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자 선언 - 99%의 풍요를 위한 자본주의 경제를 열다
요한 노르베리 지음, 김종현 옮김 / 유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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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연구하면서 오히려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엘리트만이 시민으로서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호받으며 가장 강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야말로 권력층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자유 시장과 사유 재산에 기반한 자발적 계약이 바로 그 핵심이었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이유는 자본가들이 항상 선하게 행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때 자유 경쟁과 선택의 기회가 그들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요한 노르베리는 경제역사학자로 <월스트리트저널>, <리즌>, <스펙데이터> 등 당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스웨덴, 영국, 미국 등에서 자본주의를 주제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담당하기도 했다. 또한 국제경제, 세계화, 자본주의 등을 주제로 다룬 다수의 책들을 집필했다. 


총 아홉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자본주의자 vs 비자본주의자, 성장 vs 재분배, 파이 키우기 vs 제로섬, 억만장자 vs 우리, 거인들 vs 도전자들, 정부 주도 vs 시장 주도, 중국 vs 세계, 환경 vs 성장, 자본주의 vs 인간성 등을 주제로 풍요와 성장을 위한 미래를 제안한다. 


자본주의로 인해 나타나는 병폐로 흔히 부의 독점과 빈부 격차의 심화, 그리고 지구촌 환경 오염 등 여러 문제점들이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시스템들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는 추세다.      


자본주의자를 선언한 이유


실패한 자본주의라는 기억이 잊혀질 즈음, 새로운 세대의 정치인들은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곤 한다. 이들은 보호주의,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 경직된 규제, 과도한 세금 같은 비합리적인 정책들을 시도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이는 경제 성장의 동력을 짓누를 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취약한 계층이 떠안게 되고, 세계 경제 자체를 위협한다. 현재 자행되고 있는 무식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0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지구촌은 충격적인 팬데믹과 전쟁을 겪어야 했다. 아이로니하게도 이 2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번영한 시대였다. 극빈층은 70% 감소, 즉 매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13만 8,000명이 빈곤에서 탈출했기에 압도적인 성과임에 분명하다. 이같은 발전은 확산되어야 한다. 바로 저자가 자본주의자를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이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나?


경제가 급성장한 시기와 장소를 확인해보면, 1,800년 동안 전 세계 평균 소득의 변화가 거의 없다가 200년 전 경제가 가장 자유로운 국가였던 영국에서 변화가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산업 혁명의 시작으로 영국의 극심한 빈곤률이 절반으로 감소했던 것이다. 그 뒤를 서유럽과 미국이 뒤따라 자유로운 경제 체제를 갖추었다. 이후 세계는 산업화된 국가와 개발 도상국,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나뉘었다.


이후 곧 동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대만, 홍콩, 싱가폴)이 기존의 세계관을 뒤흔들면서 자본주의의 성공 사례가 서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그러자 “몇몇 개발 도상국이 세계 시장에 진입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이들이 너무 작아서 무시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라는 내러티브가 등장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반대의 주장을 듣는다.


“개발 도상국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이들이 너무 커서 가능했을 뿐이다.”


한 개인이 한 국가를 망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넬슨 만델라의 민주화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후임 음베키 정부하에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정부부채가 절반으로 줄었으며, 경제 성장률은 5%에 도달했었다. 그러나, 이후 좌파 세력을 이끌던 주마가 권력을 잡고 '신자유주의' 모델을 반대하며, 국가가 경제를 통제하는 변화를 초래했다. 투자보다는 소비와 부패에 공공지출을 쏟아부었다. 주마와 그 측근들은 국내 총생산의 약 20%를 빼돌렸던 것이다. 


계속되는 정전 사태와 기반 시설의 붕괴로 인해 경제는 결국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경제 성장이 너무 더디다고 불평하는 독재자는 마치 수확을 기다릴 인내심이 없는 농부와 같다. 그는 사람들에게 씨앗을 배불리 먹도록 허용하며 인기를 얻지만, 결국 남은 씨앗이 줄어들어 다음 계절에는 먹을 것이 더욱 부족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수확이 바닥날 때까지 소비하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가 말했듯이 남의 것을 모두 써 버리면 더는 지속할 수 없게 된다. 포퓰리스트들이 나라를 망치는 스타일은 대체로 이러하다. 나라 곳간을 물쓰듯 마구 무지몽매한 국민들에게 뿌리면서 오직 유권자의 득표에만 올인하는 동안 나라 기둥은 썩어 무너지게 된다. 

시장 경제를 계획할 수 있는가?


경제 성장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다. 유럽의 식민 지배자들이나 마르크스주의 독재자들이 농민들에게 강제로 현대적 생산 방식을 도입시켰을 때도 경제는 성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성장이 아니다. 경제 성장은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창출함으로써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일반적인 규칙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일반적인 규칙은 간단하다. 한 나라가 부유할수록 사람들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며, 거의 모든 삶의 질 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물론 경제 성장은 자연을 착취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했지만 부유한 나라일수록 환경을 보호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그 나라가 이를 우선순위로 삼기로 결정하는 순간 문제 해결 능력 또한 강해진다.


이는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든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를 선호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미래에 어떤 위기나 재난이 닥치든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식, 더 발전된 기술력을 갖춘 상태에서 이를 맞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이전에 해결한 문제들이 또 다른 예기치 못한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에게 일자리를 뺏겼는가?


2000년대 첫 10년 동안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560만 개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는 생산량 감소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생산량은 증가했다. 즉 일자리가 감소한 이유는 공장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빼앗긴 것은 중국이나 멕시코가 아니라 작업 현장에 투입된 산업용 로봇에 의한 것이다. 


만약 1950~1960년대가 서구 노동 시장의 황금기였다면, 왜 그 시대에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때의 경험을 ‘더러움, 피로, 지루함, 망가진 몸, 탈진한 정신’으로 기억할까? 노동자들이 그렇게까지 자녀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려고 애쓴 이유는 그들이 다른 종류의 직업을 갖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의 한 철강 노동자는 자녀들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이곳에 들어오면 나갈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 설령 나간다고 해도 팔 하나나 눈, 다리를 잃을 수도 있다. 너희는 너희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133쪽) 


심지어 러스트 벨트의 삶을 묘사한 <힐빌리의 노래>에서도 2025년 미국 부통령으로 취임한 J.D. 밴스는 자신과 친구들이 성장하면서 한 가지 공통적으로 동의했던 점을 이렇게 언급했다. "그 누구도 블루칼라 직업을 갖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1950년대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는 마치 꿈의 직업을 가졌던 것처럼 보인다.


부자는 노동자를 착취해서 돈을 버는 도둑인가?


자본주의에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부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몇 십년 동안 상위 1%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며 나머지 사람들은 뒤쳐졌다. 왜 자본가들은 그렇게 많은 부를 가져야 하는가? 그들은 직접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유시장에서 이윤이 발생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인 버니 샌더스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했다. 그의 발언이다.


"그렇다. 나는 백만장자다. 나는 베스트셀러를 썼다. 당신도 베스트셀러를 쓰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놀랍도록 유리한 시스템이다. 기업가는 빚을 지고, 집을 담보로 잡고, 친구와 가족을 등한시하며 밤낮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고 성공한다 해도 그가 가져가는 것은 고작 2.2%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는 소파에 누워 영화를 보면서도 나머지 98%를 가져간다.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그만큼 구매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형태의 불평등이다. 기업가들이 더 큰 이윤을 창출할수록 우리가 가져가는 98%의 가치도 커진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윤 중 2.2%만 차지하더라도 새로운 잉그바르 캄프라드,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수많은 사람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환경이 먼저인가, 성장이 먼저인가?


어느 것이 먼저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성장을 멈추면 과연 환경 문제도 해결되는가'를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 성장이 지속될수록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의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런 결과를 줄이려면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만약 탈성장을 선택한다면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이는 기후를 인간에게 더 위험하게 바꿀 수 있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려면 또다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자 나라는 가난한 나라에 비해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훨씬 효과적으로 줄인다. 


국제재난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기후 관련 재해(가뭄, 홍수, 산불, 폭풍 등)로 사망할 확률은 1950년대 이후 9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자연재해의 빈도가 감소해서가 아니라 물질적 풍요와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후 성장률을 0%로 유지했다면 이산화탄소는 덜 증가했겠지만, 매년 약 50만 명이 기후 재해로 목숨을 더 잃었을 것이다.


부유해질수록 환경을 더 잘 지킬 수 있다. 돈이 있으면 돈 이외의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번영은 우리의 선호를 바꾼다. 개인으로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지역 환경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게 되고, 상품이 어떻게 생산됐는지를 고민하게 되며, 또 서해안의 환경을 보호할 정치인을 선택한다. 부유한 경제는 친환경 기술의 연구개발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쪽은 

개인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국가다


이밖에도 저자는 자본주의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독점 시장을 파고들 시장이 남아 있는가?, 혁신과 성장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패권 경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등을 화두로 삼아 이에 대한 해답을 재미나게 펼쳐나간다. 총 쉰 일곱 개의 이야기 모두를 만나보길 권한다.


#경제 #자본주의자선언 #요한노르베리 #유노북스 #교보문고 #이주의북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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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인간의 경쟁력 - 재능과 창의성을 발명하는 사람들
강창래 지음 / 궁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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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처럼 온갖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편리한 도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엌에서는 여전히 고대로부터 사용해온 단순간단한 도구인 칼과 도마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같은 음식’을 되풀이해서 먹으려 하지 않는다. 끝없이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것이 인간의 존재조건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한한 경우의 수를 해결할 수 있는 칼과 도마, 그리고 인간의 재능과 열정적인 창의성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칼과 도마가 사라질까?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강창래컴퓨터전문가였으며, 당시에는 컴퓨터 신기술 관련 칼럼을 여러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전방위 인문학자의 길을 걸었다.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9)를 출간했고, 독서의 역사를 다룬 <책의 정신>(2013)으로 한국출판평론상 대상을 수상했다.

총 4부 16장으로 구성된 책은 더 오래 살 게 된 인간에게 필요한 것, 거인의 어께 위로 올라가는 여정, 나만의 창의성 비밀노트, 인생질문 세 가지와 그 답을 찾아서 순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특히 일상으로 들어온 범용 AI모델의 근본적인 문제와 미래 전망, 창의적인 사용방법, 인공지능의 미래까지 다루었다. 참고로 책에선 AI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는 깊이 다루지 않았다.  

더 오래 살게 된 인간에게 필요한 것

인공지능AI은 아주 잘 준비된 사람을 위한 도구이다. 어떤 콘텐츠든 사용자의 판단을 거쳐야 실질적이고 유용한 답이 된다. 따라서 데이터들을 수집할지라도 누구의 입장에서 본 사실인지가 구별돼야 하므로 이런 훈련이 잘 된 사람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질문을 발견하는 일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새로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단지 관련된 수집 정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해결책도 제안해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유효성은 결국 사용자가 판단해야 한다. 


왜 엉터리 재능을 발명할까? 재능을 기프트gift라고도 하는데 이는 태어날 때 누구나 받은 선물이기에 정말 적절한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을 받는 것 같다. 더구나 그 선물이 무엇인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지 잘 모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자기 것임에도 자기도 모른다. 알기가 왜 어려울까? 이는 발견되지 않고 발명되기 때문이다.

이스터 섬의 사례를 통해 현존하는 문명은 거대한 진부함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위험한 시기를 겪었을지는 모르지만, 마침내 전통이라는 거대한 진부함을 의심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창의적인 상상력이 설득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볼 수 있다. 즉 전통도 부정할 줄 아는 창의적인 상상력이 필요함을 알았던 것이다. 이 사례가 바창의성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데, 거대한 진부함에 도전하는 창의력이다. 


(사진, 유화 '이스터섬 라파누이의 기념석상이 있는 풍경')


거인의 어깨 위로 올라가는 여정

인간의 창의성은 새로움을 지향하면서도 매우 보수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디. 사실 보수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 삶의 대부분은 보수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우리의 의식주는 대단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안정감 위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유한 물건들 중에서 ‘공장 물건’이 아닌 게 몇 개나 되나? 공장 물건은 대량생산을 전제로 제조된다. 그러니 대개의 상품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진부함 속에서 우리의 삶을 꾸려간다. 어쩌면 이 진부함이 우리를 새롭고 창의적인 어떤 것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도록 선동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는 안정감을 추구하면서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모험에 빠져들곤 한다. 

20세기 최고의 화가 피카소의 어린 시절 그림은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추상화'가 아니라 옛날 거장들의 그림 기법을 그대로 드러난다. 전통적인 기법을 배운 탓이다. 예를 들어, <푸른 옷을 입은 여인>(1901년)에선 툴루즈 로트렉(1864~1901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어린 시절 10대에 그렸다는 데생들에도 선배들을 모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탔던 것이다. 


(사진, 피카소, '푸른 옷을 입은 여인')  


나만의 창의성 비밀노트

이런 속담이 있다. '잘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 이는 일반적인 우리들의 전형적인 생각이다. 이 대목에서 우린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지 길러지는 것인지'를 알아야 함을 깨닫게 된다. 도대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이 무엇일까? 어린 시절의 의미는? 

어릴 적 성장 환경이 현재의 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알려져 왔다. 과연 이건 참일까? 현대에 들어서 수많게 연구된 사례에 따르면 그 영향력은 생각보다 적다. 일란성 쌍둥이가 어릴 때부터 헤어진 채 성장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상봉했을 때 얼마나 다른지를 조사해 보았다. 마흔 살에 만난 사람은 얼굴과 목소리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병력과 취미도 비슷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은 꽤나 달랐다는 거다. 세계관, 생활방식, 생각하는 방식이 아주 달랐다. 

이에 학자들은 현재의 나로 만드는 것은 '타고난 것이 40% 정도, 10% 정도가 가정이나 학교 같은 환경에서 영향을 받고, 25% 정도가 개인적인 경험, 나머지 25%는 측정상의 오류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여전하 환경은 중요하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타고난 능력이 발휘되기 때문에.  

독서는 창의성의 보물상자 같은 것이다.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자기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대략 일곱 가지 두뇌 작용이 일어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보다 한 권의 책만 익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먼저 연결과 공감에서 시작한다. 재미있게 읽으면 내가 가진 지식과 책의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감하게 된다. 그러면서 추론을 한다. 내가 가진 지식과 텍스트가 제공하는 생각의 실마리를 종합해서 저자의 의도를 짐작한다. 그러면서 자동으로 앞으로 나올 내용에 대해 예측하게 된다. 책이 재미있었다면 그건 추론과 예측이 상당히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상상력이 발휘된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힘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어낸다. 지금 읽고 있는 텍스트를 시나리오 삼아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인생질문 세 가지와 그 답을 찾아서

작가라면 무엇을 쓰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화가라면 무엇을 그리는 것이 가치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적인 소양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 거인의 어깨 위로 오르는 길에 들어서야 한다. 그렇다. 인문학적인 소양이란 꼭지를 틀면 창의성을 쏟아낼 수 있게 해주는 생각의 바탕이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필요한 창의성이 올바른 해결책의 원천이다.

사용자가 ‘나만의 시그니처’를 담아내려면 AI가 제시하는 것을 수정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AI는 대단히 창의적이지 않고, 오히려 평균적인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정도이다. 물론 그중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힌트를 찾을 때도 있다. 전혀 모르는 주제라면 학습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결과물에 담기는 창의성은 어디까지나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용자의 몫다. 

#인문 #인문교양 #AI시대인간의경쟁력 #창의성 #인문학적소양 #강창래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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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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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 시인으로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윤동주, 백석, 그리고 이상 시인들의 산문 속에서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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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30분 회계 - 일생에 한 번은 재무제표를 만나라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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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성장하며 겪는 성장통과는 달리, 초기에 발견하고 수정하지 않으면 회사가 커질수록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집니다. 이 책은 기업이 성장 단계에서 투자를 위한 재무실사, 회계감사를 받을 때 실제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회계 이슈와 오류를 포함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박순웅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삼일회계법인과 대주회계법인에서 수많은 기업의 회계감사, 국제회기준 도입, 기업가치평가, 경영컨설팅 업무를 수행하여 전문성을 쌓았다. 현재는 국내 최정예 회계사 그룹으로 손꼽히는 한미회계법인에서 파트너 회계사로 활동 중이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일생에 한 번은 재무제표를 만나라1, 일생에 한 번은 재무제표를 만나라2, 스케일업 회계성장통1, 스케일업 회계성장통2 등을 통해 회사의 재무제표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온 스타트업 경영자라면 잠시 멈추고 경영의 성적표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작성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상고商高를 졸업하고 초급행원 생활을 하던 중 미래를 위해선 더 학업에 정진해야 함을 절감, 다니던 은행을 사직하고 대학입시에 도전해 어렵사리 국내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경영자가 꿈이었기에 경영학을 전공했으며(사실 난 법학도를 원했지만 사업가였던 아버지의 바램이었음), 도전적인 여러 고시들의 응시를 통해 내 능력을 검증해보기도 했다. 이들 중 공인회계사 자격시험도 포함된다. 아무튼 이런 노력이 회사원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대학 졸업후 중견행원을 거쳐 사기업에 특별채용된 후 임원을 거쳐 CEO로 퇴직했다. 현재는 작은 기업의 경영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 경영고문의 시각으로 이 도서를 읽었으며, 스타트업 경영자들에게 요긴한 지식을 요약해보려 한다.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사업에 도전하려면


정부 과제의 수행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이라면 해당 회사의 재무 상태를 평가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예를 들어 "유동비율 50% 또는 100% 이상, 부채비율 1,000% 이하" 같은 재무 조건을 말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아예 사전 탈락이라 신청조차 해볼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유동비율~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로 재무 안정성 지표이다. 

부채비율~ 총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낮을수록 안전성이 높다. 


회계학을 공부했다면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수많은 재무비율이 산출됨을 안다. 그렇다고 이를 모두 알아야 함을 지금 말하는 게 아니라 경영자라면 최소한 알아야 할 중요한 비율이 있음을 인지해야 함을 말하려 한다.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비단 정부 지원사업에의 도전 말고도 금융기관과의 대출 협의 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왜냐하면 이는 대출 심사 기준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사진, 유동/부채비율)


얼마전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의 질의응답 자리에서 한국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종목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묻는 한 질문에 10배 정도라고 대답하자, 그날 한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엔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고 증권관련 세제의 개선과 상법 개정 등을 통해 마치 증시 부양 드라이브를 거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침체됐던 주식시장은 최근 호황 분위기였지만, 어떻게 이런 무식한 관료들이 증시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겠냐는 투자자들의 우려감과 냉소적인 반응이 일제히 매도세로 돌변했던 탓이다. 참고로 한국 코스피 종목의 평균 PBR은 1배 정도로 한국 증시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엄청 저평가받고 있다.    


마찬가지다. 경영자가 재무비율을 모두 다 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희박하기에 최소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회계지식은 그 개념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관련 업무에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렇다. 유능한 경영컨설턴트와 경영고문은 이같은 일에 쪽집개 역할을 해주는 것이리라.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조직이다


앞서 회사의 재산을 나타내는 재무상태표와 핵심적인 주요 재무비율을 살펴보았디. 이제 회계의 두 중심축 중 하나인 손익 상태를 보여주는 손익계산서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기업은 이익 달성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집단이다. 왜냐하면 끝까지 생존하기 위해서다. 즉, 이익을 낼 수 없는 회사는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익을 내려면 먼저 회사의 주력 제품(또는 서비스)을 고객들에게 팔아야 한다. 단순히 그냥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잘 팔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함이 중요하다. 이를 매출(또는 영업수익)이라고 한다. 즉 기업 본연의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인 셈이다. 


(사진, 손익계산서)  


매출 창출을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예를들어 제품 제조를 위한 원재료 구매비용, 인건비, 외부업체 지급비용 등이다. 또 판매와 영업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들도 있다. 판매관리부서 인건비, 복리후생비, 임차료, 세금공과금 등이 있다. 본연의 영업활동 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들도 있다.


영업외수익~ 이자수익, 주식평가/처분이익 등

영업외비용~ 지급이자, 주식평가/처분손실 등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해 산출된 것이 매출총이익, 매출총이익에서 판매관리비를 차감해 산출된 것이 영업이익, 영업이익에서 영업외수익과 비용을 가감한 후 법인세비용까지 차감해서 최종 산출된 것이 바로 당기순이익이다. 


그렇다면 이 세 종류의 이익중 어떤 게 가장 중요할까? 마치 도토리 키재기 같아서 정답이 없어 보일지라도 경영자라면 세 종류의 이익 개념을 잘 숙지하고 회사의 이해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이를 적절히 구사하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경영고문으로서 영업이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이는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보여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의 생존력은 그만큼 취약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우개는 사용할수록 닳아 없어진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재무제표 작성 등 회계 업무를 위해 세무회계 사무소를 아웃소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 모두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라 회사 내에 회계팀을 미처 구성하지 못하기에 그렇다.



(사진, 염승옥의 시 '지우개')


지우개의 가치는 영원하지 않다. 사용할수록 닳아 없어진다. 회사의 자산 가치도 이와 비슷하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가치를 가진 자산으로 분류했던 지우개는 갈수록 비용화라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즉 누군가는 자산으로 여기지만, 또 다른 누구는 가치 없는 비용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개발비 투자가 많다. 그렇다면 개발비는 자산인가, 아니면 비용인가? 자본력이 취약한 스타트업은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투자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기술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꾸준한 외부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입한 개발비용을 전액 비용으로 인식한다면 회사의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지므로 앞서 재무비율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외부 자금조달의 심사 기준에 미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개발비를 전액 자산으로 인식한 후 서서히 상각함으로써 비용처리를 한다. 


또 감가상각비를 인식할 때 '자본적 지출'로 본다면 자산의 증가로 회계처리되고, 이를 '수익적 지출'로 본다면 비용의 증가로 회계처리된다. 앞서 '지우개'라는 시詩를 굳이 소개한 이유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유형자산의 가치는 사용할수록 닳아 없어지며, 이를 감가상각비로 처리한다. 


재고자산의 가치도 이와 비슷하다. 창고에 보관중인 재고자산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주체는 남이 아닌 바로 그 회사이다. 재고자산을 판매할 때 얻을 수 있는 순수한 가치를 '순실현가치'라고 말하는데, 결산 시점에 판단한 재고자산의 순실현가치가 장부상 금액보다 낮다면 이같은 가치하락분을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 오래된 재고일수록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숨겨진 '빚 폭탄' 


회계상의 부채는 회사가 미래에 갚아야 할 '의무'이다. 그런데, 일부 회사는 재무 상태를 좋게 보이려고 이 부채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하자면 숨겨놓은 빚인 셈이다. 우선 입맛에 맞을지는 몰라도 결국 나중엔 폭탄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대개 이런 폭탄은 회계감사에서 드러나게 된다. 


가장 흔한 항목이 '퇴직급여충당금'이다. 이는 회사의 임직원이 퇴직할 때 반드시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미리 쌓아두는 부채이다. 비록 지금 당장 지출될 현금은 아니지만, 회사가 미래에 반드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빚이다. 회계상으론 임직원이 근무연수를 채웠을 때 퇴직금이 결정되고 의무가 발생한다면 그 순간 이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회계학 #스케일링30분회계 #박순웅 #라온북 #스타트업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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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노화 - 피로와 노화를 멈추는 염증 디톡스
박병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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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이 노화를 촉진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혈액이 탁할수록 노화 인자를 자극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유익한 도서입니다. 즉 염증이 혈액 속의 환경을 좌우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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