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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돈의 시대, 스테이블코인 - 경제 현장에서 본 달러 이후의 돈, 디지털 화폐 이야기
김신영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아직 한국의 법정화폐인 '원'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은 없다. 사실 세상에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99%가 미국 달러 기반이다. 최근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어 국회에 관련 법이 여럿 계류돼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돈의 혁신을 놓쳐선 안 된다'는 찬성론과 '이미 다양한 결제 서비스가 있는 한국의 스테이블코인은 불필요하며 자본 유출과 불법 행동만 부추길 것'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책의 저자 김신영은 <한국일보>(2002년)를 거쳐 <조선일보>(2006년)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글로벌 경제 섹션 '민트'(현, 위클리비즈) 편집장을 역임했다. 또 뉴욕 특파원(2011~12년)으로 일할 때 글로벌 금융 위기의 후유증, 미국 국가 신용 등급 강등 등을 취재했다.
여덟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돈의 본질을 묻다(파트1), 스테이블코인의 탄생(파트2), 스테이블코인의 미래(파트3), 스테이블코인, 위험과 경고(파트4),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한 이유(파트5), 원화 스테이블코인(파트6), 달러가 아닌 여러 형식의 스테이블코인(파트7), 스테이블코인 전문가 인터뷰(파트8)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뜨거운 논의의 흐름을 따라간다.
돈의 본질을 묻다
법정화폐(피어트 커런시)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권력이 명령해 가치를 가지게 되는 화폐'이다. 한국 정부가 세종대왕이 그려진 초록 종이에 대해 '1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명령 혹은 지시하면 그 종이가 1만 원의 가치를 부여받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 돈이 돈 노릇을 하게 해주는 바탕은 '믿음'이다. 이같은 믿음이 없다면 종이로 만들어진 지폐는 돈이 아니라 단지 휴지 조각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돈은 가치 저장,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역할을 한다는 그런 믿음이 유지되는 사회 안에서만 돈 노릇을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어쩌면 금 태환 화폐에서 출발해 '신뢰'만을 바탕으로 통용되는 피어트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피어트 달러 태환 디지털 화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피어트 달러가 꼭 필요할까? 만약 달러의 출발점이 금 태환 증표였다면 금으로부터 달러를 건너뛰고 바로 스테이블코인으로 ‘점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실제로 이런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아예 피어트 달러를 건너뛰고 ‘금 태환 스테이블코인’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면 어쩌면 간단한 개념인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그리고 달러에 관한 철학 자체를 흔들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스테이블코인의 탄생과 미래
'스테이블코인'이란 용어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불분명하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가상화폐', '안정적인 디지털 화폐'라는 표현이 사용되다가 어느 순간 '스테이블코인'으로 굳어진 셈이다. 사실 세계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인 '테더'가 나왔을 때 그 이름은 '리얼코인'이었다. 2015년부터 이는 '테더(USDT)로 변경했는데, 이후 'USDT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표현이 기사와 가상화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개한다. 월급이 들어오면 즉시 마트로 달려가 생필품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쓸어 담는다. 왜 이런 행동을 보일까? 이는 '오늘이 제일 싼 날'이라는 판단이 작동해서다. 실상은 한 달 사이가 아니라 하루에도 라면값이 25%나 오르기 떼문이다.

(사진,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
아르헨티나에서 이같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뒤따르는데, '복지 퍼주기'를 내세운 좌파 포퓰리스트 정권의 장기 집권이 초래한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마구잡이 돈 찍어 풀기로 해결했던 부메랑 효과가 통화량 증가에 따른 돈 값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탓이라는 개 가장 유력한 정설이다.
이런 상황 하의 아르헨티나인들에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마치 단비와도 같다. 일단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공급이 넉넉해서 구하기가 쉽고 코인 시장은 온라인에서 24시간 운영되므로 굳이 암시장 환전상을 찾을 필요도 없다.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늘자 ‘레몬 캐시’라는 앱(사용자가 2백만 명이 넘는다)까지 등장했다. 자국 화폐보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위험과 경고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려는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규모가 커지고 시스템 곳ㄳ에 침투해 까딱하면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반대로 스테이블코인을 옹호하는 사람 중에는 스테이블코인이 다른 디지털 포인트나 은행 온라인 예금과 큰 차이가 없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존재'로 지나친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무지막지한 재앙은 뭘까? 다수의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통화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어 금융 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한다. 지난 2008년 금융 위기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스테이블코인의 세계를 수년 동안 침체에 빠뜨렸던 금융 위기급 충격을 일으킨다고 보는 건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하지만, 경고하는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 위기의 발생 과정을 가장 명징明徵하게 정리해 보여준 보고서는 2025년 BIS(국제결제은행)에서 잇달아 나왔다. 마지막 장에 관련 인터뷰를 싣기도 한,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신현송 BIS 이코노미스트가 이끌어 많은 학자가 전문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초래할 여러 위험을 분석했고 그 어떤 국제기구보다 면밀한 보고서를 차례로 발표했다. 그중 신현송 이코노미스트가 직접 집필해 2025년 6월에 나온 ‘다음 세대의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은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과 위험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보고서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선택
트럼프 1기(2017~2021년)엔 가상화폐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라 "비트코인은 완전 사기 같다"라고 말했지만 재집권한 트럼프 2기는 가상화폐의 든든한 서포터 역할을 보여준다. 트럼프 일가와 가상화폐의 단단한 관계를 보여주는 회사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다. 이 회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USD1이다.

(사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홈페이지)
이 회사가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트럼프 일가가 75%, 윗코프 일가가 25%를 가져간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트럼프 일가가 이 회사의 사실상 소유주인 셈이다. 이후 이 지분이 50% 아래로 내려갔지만, 누구에게 지분을 넘겼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대한민국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 권력을 이용한 부정축재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도 점점 많이 사용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앱을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상인들도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수령할 것이다. 이렇게 모두 사용하는 세상이 된다면 원화를 사용할 일은 극히 적을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엄격한 '외국환거래법'을 통해 실물 달러를 특정 규모 이상 환전해 보유하면 신고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스테이블코인에 적용할 수는 없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각국에서 점점 더 많이 쓰이고 결국 한국까지 침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가정하에 제기되는 화두가 ‘통화 주권’ 문제다.
여러 형식의 스테이블코인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기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경계한다. 무역 결제 대금에 위안화 비중을 늘리려고 애쓰는 중국 정부가 그냥 지켜볼 리가 없다. 중국 법원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처벌을 강화하는 조짐이다. 그리고 중국은 민간 위안화 스테이블코인 대신에 정부와 중앙은행이 관장하는 위안화 CBDC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미국보다 앞서서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했었다. 하지만 유로와 엔화 스테이블코인의 규모는 미미하다. '달러 승자 독식'이란 점이 작용하는 문제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EU와 일본의 규제가 미국에 비해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굳이 발행사가 이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매력이 없다는 거다.
전문가 인터뷰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금융, 통화 경제학자인 신현송 BIS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2025년 6월 BIS를 통해 낸 보고서 '다음 세대의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은 스테이블코인을 경제학자이자 통화 당국자의 시각으로 가장 면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한 문서로 꼽힌다. 책(파트8)엔 그와의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화폐 역할 하기엔 한계 많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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