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 시선과 기록이 만드는 길
박환이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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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15년간 내가 시선과 기록을 통해 길을 만들고, 원하는 보물을 얻으며, 현실에서 검증해온 기록을 담았다. 시선을 통해 미래를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실로 끌어왔고, 그 과정의 기록을 쌓아가며 선명하게 만들어 왔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박환이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15년 동안 보드판에 목표를 붙이고 바라보며 파일철에 그 여정을 기록해 나가는 습관을 실천해왔다. 그 꾸준함은 일과 가정, 경제에서 스스로 원하는 보물을 현실로 이끌어주는 힘이 되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영구장애 판정을 받은 뒤, 더 많은 이들에게 이를 전하고자 작가,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질주(1장)에선 시선과 기록이 만들어 낸 놀라운 결과를, 멈춤(2장)에선 교통사고와 장애판정이란 인생의 나락을 맛본 절망적인 순간을, 정비(3장)에선 뇌고학, 양자역학, 심리학 등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선과 기록'이 어떻게 보물이 되는지를, 길이 보이면 삶은 흔들리지 않는다(4장)에선 자신만의 지와 일지를 직접 설계하는 구체적 방법을 각각 제시한다. 


20대 초반, 스무 명의 부하를 이끄는 소대장(특전사)으로 병영생활을 할 때 저자는 각종 경연대회에 도전했던 과정을 리더십 실천 사례로 정리해 기고했다. 이는 ‘2012년 리더십 우수 사례’로 선정되었고, 전군 500명이 모인 자리에서 소대의 이야기를 직접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스토리는 책자에 실려 전군에 배포되었다. 발표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 문득 방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엔 여전히 그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소대장 시절 스토리를 전군에 알리자!’ 2년 전, 연기처럼 막연했던 문장이 그날, 분명히 현실이 되어 저자 앞에 서 있었다.

어느덧 8년이 흘러 있었다. 그동안 저자가 적어둔 보물은 총 38개. 그중 33개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나머지 5개는 현재 진행 중이었다. 달성률 87%. 그리고 나머지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들이었다. 8년간 그려놓은 보물들을 거의 다 현실로 만들어 낸 셈이었다. 흥미로운 건, 보물을 찾다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계획에 없었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뜻밖의 순간들을 보물지도에 업데이트했다. 

보물섬을 탐험하던 베테랑 탐험가였던 저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병실 침대 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책에서 읽었던 긍정의 말들이 지금의 현실에 쉽게 녹아들진 않았다. 아내는 그 시기의 저자를 ‘외상후 스트레스가 지배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었다.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하다가도 몇 분 뒤엔 “다 필요 없어, 난 이제 끝났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침내 저자는 이 장애를 수용했다. 신이 자신에게 허락한 쉼표였고, 새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것은 후퇴가 아니라 재정비였고, 멈춤이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점검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는 신이 주신 이 쉼표를, 마침표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하버드 대학교 신경 과학자 사라 래저는 명상과 뇌 구조 변화를 연구했다. 8주간 명상 훈련에 참가한 사람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전두엽피질이 두꺼워졌고 편도체의 크기가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이는 반복적인 경험이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뇌의 물리적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들은 매일 눈에 보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공을 던지면 포물선으로 날아가고, 사과는 나무에서 떨어지면 수직 낙하한다. 물리학은 이런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 즉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하는 물리학도 있다. 이게 바로 '양자역학'이다. 


위대한 탐험가들은 언제나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부터 '그곳이 존재한다'고 믿고 바라보았다고 한다. 위대한 발명가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 전 어듬 속에서도 빛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알려진다. 이처럼 탐험가의 시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사진, 오리 또는 토끼) 


오리를 보는 순간 토끼는 사라지고, 토끼를 보는 순간 오리는 보이지 않는다. 


반복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은 단순히 매일 반복하는 행동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아침에 양치질을 하거나 출근길에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루틴은 뇌의 에너지를 절약해서 더 중요한 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을 가열하면 99도까지는 뜨거워질 뿐이다. 마지막 1도를 더해야 비로소 물이 끓는다. 질적인 변화의 순간이다.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몸과 뇌가 변하며, 그것이 능력이 된다. 끓기 전에 멈추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저자의 3가지 보물 


하나, 내 콘텐츠를 정식으로 런칭하기 

둘, 책을 출간하기 

셋, 작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보물지도 설계법과 탐험일지 작성법을 살펴보자. 먼저 보물지도 설계는 6단계를 밟는데, 자신을 중심으로 8가지 영역 나누기, 각 영역에 보물 붙이기, 중심핵 채우가, 마감 기한과 조건 써넣기, 마법의 설정(이미지화), 매듭 짓기의 과정을 거친다. 탐험일지는 파일철 하나로 충분하다. 앞표지는 각자 취향대로 장식해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도구이다. 일기장으로 착가하진 말자. 


마이웨이를 부르다


책장을 덮는 순간, 후랑크 시나트라가 불렀던 '마이 웨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직장 초년병 시절 회식자리에선 늘 이 노래를 불렀던 추억이 소환되었다. 과연 난 내 인생의 여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묻고 있다. 부족했던 점을 발견했으니 이를 보완해 나갈 것이다.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지 못해 서성거리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자기계발 #성공 #더로드 #박환이 #보물지도 #탐험일지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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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끌어야 세상을 이끌 수 있다 - AI시대 누구에게도 대체되지 않는 리더에 대하여
김수현(고독한 직장인) 지음 / 도서출판11%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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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은 단순히 조직 내 역할 수행에 그치지 않는다. 점차 개인의 삶 전반에 스며드는 태도와 자세로 확장될 수 있는 개념이다. 사람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공동체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그 안에서 리더십은 공동체에 기여하고 함께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수현은 CJ그룹에서 20년간 국내영업/글로벌/마케팅/영업전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리더의 경험을 쌓았으며, 연 1.6조원의 담당 영업/마케팅 조직을 이끌고, 2천여 명이 소속된 CJ엠디원 CEO와 러시아의 CJ라비올로 CEO직을 담당하며, 국내와 글로벌 모두에서최고 경영자 경력을 쌓았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리더십은 스킬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다(1부), 조직문화라고 쓰고 조직역량으로 읽는다(2부), 우리는 조금이라도 통通하였을까?(3부), 코 찡한 코칭은 사람을 키운다(4부),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의도대로 행동하는 실전 리더십(5부), 좋은 리더는 결코 혼자 일하지 않는다(6부) 등으로 리더십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리더십은 흔히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도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리더십은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갖추어야 할 태도이자 철학이다.


조직 안에서 리더는 지위나 권위 이전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개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공동체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직장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서도 리더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잘 돌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실수와 실패,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는 리더에겐 일상적이다. 그래서 실패에서 배우는 태도, 그리고 피하지 않고 책임 있게 마주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책임감이며, 용기와 배포다. 실패 자체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리더 자신을 이끄는 힘이자 타인을 이끄는 리더십이 된다.

그러나, 최근 회사에선 이상한 현상이나 반응이 나타난다. 리더 기피 현상으로, 소위 '리더 포비아', 또는 '팀장 포비아'라는 신조어新造語까지 만들었다. 왜 이같은 반응이 생겼냐하면 리더의 책임은 큰 반면 대가는 상대적으로 초라해서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 반 이상은 임원 승진엔 무관심, 아니 기피(또는 두려움) 반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업무량과 재직기간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남들만큼 일하고, 남들만큼 다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답변이 눈길을 끌었다.

리더는 본질적으로 구성원을 통해 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일지라도 혼자서 일하는 리더는 진정한 의미의 리더가 아니다. 리더십은 재능이 아니라 스킬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스킬보다는 태도에 가깝다고 강조하는 듯하다. 스킬은 장시간의 반복적인 숙련을 통해 향상되기 마련인데 리더십은 이런 숙련보다는 오히려 삶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나아갈 방향을 판단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리더를 신뢰하고 따르려는 구성원은 없다. 운전대를 잡고도 갈래길에서 갈 곳을 묻기만 하는 운전자처럼 이런 리더는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확률이 높다. 그렇다. 비 오는 고속도로를 와이퍼 없이 달리는 차에 어느 누가 탑승하고 싶겠는가? 

따라서 리더의 의사결정은 때론 직관에 따라, 때론 충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며, 어떤 방식이든 선택한 결정에 대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리더의 말은 그 결과까지 책임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사진, 벨빈 모형) 

팀워크를 통해 성과를 만들려면 인간적 유대감을 통해 조직의 집단 응집력을 키우고, 업무적 활성화를 통해 구성원들이 팀 역할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도록 리더는 도와야 한다. 팀워크란 각각의 고유한 역할이 합쳐져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될 때 최고,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성공은 최종적이지 않으며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계속할 용기다. 
- 윈스턴 처칠 

리더십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을 실천하다 보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변화가 더딜 수 있다. 이는 흔한 현상이며, 누구나 겪는 성장통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목표를 포기한다면 실패로 끝나겠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성공이 잠시 유보된 것일 뿐.

#자기계발 #경제경영 #리더십 #나를이끌어야세상을이끌수있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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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니체 필사책
아르투어 쇼펜하우어.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용수 편역 / 유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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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을 울리는 부분에 저절로 밑줄을 긋게 된다. 더 나아가 그 문장을 베껴 쓰고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만큼 그 글이 나에게 큰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인생에 귀감이 되는 명문을 따라 써 보고 외우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시작하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는 누구일까? 철학책을 좀 읽어본 사람들은 대체로 두 사람의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꼽는다. 1970년대 대학시절, 나 또한 이들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닐 정도로 가까이 했었다. 그 시절 전문 번역인이 부족했던 까닭에 책 속 문장과 문맥이 자연스럽지 않아 때때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가며 읽고 또 읽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최근 강용수 교수가 펴냈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와 함께 느닷없이 철학도서 출간 붐을 초래했다. 그 현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 보일 정도다. <쇼펜하우어X니체 필사책> 은 독일의 두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상이 담긴 명문장 100편을 강용수 교수가 직접 추려 뽑아서 펴낸 필사책이다. 특히 기존의 오역을 바로잡고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옮긴 점이 특징적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년)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 인물이며 근대 실존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과 삶의 면면을 탐구한 현실주의 사상가이자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의 유사성을 연구한 최초의 서양 철학자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년)도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19세기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실존주의, 해체주의, 현대 심리학과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흔히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단순한 허무주의자가 아니라 삶을 긍정하고 인간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사상가였다.


(사진, 두 철학자의 명문장)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철학자의 사유思惟를 직접 한 자 한 자 새기며 마음에 담는 것이기에 책장을 넘기며 읽는 독서에 비해 더욱 깊은 감동을 주므로 필사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이 수반되지 않는 반복 쓰기에 그친다면 별로 의미가 없다. 쇼펜하우어도 베껴 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따라서, 필사시엔 저자의 의도를 먼저 곱씹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를 음미해야 한다.


"철학은 본래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읽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것이 철학의 힘이다."


(사진, 행복은 기대와 현실의 균형에서 온다)


(사진, 인격은 절대적인 가치다)


(사진, 생각과 말을 가까이 두지 말라)

철학 후배격인 니체는 젊은 시절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읽고 철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선배격인  쇼펜하우어가 니체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니체는 그런 쇼펜하우어의 사상에서 철학을 이어받았을지라도 이후의 행보를 살펴보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넘어서려 했음을 알 수 있다. 두 철학자의 같은 듯 다른 점이다.


(사진,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의 숙명)


(사진, 자신을 스스로 만드는 인간이 돼라)


(사진, 준비된 사람이 무궁무진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 필사책은 쇼펜하우어의 인생론(파트1)과 니체의 인생론(파트2)에 각각 50개의 명문장을 싣고 있다. 이는 책을 엮은 강용수 교수가 두 철학자를 연구하던 과정에서 읽어 온 두 철학자의 글 중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판단한 문장들을 엄선한 것이다. 어디 한 문장이라도 버릴 게 없다. 필사를 통해 내 마음에 새겨보자. 


내 인생에 각인하고픈 말들


두 철학자의 사상과 글은 모범이 될 만큼 탁월하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인 의미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일상과 삶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기에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즉 뛰어난 문장력과 확고한 인생관이 모두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앞날의 인생을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책의 일독을 추천한다.


(사진, 나의 필사) 


#인문 #고전 #철학 #글쓰기 #쇼펜하우어니체필사책 #강용수편역 #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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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1-01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염치를 중히 여기는 일인입니다 ㅠ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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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너무 평범한 건 아닌가, 다른 사들은 어떻게 살까? 호기심이 생겨 제 주변을 더 관찰하게 돼요. 어쩌면 너무 익숙해져서 평범하다고 느꼈던 것은 아닐까요? 돌이켜보니,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치열하게 살아낸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요. - '여는 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희숙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생계형 직장인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평생 친구로 삼아 동행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오늘도 무사히(1부), 무엇으로 걷고 있나요(2부), 일상으로 향하는 걸음(3부) 등으로 친숙한 안부이자 농담을 겸한 따뜻하고 담백한 마음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에 작가의 에세이 속에서 발견한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글귀를 마치 필사하는 느낌으로 소개하며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사랑이란 무엇이더냐?
나중이란 없는 게 사랑이란다. 

- 윌리엄 세익스피어, <십야 혹은 그대의 바람>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이 작품은 코믹하면서도 깊은 인간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심한 폭풍우를 만나 생이별한 쌍둥이 남매 비올라와 세바스찬의 각기 다른 삶을 통해 엿보는 사랑의 정체, 복장의 마술, 그리고 신분의 해체를 그려낸 코믹 로맨스이다. 

올해 갑자기 야구 사랑에 빠진 딸은 구자욱 선수의 만루 홈런으로 역전 우승해서 너무 행복하단다. 딸의 행복은 삼성 야구단의 성적에 달린 셈이다. 스무 살 건장한 아들은 라면에 마늘을 넣고 30초 후에 먹으면 진짜 맛있다며 좁은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이런 광경들이 정작 저자 본인에겐 행복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당신은 언제 행복해요?”
바둑 대국을 시청하는 메이드 인 경상도 남편에게 서술형 답변을 요구했다. 당혹스러움을 넘어 공포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 남편의 뒷덜미를 잡으며, 나는 웃으며 말한다.
“행복한 걸로 합시다.”(
18쪽)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직장에서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눈을 보며 대화한다는 저자, 하루는 남편과 마주 앉아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3분 동안 눈을 마주 보는 걸 설득했다.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라 남편은 당황해 했다. 어쩌면 잘못한 게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튼 진지하게 마주 앉았다. 

남편의 눈동자 속에 저자의 얼굴이 보였다. 남편이 아닌 나 자신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마치 거울을 마주한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시선을 마주치는 걸 피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을 똑바로 응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배운 탓이리라. 휴대폰 화면만 응시하거나, 먼 산을 보듯 다른 곳에 시선을 둔다. 심지어 대화 중에도 그렇다.

2분 45초가 지났을 즈음, 남편이 눈물을 흘렸다. 본인도 당황했는지, “늙어서 한 곳을 오래 보니까 눈이 아파 눈물이 나는 거야.”라며 변명했다. 남편도 늙어가는 자신을 본 걸까? 아니면 늙어가는 나를 애처롭게 본 걸까? 자세히 묻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남편이 눈으로 말했고, 나도 눈으로 답했다. “애썼어.” “고마워.”(47쪽) 

무슨 생각했더라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 무슨 생각했더라.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출발하면서 무슨 생각했더라. 쌓여 있는 낙엽을 보며 무슨 생각했더라. 제일 먼저 출근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무슨 생각했더라. 파란 잉크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무슨 생각했더라.(80쪽) 

이 문장을 읽으며 나 또한 잠시나마 생각에 잠겨보았다. 하루에도 수백 가지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하루 일과 중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서 책을 읽던 중에도 수많은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회상하곤 한다. 특히, 새벽 독서 땐 분위기 탓에 더욱 더한 것 같다. 생각의 갯수를 낱낱이 헤아려보지 않았지만 대충 수백 가지는 되리라 짐작하는데, 어쩌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사진, 하루가 책으로 & 고요한 새벽)


일상으로 향하는 걸음

"인간은 지향志向이 있는 한, 방황하느니라" 

- 요한 볼프강 괴테, <파우스트> 중에서

여러 운동을 전전하며 등산도 꾸준히 했다. 직장 산악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따. 하지만 운동을 멈추고 나니 잔병치레가 늘어났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결국 모든 이유가 다시 운동해야 하는 이유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부터 다 같이 걷기 운동할 거야. 그런 줄 알아.” “엄마, 비 와.” “그래.”(148쪽) 

이 글을 읽다가 빵 터졌다. 운동 하길 좋하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김종국 말고는 말이다. 두 딸의 어린 시절, 아침 일찍 동네 야트막한 뒷산을 오르내렸다. 가벼운 산행은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나중에 성인이 된 두 딸과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이 때가 제일 싫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너무 강압적이었나? 그땐 아무말도 없더니. 


(사진, 관리실 방송) 

원룸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 특별한 약속이 없어서 집에 머무는 날 가장 많이 듣는 관리실 방송도 이와 유사하다. 어느 집에서 고기를 굽는다고, 또 어떤 날엔 담배를 심하게 피워서 자욱한 연기로 인해 화재경보기가 울렸다는 내용이다.

자기 자신이 되가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생각을 파악해야만 한다. 

- 오르한 파묵, <검은 책> 중에서

#에세이 #김희숙에세이 #나는언제행복했더라 #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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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철학 -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 기술
권석천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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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최고의 삶’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향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충실히 살아내는 ‘최선의 삶’을 위한 철학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권석천은 대학 졸업 후 경향신문에 입사한 뒤 중앙일보 논설위원, JTBC 보도본부장,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으로 재 중이다. 기자를 그만두면서 이젠 글쓰기에서 해방된다고 내심 기뻐했으나 보기 좋게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내면을 깨우는 힘(1부),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2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3부) 등의 재미난 철학 이야기를 소개하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세네카, 키케로, 투키디데스 등 그리스로마시대에 활동했던 12명의 철학자를 소환한다. 

막막했던 저자의 마음을 풀어준 건 우연히 접했던 그리스 로마의 고전이었다. 고전 속의 철학가들로부터 인생의 기술을 새롭게 익혀서 일상을 살아가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는데, 이는 비록 많은 세월이 지났을지라도 그들이 던진 질문들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상에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내 꿈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실패와 시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내면을 깨우는 힘

1부에는 소크라테스, 소포클레스, 플라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네 명의 고전 속 인물들이 소환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질문의 힘', 소포클레스의 침묵하지 않는 용기, 플라톤의 실패를 통해 배우는 정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자기 대화의 시간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로마 황제이기도 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은 자기 대화를 통한 성찰이 자기 완성으로, 다시 자기 완성이 사회적 미덕의 실현으로 이어지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인간을 이해하게 되고, 진정성의 가치를 깨달으며, 취약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배우기 때문이다. 

로마 카피톨리노 광장에 위치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기마상은 2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이다. 이 청동 기마상을 보면 갑옷을 걸치지 않은 시민 복장의 황제가 오른손을 바깥쪽으로 뻗고 있다. 이에 대해 상당수 학자들은 '패배한 적에게 베푸는 자비의 제스처'로 추정한다. 실제로 아우렐리우스는 게르만족과의 오랜 전쟁에도 항복한 적들을 관대하게 대했다고 한다. 항복한 게르만 부족들을 학살하지 않고 로마군에 편입시키거나 로마제국 영토의 타 지역으로 이주시켰다고 한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곶처럼 되라. 곶은 꿋꿋이 버티고 서서 주위에서 끓어오르는 바닷물을 잠재운다. - '명상록', 65쪽  

우리도 세상의 거친 파도 속에 곶이 되어 서 있을 수 있을까요? 때로는 흔들리더라도, 때로는 상처받더라도, 그래도 꿋꿋이 서서 다른 이에게 손을 내미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아우렐리우스는 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남겨둔다. 그가 자신에게 던진 질문들은 우리 모두의 질문임을 이제 알 것 같다. 그 물음들 앞에서 각자가 자신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로마제국 황제가 말하는, 가장 인간다운 일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힘 

2부에선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 아리스토텔레스, 로마 제국의 폭군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 영웅전의 저자이자 역사가인 플루타르코스 등을 통해  호메로스의 공감,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의 법칙, 세네카의 인간 존중, 플루타르코스의 사람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힘을 우리들에게 소개한다.


(사진, 일리아스 707쪽)

서로가 친구를 죽인 나라의 왕이고,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적장敵將이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면하게 된 장면이다. 그동안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상대방의 진면목을 목격하고 감탄했던 것이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게 같은 인간임을 확인하는 것처럼, 서로 눈을 맞추며 일상을 함께할 때 인간에 대한 감정과 이성이 한데 어울러진 공감으로 인해 신뢰감과 유대감을 높여 준다.   

시인 호메로스가 살았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공감共感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된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소통의 열쇠 하나를 발견했다. 그 열쇠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한다. 즉 누군가와 함께 한 식사 한 끼 속에, 마주치는 일상의 만남 속에,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그 순간 속에 있다. 

"트로이아 성벽을 사이에 두고 적敵으로 만났던 아킬레우스와 프리아모스가 같은 식탁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감탄했듯이, 우리도 일상에서 만나는 이들과 그런 감탄의 순간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133쪽)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


3부에선 로마 시대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역사 투키디데스, '희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 등 네 명의 인물들을 통해 키케로의 기세로 사태 장악하기, 헤로도토스의 맥락, 투키디데스의 팩트, 아리스토파네스의 비판적 상상력을 소개한다.


(사진, 투키데스) 


투키디데스(기원전 약 460년~약 400년)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아테나이의 정치가이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한창이던 기원전 4424년 아테나이의 장군으로 선출되어 트라케 지역으로 파견되었다. 거점 도시인 암피폴리스의 수비 책임을 맡았으나 스파르타군軍에게 패퇴한 후, 그 책임으로 20년간 아테나이에서 추방당했다. 이 기간에 쓴 책이 바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이다. 이는 기원전 431년부터 기원전 404년까지 길고 긴 27년 동안 아테나이와 스파르타 간의 전쟁이었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이 전쟁이 과거의 어떤 전쟁보다 기록해둘 가치가 있는 큰 전쟁이 되리라 믿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서두에서  


아테나이의 도전과 패배, 몰락을 기록하며 사랑하는 조국의 실패를 집요하게 응시했던 투키디데스처럼, 우리도 불편한 진실 앞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믿음과 충돌하는 사실조차 수용할 수 있는 정직함, 사실 확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자기 의견도 상대화할 수 있는 유연함이 그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인 것이다. 남이 볼 것을 미리 알고 일기장의 기록조차 진실을 은폐 내지 조작하는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사진, 최선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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