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 패밀리 - 로스차일드 250년 부의 비밀
요코야마 산시로 지음, 이용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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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묶인 다섯 개의 화살이 새겨진 문장紋章의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지고 그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도 없을 듯하다. 19세기에 유럽의 정치와 금융을 움직인 로스차일드 가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적인 규모의 사업을 펼치면서 불사조의 명성을 날리고 있다. 250년이 넘는 이 가문은 아버지와 다섯 아들의 일화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1743~1812)는 임종을 앞두고 다섯 아들을 불러 모았다. 하나로 묶인 다섯 개의 화살을 이들에게 보이며 이와같이 절대로 흩어지지 말고 한데 힘을 모아 기업을 발전시켜 나가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에 따라 다섯 형제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굳게 결속하여 유럽에서 최대의 금융강국을 만들어 나갔던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낱 영세한 고물상이자 환전상인 로스차일드가 세계적인 재벌이 된 것만으로도 이는 흥미롭다. 활시위를 떠난 다섯 개의 화살처럼 로스차일드 가문의 다섯 형제는 프랑크푸르트를 근거지로 시작해 런던, 파리, 비엔나, 나폴리 등 주요 도시로 옮겨 각자의 거점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때로는 나폴레옹의 라이벌인 웰링턴 장군에게 군자금을 보내고, 때로는 오스트리아 재상 메테르니히를 통해 금융 경쟁업자들을 꺾어나갔다. 그 결과로 로스차일드 가문은 왕족들도 시샘하는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했다는 정보를 누구보다도 더 빨리 입수하여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스라엘 건국을 주도한 시오니스트의 맹주' 혹는 '국제금융을 지배하는 숨어 있는 권력의 실체'라는 다양한 평가를 받는 로스차일드 가문은 국경을 넘어 긴밀한 협력관계의 구축과 함께 신속하고도 넓은 정보망을 유지하면서 현재까지도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2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슈퍼리치'로서 성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보자. 첫째, '가족 경영'이라는 원칙이 있었다. 둘째, '정보력' 즉 국제적 지식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셋째, 강화된 '네트워크 경영'으로 생존능력을 극대화시켰다. 넷째,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고난 극복력을 길렀다. 다섯째,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하면서 차별화된 성공을 거두었다.

 

"유럽에는 단지 하나의 권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것은 로스차일드 가문이다"

- 베르나 존버트의 <유대인과 경제생활>중에서

 

가족 경영, 세상을 지배하다

 

초대 마이어 암셀은 아들 다섯 외에도 딸 다섯을 낳았다. 딸들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규벌閨閥을 확대하여 또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아편전쟁을 통해 대재벌이 되어 인도와 홍콩을 중심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바그다드 출신의 데이비드 사순 일가도 로스차일드 가문과 혼맥으로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록펠러 가문이나 쉬프Schiff 가문 역시 결혼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족 중심의 경영은 위험을 최대한 분산시키고, 수익을 최대화시키는 네트워크 경영의 요체가 되었다.

 

암셀 마이어의 셋째 아들 나단은 1798년 영국 맨체스터에 진출한 후 런던의 금융가를 장악했다. 이후 1811년 막내 아들 야곱은 프랑스 파리에 분가하여 독일, 영국, 프랑스를 관통하는 거점을 만들었고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도 분가를 형성함으로써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글로벌 경영 네트워크를 창출했다.

 

1863년 이탈리아 나폴리 분가가 소멸하고 1901년엔 프랑크푸르트 본가도 사라졌다.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인 1938년에 비엔나 분가가 사라지면서 기존의 '5극 체제'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양극 체제'로 재편되었다. 1998년 프랑크푸르트에 유럽중앙은행이 설립되고 2007년 스위스를 중심으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은행 부문이 통합됨으로써 비엔나 분가가 재건되었다. 유럽통합과 함께 로스차일드 가문은 더욱 확대된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정보력, 돈을 움켜쥐다

 

마이어 암셀은 유년 시절 랍비 교육을 폭넓게 받았다. 랍비 교육을 바탕으로 한 유대교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정체성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이어 암셀이 아들들을 파리, 비엔나, 나폴리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정보가 힘의 원천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유럽 요지에 정착시켜 유럽 전체를 통합하는 지식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했던 것이다.

 

셋째 아들 나단이 워털루 전쟁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쌓은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승리한다면 영국은 위기에 직면하므로 국채는 폭락하고 결국 휴지 조각이 될 처지이다. 반대로 웰링턴 장군이 승리한다면 영국 국채는 폭등할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정보망은 나폴레옹의 패배를 제일 먼저 나단에게 전했다.

 

나단은 런던 증권 거래소로 향했다. 당연히 매수를 해야함에도 그는 거구로 매도를 했다. 그가 매도하는 것을 보고 모두 웰링턴의 패배로 인지하면서 거래소는 패닉 상태에 들어 폭락을 거듭했다. 워털루의 승전보가 전래질 즈음 그는 이미 폭락할대로 폭락한 공채를 대량으로 매입했다. 정보는 돈이다. 이것이 바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번영을 약속햇던 비밀이었다. 

 

생존 - 불사조처럼 살아남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과 미국의 록펠러 가문은 단일 국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로스차일드 가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본가로 하되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비엔나, 그리고 이탈리아 나폴리에 진출하여 글로벌 경영을 실천했다. 유럽 전체를 아루르는 네트워크가 가동했기 때문에 근현대의 유럽 혁명과 전쟁 속에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는 생존 능력 덕분에 로스차일드 가문은 단순한 부자를 뛰어넘어 슈퍼리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유럽 역사상 단일 국가를 기반으로 성장했던 다른 대부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상호협력을 미덕으로 삼지만 경쟁에서는 반드시 이긴다는 가풍을 이어받아 승승장구했던 것이다.

 

또한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모든 유대인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가문의 생존뿐만 아니라 유대 민족 전체의 번영과 평화를 위해 함께 도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은 텔아비브 로스차일드 거리의 한 건물에서 선포되었으며, 특히 로스차일드 파리 분가는 시온주의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존경받는 가문의 품격을 보여 주었다. 

 

변화 - 세상을 바꾸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슈퍼리치라는 차별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차세대 글로벌 인재의 양성, 창조적 진화, 변화를 이끄는 개척자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과의 일전, 메테르니히와의 협상, 비스마르크와의 투쟁, 히틀러와의 전쟁 등에서 보여준 가문의 모습은 끝없이 진화하는 굴곡을 잘 보여준다.

 

1901년 프랑크푸르트 본가가 사라진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쳐 런던 분가와 파리 분가라는 양극체제로 힘을 축적하며 때를 기다렸다. 1998년 유럽중앙은행을 프랑크푸르트에 설립시켜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근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와 연계하여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한국과 로스차일드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과 혼맥으로 연결되는 데이비드 사순 일가가 아편 전쟁 시기를 전후로 활동했던 홍콩과 상하이에는 1865년 로스차일드 일족의 아편 무역을 더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 HSBC가 설립되었다. 이 은행은 홍콩에 본점을 두고 있는데, 2009년 5월 홍콩에서 인민폐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최초의 외국계 은행이 되었다.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결국 볼셰비키 사회주의 혁명에 의해 1917년 제정 러시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런 와중에 아관파천 등 친러시아 외교정책을 추진한 고종의 조선왕조도 마침내 1910년 일제 식민지 치하에 들어섰다. 러일전쟁의 배후에는 유대계 미국 자본가 야곱 쉬프의 전폭적인 재정지원이 있었다. 물론 로스차일드 가문의 폭넓은 협조도 뒤따랐다. 

 

"5월 5일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시종 구具씨가 고종과의 회동을 잡으려 했으나

일본의 치열한 방해공작으로 끝내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고"

- 쉬프 일행의 일기 중에서 

 

1906년 5월 5일, 대한제국 말기의 한반도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결정하고자 유대인 자본가 야곱 쉬프 일행은 고종을 만나려 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고 말았다. 만약에 고종이 밀사를 헤이그가 아닌 미국의 월스트리트나 영국의 시티로 파견했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아마도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한반도의 지식인들은 청나라 외교관이 주고 간 <조선책략>을 읽으며 국내외 정세를 판단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대활약을 펼쳤던 유럽과 당시의 패권 국가인 영국에 대한 언급은 제외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이어 암셀의 유훈

 

1. 기업의 중요한 위치에 가문 이외의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 것

2. 가문 가운데 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남자에 한함

3.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친척간의 결혼을 장려함

4. 재산 목록을 공개하지 말 것

5. 상속 재산에 대한 공적인 재산평가를 하지 말 것

6. 가문의 당주는 직계 장손 남자를 우선할 것(단, 과반수 찬성이 있을 경우 예외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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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리더의 맹자지혜 살면서 꼭 한번 읽어야 할 지혜시리즈 4
천신후이 지음, 김숙향 옮김 / 북메이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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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지교'로 우리에게 익숙한 맹자는 전국시대 추鄒나라 사람이다. 그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를 스승으로 모셨다. 학업을 마치고 제齊, 노魯, 위魏 나라 등 여러 제후국을 떠돌며 약 40여년 동안 '인의仁義'를 주제로 자신을 사상을 펼쳤다. 맹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영토분쟁이 심하여 제후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비책을 가진 사람이 중용되던 시대여서 제후들은 오히려 맹자를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으로 폄하했다. 이에 그는 제자 공손추, 만장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후진들의 학문 양성에 힘썼다. 당시 제자들과 주고받은 질문과 응답을 한데 모아 7편을 책으로 엮었는데, 이것이 바로 사서四書 중의 하나인 '맹자'이다.

 



 

맹자는 그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유가의 경전이다. '양혜왕', '공손추', '등문공', '이루', '만장', '고자', '진심' 등 모두 7편인데, 각 편마다 상하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다가 송나라 때 성리학이 유행하면서 과거 시험의 과목으로 채택되면서 공자에 비해 늦게 조명된 셈이다. 맹자의 사상은 성선설性善說을 축으로 하는 '인의仁義'가 핵심이다.

맹자를 읽으면서 우리는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다. 무엇이 옳고 또한 무엇이 그른지를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고, 향후 자신을 어떻게 계발해야 하는지도 제시해준다. 영원한 고전인 맹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덕이라는 힘으로 수천 년간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서 배우는 지혜는 21세기의 똑똑한 리더들에게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천 리를 멀다하지 않으시고 오셨으니 장차 내 나라를 이롭게 함이 있겠습니까?"

양혜왕이 맹자에게 나라를 흥하게 할 방법을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인의이며, 이익을 우선으로 도모한다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고 대답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지백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진나라 후기, 왕실의 힘이 약해지자 여섯 가신들 즉 한韓씨, 조趙씨, 위魏씨, 범範씨, 중행中行씨, 지智씨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다. 이후 한, 조, 위가 연합하여 범과 중행을 축출하여 한, 조, 위, 지의 네 가신들이 중심세력이 되었다.

이 중 지씨의 지백이 가장 세력이 강했다. 그는 기고만장하게도 한, 위씨들에게 차례로 비옥한 땅을 떼 달라고 요청하여 결국은 그 땅들을 차지하고 말았다. 이후 조씨에게도 땅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양자는 지백의 무례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순망치한의 논리를 펼치면서 위, 한과 연합하여 지백을 멸망시켰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했습니다.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듯,

우리 조씨가 없어지면 위씨와 한씨도 보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라면 가장 명심해야 할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인의'이다. 미국의 홀푸드마켓은 1980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25살의 청년 존 매키가 설립한 유기농 소매점이다. 살충제와 성장호르몬이 함유되지 않은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면서 미국 전역에 300여개의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매장의 식품들은 타 매장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인기를 끈다.



존 매키의 경영이념은 고객을 첫째로, 직원을 둘째로, 주주를 셋째로 생각하여 사랑 가득한 기업으로 만들고, 인류를 위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다. 존 매키의 논리는 간단하다.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직원 개개인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직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게 되고, 또한 고객이 즐거운 마음으로 상품을 구매하면 이는 주주들의 이익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최우선시 하는 목표는 이윤이 아니다. 홀푸드의 목표는 사람이 먹는 음식이다"

2004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홀푸드마켓을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마트'라고 평가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홀푸드마켓의 성장률은 월마트를 넘어서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유기농식품에 반대하거나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존 매키와 홀푸드마켓의 성공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차별화된 경영이념과 관리체계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홀푸드마켓의 식품을 선택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인의는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다.

이밖에도 리더의 도덕성에 훌륭한 직원이 뒤따른다, 리더다운 진정성을 지녀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키워라, 언제나 올바른 도리로 임해라, 인재의 잠재력을 꿰뚫는 통찰력을 길러라, 순수로 세상을 두드려라, 해태의 뜻을 품고 행동하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선한 본성을 잃지 마라, 탐욕을 부리지 마라 등 열 네 가지의 이야기는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아울러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전략, 도요타와 고객의 이심전심, 명품의 상징 루이비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분업, 롤렉스의 정밀함, 펭귄북스의 성공비결, 바비인형의 어머니 루스 핸들러, 병 속에 과학을 담은 로레알, 모든 스를 전부 게재한 뉴욕 타임즈, 오이시 이사장의 도덕경영, 존슨앤존슨의 신조 등의 경영 메시지들은 똑똑한 CEO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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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야 삽니다 - 아픈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 개정판
이병욱 지음 / 중앙M&B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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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눈물은 마음의 아픔을 씻어 내는 것이니"

 - 인디언 속담

 



 

어린아이들은 아프면 울고 신이 나면 웃는다. 반면 어른들은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으면 이를 맘 속 깊히 담아 둔다. 속으로는 울지언정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앙갚음할 기회를 노린다. 이렇게 어른들의 마음은 상처와 아픔이 만들어 낸 수많은 생채기들로 가득하다. 이것은 서서히 마음의 굳은살이 되어 마음을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메마르게 만든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눈물로 인생의 신고식을 치른다. 울지 않는 아이는 간호사에게 엉덩이를 얻어맞으며 울음을 터트린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과의 첫인사를 눈물로 나눈다. 눈물에서부터 생명은 시작된다. 사람의 첫 번째 언어는 분명히 울음이다. 그 다음에 배우는 것이 웃음이고, 그 다음이 바로 언어이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눈물은 약자를 상징한다고 교육받으면서 상대방에게 졌다는 뜻으로 보일까봐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된다. 눈물은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남자들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는 유교적 통념이 진리인 것 처럼 믿게 되었다. 태어날 때, 임금이 죽을 때, 그리고 부모님이 사망했을 때에만 울어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남자들의 눈물은 설 자리가 없었다.

 

"외로워도 슬프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들장미 소녀 캔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것은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고, 그 감정은

우리 몸에 여파를 미칩니다. 그것이 가장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 암이라는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바로 몸 안에 쌓인 감정의 독소들입니다.(23 쪽)
 
몸 안에 쌓인 독소들을 해소시키는 것이 바로 눈물이다. 눈물은 우리 마음 속에 깊숙히 감춰쳐 있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풀어 내는 열쇠이다. 눈물은 곧 치유와 회복으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눈물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 감정이 그대로 실린 눈물에는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다. 카테콜아민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에 대량으로 생긴다. 이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해 내는 매개체가 바로 눈물이다.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눈물이 찔끔 났거나 양파를 썰다 눈물이 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눈물에 간이 배어 있지 않기 대문이다. 눈물치료는 진정성을 기본으로 한다. 진정이 담긴 눈물이 인격과 감정과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 눈물치료는 굳이 의사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누구나 편하게 할 수 있는 치료이다. 눈물은 슬픔과 우울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자연치유제이다.  
 
'다이애나 이펙트'란 말이 있다.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죽자 영국 전체가 큰 슬픔에 빠졌다. 전 세계인들도 함께 그녀의 죽음을 했다. 많은 이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녀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날은 영국 전체가 흐느꼈을 정도였다. 이 사건 후 기이한 일이 생겼다. 영국에서 심리 상담원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어진 것이다.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인해 흘린 눈물 때문이었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다이내나 이펙트라고 한다.
 
눈물은 의학적으로 누액淚液이라고 부른다. 눈물은 눈알의 표면 및 결막낭 내에서 분비되는 무색의 투명한 체액이다. 눈물샘에서 나오는 이 액체는 98.55%가 물이다. 눈물이 짭짤한 이유는 눈물 속에 있는 나트륨 성분 때문이다. 감정적 눈물의 화학적 구성에 대하여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의 생화학자 빌 프레이는 눈물을 생물학적 기준에서 3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지속적 눈물은 눈동자 표면을 촉촉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것이다. 이 덕분에 눈동자는 촉촉하고, 깨끗하고, 부드럽게 유지된다. 자동 세척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눈동자를 깜박일 때마다 이 소량의 액체는 눈동자 표면에 골고루 퍼지게 된다. 이 눈물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접근을 막는 항생 물질까지 함유하고 있다.
 
자극에 의한 눈물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극으로 눈이 손상될 위험이 있을 때에만 작용한다. 양파가 내붐는 황산 등이 속눈썹이나 눈동자와 접촉하면, 눈물 시스템이 작동해서 자극적인 물질을 희석시키고 씻어 낸다. 감정적인 눈물은 강력한 감정이 불어오는 눈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다. 누선을 통해 스트레스로 생긴 화학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SBS TV의 <SBS 스페셜>'신이 내린 묘약, 눈물'편은 울음을 통해 몸과 마음의 모든 긴장을 풀어내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20~30대 젊은 남녀들이 제각기 춤을 추다가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지치도록 울고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개운하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눈물을 흘릴 때 우리 몸에선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먼저 심혈 관계 순환기에서는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씩씩해져서 몸이 좋아진다. 심장이 씩식하게 움직이므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빨라진다. 우리몸 구석구석으로 모세혈관이 기지개를 편다. 눈물을 흘리게 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당연히 혈압도 떨어진다. 호흡기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횡격막 운동이 일어나면서 호흡량이 늘어나게 된다. 면역과 관련있는 림프계에서는 림프의 순환이 촉진된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면역력이 높아진다. 면역력이 증가되면 엔도르핀, 엔케펄런,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이는 우리 몸에 유용한 호르몬으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데 꼭 필요하고, 활성화시키는 데도 기여한다.
 

"울어야 살 수 있습니다"
 
울어야 할 때 울면 ‘글로블린G’라는 면역항체가 두 배 가량 생겨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감소시킨다. 공포로 우는 아동들은 울지 않는 경우보다 질병회복과 정신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과 구미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신과 치료의 일환으로 ‘눈물요법’까지 등장했다. 슬픔과 분노 따위로 생기는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심리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치료방법이다.
 
 

결론적으로 눈물은 참지 말고 흘릴수록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것도 횡경막이 떨릴 정도로 크게 우는 것이 좋다. 울어야 할 때는 실컷 울도록 권유하는 의사도 있다. 눈물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자연 치료제인 셈이다. 지금 몸이 아픈 상태라면 울자. 캔디처럼 울고 싶을 때 울지 않고 참는 것은 건강의 적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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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하게 일하라 - 세계 최고 기업들의 스마트 3.0
강미라.허미연 지음 / 가디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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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마트 워크란 기업의 전산시스템부터 사무실 공간 배치, 일하는 방식, 임직원의 마인드 셋까지

전사적인 영역의 변화를 다루는 큰 개념이다.

그런만큼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노력과 투자가 꼭 수반되어야 한다" (6 쪽)

 



 

기업은 구성원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매월 꼬박꼬박 월급을 지급한다. '이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를 전제로 고용계약에 입각하여 임직원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의 완성도가 형편없이 모자란 경우가 허다하다. 이도 부족해 어떤 구성원은 심지어 회사에 경제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한편, 직원 개인의 입장을 살펴보자. 매일 아침 상사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각 한 번 없이 출근하여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려고 야근도 불사한다. 그도 그럴 것이 툭하면 회의 참석에, 보고서 작성 등에 시간을 허비하니 야근이 끊어질 수 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야근을 당연한 듯 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에 사무실에 모여 앉아

결론 없는 회의와 보고서 줄 맞추기

마눌님 팥죽만 하염없이 식는구나"

 

일과 성과를 놓고 개인과 회사 간의 이견 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대척점을 해결하기 위해 ‘삼일PwC Advisory’의 강미라 상무와 허미연 시니어 컨설턴트가 함께 해답을 제시했다. 즉 개인 차원에선 스마트하게 일하는 법을, 조직 차원에서는 직원들의 성과를 이끌어내고 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책 내용은 중요하지만 간과했던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해결안을 도출하는 법과 더불어 상사에게 보고하는 방법, 상사로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법, 내외부 고객을 설득하는 프레젠테이션 방법 등 어떻게 하면 일을 제대로 잘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부터 임원 또는 사장으로서 더 높은 생산성, 더 높은 직원 만족도, 더 적은 이직률을 달성하기 위한 실용적인 팁까지 스마트한 조직과 스마트 워커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들을 제시하면서 친절하게 일하는 과정 하나하나 세세하게 짚어준다.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라

 

"경쟁사들이 우리 시장에 불길을 던지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요? 뒤로 물러서서 대세를 놓쳤고 대응할 시간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수년을 뒤지고 말았습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온 게 2007년 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비슷한 제품조차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13 쪽)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키아. 2011년 2월 10일, 노키아의 CEO 스테펀 엘롭은 사내 메일을 통해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전달했다. 이 메시지는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과거처럼 매뉴얼을 따라 일만 '열심히'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이든 구성원이든 성실이라는 무기만 믿고 일했다가는 고문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상황이다.

 

앞으로 다가올 스마트 워크 사회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밤늦게까지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탁월하게 해결하는 사람'이다. 즉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일의 성과를 내는 시금석이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본질 '그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게임업체들은 게임을 더 화려하고 현실적으로 만들며, 훨씬 복잡한 스토리를 담는 것에 몰두해왔다. 이럴수록 게임기는 더욱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를 필요로 했다. 주고객인 10대를 잡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쟁업체들이 이렇게 '더'에 집중할 때 닌텐도는 왜 극소수만이 게임을 즐길까라는 화두를 잡고 있었다. 마침내 닌텐도는 사람들은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는 니즈를 정확하게 간파했던 것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그의 저서 <프레임>에서 프레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달라지므로 최상의 창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회사의 전략, 구조, 프로세스, 사람, 기술이라는 5가지 프레임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흥하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의 결정적 차이, 보고와 지시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는 흥하는 기업의 특징으로 '투명한 경영으로 비밀이 없고, 회사 일을 언론보다 임직원이 먼저 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망하는 기업의 전조로 사장 앞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직원들, 어차피 말이 안 통하므로 과묵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 그리고 '나 아니면 안 된다'식의 고집불통 사장 또는 상사를 꼽았다.

 

흥하는 기업은 소통이 잘되고, 망하는 기업은 소통이 잘되지 않는다. 소통이 잘되면 기업은 흥하고,

소통이 잘되지 않으면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107 쪽)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1997년 괌에서 KAL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는데 탑승객 254명 중에서 228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의 원인이 놀랍게도 '한국어 문화' 때문이었다. 한국어에는 극존칭부터 반말까지 호칭의 종류가 다양하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고 한다. 부기장은 기장의 실수를 인지했지만 선배이고 상사라는 기장과의 수직적 관계에 눌려 자신의 의견을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죽고 말았던 것이다.

 



 

원인이 밝혀지자 대한항공의 해결책이 흥미롭다. 비행시 사용하는 공용어가 영어라는 데 착안하여 조종실 내에서는 한국 사람끼리라도 반드시 영어로 의사소통 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 영어를 사용함으로써 기장과 부기장 사이에 수평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후 대한항공은 획기적으로 사고 비율이 감소했고, 세계적인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보고서 - 퇴자 맞는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내 커뮤니케이션 중에서 말을 통해 진행되는 것은 전체의 30%이고, 글로 정리한 방식은 70%에 달한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므로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한 문서를 토대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보고서는 조직 내에서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특히, 이는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언제든지 타부서와 공유할 수 있는 서류인 만큼 보고서에 대한 인상은 남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작성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직속 상사는 부하직원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이를 활용한다. 또한,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해두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이다. 정확성과 품격 유지는 물론 논란이 될 만한 문구는 배제해야 한다.

 

퇴짜를 맞는 보고서는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기본적인 틀을 갖추지 못한 경우이다. 둘째, 내용이 장황하고 불명확한 경우이다. 셋째, 보고서의 작성에 고민한 흔적이 없고 정성을 들이지 않은 경우이다. 보고서는 사안에 따라 적절한 서식에 따라야 한다. 보고서를 받아서 읽을 사람이나 그 내용에 따라 문체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항상 핵심내용을 간결하게 써야 할 것이다.

 

좋은 보고서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논지가 명확하고 강조하려는 내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째, 복잡하지 않게 구성함으로써 직독 직해가 가능하다. 셋째, 한눈에 의미가 파악된다. 이 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메시지 배열만 잘 해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단락부터 인상적인 문장을 쓰는 초두 효과나 첫 이미지가 긍정적이면 나중에 들어온 정보도 긍정적으로 처리된다는 맥락 효과가 그것이다.

 

"영리하게, 똑똑하게, 스마트하게 일하라"

 

 

스마트 워크가 기업에 도입되려면 CEO와 직원 모두 스마트 워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 한 일에 대해서도 생산성을 동일하게 인정해주는 기업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둘째, 탄력근무제 같은 과도기적 형태의 스마트 워크를 우선적으로 도입하여 직원과 관리자 모두가 스마트 워크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셋째, 스마트 워크로 우려되는 단점(예: 인사고과 불이익, 사생활 침해, 직원 유대감 약화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경영진의 사전 노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향후 절대로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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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 습관 20 - 편리하고 빠르지만 너무나 치명적인
레이 허버트 지음, 김소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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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리스틱(heuristic)은 우리가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인지적 경험법칙이자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된 정신적 지름길이다" (10 쪽)

 




 
 
미국 시사 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에디터로 일했으며 25년 경력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레이 허버트는 20가지의 휴리스틱들을 소개한다. 휴리스틱은 한마디로 무의식적 선택 습관이다. 겨울이 되면 더 외롭다고 느끼는 본능적 휴리스틱, 익숙한 글씨체에 더 호감을 보이고 낯선 이름에는 위협을 느끼는 유창함 휴리스틱, 주위에 별로 없기 때문에 금에 열광하는 희귀성 휴리스틱 등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휴리스틱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아주 오래전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진화하고 있을 때 그들의 뇌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무수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면 신속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했다. 이런 진화의 경향이 아직도 현대인에게 휴리스틱으로 남아 상당수는 잘못된 사고로 이어지고 심지어 오늘날 우리의 생활양식에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음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부 휴리스틱들은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남긴 유산인 반면 일부는 여러 세대를 거쳐 재학습되면서 전승되어온 문화적인 유산이다. 또한 어떤 휴리스틱들은 유아기의 두려움이나 욕구 같은 최초의 경험애서 비롯되어 차츰 성장하면서 우리들의 사고를 형성한다. 추위라는 본능적 휴리스틱을 생각해보자. 추위를 피해 안락함을 찾는 유아는 따듯한 어머니의 품에 안기면서 점차 추위를 '혼자 있음'과 연관시킨다. 그 결과 추위와 외로움의 개념은 매우 밀접해져 더 이상 두 경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본능적 휴리스틱 - 겨울이 되면 더 외로운 이유

 

시인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1963)는 미국 보스톤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이면서 땅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아버지 오토 플라스의 딸로 태어났다.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 세계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나이 8살 때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에 의한 충격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이듬해인 아홉 살 때 첫 번째 자살 시도를 벌인다. 대학시절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인 플라스는 장학금을 받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중에 알게 된 시인 테드 휴즈와 결혼한다. 1963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지난 여름 날의 갈대들은

모두 얼음 속에 새겨졌네.

마치 내 눈에 당신 모습이 그렇듯.

메마른 서리는 내 상처의 창문에 내려앉았네.

바위에 어떤 위로가 흘러 나와

마음의 황무지를 다시 푸르게 만들까?

누가 이 황량한 곳에 걸어 들어올까?

 

<바위가 있는 겨울 풍경>중에서

 

이 시詩는 그녀가 24살에 쓴 작품이다. 그녀가 겪은 고독의 고통은 시에 표현된 추운 겨울이라는 은유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왜 추운 겨울일까?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이 젊은 여성은 자신의 인생의 황량함과 외톨이 같은 기분을 표현하고자 했을 때, 왜 얼음과 서리가 생각났을까? 외로움은 과연 온도와 상관이 있는걸까?

 

토론토 대학교의 두 명의 심리학자 첸보 중과 제프리 레오나델리는 사고와 판단에 사용되는 은유가 우리의 기본적인 지각과 감각을 통해 뇌에 들어온 정보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 알아보았다. 원시 시대의 우리 조상은 따뜻함과 친목을 생존의 도구로 연결했을 것이다. 유아들은 오늘날에도 이 두 가지를 연결시킨다. 몸의 따뜻함은 안락과 안전을 의미한다. 정반대는 어떨까? 

 

실험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은 클럽에서 거부당하거나 대학교 농구팀에서 잘리는 등 사회적으로 거부당했던 개인적 경험을 회상하라고 주문했다. 다른 집단은 집단에서 수용되었던 행복한 경험을 회상하도록 했다. 잠시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방 안 온도를 추정하도록 했다. 고립되고 거부당한 느낌을 가진 부류는 온도를 5도 가량 더 낮게 추정했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뜨거운 커피, 차가운 콜라, 크래커, 사과, 뜨거운 수프 등 특정한 음식과 음료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거부당한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뜨거운 커피나 수프를 더 원했다. 따뜻하고 몸을 풀어주는 음식을 선호한 이유는 냉대를 받았을 때 실제로 더 추위를 느꼈기 때문인 것이다.

 

고립은 마치 추위 속에 남겨진 기분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자신을 더욱 외롭게 만들고, 그러한 감정은 다시 더욱 춥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이 당시의 추운 날씨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문을 가진다. 사실 그녀는 영국에서 수백 년 만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인 1963년 2월 런던에서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유창함 휴리스틱 - 왜 익숙한 글씨체에 호감을 보일까

 

"모세는 방주에 동물을 몇 마리씩 실었을까?" (65 쪽)

 

이미 잘 알고 있는 걸 선호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본질이다. 익숙함은 우리의 얼굴, 대화, 사설, 주식 공모 등 세상의 모든 측면을 처리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다시 질문에 답해보라. 대다수 사람들은 문제를 듣자마자 "두 마리"라고 대답한다. 조금 더 주위를 기울인 사람은 문제가 잘못된 것임을 알아차린다. 방주와 관련있는 인물은 노아이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이런 오해를 '모세 착각'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가 날마다 어떻게 문제를 처리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접하는 대화와 텍스트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온갖 방식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왜곡들로 가득하다.

 

만약 좀전의 질문을 "빌 클린턴이 방주에 동물을 몇 마리씩 실었을까?"로 했다면 우리들은 결코 속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언어의 유창함이 우리가 비논리적 사고를 잡아낼 정도로 마음의 속도를 늦출지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추정하는 심리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시건 대학교의 송현진과 노버트 슈와츠는 이를 테스트하려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수행했다.

 

참가 집단에 모세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종이에 적혀 있었다. 일부는 읽기 쉽게 평범한 글씨체로 된 또렷하고 검은 색으로 인쇄된 질문지를 받았다. 다른 참가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글씨체로 흘려 쓴 데다가 밝은 회색으로 인쇄되어 읽기 힘든 질문지를 받았다. 그 결과, 읽기 어려운 글씨체로 된 질문지를 받은 사람들은 모세 착각에 덜 속았고 반면 읽기 쉬운 글씨체의 질문지를 읽은 사람은 두 마리라고 즉각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리학자들, 특히 행동경제학자들은 우리가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관심이 크다. 그런데, 이것이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까?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다니엘 오펜하이머와 뉴욕 대학교의 아담 알터는 우리가 내리는 많은 경제적인 결정이 객관적 가치와 거의 상관없다고 말한다. 일련의 실험에서 두 학자는 우리의 경제 행위가 모세 착각에서 작동한 유창함 휴리스틱의 산물임을 밝혀냈다.

 

참가자 집단에 1달러로 클립, 껌, 종이냅킨 등 일상적인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일부는 조지 워싱턴이 인쇄된 익숙한 1달러 지폐를 받았고, 다른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수전 앤서니가 새겨진 1달러 동전을 받았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익숙한 지폐가 덜 익숙한 동전보다 더 많은 구매력을 갖는다고 믿었다. 이는 분명 비논리적이다. 뇌는 익숙한 것들을 더 빨리 힘들이지 않고 직관적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할 때 저가주가 고가주보다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희귀성 휴리스틱 - 쓸모없는 금에 열광하는 이유

 

만일 뭔가가 드물다면 그건 분명 가치 있는 거라고 그리고 뭔가가 가치 있다면 그건 분명 드물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바로 희귀성 휴리스틱이라 한다. 금이 소중한 이유는 이것을 갖고 마천루를 짓거나 암을 치료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주위에 별로 없는 희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의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짧은 음악을 들었다. 베르디의 레퀴엠이나 마일즈 데이비스의 곡이 아니라, 감정을 휘저을 것은 하나도 없는 음악이다. 이후 일부 참가자들에게 그 음악을 다시 듣는 데 돈을 얼마나 지불할지 물어보았다. 반대로 다른 이들에게는 돈을 얼마나 주면 다시 들어보겠냐고 물어보았다.

 

Miles Davis by Palumbo

마일즈 데이비스(1926~1991)


 

애매모호한 상황에 직면할 때면 돈을 얼마나 낼 건지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그 경험을 즐겁거나 가치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돈을 얼마나 받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정반대로 즉 그 경험은 가치가 거의 없고 심지어 별로 좋지도 않다고 가정한다. 이후 심리학자들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오래 음악을 들었는지 시간을 추정하라고 질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을 지불받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보다 음악 감상 시간이 짧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돈이 교환된 것이 아니지만 돈을 지불한다는 생각이 그들에게 가치를 인지하도록 만들어 희귀성 휴리스틱을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로 그들은 상당히 즐거운 음악을 많이 듣지 못했다면서 희귀성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 양배추 인형 광풍은 어떠했는가? 큰 머리, 커다란 눈, 헝겊 몸통의 바보스런 모습의 인형이다. 인형마다 이름이 정해져 있고, 이를 구입하면 입양 서류가 딸려 온다. 한동안 이 인형은 인기를 끌어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희귀성은 시장의 공포를 가열시켰다. 부모들은 백화점 복도에서 양배추 인형을 차지하려고 난리였고, 상점들은 양배추 인형을 전담하는 경호원까지 고용했다. 여러 상점들이 약탈당했고, 암시장에선 150달러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희귀성의 생생한 사례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히 발생한다. 그러나 결국 이 거품은 사그라진다.

 


1983년 12월호 

 

 

익숙함 휴리스틱은 식료품 구매 방식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과 개인재무관리 영역에서도 널리 연구되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신생회사의 이름이 말하기나 읽기가 쉬울수록 그 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이 주식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미시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인쇄된 글시체가 우리의 지각에 영향을 미쳐 롤러코스터의 위험성을 더 높게 또는 더 낮게 인식하도록 만들거나 부담감을 더 많이 도는 더 적게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익숙함 휴리스틱이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잘못된 휴리스틱 충동을 제거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일단 잘못된 사고를 알아차리면 우리는 더 나은 사고를 하게끔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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