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머문 순간 울림 1
이디스 워튼 지음, 마이너스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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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지만, 뉴욕 상류층의 화려한 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들은, '더좋은 조건이 생기면 이혼한다'는 냉소적인 약속을 하며 결혼한다. 이 계약은 당시 상류층의 가볍고 거래적인 결혼관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진 돈은 없지만 매력과 사회적 기술을 가진 닉과 수지는 부유한 친구들의 호의에 기대어 유럽을 떠도는 기생적인 삶을 시작한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사진, 책표지)

1922년에 발표한 이 소설의 작가 이디스 워튼(1862~1937년)은 20세기 초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가이다. 뉴욕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특권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했지만, 사회적 지위와 부유함이 여성에게 어떤 구속과 모순을 안겨주는지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관찰했다. 이런 경험은 작품 전반에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소설은 우리들을 미국과 유럽 사교계로 초대한다. 요즘 말로 '인싸' 또는 '인플루언서'들의 사교 모임 현장이 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화려한 옷차림, 아름다운 화장, 춤과 술, 그리고 고급 호텔 등 일반인은 도저히 쉽게 근접할 수 없는 공간이자 차별화되는 상류층 인맥들의 모임 장소인 소위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거 된다. 주인공 개츠비가 1920년대 미국 상류사회를 풍자한 것처럼, <달빛이 머문 순간> 또한 1920년대 초 미국과 유럽의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제1차 세계전쟁 직후, 급변하는 환경  하에서도 일부 상류층 사람들은 여전히 부와 신분을 기반 삼아 새로운 시대, 즉 풍요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그들만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가 작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사교계의 화려한 무도회와 파티, 그리고 이면에 감춰진 불안과 허무의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격인 수지와 닉은 이런 상류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이들이 이 사회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 남다른 사교술과 과장된 허세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 커플의 결혼도 진정성보다는 보여주기 식인 일종의 계약이었다. 이들은 주변인들의 도움과 결혼 선물로 상류사회의 삶을 유지하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하고, 재정적 압박은 두 사람의 갈등을 유발한다. 그동안은 부자들이 제공하는 집과 물건, 그리고 여행 등도 단지 계약 결혼의 부산물이었을 뿐이다. 과연 이 커플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1부(1~12장) 

소설은 남녀 주인공인 닉 랜싱과 수지 브랜치의 허니문 여행으로 시작한다. 달이 그들을 위해 두둥실 떠올랐으니, 바로 그들의 허니문인 셈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낭만과 환희의 무대로 지나치게 유명한 곳이라, 이 커플은 이곳을 선택한 용기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행복할 순 없을 거야.” 수지는 나른한 속눈썹 사이로 달빛을 여과시키며 그렇게 생각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늘 수지 브랜치의 혐오 대상이었다. 그리고 이제 수지 랜싱에게는 더욱 위험한 혐오의 대상이 될 터였다. 그녀는 그들을 증오했다. 인류의 타고난 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늘 비위를 맞춰 줘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중으로 증오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그들 사이에서 보냈기에,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대부분 알고 있었고, 거의 이십 년간의 의존 생활이 낳은 경멸적인 눈으로 그들을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적개심은 단지 사랑의 부드러운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그들로부터 그녀와 닉이 지금까지의 가장 무모한 계획 속에서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는 사실 때문에 누그러지고 있었다.(11쪽)


랜싱은 값비싼 시가 꽁초를 호수에 던져 버리고
, 아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녀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누군가 자신이 이런 모험을 감행할 거라고 예언했다면, 그는 증세가 보이는 즉시 감옥에 가둬 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 모험이 미친 짓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수지는 원래 사치를 사랑했다. 화려한 물건들은 언제나 자신을 아름답게 느끼게 했고, 높은 천장은 그녀에게 당당함을 안겨 주곤 했다. 지금껏 부의 증거들에 눌린 적은 없었다. 그녀는 빗을 내려놓고 두 손에 턱을 괴었다. 그제야 다시 생각났다. 대체 왜 시가를 가져왔던 걸까? 

그녀는 늘 스스로의 양심적 본능을 중시했다. 이성적으로는 자유분방했지만,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유난히 집착하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스트레피의 시가를 가져온 것이다! 아니, 중요한 건 그 시가를 닉을 위해 가져왔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생활 속 가장 사소한 부분까지 편안하고 즐겁고 호사롭게 만들어 주고 싶은 열망이 그녀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수지는 자신을 위해서는 결코 하지 않았을 비열한 일을, 그를 위해서만큼은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런데 닉은 그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으니, 그녀가 그것을 설명할 길은 영영 없을 터였다.(41쪽) 


(사진, 41쪽)

문제는 미래였다. 결혼 축의금이 다 쓰이고, 할머니의 진주목걸이까지 팔아버린 뒤에는? 결국은 부유한 친구들에게 노골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얹혀사는 신세, 공인된 '기생충'이 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다른 해결책은 없었다. 닉은 사치에서 벗어난 수지의 모습을 도저히 그려낼 수 없었다.

"솔렌트에서 비극적인 요트 사고, 
올트링엄 백작과 그의 아들 댐블레 경 익사, 
두 시신 모두 수습." 

닉은 수지에게 편지를 쓸 작정이다. 때마침 눈에 띈 신문기사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제 옛 친구 스트레퍼드가 거대한 유산의 상속자가 된 것이다. 그동안 가난에 찌들어 지내던 그가 이 사건의 주인공이 된 셈이었다. 단 하루만에 운명의 수레바퀴가 이렇게 돈 것이다. "사랑하는 수지에게", 편지를 써내려갔다. 수지가 원하는 걸 줄 능력이 없는 사람이며, 스트레퍼드가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므로 그에게 기회를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닉은 분노를 안고 떠났지만 그의 글 속엔 단 한 마디의 원망조차 없었다.    


2부(13~24장)

닉이 떠나버린 지 꼭 일주일이었다. 그 동안의 시간 속에서 수지는 오직 고독 속에 구원이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 그녀는 알았다. 그 어떤 것도 준비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자신이 고독을 견딜 수 없는 사람임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완전히 혼자였던 적이 없었던 그녀가 이제 어떻게 버틸 수 있단 말인가?

스트레퍼드가 말했다. “우리가 없어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우리를 붙잡고 있는 거야. 습관이지. 편안함, 사치, 여유로운 공기… 무엇보다도 지루함과 단조로움, 구속과 추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 넌 그 힘을 본능적으로 선택했어, 어른이 되기도 전에. 닉도 마찬가지였고. 차이라면 닉은 너보다 조금 일찍 그게 진짜 오래가는 것, 삶의 필수 조건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지.”(162~163쪽)


런던의 고독 속에서 수지는 독립에 대한 갈망은 더 격렬해졌다. 물론 편안함을 전제로 한 독립 말이다. 지독한 아름다움에 대한 애착, 이는 수지에게 늘 저주였지만, 만약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면 축복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애착은 누렇게 빛바랜 빗물 속에 잠긴 초라한 호텔 방 한가운데 희미한 전등을 켜면  어이없이 꺼져버리는 전기 설비 같은 것은 견디기 힘든 혐오로 바꾸어놓았다.  


무엇보다도 스트래퍼드는 그녀와 함께하는 데 익숙했고, 그녀의 관점, 너그러움, 한계를 잘 알고 있었으며, 지루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자주 즐겁게 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불타는 열정은 아닐지라도, 그런 재료들이야말로 오히려 감정을 오래도록 편안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수지는 이미 열대 같은 사랑을 맛봤고, 이제는 좀 더 온화한 날씨를 원했다. 하지만 앞으로 1년 동안 그의 흥미를 유지시키고, 다른 여자들을 막아내며, 그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말로 할 수 없이 우울했다. 그러나 이런 건 차마 그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251~252쪽)


(사진)


3부(25~30장)

니콜라스 랜싱 부부의 두 번째 신혼여행을 위해 역까지 가는 데는 가득 찬 택시 두 대가 필요했다. 첫 번째 택시엔 닉과 수지, 그리고 전 일행의 짐이 실려 있었다. 두 번째 택시에는 풀너 아이들 5명과 도저히 빠질 수 없다며 따라나선 하녀, 그리고 그녀가 돌보는 카나리아 새장과 고양이 한 마리까지 실려 있었다. 막 떠나려는 기차에 간신히 승차할 수 있었다. 

호텔의 불빛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그들은 간신히 3층에 있는, 수지가 간신히 감당할 수 있다고 고른 방애 올랐다. 닉과 수지 두 사람은 나란히 의지에 앉아 한동안 침묵했다. 그 침묵은 너무도 달콤해 닉은 깨드릴 수가 없었다. 기쁨을 충분히 맛보며 그 달콤함에 젖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말을 꺼냈다. 

"오늘 아침 편지에서 좋은 소식이 있었어"
"여행 중에 크레타에 관한 글 두 편을 썼는데, 그냥 여행 감상문일 뿐이야. 그런데 <뉴리뷰> 편집장이 그걸 받아주고 다른 원고도 부탁했어, 이건 원고료 수표야!"
"이제 그만, 잘 시간이야"


빗방울이 떨어지는 구름 사이로 달이 잠시 얼굴을 내밀어 그들을 비추다 다시 숨어버렸다. 이렇게 소설은 달로 시작해서 달로 끝을 맺는다. 

#이디스워튼 #소설 #달빛 #달빛이머문 #서평 #소설리뷰 #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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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 시선과 기록이 만드는 길
박환이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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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15년간 내가 시선과 기록을 통해 길을 만들고, 원하는 보물을 얻으며, 현실에서 검증해온 기록을 담았다. 시선을 통해 미래를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실로 끌어왔고, 그 과정의 기록을 쌓아가며 선명하게 만들어 왔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박환이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15년 동안 보드판에 목표를 붙이고 바라보며 파일철에 그 여정을 기록해 나가는 습관을 실천해왔다. 그 꾸준함은 일과 가정, 경제에서 스스로 원하는 보물을 현실로 이끌어주는 힘이 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영구장애 판정을 받은 뒤, 더 많은 이들에게 이를 전하고자 작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질주(1장)에선 시선과 기록이 만들어 낸 놀라운 결과를, 멈춤(2장)에선 교통사고와 장애판정이란 인생의 나락을 맛본 절망적인 순간을, 정비(3장)에선 뇌고학, 양자역학, 심리학 등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선과 기록'이 어떻게 보물이 되는지를, 길이 보이면 삶은 흔들리지 않는다(4장)에선 자신만의 지와 일지를 직접 설계하는 구체적 방법을 각각 제시한다. 


20대 초반, 스무 명의 부하를 이끄는 소대장(특전사)으로 병영생활을 할 때 저자는 각종 경연대회에 도전했던 과정을 리더십 실천 사례로 정리해 기고했다. 이는 ‘2012년 리더십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고, 전군 500명이 모인 자리에서 소대의 이야기를 직접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스토리는 책자에 실려 전군에 배포되었다. 발표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 문득 방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엔 여전히 그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소대장 시절 스토리를 전군에 알리자!’ 2년 전, 연기처럼 막연했던 문장이 그날, 분명히 현실이 되어 저자 앞에 서 있었다.

어느덧 8년이 흘러 있었다. 그동안 저자가 적어둔 보물은 총 38개. 그중 33개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나머지 5개는 현재 진행 중이었다. 달성률 87%. 그리고 나머지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들이었다. 8년간 그려놓은 보물들을 거의 다 현실로 만들어 낸 셈이었다. 흥미로운 건, 보물을 찾다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계획에 없었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뜻밖의 순간들을 보물지도에 업데이트했다. 

보물섬을 탐험하던 베테랑 탐험가였던 저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실 침대 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책에서 읽었던 긍정의 말들이 지금의 현실에 쉽게 녹아들진 않았다. 아내는 그 시기의 저자를 ‘외상후 스트레스가 지배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었다.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하다가도 몇 분 뒤엔 “다 필요 없어, 난 이제 끝났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침내 저자는 이 장애를 수용했다. 신이 자신에게 허락한 쉼표였고, 새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것은 후퇴가 아니라 재정비였고, 멈춤이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점검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는 신이 주신 이 쉼표를, 마침표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하버드 대학교 신경 과학자 사라 래저는 명상과 뇌 구조 변화를 연구했다. 8주간 명상 훈련에 참가한 사람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전두엽피질이 두꺼워졌고 편도체의 크기가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이는 반복적인 경험이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뇌의 물리적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들은 매일 눈에 보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공을 던지면 포물선으로 날아가고, 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면 수직 낙하한다. 물리학은 이런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 즉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하는 물리학도 있다. 이게 바로 '양자역학'이다. 


위대한 탐험가들은 언제나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부터 '그곳이 존재한다'고 믿고 바라보았다고 한다. 위대한 발명가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전 어듬 속에서도 빛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알려진다. 이처럼 탐험가의 시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사진, 오리 또는 토끼) 


오리를 보는 순간 토끼는 사라지고, 토끼를 보는 순간 오리는 보이지 않는다. 


반복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은 단순히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아침에 양치질을 하거나 출근길에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루틴은 뇌의 에너지를 절약해서 더 중요한 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을 가열하면 99도까지는 뜨거워질 뿐이다. 마지막 1도를 더해야 비로소 물이 끓는다. 질적인 변화의 순간이다.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몸과 뇌가 변하며, 그것이 능력이 된다. 끓기 전에 멈추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저자의 3가지 보물 


하나, 내 콘텐츠를 정식으로 런칭하기 

둘, 책을 출간하기 

셋, 작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보물지도 설계법과 탐험일지 작성법을 살펴보자. 먼저 보물지도 설계는 6단계를 밟는데, 자신을 중심으로 8가지 영역 나누기, 각 영역에 보물 붙이기, 중심핵 채우가, 마감 기한과 조건 써넣기, 마법의 설정(이미지화), 매듭 짓기의 과정을 거친다. 탐험일지는 파일철 하나로 충분하다. 앞표지는 각자 취향대로 장식해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도구이다. 일기장으로 착가하진 말자. 


마이웨이를 부르다


책장을 덮는 순간, 후랑크 시나트라가 불렀던 '마이 웨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직장 초년병 시절 회식자리에선 늘 이 노래를 불렀던 추억이 소환되었다. 과연 난 내 인생의 여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묻고 있다. 부족했던 점을 발견했으니 이를 보완해 나갈 것이다.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지 못해 서성거리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자기계발 #성공 #더로드 #박환이 #보물지도 #탐험일지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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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끌어야 세상을 이끌 수 있다 - AI시대 누구에게도 대체되지 않는 리더에 대하여
김수현(고독한 직장인) 지음 / 도서출판11%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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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단순히 조직 내 역할 수행에 그치지 않는다. 점차 개인의 삶 전반에 스며드는 태도와 자세로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이다. 사람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동체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그 안에서 리더십은 공동체에 기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수현은 CJ그룹에서 20년간 국내영업/글로벌/마케팅/영업전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리더의 경험을 쌓았으며, 연 1.6조원의 담당 영업/마케팅 조직을 이끌고, 2천여 명이 소속된 CJ엠디원 CEO와 러시아의 CJ라비올로 CEO직을 담당하며, 국내와 글로벌 모두에서최고 경영자 경력을 쌓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리더십은 스킬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다(1부), 조직문화라고 쓰고 조직역량으로 읽는다(2부), 우리는 조금이라도 통通하였을까?(3부), 코 찡한 코칭은 사람을 키운다(4부),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의도대로 행동하는 실전 리더십(5부), 좋은 리더는 결코 혼자 일하지 않는다(6부) 등으로 리더십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리더십은 흔히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도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리더십은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갖추어야 할 태도이자 철학이다.


조직 안에서 리더는 지위나 권위 이전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개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직장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서도 리더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 돌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실수와 실패,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는 리더에겐 일상적이다. 그래서 실패에서 배우는 태도, 그리고 피하지 않고 책임 있게 마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책임감이며, 용기와 배포다. 실패 자체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리더 자신을 이끄는 힘이자 타인을 이끄는 리더십이 된다.

그러나, 최근 회사에선 이상한 현상이나 반응이 나타난다. 리더 기피 현상으로, 소위 '리더 포비아', 또는 '팀장 포비아'라는 신조어新造語까지 만들었다. 왜 이같은 반응이 생겼냐하면 리더의 책임은 큰 반면 대가는 상대적으로 초라해서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 반 이상은 임원 승진엔 무관심, 아니 기피(또는 두려움) 반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업무량과 재직기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남들만큼 일하고, 남들만큼 다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리더는 본질적으로 구성원을 통해 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일지라도 혼자서 일하는 리더는 진정한 의미의 리더가 아니다. 리더십은 재능이 아니라 스킬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스킬보다는 태도에 가깝다고 강조하는 듯하다. 스킬은 장시간의 반복적인 숙련을 통해 향상되기 마련인데 리더십은 이런 숙련보다는 오히려 삶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나아갈 방향을 판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리더를 신뢰하고 따르려는 구성원은 없다. 운전대를 잡고도 갈래길에서 갈 곳을 묻기만 하는 운전자처럼 이런 리더는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확률이 높다. 그렇다. 비 오는 고속도로를 와이퍼 없이 달리는 차에 어느 누가 탑승하고 싶겠는가? 

따라서 리더의 의사결정은 때론 직관에 따라, 때론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어떤 방식이든 선택한 결정에 대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리더의 말은 그 결과까지 책임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사진, 벨빈 모형) 

팀워크를 통해 성과를 만들려면 인간적 유대감을 통해 조직의 집단 응집력을 키우고, 업무적 활성화를 통해 구성원들이 팀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도록 리더는 도와야 한다. 팀워크란 각각의 고유한 역할이 합쳐져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될 때 최고,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성공은 최종적이지 않으며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계속할 용기다. 
- 윈스턴 처칠 

리더십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을 실천하다 보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변화가 더딜 수 있다. 이는 흔한 현상이며, 누구나 겪는 성장통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목표를 포기한다면 실패로 끝나겠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성공이 잠시 유보된 것일 뿐.

#자기계발 #경제경영 #리더십 #나를이끌어야세상을이끌수있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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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용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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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을 울리는 부분에 저절로 밑줄을 긋게 된다. 더 나아가 그 문장을 베껴 쓰고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만큼 그 글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인생에 귀감이 되는 명문을 따라 써 보고 외우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는 누구일까? 철학책을 좀 읽어본 사람들은 대체로 두 사람의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꼽는다. 1970년대 대학시절, 나 또한 이들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닐 정도로 가까이 했었다. 그 시절 전문 번역인이 부족했던 까닭에 책 속 문장과 문맥이 자연스럽지 않아 때때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가며 읽고 또 읽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최근 강용수 교수가 펴냈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와 함께 느닷없이 철학도서 출간 붐을 초래했다. 그 현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일 정도다. <쇼펜하우어X니체 필사책> 은 독일의 두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상이 담긴 명문장 100편을 강용수 교수가 직접 추려 뽑아서 펴낸 필사책이다. 특히 기존의 오역을 바로잡고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옮긴 점이 특징적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년)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 인물이며 근대 실존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과 삶의 면면을 탐구한 현실주의 사상가이자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의 유사성을 연구한 최초의 서양 철학자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년)도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19세기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실존주의, 해체주의, 현대 심리학과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흔히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단순한 허무주의자가 아니라 삶을 긍정하고 인간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사상가였다.


(사진, 두 철학자의 명문장)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철학자의 사유思惟를 직접 한 자 한 자 새기며 마음에 담는 것이기에 책장을 넘기며 읽는 독서에 비해 더욱 깊은 감동을 주므로 필사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이 수반되지 않는 반복 쓰기에 그친다면 별로 의미가 없다. 쇼펜하우어도 베껴 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따라서, 필사시엔 저자의 의도를 먼저 곱씹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를 음미해야 한다.


"철학은 본래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이 철학의 힘이다."


(사진, 행복은 기대와 현실의 균형에서 온다)


(사진, 인격은 절대적인 가치다)


(사진, 생각과 말을 가까이 두지 말라)

철학 후배격인 니체는 젊은 시절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읽고 철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선배격인  쇼펜하우어가 니체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니체는 그런 쇼펜하우어의 사상에서 철학을 이어받았을지라도 이후의 행보를 살펴보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넘어서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두 철학자의 같은 듯 다른 점이다.


(사진,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의 숙명)


(사진, 자신을 스스로 만드는 인간이 돼라)


(사진, 준비된 사람이 무궁무진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 필사책은 쇼펜하우어의 인생론(파트1)과 니체의 인생론(파트2)에 각각 50개의 명문장을 싣고 있다. 이는 책을 엮은 강용수 교수가 두 철학자를 연구하던 과정에서 읽어 온 두 철학자의 글 중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판단한 문장들을 엄선한 것이다. 어디 한 문장이라도 버릴 게 없다. 필사를 통해 내 마음에 새겨보자. 


내 인생에 각인하고픈 말들


두 철학자의 사상과 글은 모범이 될 만큼 탁월하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인 의미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일상과 삶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즉 뛰어난 문장력과 확고한 인생관이 모두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앞날의 인생을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사진, 나의 필사) 


#인문 #고전 #철학 #글쓰기 #쇼펜하우어니체필사책 #강용수편역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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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1-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염치를 중히 여기는 일인입니다 ㅠ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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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너무 평범한 건 아닌가, 다른 사들은 어떻게 살까? 호기심이 생겨 제 주변을 더 관찰하게 돼요. 어쩌면 너무 익숙해져서 평범하다고 느꼈던 것은 아닐까요? 돌이켜보니,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치열하게 살아낸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요. - '여는 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희숙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생계형 직장인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평생 친구로 삼아 동행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오늘도 무사히(1부), 무엇으로 걷고 있나요(2부), 일상으로 향하는 걸음(3부) 등으로 친숙한 안부이자 농담을 겸한 따뜻하고 담백한 마음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에 작가의 에세이 속에서 발견한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글귀를 마치 필사하는 느낌으로 소개하며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사랑이란 무엇이더냐?
나중이란 없는 게 사랑이란다. 

- 윌리엄 세익스피어, <십야 혹은 그대의 바람>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이 작품은 코믹하면서도 깊은 인간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심한 폭풍우를 만나 생이별한 쌍둥이 남매 비올라와 세바스찬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엿보는 사랑의 정체, 복장의 마술, 그리고 신분의 해체를 그려낸 코믹 로맨스이다. 

올해 갑자기 야구 사랑에 빠진 딸은 구자욱 선수의 만루 홈런으로 역전 우승해서 너무 행복하단다. 딸의 행복은 삼성 야구단의 성적에 달린 셈이다. 스무 살 건장한 아들은 라면에 마늘을 넣고 30초 후에 먹으면 진짜 맛있다며 좁은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이런 광경들이 정작 저자 본인에겐 행복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당신은 언제 행복해요?”
바둑 대국을 시청하는 메이드 인 경상도 남편에게 서술형 답변을 요구했다. 당혹스러움을 넘어 공포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 남편의 뒷덜미를 잡으며, 나는 웃으며 말한다.
“행복한 걸로 합시다.”(
18쪽)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직장에서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눈을 보며 대화한다는 저자, 하루는 남편과 마주 앉아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3분 동안 눈을 마주 보는 걸 설득했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라 남편은 당황해 했다. 어쩌면 잘못한 게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진지하게 마주 앉았다. 

남편의 눈동자 속에 저자의 얼굴이 보였다. 남편이 아닌 나 자신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마치 거울을 마주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시선을 마주치는 걸 피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을 똑바로 응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배운 탓이리라. 휴대폰 화면만 응시하거나, 먼 산을 보듯 다른 곳에 시선을 둔다. 심지어 대화 중에도 그렇다.

2분 45초가 지났을 즈음, 남편이 눈물을 흘렸다. 본인도 당황했는지, “늙어서 한 곳을 오래 보니까 눈이 아파 눈물이 나는 거야.”라며 변명했다. 남편도 늙어가는 자신을 본 걸까? 아니면 늙어가는 나를 애처롭게 본 걸까? 자세히 묻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남편이 눈으로 말했고, 나도 눈으로 답했다. “애썼어.” “고마워.”(47쪽) 

무슨 생각했더라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 무슨 생각했더라.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출발하면서 무슨 생각했더라. 쌓여 있는 낙엽을 보며 무슨 생각했더라. 제일 먼저 출근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무슨 생각했더라. 파란 잉크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슨 생각했더라.(80쪽) 

이 문장을 읽으며 나 또한 잠시나마 생각에 잠겨보았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하루 일과 중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서 책을 읽던 중에도 수많은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곤 한다. 특히, 새벽 독서 땐 분위기 탓에 더욱 더한 것 같다. 생각의 갯수를 낱낱이 헤아려보지 않았지만 대충 수백 가지는 되리라 짐작하는데, 어쩌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사진, 하루가 책으로 & 고요한 새벽)


일상으로 향하는 걸음

"인간은 지향志向이 있는 한, 방황하느니라" 

- 요한 볼프강 괴테, <파우스트> 중에서

여러 운동을 전전하며 등산도 꾸준히 했다. 직장 산악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따. 하지만 운동을 멈추고 나니 잔병치레가 늘어났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결국 모든 이유가 다시 운동해야 하는 이유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부터 다 같이 걷기 운동할 거야. 그런 줄 알아.” “엄마, 비 와.” “그래.”(148쪽) 

이 글을 읽다가 빵 터졌다. 운동 하길 좋하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김종국 말고는 말이다. 두 딸의 어린 시절, 아침 일찍 동네 야트막한 뒷산을 오르내렸다. 가벼운 산행은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나중에 성인이 된 두 딸과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이 때가 제일 싫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너무 강압적이었나? 그땐 아무말도 없더니. 


(사진, 관리실 방송) 

원룸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 특별한 약속이 없어서 집에 머무는 날 가장 많이 듣는 관리실 방송도 이와 유사하다. 어느 집에서 고기를 굽는다고, 또 어떤 날엔 담배를 심하게 피워서 자욱한 연기로 인해 화재경보기가 울렸다는 내용이다.

자기 자신이 되가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을 파악해야만 한다. 

- 오르한 파묵, <검은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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