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스위치를 켜라 - 매끈한 피부부터 요요 없는 다이어트까지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나지윤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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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이야말로 내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스위치입니다. 혈관 스위치가 켜지면, 피부에 생기가 돌고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의 맵시가 살아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간단한 '혈관 다이어트' 습관을 꾸준히 실천해서 여러분의 몸속 혈관 스위치를 켜시기 바랍니다. - '시작하면서'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이케타니 도시로는 의학박사로 이케타니병원 원장이다. 도쿄 태생으로 도쿄 의과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뒤 동교 대학병원 제2내과에서 혈관과 동맥경화 관련 연구에 매진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이케타니병원을 이끌며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책은 2부에 걸쳐 총 9개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늙어 보이는 사람, 젊어 보이는 사람(1장), 혈관이 젊어지면 '얼굴'이 젊어진다(2장), 혈관이 젊어지면 '뇌'가 젊어진다(3장), 혈관이 젊어지면 '내장'이 젊어진다(4장), 누구나 20년 젊어질 수 있다(5장), 아침 루틴 4가지(6장), 점심 루틴 6가지(7장), 야간 루틴 7가지(8장), 마인드 컨트롤 5가지(9장) 등을 통해 건강한 혈관의 중요성을 다룬다.   

외모 변화와 노화 증상 3종 세트

대체로 나이 40을 넘기면 사람에 따라 외모 노화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예전보다 왜 이렇게 늙어 보이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말이다. 이런 변화는 왜 일어날까? 아래의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 역시 얼굴의 노화다.
두 번째 이유~ 불룩 나온 배다.
세 번째 이유~ 자세다.

등이 구부정하고 둥글게 말린 상태를 ‘ET 자세’라고 부른다. 자세는 단순한 외형을 넘어 그 사람의 정신 건강과 신체의 건강 상태까지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등을 곧게 펴고 똑바로 서기만 해도 겉모습이 10세, 어쩌면 20세까지 젊어 보일 수 있다. 과장이 결코 아니다. 실제로 그렇다.

20년 전 나이로 되돌릴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체험해서 그 효과를 입증한 관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식사와 운동, 일상적 움직임과 더불어 호흡, 목욕, 수면, 스트레스 관리까지 생활 습관 전반을 아우르며,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도 거의 없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익힌 후에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매일 꾸준히 이어 가기’이다. 그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혈관 나이를 20년 젊게 되돌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건 물론이고, 아래와 같은 변화가 찾아온다(아래 사진 참조).


혈관도 나이들면서 점차 변한다

혈관 나이가 젊을수록 혈관은 부드럽고 탄력적이며 혈류도 원활하게 흐른다. 그 결과 영양분과 산소가 피부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전달되어 피부 표면이 탱탱해지고 윤기가 돈다. 피부에 공급되는 혈액은 '미용 에센스'
인 셈이다.

하지만 혈관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변한다. 혈관 내벽이 두껍고 단단해져 젊었을 때처럼 유연하게 늘어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혈류가 서서히 둔해지고 피부를 비롯한 말초 조직에 도달해야 할 영양 공급이 막히기 시작한다. 이렇게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으면, 세포가 제때 필요한 에너지를 받기 어려워진다. 

무서운 것은 그다음이다.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류가 약해지면, 모세혈관 속 혈액 흐름이 점차 느려지고 마침내 끊기고 만다. 제 기능을 잃은 이런 모세혈관을 ‘고스트 혈관’이라고 부른다. 혈액이 흐르지 않는 채로 방치된 혈관은 실제로 유령처럼 사라져 버린다. 물이 말라버린 강이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고스트 혈관은 피부 노화를 비롯한 여러 신체 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모세혈관 수는 20대에 가장 많고 나이가 들면서 고스트 혈관 현상으로 점차 줄어든다. 60대가 되면 20대의 약 40퍼센트 수준만 남는다.

오메가6는 줄이고, 오메가3는 올리고

염증은 혈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피부, 간, 신장, 뇌 등 거의 모든 기관에서 세포 손상과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우리가 섭취하는 지방산의 균형에 있다는 것이다.

즉 오메가6계 지방산 섭취는 줄이고 오메가3계 지방산 섭취는 늘리는 것, 이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몸속 염증이 차분히 가라앉고 혈관과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고기를 섭취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참고로 오메가6계와 오메가3계는 아래 사진을 참조하세요. 


(사진, 오메가6계 & 오메가3계)

일산화질소는 '혈관 회춘 스위치'

일산화질소는 혈관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유연성과 탄력을 유지하게 해 주는 물질로 이른바 ‘혈관 회춘 물질’이라고 불리는데, 이의 구체적인 역할은 혈관을 확장해 혈류를 원활하게 만들고, 혈관을 유연하게 유지하며, 혈압을 낮추고, 손상된 혈관을 회복시킨다. 

이제부터는 기적의 혈관 다이어트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들로 꾸준히 실천할수록 몸이 달라지고 기분도 좋아질 것이다. 자연히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므로 효율이 좋은 투자임에 틀림없다. 즉 
‘내장지방을 줄이고 혈관 나이를 20세 젊게 만들기’엔 2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엄격한 식사 제한은 하지 않는다.
둘째, 과격한 운동이나 힘겨운 트레이닝은 하지 않는다. 

과격한 운동은 하지않기

혈관을 젊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힘든 운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운동의 기본 원칙은 '운동은 쪼개서 해도 충분하다', '단 5분, 좀비 체조'이다.생각날 때마다 그 자리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좀비 체조’(아래 사진 참조)라 동작은 단순하다. 다리를 가볍게 움직이고 상체의 힘을 빼고 이리저리 흔들어 보라. 그 모습이 꼭 좀비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저자는 이 체조를 감히 ‘궁극의 운동’이라고 자부한다.


(사진, 좀비 체조)

좀비 체조는 언제 하든 괜찮지만 특히 혈당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식후 30분부터 한 시간 사이에 하면 가장 좋다. 이때 몸을 움직여 주면 먹은 당질이 곧바로 에너지로 쓰이고 흡수 속도가 완만해져 식후 혈당이 서서히 오르게 된다. 


기적의 혈관 다이어트

책은 22가지의 습관을 통해 혈관 다이어트법을 제인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오늘 무엇을 하나라도 실천했는가'이다. 말하자면 '벡문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임을 강조하는 셈이다. 작은 변화를 즐기며 매일 조금씩 이어간다면 어느 날 문득, 달라진 몸과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간소개 #책추천 #다이어트비법 #젊어지는스위치를켜라 #향기책방 #이케타니도시로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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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 당신의 인생은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김용욱(필통밴드) 지음 / 필통뮤직스토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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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여는 당신, 그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 한 권의 이야기가 열한 개의 멜로디가 놓여 습니다. 음악과 함께 기억되지 않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듣다'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용욱(필통밴드)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이야기를 품은 음악을 만들어간다. 'B.S.T'(Book Sound Track)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한 권의 책에 담긴 세를 음악으로 확장하고, 그 감정의 결을 독자이자 청자에게 입체적으로 전하고 자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삽입되는 음악을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라고 말한다. 흔히 주제곡이라고도 부르는데, 대체로 해당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연주곡이나 또는 보컬곡曲을 일컫는 말이다. 이 소설은 이와 유사한 개념의 BST(북 사운드 트랙)라는 독특한 구조를 우리들에게 내보인다.

영혼들의 쉼터

"나는 배가성이란 별에 있다가 왔어요"

이 작품 속엔 나, 수호천사(여고), 타냐, 로타, 히바로드, 영혼(나오스) 등이 등장한다. 마치 공상소설 속으로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흔히 우리 인간들은 머나 먼 우주의 별에서 푸른 행성인 지구라는 이곳에 와서 살다가 죽으면 고향인 그 별로 돌아간다고 말하지 않던가. 그렇다. 배가성은 작품 속의 별이름이다.

영혼들의 쉼터는 이번 생을 마감하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곳이다. 대략 700번이 넘는 환생을 해 왔던 나, 전에 노르웨이 로보텐에서 어부로 살았을 때 만났던 로타가 지나가다 나를 알아보더니 눈을 찡긋댔다. 이 단편엔 환생還生이란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어! 벌써 다시 돌아왔어요?” 이번엔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돌을 쌓을 때 만났던 히바로드였다. 이에 멋쩍은 미소로 답했다. 시야에 초록색 가득한 쉼터가 들어왔다. 길 양 편의 이팝나무, 벤치나 잔디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영혼들의 모습과 왁자지껄한 소리 가득했다.

배가성에서 시간은 의미가 없다. 이곳의 존재들은 지구 나이로 425년을 살지만, 아무도 오늘이 며칠인지 몇 년이 지났는지 같은 걸 세지 않는다. 오직 기억으로 삶을 쌓아간다. 지구인들처럼 시간에 쫓기거나 늙어간다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곳이다. 또 이곳에선 어느 누구도 다투질 않는다.

BST 배가성

머나먼 저 별에 그곳에는
신비한 또 누군가들이
살고 있을까?
숨결처럼 부서지는 기억들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끝없는 별이 춤을 추네
(중략)

노란 캡슐을 타고 미지의 별로 향했다. 이 별은 생과 생生 사이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미지의 별이었다. 순식간에 캡슐은 그 별의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별의 내부 공간은 마치 지하철 터널을 연상케 했다. 공간은 거대한 둥근 원형의 통로였다. 드디어 도착했다. 캡슐과 문이 동시에 열렸다.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사진, BST 목록) 

얼마전 재미있게 시청했던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내(김혜자)는 아픈 남편(손석구)의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하지만 결국 사별한다. 이후 아내(김혜자)도 죽어서 이승을 떠나는데,이때 지하철 같은 이동 수단에 승차한다. 승차한 영혼들은 내려야 할 곳에 이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밖으로 빨려나간다. 이를테면 천국과 지옥으로 향할 영혼들의 행선지가 이렇게 구분되는 셈이다.  

신비로운 색감을 지닌 공간의 천장엔 무수히 많은 별과 별자리들이 가득했다. 유리 카펫을 따라 걸어가자 커다란 원형 모양의 서가書架가 한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고 마치 살아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 안엔 꽤많은 책이 놓여 있었다. 이는 바로 나의 인생이었다. 책을 들춰보고 싶었다. 수호천사 여고는 말했다. "책이 허한다면 열릴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열리지 않을 거예요. 한번 시도해 봐요"

처음, 그리고 선물

그림을 그리는 소영과 버려진 애완견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진국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다. 하루는 진국이 별관 옥상으로 끌려갔다. 소위 '일진'으로 보이는 동급 여학생 세희가 벌인 짓이었다. 세희는 도서관보다 헬스장에 가는 덩치 큰 여학생이다. 담배를 사오라는 요청에 돈이 없다고 버티다가 진국은 세희 무리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때마침 3학년 퀸카인 소영이 이 광경을 목격하곤 이를 제지한다.

어느 금요일 오후,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소영을 찾아간 진국은 개를 좋아하면 주말에 유기견 보호센터에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이에 소영도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진국은 미술실을 나오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일요일 오전, 약속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한 진국은 자신의 애완견 곤이와 함께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중 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폈다. 그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데 어제부터 좀 가라앉은 상태였다. 사실 이런 피부염증엔 개와 고양이를 멀리해야 한다. 아무튼 일행은 택시를 타고 유기견 센터로 향했다. 견사犬舍에서 진국은 배설물에 아랑곳않고 청소와 소독을 했다. 이런 하루를 함보내며 소영과 진국은 자신들의 마음 속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끈적하고, 재즈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햇살은 가득했다. 향긋한 꽃냄새가 바람을 타고 물결을 이루는 듯 진국의 코를 자극했다. 소영이 옆에서 눈을 감고, 고요하게 하늘을 바라봤다. 진국은 한쪽 이어폰을 빼 소영의 귀에 가져다 댔다. 눈을 뜬 소영이 진국을 바라보며 입가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침대 위. 진국은 눈을 떴다. 옆엔 소영이 조용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소영에게 입 맞추려 다가갔다. 소영은 '똥 냄새. 큭 큭'이라고 장난을 치며 이불 속으로 몸을 돌돌 말았다. 진국은 꿈 얘기를 했다. '푸른 눈을 가진, 바닷속 존재, 빛 구슬' 얘기를 듣던 소영은 미소를 지으며 아기 태몽이란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소영은 침대에 누웠다. 의사는 초음파 기계를 조정하면서 화면으로 아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었다. 쿵.쿵.쿵.쿵.쿵.쿵.쿵, 작지만 분명한 소리는 아기의 심장 소리였다. 진국은 소영의 배 위에 손을 얹고 아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예쁜 딸 별이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북 사운드 트랙에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진, 그대라서 참 좋은걸요)


(사진, 선물)

애가哀歌

소영은 복지센터에서 힘든 주민들을 돕고 있었고, 진국은 택배기사로 일했다. 횡단보도 신호들이 녹색으로 바뀌자 소영은 딸을 안고 건너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차 한 대가 질주해 오고 있었다. 위험을 직감하고 소영은 몸을 돌렸지만 공중으로 튕겨 올라 차량 앞 유리창에 강하게 충돌했다. 음주운전이었다. 

내 세계는 다시 멈춰가고 있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우주 속에서 내가 존재했던 시간은 늘 찰나였다. 그렇게 짧은 순간만큼 존재하다 그렇게 사라졌다. 북 사운드 트랙에 음악이 흐른다.


(사진, 'We’re all crying')

새벽 공기가 차갑게 얼굴을 스쳤다. 물류센터엔 택배 상자들이 가득했다. 진국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의 박스들을 챙겨 목적지로 향했다. 내동 617-1, 그린빌 4층. 손수레를 끌고 익숙한 건물 앞에 섰다. 지난 8년 동안 수없이 찾아왔던 곳이다. 숨을 고르며 택배 상자를 문 앞에 내려놓았다. 문 옆에 음료수, 소보로빵, 그리고 작은 쪽지가 놓여 있다.

"추우신데 감기 조심하시고, 명절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은 쪽지가 진국에겐 하루를 버틸 큰 힘이 되었다. 한번도 대면한 적 없지만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동 중간에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빌라 단지의 좁은 골목을 따라가며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이젠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백년 아파트', 오래된 글자가 바랜 페인트 위로 드러났다. 

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엉거주춤 걸어가는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이다. 6살에 멈춰 더 늙지 않고 있는 형은 동생인 진국에게 오히려 형이라 부른다. 간질이 시작되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마는 사람이다. 돌봐 줄 사람이 없을 때 이런 아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요양원이리라. 

마지막 아파트를 돌면 오늘 일이 끝난다. 주머니 속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건양대 병원 응급실입니다. 이소영 씨 보호자 되시죠?" 순간적으로 진국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이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소영과 별이는 하늘 나라로 떠난 후였다. 작은 쪽지의 기분좋은 하루가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처럼 이렇게 허망할 줄이야.

B.S.T. 고백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주며
살 수 잇을까? 내가...
아픔주고 상처받고 쓰러지는
우리 인생이
눈물이 나요
이젠 버리리


#한국소설 #책추천 #소설추천 #STOP #김용욱 #필통밴드 #필통뮤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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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관심 있습니다 - 연방대법원 판례로 본 헌법과 대통령제 이야기
김애경 지음 / 가디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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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로 미국의 연방정부를 규율하는 헌법과 대통령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주와 연방과의 관계를 다루는 판례를 설명하거나 맥락적으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미국' 혹은 '연방'이라는 용어는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의 기관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혹은 대통령, 의회, (대)법원으로 표현하였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김애경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에서 미국법을 공부 법률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법의 공부 과정에서 미국 헌법, 회사법, 증권거래법 등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미국 대통령제, 삼권분립과 견제, 균형의 미학(1장), 대법원 판례로 본 대통령 권력(2장), 대법원 판례로 본 입법부 권력(3장), 대법원 판례로 본 사법부 권력(4장), 대법원 판례로 본 팽창하는 행정권력(5장) 등에 관해 설명한다.


대통령제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분립과 상호 견제를 통해 궈력의 균형을 이루는 대통령제를 담은 최초의 헌법이 미국 헌법이다. 1787년 미국 헌법을 제정한 회를 필라델피아 회의 또는 제헌회의라고 한다. 여기에 참여한 대표들을 헌법 설계자들이라고 부른다.


헌법 설계자들은 절대왕정을 거부했다. 이는 영국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강압적 통치는 미국 독립혁명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권력의 집중이 언제든 자유를 짓밟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식민지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17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는 절대왕정의 전제적 통치를 비판하며, 인간의 지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 원리를 제시했다. 로크 사상의 출발점은 인간이 그 어떤 권력에도 예속되지 않는 생명, 자유, 재산과 같은 천부적인 자연권을 갖는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선 이 자연권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으므로 사회계약을 맺고 정치공동체를 구성해 개인은 자신의 자연권 일부를 정부에 위임하고 정부는 그 위임을 통해 정치적 권력을 자연권 보호라는 목적 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즉 '정당한 정부 권력은 통치받는 자의 동의에 기반한다'



헌법 설계자들이 추구했던 삼권분립과 견제균형의 원리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샤를 몽테스키외의 생각에서 찾을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권력의 남용 위험 때문에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력분립론'을 제시했다. 즉 '권력은 권력으로 견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권력


남북전쟁과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국가안보 영역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에게 비교적 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분야로 자리잡아 왔다. 특히 현대 국가에서 국가안보는 더 이상 군사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 제재, 금융 거래 통제, 수출입 제한, 외국인 입국 규제 등과 같은 조치들 역시 국가안보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ㄱ 러나 대통령의 국가안보 관련 판단이 정치적, 전문적 재량응 포함할지라도 그 정당성은 어디까지나 법률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행사될 때에만 인정된다. 국가안보라는 명분은 권한 행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헌법이나 법률이 설정한 한계를 대체할 순 없다.



미국 헌정사는 대통령 권한의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정부 권력 간에 일어난 대립의 역사였다. 이런 논란은 국가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행정 및 사법 등과 같은 영역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통령이 발하는 명령과 판단이 어느 경우엔 고유 권한으로 존중되고, 어느 경우엔 법원과 의회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대통령 권력과 관련해 메우 중요한 헙법적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책 속엔 여러 판례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대통령은 법 위에 있는가"란 물음에 대해 헌법적 답변을 제시하는 셈이다.


두 번째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줄곧 화제의 중심에 있다.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해 전세계 모든 국가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군사작전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다. 더구나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66게 국제기구, 협약 및 조약에서 동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법 위에 있는 존재'의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미국 전역에선 '노 킹스'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책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권력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소개하고 있다. 총 29가지 판례들을 통해 미국 헌법이 추구하는 대통령, 입법부, 행정부 권력의 위임 범위와 견제균형이라는 권력분립에 대해 이해를 높힘과 동시에 대한민국 대통령제에 관해서도 성찰하는 기회가 된다. 


#정치 #미국정치 #미국헌법 #미국대통령제 #연방대법원판례 #미국에관심있습니다 #김애경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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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줍기
임효 지음 / 디자인PLP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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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에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붕어 한 마리가 마지막 숨으로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그 붕어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단 한 바가지의 물이다. 수해 이후의 나는 그 수레바퀴 자국에 갇힌 붕어였다. 걷어내고 덜어내며 3년 가까운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말라가고 있었다. - '생성의 시간'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임효는 홍익대학교와 동교 대학원에서 회화繪畵를 전공했다. 1986년 과천국립현대미술관 개관기념전 <한국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전>에 출품하면서 한국화단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제7회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제13회 선미술상 등을 수상하고 상하이, 쥬리히, 바젤, 파리, 이스탄불, 싱가포르 한국 아트페어 등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탐색, 자신을 찾아가는 그림(1부), 언어, 의미와 조형 공간의 도구(2부), 평범, 일상을 낯설게 보기(3부), 유희, 그림 속에 놀다(4부), 해체와 재구성, 상상력의 확장(5부), 통섭, 인연생기因緣生起(6부)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줍는 일, 그 허공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기록을 담고 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

예술가는 창조자다. 예술은 불확실성 속에서 늘 새롭게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길 위에 서 있다. 예술적 행위는 ‘이것이다’라는 고정된 형식을 정해 놓고 가지 않는다. 집착하는 순간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늘 기존에 생각해 왔던 관념적인 조형의 틀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술의 창조성은 직관에 의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진정한 예술의 창조적 행위는 부딪치면서 찾아가는 실험예술이자 보이지 않음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자신만의 심상心象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이다. 
작가는 삶에서 얻어지는 지혜를 깨닫고 그려내는 세계가 세상과 만나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고민한다. 그림을 그리는 변환점은 사람들의 안목眼目과 관계에서 생기는 힘, 바로 두터운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다.

화가는 그림을 던져버리거나 떠나서 살 수 없다. 그림과 끊임없이 유기적 관계를 가져야 한다. 어느 때 어느 순간이라도 그림의 영역을 벗어나면 진정한 그림을 그려낼 수 없다. 그림에서 어울림이 없으면 그림이 되지 않는다. 그 어울림이 상象으로 드러나고 지워진다. 그래서 그림은 늘 머릿속에서 살아있어야 한다.


(사진, 바람부는 날 29쪽)

영혼의 울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시리즈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의미하는 영혼의 울림을 던진다. '아바타'의 어원은 산스크리스트어 '아바타라'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육체적 화신 또는 분신을 뜻한다. 힌두교의 비슈누 산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인간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 영역이다. 영역은 땅, 정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화면의 공간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의 의식과 인연이 되어 영혼에서 울림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소통이 된다. 그림에서 드러나는 이미지는 다양한 삶의 흔적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사진, 소통의 도구 101쪽) 

일상을 낯설게 보기

'불광불급'이란 말이 있다. 미치지(狂) 않고는 경지에 미치지(及) 않는다는 뜻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미쳐야 그림이 된다. 50년 전 저자의 대학 신입생 시절엔 철학 수업 시간에 칠판에 써놓은 '미치고 돌아라'란 글귀를 무슨 뜻인지를 전혀 몰랐다.

강산이 몇 번이나 변하고 난 뒤에야 이 말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미친다'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어떤 현상이 하나가 됨을, 그리고 '돈다'는 것은 거듭난다는 것임을 말이다. 그렇다. 무릇 작가는 미치고 돌아야 하는 숙명이라는 것을.

스위스 융프라우 얼음산(해발 4158미터)에 미친 스위스의 한 기업가가 있었다. 철도왕 아돌프 구에르 첼로의 기상천외한 발상이 바로 산에 철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세인世人들은 그를 미친狂 사람이라고 조롱했지만 '중꺾마'란 말처럼 결국 그는 융프라우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했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관광 갔을 때 이 철도를 이용했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생성의 시간, 물질의 호흡을 그린다. 작은 실마리, 생각의 일어남이 중요하다. 그것은 어떤 조그만 계기에서 만들어진다. 인연의 세계도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인연은 주파수요 관계를 통해 소통하는 통신 언어다.

하늘에서 억수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비가 만들어준 자연의 선과 인위의 선이 만났다. 자연이 내게 만들어준 인연법에 의해 화면에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기억의 층위가 화면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간다. 인위人爲는 무엇으로도 무위無爲를 이길 수 없다.


(사진, 사방인연 125쪽) 


그림 속에 놀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데엔 4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오랜 세월 붓을 쥐먀 몸으로 체득하며 깨달은 것이다. 첫째는 지극至極으로 온 마음을 다하는 일이며, 둘째는 파격破格으로 익숙함을 의심하고 스스로 만든 벽을 깨는 것이고, 셋째는 고졸古拙로 평생 쌓아온 기교를 내려놓는 일이며, 넷째는 신묘神妙로 혼을 다바쳐 그릴 때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거다.


선승禪僧이 면벽 수행을 할때 벽에 느끼는 위압감은 온갖 잡념들과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이다. 화가가 화판畵板 앞에 서는 것도 이와 같다. 화판은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큰 빈 공간이다. 자유자재로 화폭에서 노닐려면 자신을 잊어버리고 그냥 그려야 한다. '파破'는 경계를 넘어서려는 춤이다.


(사진, '그림 속에 놀다' 160쪽)


상상력의 확장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선 북쪽 추운 바다 속에 살고 있는 큰 물고기 곤鯤이 삼천리나 되는 파도를 만나 비상을 해 붕鵬이 되어 날아오른다는 이야기를 통해 '큰 뜻을 품어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즉 곤이 큰 파도를 만났기 때문에 붕이 되고 큰 날개로 구만리를 갈 수 있었다는 거다.


셍텍쥐페리의 <어린 왕자>(1943년)는 그림 그리는 사람에겐 마치 성서와도 같다. 어린 왕자는 조종사에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보여준다. 어른들은 이를 큰 모자로만 보지만 어린왕자는 그 속에 숨은 코끼리를 발견한다. 이 장면은 바로 사유의 확장을 말하고 있다. 


인연생기因緣生起


<주역周易>에서 말한 '금화교역金火交易'은 바로 이질적인 것을 하나로 묶는 가운데 은유가 담겨 있다. 상극은 서로 맞지 않는 이치이나, 음과 양이 결합하여 한 몸, 한 뜻, 한 가정을 이루어 결실을 맺는다. 이것이 바로 연기緣起요 인연因緣이다.


금이 불을 만나야 다른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금화교역'이다. 이는 자신의 운명이 바뀐다는 의미다. 불과 금은 상극이라 서로 만나면 소멸되는 것이다. 금은 불을 만나서야 찬란한 변화를 만든다. 서로 맞지 않은 것 같은 이질적인 물질이 서로 다른 반응에 의해서 의도하지 못한 현상을 만들어 낸다.


(사진)


삶을 돌아보는 책


걷어내고 덜어내며 3년 가까운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말라가고 있던 저자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생명수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터질듯한 내면에서 솟아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세월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깨달음의 길로 들어선 한 예술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 또한 지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허공줍기 #임효 #한국에세이 #에세이추천 #2026신간도서 #삶을돌아보는책 #예술가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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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 글로벌 기업들의 25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살펴본 메타 착각
박종성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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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전 부검이라는 도구를 여러분의 계획에 체계적으로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안내서다. 실패를 유발한 다섯 가지 거대한 '메타 착각'을 하나씩 해부하며, 실제 사레를 통해 착각의 발생 경위와 본질을 파고든다. - '프롤로그' 중에



책의 저자 박종성은 LG그룹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15년간 조선, 철강, 해운, 항만, 전자, 화학, 배터리 섹터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고객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현재 AI, 양자, 로봇 등 미래 '게임 체인저' 산업의 기술 근간이 되는 '수학적최적화'분야에서 컨설팅팀을 이끌고 있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 대신, "이미 실패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라고 질문의 방향을 트는 것이 사전 부검의 핵심이다. 이 작은 전환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완전히 바꾼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전향적 회상'이라고 부른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설명'하라고 하면, 훨씬 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탐정이 된다. 

햄트램크 공장의 악몽

1986년에 자동화 설비가 본격 가동되자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조립 라인에서 첫 주부터 심각한 문제가 속출했다. 당초 목표는 분당 6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었지만 ‘첫 주’에 고작 60대를 생산했고, 그나마 최종 검사 합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기록은 당시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최첨단 로봇 팔은 용접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엉뚱한 곳에 불꽃을 튀기거나, 차체를 ‘찢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자동 도장 시스템의 스프레이 노즐은 수시로 고장 났고, 자동차가 아닌 주변 다른 로봇이나 설비에 페인트를 분무하는 황당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로봇들이 서로의 몸체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용접 불꽃을 엉뚱한 곳에 튀기고, 유리창을 깨뜨린 일화들은 당시 GM 자동화 실패의 상징처럼 회자되었다.

16시간 만에 막을 내린 광기

2016년 3월 23일, AI 챗봇 테이는 "안녕하세요, 여러분"이라는 트윗과 함께 세상에 첫인사를 건넸다. 18세에서 24세 사이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들어진 이 인공지능은 최신 유행어, 이모티콘, 코미디언들의 유머 감각까지 학습한, 재치가 넘치고 발랄한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는 MS가 꿈꾸었던 미래가 곧 도래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선사했다.   

하지만 테이가 뛰놀던 트위터라는 운동장은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시스템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파멸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트롤(Troll)’이라는 사용자 집단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익명 게시판인 포챈(4chan)과 에이트챈(8chan) 등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테이를 조직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테이의 치명적 약점을 금세 간파했다. 

즉 특정 표현이 반복 입력되면 이를 '인기 있거나 보편적인 문장'으로 인식하고 모방하는 특성을 가졌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 익명의 트롤들은 MS 엔지니어들보다 테이가 처할 사회적 환경과 AI 학습 메카니즘에 미칠 영향을 더 정확하게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약점을 간파당한 순간부터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트롤들로 인해 테이의 시간은 악몽으로 변해갔다. 

미국 EHR 시스템의 실패

2009년 2월,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던 미국 대통령 오바하는 거대한 경기부양책에 서명했다. 이안에 작지만 야심찬 계획 하나가 숨어 있었다. 바로 'HITECH 법안'으로, 전자건강기록EHR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려 했다.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300억 달러짜리 처방전의 결과는 어땠을까? 출발 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미국의 진료실 풍경은 악몽과도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의사들은 환자와 마주하고 대화하는 대신 모니터 화면을 보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EHR은 진료실에 난입한 이방인 같은 존재였다.


(사진, 비교표) 

그렇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의료 행위의 가장 본질적인 과정을 왜곡했다. 진료실은 환자의 고통을 나누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거대 솔루션 기업이 미리 짜놓은 데이터 입력 구조와 보험 회사의 지불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작업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환자와의 교감은 시스템이 요구하는 정형화된 데이터 입력에 자리를 내주었다. 현장의 살아 있는 목소리는 무시되었고,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시스템의 요구사항을 채우는 작은 톱니바퀴로 전락했다.

자동화, 기술 만능주의라는 인지적 함정

왜 현명한 리더들조차 같은 실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 답은 인간의 뇌 속에 각인된 '인지적 편향' 때문이다. 기술은 단지 인간의 이같은 심리적 취약점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확성기'일 뿐이다. 가장 치명적인 함정은 바로 '기술 만능주의'다. 복잡한 난제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로 환원하고, 새로운 기술의 도입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맹신하는 경향이다.

GM에 '일본과의 경쟁'이라는 거대한 과제는 고작 '로봇의 부재不在'로, 오카도에 '치솟는 인건비와 사람의 실수'라는 숙제는 '로봇 군단'으로 단순 치환되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는 격언처럼, 그들은 기술이라는 망치에 갇혀버린 것이다. 문제의 본질인 낙후된 프로세스, 경직된 조직 문화, 그리고 인간의 적응력 같은 근본 요소들은 철저히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오카도 화재 당시, 요란한 경보음 속에서도 1시간이나 지연된 신고를 '설마 이 완벽한 시스템에 오류가 있을까?’ 하는 안일한 믿음, 즉 자동화 편향이 작동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시스템에 대한 과잉 신뢰가 인간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야생적인 위기 대응 감각을 거세해버린 것이다. 

기술 만능주의가 거대한 환상을 잉태하고, 확증 편향이 그 환상을 맹목적 신념으로 굳히며, 마침내 자동화 편향이 그 믿음을 파국으로 현실화하는 악순환의 고리. 이 보이지 않는 심리적 메커니즘이야말로, 잿더미가 된 자동화 왕국을 설계한 진짜 건축가였다.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 배제가 아니다. 인간의 판단력을 시스템의 핵심에 심어, 어떤 위기에서도 회복 가능한 ‘최후 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오카도의 화재는 자동화 만능주의에 대한 경종이었다. 이는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자동화’로 전환하라는 시대적 요구였다. 결국 어둠을 밝히는 유일 한 등불은 기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멈춰버린 미래의 바퀴

2001년 12월 3일, 발명가 딘 케이먼은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를 통해 세그웨이 HT의 실체를 공개했다. 두 개의 바퀴 위에 선 사람이 몸을 살짝 기울이는 것만으로 미끄러져 나아가는 모습은 마치 마법처럼 보였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걷는다는 행위 자체를 재정의하고, 인간의 이동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약속이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세그웨이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즉 휠체어 사용자에게 ‘계단을 오르는 것’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거대한 장벽이지만, 두 다리가 건강한 사람에게 ‘조금 더 빨리 걷는 것’은 그저 약간의 편리함이 더해지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발 팀은 자신들이 만든 기술의 우수성에 매료되어 사용자의 진짜 필요를 간과하는 ‘혁신가의 근시안’에 빠지고 말았다.

세그웨이의 몰락은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 ‘맥락의 부재’ 탓이었다. 보행자에게는 위협적이고 차량 흐름에는 방해가 된 이 기계는, 인도와 차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도시 생태계의 이방인이 되었다. 제품은 복잡한 현실의 제약 속에 놓인다. 따라서 혁신은 기능적 우수성을 넘어 기존 인프라 및 제도와의 조화를 이룰 때 완성된다. 제품만이 아니라 그것이 생존할 환경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구글 글라스'도 기술적 우아함에 매몰되어 사회적 수용성이란 본질을 간과한 실패 사례다.

런던의 구급차는 왜 멈췄는가? 

런던의 응급의료 체계를 구원할 LASCAD는 '디지털 영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가동한지 몇 시간 만에 조직 전체를 마비시키는 재앙의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어떤 긴급 호출은 시스템에서 증발해버렸고, 또 다른 호출은 중복 접수되어 경미한 사고 현장에 구급차 여러 대가 몰려가는, 웃지 못할 비극적인 촌극이 연출되었다. 

거리의 구급대원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들의 모바일 데이터 단말기(MDT)는 침묵하거나, 이미 다른 구급차가 도착한 현장으로 뒤늦게 가라는 엉뚱한 지시만 내렸다. 한 뇌졸중 환자는 신고 후 11시간을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 병원을 찾아갔다. 또 다른 구급대는 현장에 도착해서야 환자가 이미 사망해 장의사가 이송해갔다는 참담한 사실을 마주했다. 

이날 하루, 그리고 다음 날까지 이어진 36시간의 아비규환 속에서 런던의 응급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했다. 언론과 공식 보고서는 이 시스템의 실패로 최소 20명에서 30명의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오히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참담한 현실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완벽한 시스템'을 탄생시킨 결절적 배경, 즉 리더십이 빚어낸 '착시 현상'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이 참사가 벌어지기 전, LAS는 유럽 최대 규모의 응급 의료 조직이라는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그 내부는 심각한 운영 난맥상으로 곪아 터지기 직전이었다.

구급차 배차를 비롯한 모든 핵심 업무는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시스템이 아닌 베테랑 접수 요원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했고, 생명과 직결된 정보들은 종이와 연필로 기록되었다. 물론 나름의 유연성은 있었다. 하지만 빈번한 배차 지연과 비효율적인 지원 운영은 피할 수 없는 고질병이었다.

결정적인 타격은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기준이었다. '응급 호출 3분 내 출발', '위급 환자의 경우 8분 이 현장 도착률 75 퍼센트 달성'이라는 목표는 기존의 낡은 아날로그 방식으론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던 셈이었다. 1989년 파괴적 파업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LAS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회적,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마치 압력솥 같은 위기 상황에서 LAS 경영진은 문제의 원인을 지목했다. 바로 '사람'이었다. 그들의 눈엔 접수 요원들의 개별적 판단, 부정확한 기억, 예측 불가능한 행동 등이 응급 의료 시스템의 효율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일 뿐이었다. 현장의 숙련된 경험이나 암묵적 지식은 비효율의 근원으로 치부되면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완벽한 중앙 통제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LASCAD는 경영진들에겐 내외의 압박을 일거에 해소할 정치적 도구였다. 이는 결국 조직의 본질을 오판한 결과였다. 인간을 통제 가능한 데이터로 환원하려던 시도는 실패였다. 비효율로 간주헤서 제거했던 '인간의 유연성'은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회복 탄력성'이었다. 통제를 강화하려던 시도는 결과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기술이 유일한 만병통치약이란 착각

총 5개 장으로 구성된 내용들 중 각 장의 한가지 대표 사례를 요약해 서평에 갈음하고 있다. '사전 부검'이란 도구를 통해 다섯 가지의 거대한 '메타 착각'을 완독하길 권하고 싶다. 완독을 통한 성찰이 결국 중요한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기에. 경영자와 임원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혁신은왜실패하는가 #박종성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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