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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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카프카의 <변신> 중에서

 

 

저자 박웅현은 제일기획을 거쳐 현재 TBWA 코리아에 근무하는 광고업계의 대표적인 인물로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등의 히트작들이 있다. 그가 만든 광고 한 편을 들여다보자. 어느 아파트의 30초 짜리 광고이지만 그 울림은 정말로 깊다.

 



한국광고학회가 주최하는 ‘올해의 광고상’에서 TBWA코리아가 제작한

대림산업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가 대상을 받았다.

 

 

10cm, 손가락 두 개 사이의 거리,

 아파트를 짓는 사람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거리,

하지만 좁은 곳에 주차해본 이들에게는 매우 넓게 느껴질 거리, 10cm,

좌우 10cm 더 넓은 주차 공간, 고집스런 생각이 만드는 차이, 10cm 진심. 

 

  
그는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1년 2월 12일부터 6월 25일까지 약 4개월 동안 학생들에게 인문학 강독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독서법을 강의했는데, 이 책이 바로 그 강의의 산물이다. 이제 그의 쾌도난마 같은 도끼질을 따라 가보자. 그리고 그 울림을 기꺼이 공유해보자. 

 



 

판화가 이철수의 판화집 <산벚나무 꽃피었네>, <마른 풀의 노래>, <이렇게 좋은 날> 세 권으로 강독을 시작한다. 이철수는 본디 민중판화를 했다. 독재정권 시대에는 다소 거친 느낌을 풍기며 선이 굵었다. 이후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작품 속에 마치 선가(禪家)의 짧은 경구 같은 글을  선보였다.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다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이철수의 책들은 평소에 못 보던 것을 보게 해주고, 인간 중심으로만 세상을 보지 말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저자도 이철수의 판화집을 통해 짧은 텍스트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고 또한 안정감 있고 정돈된 레이아웃에서 힌트를 얻어 풀무원 지면 광고를 만들었다. 이철수의 작품에 여백이 많은 것을 그대로 원용하여 콩 하나만 놓고 주변을 여백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콩입니다. 안 까지 잘 보실 수 있도록 반으로 잘랐습니다. 혹시 이 콩이 유전자 변형을 했는지, 보이십니까? (30 쪽)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32 쪽)

 

소설가 최인훈은 <광장>에서 '늙은 군인이 훈장 자랑하듯', '삶은 실수할 적마다 패를 하나씩 빼앗기는 놀이다', '몸은 길을 안다' 등 산문 곳곳에 운문 같은 문장을 배치함으로써 소설을 시처럼 썼다. 그런데 김훈의 글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를 읽노라면 우리를 완전히 동물의 수준으로 끌어내려 마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지하 20층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현기증을 맛보게 한다. 이런 맛을 느끼려면 '다독 콤플렉스'를 버리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어느 음악학교, 여기서는 어린아이들에게 악기연주를 시키지 않고 그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음들을 들려준다. 바닷가에 가서 큰 돌과 큰 돌이 부딪치는 소리, 큰 돌과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파도 치는 소리를 들으며 음에 관해 얘기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신동들은 어릴 적부터 연주 기술을 배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시이불견 청이불문 視而不見 聽而不聞

 

시청視聽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見聞은 깊이 보고 듣는 것이다.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면서 지겹다고 하는 것은 시청의 수준이고, 사계의 한 대목에서 소름이 돋는다면 이는 견문의 경지이다. 헬렌 켈러는 자신이 대학 총장이 되면 '눈 사용법'이라는 강의를 필수과목으로 개설하겠다고 했다.

 



 

헬렌 켈러의 에세이<삼 일만 볼 수 있다면>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숲을 다녀온 사람에게 뭘 보았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별거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슾에서 느낀 바람, 자작나무와 떡갈나무 몸통을 매만질 때의 다른 느낌, 그리고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등을 다른 사람들이 왜 못 보고 못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김훈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훈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시절부터 필명을 날리다가 비교적 늦은 47살에 등단하여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훈의 글은 한 문장 한 문장을 깊이 있게 읽어야 한다. 줄을 치고 또 쳐도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문장들이 넘쳐나는 것이 김훈의 글임을 강조하면서 먼저 <자전거 여행>을 중심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저자는 김훈에게 '미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자전거 여행>에서 발견한 된장과 인간과 냉이의 삼각 치정관계에 관한 구절을 읽으면서 미치지 않고서는 이런 표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냉이된장국을 먹을 때면 향이 강한 냉이와 된장이 입안에서 싸우기 때문에 삼각 치정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히는 표현이다. 우리도 삶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어 새로운 것을 들여다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갖자.

 

된장과 인간은 치정관계에 있다. 냉이된장국을 먹을 때, 된장 국물과 냉이 건더기와 인간은 삼각 치정관계이다. (80 쪽)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 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주었다. 기쁨과 눈물이 없이는 넘길 수가 없는 국물이었다. (83 쪽)  

 

 
또한, 시집에서부터 인문과학에 이르기까지 박웅현의 독서 스펙트럼은 넓다. 시인 고은의 <순간의 꽃>,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손철주의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의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등으로 그의 강연을 이어간다.

 





강의 교재로 채택된 많은 책들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사고의 확장을 이룰 수 있다. 이런 해석을 해보지도 않고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읽었던 나의 독서 방식에 회한이 밀려왔다. 감동적인 문장에 줄을 치고 옮겨 적고, 도식화한 강독회 메모를 책 속에서 발견하고선 언젠가 기회가 오면 그의 강연회에 꼭 참석해보자는 각오도 생긴다. 창조는 결국 볼 견見에서 출발한다는 그의 말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광고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 꼭 한번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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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자이언트 - 업계의 거인을 쓰러뜨리는 10가지 핵심전략
스티븐 데니 지음, 구계원 옮김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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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골리앗이 쓰러질 때 환호한다. 하지만 거인을 쓰러뜨리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얼마 되지 않은 자원을 가지고 시장에서 거대한 기업에 맞서 경쟁해야 할 경우 정면 충돌이라는 힘겨루기는 진정 피하고 싶을 것이다. 거인을 상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기업 중에서도 매우 유연하게 운영되는 기업들이 있으며, 아주 작은 조직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싹부터 잘라버리는 숨 막힐 듯한 관료주의가 존재하기도 한다. 때로는 다국적 기업의 작은 부서에 소속되어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해보려는데, 거인은 훨씬 소규모이지만 틈새를 잘 공략하고 있는 탄탄한 기업인 경우도 있다. 또한 신생 기업이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선두주자와 싸우는 경우도 많다.

 

다른 말로 하자면 거인이란 가지각색의 형태와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거인을 쓰러뜨리는 다윗 역시 마찬가지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두뇌 대 힘의 대결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 사례의 공통점은 매일매일,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자 하는 욕망이다. 바로 업계의 거인을 쓰러뜨리는 것 자체이다.

 

 



   

업계의 거인을 상대해야 하는 기업가와 직장인을 위한 매뉴얼.

 

저자 스티븐 데니는 전략, 마케팅, 브랜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데니 마케팅의 사장이다. 그는 지난 20년 간 소니, 온스타, 로메가 등 다양한 회사에서 간부직을 역임했으며 또한 여러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사례들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업계를 장악한 선두기업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구조와 관행에 공략할 만한 허술한 면이 의외로 많다. 이를 적절한 전략으로 공략한다면, 업계의 2, 3위는 물론 당장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인 꼴찌에게도 역전과 성공의 기회가 온다. 

이를 위해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는 33개의 사례와 10개의 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즉 살얼음판으로 끌어내라. 속도를 높이라, 마지막 1미터에서 승부를 걸라, 비겁하게 싸우라, 벌레를 삼키라, 불편한 진실을 밝히라, 의도적으로 양극화하라, 마이크를 잡으라, 만반의 준비를 하라, 이빨을 드러내라 등의 10가지 전략 속에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살엄음판으로 끌어내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번째 규칙은 절대로 상대의 본거지에서 거인과 맞서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살얼음판 위로 거인을 끌어내야 한다. 거인의 입장에서는 얻을 것이 거의 없는 영역으로 싸움을 유도하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거인이 우리를 쉽게 물리칠 수 없는 곳에서 싸움을 벌이면, 거인은 아예 싸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속도를 높이라. 속도를 거인을 쓰러뜨린다. 우리는 시장의 선두주자보다 훨씬 신속하게 다양한 조치를 시도할 수 있다. 속도의 문화는 어느 조직에서나 배양할 수 있다. 거인이 아직도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재빨리 의견 조율을 마치고, 사내 토론을 끝내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자.

 

마지막 1미터에서 승부를 걸라. 관심과 수요를 창출하는 일은 수백만 달러를 퍼붓는 거인에게 맡겨라. 대신 우리는 마지막 1미터에서 승리하는 것에 온갖 노력을 집중하자. 소비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구매할 준비가 된 바로 그 순간에 가로채자. 관심과 흥미가 구매로 바로 직결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기업의 투자를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비겁하게 싸우라. 인생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이길 수 있는 싸움에만 참전하자. 서로 다른 입지를 잘만 활용한다면 심지어 거인의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에도 우리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거인이 이미 만들어 놓은 규칙에 따라 싸워야 하는 법은 없다. 또한 이를 반드시 지키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지키지 않는다고 비겁한 것도 아니다.

 

벌레를 삼키라. 우리는 할 수 있지만 거인은 시스템, 구조, 브랜드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분명 존재한다. 심지어 세계관 때문에 우리가 번창할 수 있는 곳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감행하면 거인은 우리의 전략을 결코 모방할 수 없을 것이다. 거인이 참여를 꺼리는 게임에서 판돈을 올리자. 망설이지 말고 벌레를 한입에 삼켜보자.

 

불편한 진실을 밝혀라. 가격 책정은 팀의 역학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가격을 경쟁무기로 활용한 제트블루의 전략은 항공 여행에 인간성을 불어넣었다. 그들의 열정을 고객과 공유하려한 감동적인 전략이었다. 수학의 상식을 파괴하라. '귀사와 거래를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식의 논리를 뛰어넘는 가격 전략이 필요하다.

 

억지로 선택하도록 강요하라. 그러려면 의도적인 양극화를 추구하자. 자신감이 있는 민첩한 브랜드는 각자의 업계에서 마이크를 잡고 대화를 주도할 수 있다. 몇 가지 영역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남들보다 탁월하다면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고 이빨을 드러내라.

 

이 책에서 제시된 전략 중 그 어느 것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모든 전략이 우리에게 적합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은 언제나 다른 분야에서 나온다. 자신의 업무영역과 연관없는 업계의 이야기 일지라도 꼼꼼하게 읽어보자. 거인은 당신과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거인은 더 이상 당신이 가는 곳에 가지 못하고, 그리고 거인은 당신을 상대로 한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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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팽이 - 1세대 콘텐츠 리더 최신규의 문화콘텐츠 현장 이야기
최신규 지음 / 마리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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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작은 소프트파워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이다. 2001~2002년, 손오공은 탑브레이드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탑블레이드의 신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질서를 잘 지키기로 소문난 일본도 프레미엄이 붙을 정도가 되자 이성을 잃은 일본완구상들이 한국으로 입국하여 사재기를 했고, 지구촌에선 남자 어린이가 있는 집은 팽이 때문에 실랑이를 벌일 정도였다.

 

'한류'라는 말이 제일 먼저 사용된 곳은 일본에서의 한국 드라마, K-POP 등의 분야에서다. 2011년 9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를 세계화시키기 위해 '대중문화산업팀'을 신설했다. 문화콘텐츠산업실 내에 신설된 대중문화산업팀은 그동안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대중음악, 연예산업, 한류, 패션 등 대중문화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해 분야별 지원 사업과 법제도 개선 등 산업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 드라마, 케이팝 이외에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상품이 있다.

 

이 책은 한국의 1세대 문화콘텐츠 사업가 최신규의 성공스토리를 보여준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개념이 생소할 때부터 업계에 몸담고 세계적인 콘텐츠 상품을 만들어낸 그에게 '무학無學의 최고경영자'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닌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소쿠리 행상을 하며 꾸려가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그는 초등학교 3학년 1학기에 중퇴를 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의 시선을 끄는 생생한 현장 정보들도 있다. 탑블레이드 탄생을 위해 일본 제휴사들과의 자존심을 건 한 판 협상, 일본 최고의 완구 회사 다카라의 핵심 로봇 기술을 익힐 수 있었던 비결 등이 소개된다. 세계적인 완구 회사 미국 하스브로사,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노하우도 공개한다.


 



 

팽이 하나로 1조 원 매출을 올린 사나이가 있다. 완구,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융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주)손오공의 창립자인 최신규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2001년 일본 회사와 합작으로 팽이 이야기를 다룬 탑블레이드란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면서 탑블레이드 팽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팽이에 왜 프리미엄이 붙었냐며 다카라에 경고할 정도였다.

 

"왜 팽이가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도록 혼란한  상황을 만들어냈느냐? 상품을 제때 만들어 팔아라" (24~25 쪽)


 

1999년 5월, 일본 도쿄 지바현 마쿠하리메세 컨벤션센터 비즈니스 룸에서는 일본 완구회사 다카라의 와다비키 전무, 미쓰비시의 스요시 카지 부사장, 그리고 손오공의 최신규 대표가 새로운 팽이를 선보일 TV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를 협의 중이었다. 다카라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기에 투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손오공과 미쓰비시가 컨소시움을 결성했다.

 

새 팽이의 이름을 '탑블레이드'로 결정하고 제작과 기획을 협의해 나갔다. 콘셉을 두고 한일 간의 시각차가 컸다. 가장 먼저 지적한 문제점은 주인공들이 일본 정서에 맞게 기모노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경도 일본에 맞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일본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한국에선 방송심의를 통과할 수 없다. 일본에서 성공하고 한국에서 실패한다면 3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에 지구촌 어린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2001년 <탑브레이드>가 완성되고 한 차례 또 논란에 휩싸였다. 이제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방송사상 한국인 스태프의 이름이 올라간 적이 없었다. 최신규 대표는 엔딩 크레디트에 한국인 스태프 이름이 올라가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단호한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받아들여졌다. 탑블레이드는 한국의 완구와 애니메이션에 새로운 역사와 신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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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도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어린이 방송을 시청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를 항상 고민한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의 시각으로 만들어야 성공한다고 그는 믿는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이를 무시하고 파행적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 SBS에서 방영된 <하얀 마음 백구>가 좋은 예다. 어린 백구가 주인공이어야 함에도 제작진은 어른 백구를 내세웠다. 어린 백구의 시청률은 좋았지만 이후 어른 백구의 등장과 함께 시청률은 떨어지고 말았다.

 

백화점 진열대에 있던 로봇 완구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들을 보고 그는 직감적으로 사업 아이템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1990년, 일본 다카라로 출장가서 기술 제휴를 요청했다. 당시 한국은 모방의 나라로 인식되던 시절이라 작은 회사 손오공을 믿어줄 리 없었다. 그래서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성공했다. 손오공은 다카라의 OEM방식으로 로봇 완구를 일본에 역수출했다. 이후 미국 하스브로사에도 납품하게 되었다.

 

CEO는 끊임없이 개발하는 사람이 인정받아야 한다. 그는 완구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 IT완구와 온라인 게임에 투자하는 바람에 고전했다. 당시 신규 사업을 반대하는 사내의 목소리도 컸다. 1980년대 초중반 삼성전자가 기술투자 때문에 부도날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 삼성이 그때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현재의 삼성이 되었을까? 

 

1999년 상영된 영화 심형래의 <용가리>는 손오공에서 최초로 투자한 작품이다. 1996년 겨울 손오공이 영구아트에 4억 원을 투자하고 TV 방영권과 파생 콘텐츠 권리를 확보했던 것이다. <용가리>의 제작 중엔 자주 만났던 심형래 씨를 영화 상영 후엔 도통 만날 수가 없었다. 투자 소득이 별로 없었다. 이후 <디 워>제작시 투자 요청을 받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미국 블리자드의 게임인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유통사인 한빛소프트와 마찰을 빚고 있었다. 2003년 5월 '스타크래프트 2' 계약에 대한 암시를 받고 워크래프트 3 등에 300억 원을 투자했으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됐다. 이에 관해 최근 블리자드의 대표 마이크 모하임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당시 한국 지사장이었던 한정원의 책임이라고 언론에서 밝혔다.        

  
손오공은 완구로 돈을 벌지만 새로운 비전에 계속 투자한다. 그는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완구, 애니메이션, 온라인 게임의 융합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완구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수백억 원씩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만화와 게임 산업에 도전한다. '멈추지 않는 팽이'는 그가 창의성을 발휘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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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 영혼의 마지막 베일에 숨겨진 진실에 관하여
조신영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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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 받는 야구 선수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갔지만 6년 4개월 동안 마이너리그를 전전해야 해야 했던 구강타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통해서 내면의 중심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바로 세워야 하는지 알려준다. 마이너리그의 늪에서 빠져나오려 애써던 어느 날, 드림 센텐스를 활용해 간절한 소망을 이루는 방법을 알게 된 그는 잠시 성공을 맛보더니 팀에서 전격 방출되고 만다. 강타의 역전 드라마를 따라가 본다. 

 



 

"나는 1년 안에

풀타임 빅리거가 되어

날마다 최고의 플레이를 즐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 정신세계의 단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 90%는 무의식으로 남겨져 있는 셈이다. 그 무의식의 맨 밑바닥, 겹겹이 싸인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중심中心이다. 사람들이 갖는 꿈이나 소망은 그 밑바닥에 감추고 있는 중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아주 간절히 원하는 소망을 중심으로 내려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

 

책 속의 주인공 구강타는 현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를 모델로 삼았다. 팀 매니저의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 바로 LA로 오라는 '콜업'이었다. 콜업은 마이너리그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리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한국 프로야구의 2군 선수가 1군 엔트리에 들어간다는 얘기이다.

 

미국 프로야구 시스템에 따르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위치한 빅리거들에게 모든 혜택을 쏟아붓고 중하부에 있는 나머지 마이너리거들에게는 지독하게 인색하다. 이겨내지 못하는 약자들은 모두 나가 떨어지는 철저한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이기도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거가되면 다른 스포츠 스타 처럼 승자독식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강타는 로치이 선수와 포지션이 겹쳐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생활을 했다. 그는 통산 타율 3할2푼2리, 매 시즌 홈런 20개 이상, 타점은 4년 연속 100타점을 올리고 있는 마이너리그의 미친 존재감이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이 안되어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MLB 마니아 윤 박사가 강타의 통역 도우미이자 매니저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에 실패한 이치로>

 

강타가 소속된 LA 에인절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인터리그 경기를 벌이고 있다. 지구 선두 경쟁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요 며칠 간 4만 5천석이 연일 매진 상태였다. 에인절스는 상대팀 투수의 호투에 눌려 2안타의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고민스러운 마이크 무사시 감독이 강타를 손짓으로 불렀다. 0대2로 뒤진 8회말 공격, 1사후 7번 타자가 포볼로 출루하고 8번 타자가 안타를 쳐 주자 1, 3루의 찬스다. 대타 강타의 타격이 병살로 처리되자 관중석에선 '우~'하는 함성이 들려왔다.

 

윤 박사가 문자를 보내왔다. '내일 오후 3시, 구장 내 클럽 하우스 콘퍼런스 룸에서 미팅'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된 선수가 실력 발휘를 못하고 헤맬 때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관행이다. 닥터 홀랜드는 뉴욕 메츠에 스카우트 된 신조 츠요시의 데뷔전 안타 장면을 보여주면서 배트의 중심에 관해 얘기했다.

 

"배트에는 분명히 중심이 있지. 타자가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나 스윙의 궤적에 따라

그 중심이란 것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질 수......

그 중심에 공을 정확히 맞추게 되면 고통이 없을뿐더러 그 결과가 기막히지" (65 쪽)

 

닥터 홀랜드는 소망이 중심에 닿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드림 센텐스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열 개의 어절로 된 문장을 만들라고 했다. 말에는 창조력이 있어서 소망을 중심에 새기고 집중시키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내면의 중심에 간절한 소망이 뚜렷하게 각인되지 많으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무의식의 영역에 침투하여 마침내 중심을 오염시키고 만다.

 

"나는 1년 안에

풀타임 빅리거가 되어

날마다 최고의 플레이를 즐긴다" 

 

    

에인절스 스타디움, 오늘 밤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 이긴다면 선두를 탈환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현재 스코어 7대8, 한 점 뒤지고 있다. 9회 말, 디트로이트는 마무리 투수를 등판시켰다. 일본인 선수 로치이가 짧은 안타로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다. 6번 타자도 포볼로 출루 이젠 무사 1, 2루 찬스이다. 강타의 타석이다. 관중석에선 '쿠~쿠~'를 외친다. 초구를 풀스윙했다. 역전 끝내기 홈런이다. 관중의 함성은 극에 달하고 중계 캐스터의 흥분한 목소리가 귀청을 찢는다.

 

한편, 평소 시력이 약한 일곱 살짜리 아들 필승은 야구시합 중 사고로 오른쪽 렌즈가 깨져서 급히 병원으로 후송했다. 아내 미혜는 강타의 시합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사고 소식을 일부러 감춘다. 필승은 한쪽 눈을 잃을 위기에 처해 악몽에 시달리면서 예언을 하기 시작한다. 전에도 카트리나를 예언하고 맞춘 적이 있기에 미혜는 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마이클 조셉이 떠나요, 아빠도 떠나요.

마이클 조셉은 무서운 곳으로 가요.

괜찮아요, 우리 아빠는 좋은 곳으로 떠나요" (104 쪽)

 

아들의 예언처럼 강타는 전격적으로 팀에서 방출되어 클리브랜드에 새 둥지를 튼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클럽 하우스 분위기는 LA 에인절스와 완전히 대조적이다. 에인절스는 엘리트의 집합소로 거먼하고 느릿느릿한 풍경이라면 이곳은 젊고 활기차며 서로를 포용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이다. 독서광인 헥토르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하고 있다. 인디언스는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를 뛰어넘어 현재 지구 3위를 달리고 있다. 1위와는 불과 2게임 반 차이다.

 

가운데 중中, 마음 심心, 中心. 가로로 읽으면 중심인데, 이를 세로로 읽으면 충성 충忠이된다. 인간은 자신의 중심에 놓인 것에 충성을 다하는 존재이다. 마치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듯 우리는 자신의 중심에 놓인 그것을 축으로 맴돌며 충성을 바치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의 삶은 내면의 중심을 축으로 영위되고 있다. 중심을 방치하거나 단기 욕망을 이루려는 목적으로만 이용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지배적인 생각들이 중심을 오염시키게 되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충성을 바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중심은 가장 완전한 것으로 채워져야 하는 것이다.

 

요컨데 우리 인생엔 중심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면의 마지막 베일 속에 감춰진 신비로운 것으로 무슨 소망이든지 진정으로 원하는 소망인 경우, 중심에 닿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런데 중심에 도달하기까지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면을 겹겹이 싸고 있는 베일을 하나씩 벗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험으로 굳어진 부정적인 자아와 싸워야 한다.  마침내 중심에 닿으면 확신을 갖게 된다. 이를 확신의 단계라 한다. 확신의 단계에 들어가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소망이 이루어진다. 확신의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지레 포기하고 마니까 드림 센텐스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의 내 삶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중심의 자력에 이끌린 모든 것들의 집합체다. 뚜렷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지 않을 때, 우리의 중심에는 온갖 부정적인 에너지들이 스며들게 되고 그 결과 중심은 심하게 오염되고 부패된다. 변화를 원한다면 중심에 흘러드는 부정적 에너지를 차단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중심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정해야 한다.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날이다. 아들 필승이의 예언대로 로치이의 머리를 넘기는 홈런을 칠 수 있을까? 필승이가 나흘째 깨어나지 못하자 주치의는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 관찰하겠다고 한다. 드림 센텐스를 오십 번이고 백 번이고 반복할수록 미혜는 우울한 마음이 편안하고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클리블랜드의 팀 닥터 그레그 마스터슨 박사는 카이로프랙터이기도 하다. '마법의 손'이란 별명답게 그가 강타의 척추 아래쪽을 지긋이 누르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박사는 다 고쳤다며 홈런 한 방을 어서 날리라고 강타에게 조크를 날린다.

 

저녁 7시 10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인 US 셀룰러필드는 관객들로 초만원이다. 오늘도 강타는 3번 타순이다. 최근 10경기에서 42타수 17안타로 타율은 0.404를 기록하고 있다. 첫 타석부터 그는 초대형 솔로포를 터뜨렸다. 중환자실의 면회시간은 7시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미혜는 필승이의 상태를 살핀다. 모든 바이털 신호가 정상이다. 단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게 문제다. 3회 초에 강타는 두 번째 솔로포를 날렸다.

 

사랑은 명사가 아닙니다.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고 깊다 할지라도

사랑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생명이 떠난 것입니다.

 

엘살바도로 홍의 사망 소식 때문에 온통 그에 관한 기사들이 포털 사이트에 도배되어 있다. 미혜는 이 시를 보는 순간 시험문제의 정답을 확인한 기분이 들었다. 중심에 채워야 할 것은 소망도 확신도 아니었다. 이들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중심을 채우는 사랑 없이 그저 드림 센텐스만 외우고, 소망을 이루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중심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 번째 타석에서 강타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6타점을 혼자서 올렸다. 경기는 8회 초 투아웃, 스코어는 8대6으로 인디언스가 리드하고 있다. 2루타를 친 강타는 4번 타자의 안타 때 홈인, 결국 9대7로 이기고 중부 지구 선두에 올라섰다. 한편, 긴급 연락을 받고 미혜는 세인트존스종합병원으로 갔다. 다행스럽게 필승이가 고비를 넘겼다.

 

9월 11일. 필승이의 생일이다. LA 에인절스와 두 차례 경기에서 1승 1패로 팽팽했다. 강타는 필승이에게 홈런 약속을 다짐했다. 최근의 경기력이 너무 나빠 헥토르 감독이 하루 쉬라고 할 정도였다. 오늘도 3번 고정 타순이다. 미혜와 필승은 노트북 앞에서 강타의 경기를 보고 있다. 강타의 타격은 시원찮다. 1루 땅볼, 파울 플라이로 두번 모두 아웃 당했다.

 

7회 초, 양 팀 무득점인 상태에서 2번 타자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강타의 마지막 타석일 수도 있다. 강타는 타석에 들어서서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필승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TV화면에 강타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가 놀란 얼굴로 서로 마주본다. 하지만 강타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간다.

 

초구, 눈을 감은 채 공이 빠르게 날아옴을 느꼈다. 스트라이크. 비록 눈을 감았지만 강타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투수가 지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강타가 무릎을 살짝 굽히며 배팅할 준비를 한다. 슬라이더가 날라온다. 강타는 밀어치기 타법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필승의 예언대로 우익수 로치이가 펜스로 뛰어가다가 포기하고 멈추었다. 투런포다. 홈 플레이트를 밟고 강타는 고꾸라졌다. 팀 닥터가 급히 뛰어나왔다. 오른쪽 눈 각막이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추신수,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치고 홈인하는 장면>

 

중심의 강력한 에너지를 활용해 소망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망을 이루는 것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그 결과 소망의 성취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우리의 삶을 시시때때로 불안으로 뒤덮는다. 중심에서 가장 완전한 것, 즉 사랑이 임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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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29통의 편지 - 스물아홉, 이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마지막 인생 조언
후쿠시마 마사노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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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들자마자 목차를 살펴보았다. 책 제목을 보고 목차엔 분명 29통의 편지글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보기 좋게 나의 예상은 틀리고 말았다. 29통의 편지는 과연 뭘까?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스물아홉 살의 영업사원 토오 츠요시에게 보내온 편지 속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일본의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인 후쿠시마 마사노부는 지금까지 5000회에 걸쳐 20만 명이 넘는 청중들에게 강연회를 진행했고 또한 수년 간 지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2200통의 격려 엽서를 보냈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스물아홉 살이라는 특별한 시기를 지나며 겪는 성장통을 그는 이 책에서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의 무대는 어느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이다. 주인공 토오 츠요시는 입사 7년차 사원으로 현재 영업부에서 근무 중이다. 어릴 적 미니카를 수집하는 게 취미였던 29살의 총각이다. 건성으로 회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수립한 연간 목표를 한번도 달성한 적이 없다. 영업부장 하토리는 츠요시보다 12살이나 더 많다. 몸집이 작고 둥근 얼굴을 가졌는데, 본디 쾌활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무척이나 까칠하고 부하들을 엄하게 다룬다.

 

츠요시가 근무하는 영업부서의 주요 멤버를 살펴보자. 입사 4년차의 부하직원 니시가와는 츠요시가 말을 걸어도 대꾸가 없으며 칼퇴근하는 타입이다. 28살의 다무라는 자주 안경을 매만지는 여사원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려고 영업부로 자원했다. 오니지마는 츠요시의 입사동기생으로 영업부서에 근무하다가 4년 전에 다른 회사로 근무지를 옮겼다. 퇴근후 술자리에서 츠요시에게 말동무를 해주면서 스트레스를 같이 푼다.

 

 

오늘도 늘 그렇듯 괴로운 하루였다. 요즘은 야근까지 줄었는데도 피로감은 평소보다 더 했다. 각종 청구서가 날아오는 날이다. 츠요시는 귀가하면서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냈다.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표시가 없고 우체국 소인도 안 찍힌 흰 봉투가 눈에 띄었다. 봉투 속에는 삼등분으로 접힌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어떤 일이든

자기답게 하면 꿈이 된다" 

 

츠요시의 아버지는 작은 공장에 다니셨다. 무늬가 없는 골판지에 회사명, 상품명, 또는 메시지들을 인쇄하는 일을 주로 하셨다. 중요한 것은 그의 아버지께서는 항상 즐겁게 일하셨다. 츠요시는 아버지의 이런 비결을 미리 알았다면 지금처럼 일하기 싫어 괴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머리 한 구석엔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니시가와의 행동이 너무도 화나고 같이 일하려니 우울하기만 하다. 귀가해서 우편함을 열었다. 지난 번 처럼 흰 봉투가 있었다. 두 통이었다.

 

"버럭 화가 날 때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변하는 것이다"

 

선배로서 위엄을 보이면서 니시가와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니시가와는 츠요시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하던 복사만 계속하더니 알아들었다는 듯 '네'하고 작은 목소리로 답변하고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마침 복사하러 왔던 다무라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던 그녀는 츠요시에게 화내지 말고 그 원인이 자신 탓인지 생각해보라고 한다.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던 흰 봉투가 또 왔다. 참지 못하고 봉투를 개봉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무엇을 얻을지 생각하라"

 

꼬치구이집에서 한 잔 하고있다. 보통 때에는 츠요시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던 오니지마가 츠요시의 고민 정도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거라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먼저 움직여보라고 츠요시에게 충고했다. 오니지마가 좀 변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적잖이 놀랐지만 츠요시는 하고 싶은 말 실컷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에 위안을 삼고 귀가했다. 우편함에 또 봉투가 있었다.

 

"보려고 하는 대로만 보인다"

 

츠요시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지만 얼마전 꼬치구이집에서 오니지마가 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먼저 움직여 보라', 이 말 때문에 그간 서스럼없이 지냈던 오니지마가 왠지 멀어진 듯 느껴졌다. 그는 그렇게 해야 할 정당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잘못 한 사람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동안 편지는 오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흰 봉투를 발견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고민 끝에 하토리 부장을 찾아가 니시가와를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부장은 며칠 전에 니시가와가 와서 츠요시와 한 팀인게 싫다고 했으니 두 사람은 이젠 해산이라고 말하며 차라리 그에게 개량된 신제품 발표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해보라고 권했다. 엉겁결에 동의하고 나니 퇴근길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우편함에 또 흰 봉투가 들어 있었다.

 

"어려운 일이 즐겁다"

 

하토리 부장은 요구가 많은 까다로운 상관이었다. 번번히 퇴짜를 맞는 통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여덟 번이나 새로 만들었다. 모조리 불합격이었다. 츠요시는 제대로 된 자료를 만들 능력이 사실 없었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동안 부장은 몇번이나 어슬렁거리며 지나갔다. 뒤에서 훔쳐보면서 비웃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녹초가 되어 집에 오니 흰 봉투가 반겼다.

 

"자신의 한계까지 완전히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고객들에게 프레젠이션 할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일 야근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 다무라가 그의 지원에 나섰다. 그녀는 헌신적으로 도와주었다. 이후 지원자가 늘었다. 다무라 팀의 후배 1명과 츠요시의 동기 1명이 참여했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도 열심히 도와주는 다무라와 동료들을 보면서 츠요시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그 뿐이야, 이런 건 누구라도 만들어" (75 쪽)

 

드디어 동료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완성되었다.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도 퇴짜였다. 귀가해서 우편함을 열자 흰 봉투가 들어 있었다.

 

"모든 일에는 수만 가지의 방법이 있다"

 

백 가지도 생각해내기 힘든 판에 수만 가지라니 비현실적인 얘기였다. 이미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츠요시는 더 이상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계속 추진할 에너지도 없고 또한 도와준 동료들에게 면목도 없었다. 결국 이날 밤, 그는 사표를 썼다. 머리가 몹시 아파 오후에 출근했다. 회의실로 가니 다무라를 포함 다섯 명의 아는 얼굴이 보였다. 신입 시절 2년 정도 자신을 가르친 키무라 과장도 있었다. 사직 결심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고 있었다. 우편함에 봉투를 찾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만든 사람의 생각이 표현된 것이다"

 

기술개발부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신제품을 만들었는지 생각해 본 적 없던 츠요시는 제품이 고객에게 가져다 주는 최고의 가치를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랐다. 열심히 준비하여 하토리 부장에게 프레젠테이션 영상과 자료를 보여 주엇다. 마침내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프레젠테이션은 생각 이상으로 호평 받았다.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 후, 실적이 점점 쌓여갔다. '호사다마'란 말처럼, 곧 계약을 체결하려는 홋코 자동차 측에서 이의제기가 접수되었다. 하토리 부장은 홋코의 후루야 과장을 만나서 문제를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후루야 과장은 책임을 지지않는 츠요시의 자세를 못마땅하다며 계약을 재검토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날도 우편함에 흰 봉투가 놓여 있었다.

 

"다른 사람을 탓하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이후 후루야 과장을 만나러 세 번이나 갔지만 헛걸음했다. 약속없이 또 갔더니 불쌍해 보였던지 현관 리셉션이 대기실로 안내해주었다. 고릴라 같이 생긴 후루야 과장은 '모두 제 책임입니다'란 자세를 갖추지 못한 츠요시의 여전한 책임 전가 행동을 심하게 나무라며 한 마디 던졌다.

 

"자네가 인생을 걸고 하는 일은 뭐요?" (107 쪽) 

 

오니지마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간관계가 잘 안 풀리니까 피곤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오니지마는 다른 사람을 바꿀 방법을 찾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먼저 변하라고 충고한다. 이 말을 듣고 다시는 같이 술 안 마신다며 전화를 끊었다. 오늘도 우편함에는 흰 봉투가 츠요시에게 인사를 했다.

 

"직장은 행복을 느끼는 곳이다" 

 

하토리 부장은 오사카 본사로 인사 발령이 났다. 발신자도 수신자도 표지 없이 보낸 흰 봉투의 편지는 하토리 부장의 아내가 한 일임이 밝혀졌다. 하토리 부장은 고교시절 츠요시의 아버지로부터 리더의 자질에 대하여 많은 지도를 받았고 또한 직장을 구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후루야 과장은 하토리 부장의 친구였다. 흰 봉투의 편지글은 츠요시의 아버지가 하토리 부장에게 건네준 파일 속에 있었던 글들의 일부였다. 그간의 감사를 전하러 오사카로 갔다. 하토리 부장은 한 통의 편지를 츠요시에게 주었다. 그의 아버지가 츠요시에게 남긴 것이었다.

 

"하토리 군은 내 사고방식을 이해해주었던 후배로 마음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

사람에겐 누구나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가 있단다. 인생에서 무의미한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렴" (198 쪽)

 

하토리 부장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니 행복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편함에는 친구 오니지마와 동료 다무라의 결혼 첩정장이 방긋이 웃고 있었다.

 

"결코 사람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다" (20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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