한 얘기들에 대해 후회하기 마련이다.

대화의 기술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한번 후회를 했는데도 자꾸 같은 후회를 반복하고 있다.

다시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딱히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런 전문기관이 주변에 흔하게 있는 것도 아닌 탓에 그저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굳이 시간과 돈을 쓸 필요 없이 책을 통해 화법을 약간만 수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실속대화법은 우리 생활 속의 다양한 부분들을 다루면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 이만큼 사소한 일들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 계속해서 그냥 넘기기 십상인데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는 걸 문자로 확인하는 순간 생활태도에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저자는 지면으로 전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내용을 싣고 있어 두께에 비해 배울 게 많다.

독자의 편의를 고려한 편집도 눈에 띄는데 전체적으로 단락이나 파트 구성은 잘 되어있지만 핵심 문장을 표시한 부분에 있어서는 명도를 좀 높였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채도가 낮아 글자색과 명확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안 하느니만 못하고 읽기에 피로감을 준다.

하지만 사례 부분을 별도의 글자색으로 처리한 부분은 적절히 잘 이뤄졌다.

원래 잘 구성된 책일수록 티끌이 눈에 띄는 법이라 그 부분이 거슬렸나 보다.

                                                                                                 

실속대화법은 주로 이기는 데초점이 맞춰져 있어 나와는 방향성이 좀 다르다.

굳이 모든 상황에서 이겨야만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비인간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외국의 합리적인 의식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우리의 의식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을 가져본다.

하지만 이 책이 대화에서 늘 패배하는 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오히려 뭉뚱그려 모호하게 가르치는 것 보다 훨씬 명료하여 전달력이 있다.

일단 이기는데 있어서는 지금껏 봐온 대화의 기술에 대해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살아가는데 겪는 온갖 손해나 상황에 따른 처치방법들이 낱낱이 나열되어 있어서 한번쯤 생각나면 활용해볼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시 된 사례들은 정말 별의별 상황을 담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건 특정 위치의 사람이 아니라 온갖 상황과 장소 및 직업 등 모든 사람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따로 말 안 해도 될 정도이다.

읽다 보면 느끼는 거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을 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적잖은 위로가 된다.

지위가 낮은 사람 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 역시 화법이 세련되지 못해 애를 먹는 사례가 적지 않은 걸 보면 우리가 말을 따로 배우려는 시도라도 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발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말 하나로 인해 흥망성쇠가 달린 경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배운 건 많아 지식은 많은데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은 일을 잘 하는데도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그 사람을 만들기 때문인데 아무리 좋은 결과를 산출해 냈어도 표현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 가치를 십분 설명하지 못 해서 질을 떨어뜨리는 법이다.

반대로 볼 때는 정말 별 것도 아닌데 설명이 그럴싸해서 가치를 드높이는 경우도 있다.

 

말이란 곧 주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내뱉는 말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상황을 흘러갈 수 있게 하려면 우리가 그 말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말을 잘 할 수 있을까?

실속대화법을 통해 기관을 찾아 다니는데 시간 낭비할 것 없이 몇 시간 읽어보는 것 만으로도 꽤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그마저도 정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목차를 보고 필요하게 느끼는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도 좋다.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례들만 읽어도 좋은데 청색의 글자색으로 처리 되었으니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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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더 스토리콜렉터 17
마리사 마이어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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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서 어떤 내용일지 암시가 되긴 하지만 좀 기괴한 듯한 분위기에 갸우뚱했다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한 동화를 소재로 '현대판 신데렐라'는 많이 나왔지만 'SF 사이보그 신데렐라'는 신더가 1호이지 않을까?

참 뻔한 소재로 재미있고 원작과 노선을 같이 하면서 소소한 변화를 주어 작가만의 분위기로 발전시켰다.

고전을 모토로 했지만 고리타분하지 않고 미래적으로 해석했지만 원작과 따로 놀지 않게 그 균형을 잘 맞췄다

 

새엄마와 자매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적 견해를 지양하고 그 중에 색다른 캐릭터를 부여했다.

새엄마나 펄의 이기심에 대해서는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드러나지 않게 상황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인간적인 나약함은 같은 사람이기에 연민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신더를 이용하기만 하는 그 새엄마의 모습을 비난하기에 앞서 평소 나는 얼마나 내 소유라고 생각하는 사물이나 관계에 있어 폭력성과 이기심을 지니고도 몰랐을 수도 있다는 섬뜩함에 몸을 떨었다.

 

일단 초반 몇 장을 펼치면 개연성 있는 복선과 전개 덕분에 결론이 쫙~펼쳐진다.

왠지 이젠 책을 읽는 훈련이 된 사이보그가 된 느낌이 들었다가 복선을 까는 적절한 타이밍을 잘 아는 작가 덕분이라고 치부했다.

이미 '신더'에 대해 어느 정도 내용이 예상되는 사람들은 뻔한 결말을 예상하겠지만 그 과정이 궁금해서 읽게 될 것 같다.

새로울 것은 없다.

어차피 고전을 소재로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주인공의 상황과 배경의 특수성 때문에 전개에 대한 궁금함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삶이라는 게 참 뻔한 듯 하지만 몇 가지 변수와 특수성 때문에 늘 새로운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론 너무 빤한 결말을 대체 어떻게 표현할 지가 정말 궁금했다.

너무 빤한 결말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전개와 묘사의 정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에 읽는 재미가 있어 더 인기가 있게 되는 것 같다.

왠지 신선한 반전을 보여줄까? 역시 그저 하이틴 로맨스로 끝맺음 할까?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다 보니 결국 끝까지 읽느라고 새벽에 자 버렸다.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아무리 빤한 결말이라도 막상 너무 예상한대로 끝나버리면 어찌나 허무한지!

우리의 삶이 계속되듯 '신더'도 끝나지 않는다.

이 사이보그판 신데렐라는 미래를 배경 삼아 우리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 상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허구에 빠져서 곳곳에 느껴지는 현실감에 더 재미를 느낀다.

 

시대가 바뀌었다.

신데렐라가 몸 담았던 옛날옛적에는 가만히 기다리는 자의 미덕을 높이 샀을지언정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입에 거미줄 치는 세상이다.

여자든 남자든 바라는 게 있으면 직접 움직여야 물 한잔이라도 마실 수 있다.

또 가만히 있는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거의 드물기도 하고 말이다.

예전이야 여성의 정숙함을 미덕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자아실현과 자신감의 정도가 그 여성을 빛나게 한다.

자신감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본인의 조건과 배경에 자학하거나 움츠러들기만 하지 않는 신더가 현대의 보편적인 여성을 적절히 반영한 듯 싶다. 태생의 특수성은 있지만 그건 소설의 극적 재미를 더하기 위함이니 잘 설정되었다.

작가가 꽤 젊지만 마냥 가볍기만 하지 않아 어른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추석이 다가오니 업무에 지친 뇌를 풀어주기에 좋다고 추천하고 싶다.

최근에 소설을 읽을 여유를 따로 갖지 못했는데(교재를 제외) 오랜만에 뇌가 맘껏 놀았다.

...놀려줬으니 또 일 해야지?

아니다. 공부랑 놀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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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왕관
예영숙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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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두고 살림만으로도 벅찰 시기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예영숙 명예 전무의 이야기는 지금의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제3시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더 권해주고 싶다.

성공의 기준에 대한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돈과 명예를 갖춘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입장이야 뭘 보든 꼬아 보는 경우가 많으니 어쩔 수 없지만 대개의 경우 성공했다 하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겪으려 하지 않는 가시밭길을 일부러 택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 과정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영숙 명예전무의 경우만 봐도 주변에서 부추기는 상황 속에서 보험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권하기는커녕 만류하는 와중에 본인의 청사진만을 믿고 그 결과의 근거들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보험이라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나이가 드니 알게 모르게 지인 중에 보험외판원도 상당수 생기는데 왠지 만나면 꼭 보험을 들어줘야 할 것 같은 미안한 마음까지 생긴다.

아마 보험외판원들은 사람의 관계 속에서 고독을 많이 느끼고 지속적인 외로움을 어쩔 수 없을 텐데 그래서인지 그 직업의 평균수명은 그리 긴 편이 못 된다.

그 시장에서 20년간을 재직하며 정상자리를 유지하다니 스트레스야 상당하겠지만 그 희열에서 오는 기쁨에 남들보다 더 활기찬 이미지다.

 

표지의 모습에서 인자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어필하여 무슨 말이라도 들어줄 듯한 따뜻함을 발산한다.

편안하지만 책임감 있고 결코 가볍지 않은 듬직한 분위기 또한 풍기고 있어 '! 이미지부터가 보험영업에 딱 인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도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꾸준히 연마해 온 결과였다니 성공은 아무나 괜히 하는 게 아니다.

웃기만 한다고 상대에게 호감과 편안함을 주는 게 아니기에 자가체크를 꾸준히 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입사초기에 비해 많이 지친 모습을 보인 것 같은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다.

 

삼성이 워낙 의복예절을 중시하는데 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정, , 자세 그 모두에서 상대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개념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싼 옷을 사라거나 가짓수를 많이 보유하라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와 장소를 위한 깔끔한 차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본 지키기란 그 이름만으로 너무 쉽고 지겹게 느껴지겠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겨울 수 없고 실천하기 쉽지만은 않다.

한동안 잊고 있던 기본 지키기의 자세와 열정에 대한 태도를 재정비할 수 있었다.

늘 자신의 분야에 관련한 전문지식을 준비하고, 청사진을 그리고, 실행하고, 언행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게 처음엔 어려울지 모르지만 습관이 되면 어렵고 말 것도 없이 본능이 된다.

 

"늦지 않았다." 

남들보다 입시를 늦게 준비하는 바람에 4개월 실기로 디자인과에 진학했던 나의 대학 초기의 슬로건이 새삼 떠올랐다.

다른 학우들에 비해 실기가 부실하여 얼마나 열등감에 시달리며 과제를 했는지 모른다.

학기 초에 교수님은 나를 쳐다도 안 볼 정도였는데 그걸 서운해하기 보단 당연하다고 스스로도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

(좋아하는 것에는 승부욕 강한 내가;;)

남들이 1시간이면 끝낼 과제를 혼자 3~4시간씩 했다.

물론 좋으니까 오래도 했지만 소묘에 있어선 자신감과 실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시간이 확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1학기를 아등바등 보내고 다음 학기부터는 마구 날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기어 다녔지만 서고 넘어지고를 무한히 반복한 덕분인지 튼튼해진 자신감과

기술적인 부분보다 아이디어와 표현력이 더 반영되는 디자인에 돌입하는 과정 덕분에 교수님의 주목을 끌 수 있었다.

4년 내내 그 열정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건 좋아하는 것이었고, 나름대로 절박함도 있었고, 교수님의 코드와 맞았던 행운도 있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초반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게 가능했다.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이라도 준비 없이는 그 어떤 기회도 잡을 수 없다.

이번에 정말 탐나는 기회가 있었는데 스스로 자신이 없기에 포기한 경우를 생각했을 때 기회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절감한다.

유명인사들의 후광이 선택 받은 인물이었기 때문은 결단코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그리며 꾸준히 노력을 했다.

다른 이들이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늠하며 몸 사릴 때 '정말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으로 몸이 달아 스스로를 온전히 불태웠기에 가능한 것이다.

빛을 내려는 그 목적에 달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타야 한다.

...불이 붙긴 했으되 좀 미약하게 붙었다고 바람이 힘겨워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바람막이를 구할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말자.

이젠 새로 시작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라고 스스로 의기소침하던 나에게 새로운 순풍이 되어 준 책이다.

20대의 여린 마음엔 몇 차례의 좌절이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지만 다소 굳은살이 생긴 30대에는 몇 번 더 넘어져도 툭툭 털 정도가 되었다.

아직도 미숙하고 이룩한 무언가도 없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게 참 중요하다 생각한다.

실패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몸 사렸던 과거가 부끄럽다.

앞으로 새로운 인생에는 몸 사리기보다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머리와 발을 함께 움직이고 싶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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